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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과제나 기회를 부여"
이경훈의 SAT 2400점, 과연 어떻게? - 1
2010년 04월 15일 (목) 00:36:15 이경훈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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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서 분에 넘치는 축하를 받았습니다. 술사라는 사람 때문에 정신이 없네요.
 
그런데, 그중에서 질문도 많았습니다. 특히, 영어는 디베이트로, 수학은 AMC로 끝내라는 말의 뜻이 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혹시 도움이 되실까해서 제가 SAT 2400점까지의 여정을 한번 되짚어보려 합니다. 다만 한번에 끝낼 수 있는 양은 아니니, 시간나는대로 조금씩 올려보겠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는 두가지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SAT 2400점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개런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SAT 점수는 그저 미국 대학입학지원시 한 Factor에 불과합니다. SAT 만점을 받고 하버드에 떨어지는 학생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그러니 SAT 2400점 자체를 목표로 정해서는 곤란하겠습니다. 미국 대학입시에서 SAT 2400점은 2350점과 같은 레벨로 분류될 뿐입니다.
 
둘째,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은 여러가지 입니다. 저는 그 길 중 하나로 간 것입니다. 다른 길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무조건 따라올 방법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각 가족의 사정에 맞게 서로 참고하면서 길을 가야겠지요. 그저 자녀분들 지도하는데, 한가지 참고사항으로만 제 말을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이제 시작합니다.
 
저희 딸 예담이가 SAT를 제일 먼저 접했던 것은, 2004년 여름방학, 그러니까 예담이가 6학년이 되기 직전이었습니다. "대단한 극성이었군!"하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 이야기를 좀더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부모의 역할 중의 하나가, 자식들에게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과제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너무 쉬운 것을 주면 재미없어하겠고, 너무 힘든 것을 주면 좌절해버리겠죠. 해서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좋겠습니다.

그 당시 예담이의 학교 성적은 좋은 편이었습니다. 제 판단에, 미국 공립학교에서 예담이에게 주는 긴장은 좀 낮은 것이라고 봤습니다. 무언가 약간 센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생각하다가 SAT에 이른 것입니다. 게다가 7학년때가 되어 CTY같은 캠프에 가려면 어차피 SAT 시험 성적이 필요했으니, “그냥 1년 일찍 시작하는 것으로 하자.”고 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서 책을 신나게 읽고 있던 예담이를 불러 SAT 준비서를 한권 내밀었습니다. 예담이는 눈을 둥그렇게 뜨며 “아빠, 나보러 지금 이걸 공부하라는 거야? 왜?”라고 물었습니다. 이렇게 설명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차피 내년이면 한번 봐야할 시험이다. 수학같은 것은, 아직 전혀 배우지 않아 개념도 어려운 것이 있을거야. 그러니까, 모르는 것이 나오면 그냥 넘어가. 죽 한번 본다는 생각으로 이번 방학 때 한번 훝어보렴. 네게 적당한 긴장이 되길 바란다.”

다행히 예담이는 자기가 이해를 하면 스스로를 통제하는 편입니다. 어차피 내년에 치를 시험이고, 또 초등학생으로 대입시험을 한번 훝어본다는 것이 기분 나쁘지 않았는지 방학 때 혼자서 죽 봤습니다. 책에 보면 모의 고사들이 있는데, 자기가 탁상시계를 놓고 시간을 재가며 시험도 치렀습니다. 처음 성적은 과목당 350점 정도였는데, 책이 끝나갈 때는 과목당 500점 전후로 성적이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어쨌거나 책을 한권 리뷰한 예담이는 “뭐, 굉장히 어려운 것은 아니네. 쉬운 것도 있고…”라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노렸던 것이 이뤄졌다고 봤습니다. “SAT, 별거 아니다.” – 이런 생각을 하게 한 것 말입니다.

6학년 겨울이 되자, 정확하게는 2004년 12월 11일, LA의 닥터양아카데미에서 모의고사를 실시한다고 광고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혼자서 시계를 재가며 한 것이니, 한번 이런 구조로 시험을 쳐보자고 했습니다. 가서 보니 예담이는 가장 작은 아이 중의 하나였습니다. 성적은 기대 이하였습니다. 조금 긴장을 했는지 Critical Reading은 430점, Math는 540점, Writing은 460점으로 총점은 1430점이었습니다. 하여간, 이를 통해 이제 SAT는 예담이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의 자극이었다면 대학교 조기 입학에 도전해본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들어가보자는 생각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을 한번 알려주고,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한번 보는 것은 좋다고 봤습니다.

구체적으로는 CSULA 대학의 EEP (Early Entrance Program)에 신청했습니다. 여기에 신청하면 Washington Pre-College Test라는 시험을 보게 합니다. SAT와 비슷한 시험입니다. 이 시험에서 예담이는 Verbal Composite 65, Quantitative Composite 64점을 받았습니다. 성적표를 자세히 보니, 이를 SAT로 환산하면, Verbal 660, Math 620 점이라는 설명이 붙어있었습니다. 그러니까 6학년이 되어 공부 좀 더 하고 시험을 치렀더니 조금 수준이 늘었던 것이었습니다. 예담이도 이 성적을 보고는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면서 더욱 자신있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시험에서 예담이는 Superior Performance Award를 받았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입학사정과정에서는 CSU 혹은 UC의 Math Diagnostic Test를 받게 합니다. 그러니까, CSU, UC같은 대학에 들어올 수 있는 최소한도의 수학실력이 있는지를 보는 시험입니다. ‘대학생이면 이 정도 수학 실력은 되어야한다’는 시험입니다. 이 시험에서 예담이는 Perfect Score인 45점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미국 대학생들 수학 실력이 문제가 있는 것이죠? 하여간 이 점수까지를 보고 나서 예담이는 더욱 자신있어 했습니다.

이 입학사정과정의 프로세스에서는 여름방학 때 실제로 대학에서 강의를 두개 듣게 합니다. 예담이는 <Biology>, <Critical Thinking> 두과목을 신청해서 들었습니다. 처음 강의를 받던 날은 저도 좀 걱정이 되더군요. 해서 강의실에 들어가서 같이 앉아있었습니다. 누가 범생이 아니랄까봐 예담이는 교수님 턱밑에서 강의를 듣고 노트 필기를 했습니다. 저 멀리 교수님 자리 앞에 작은 단발머리 여자애 하나가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이 조금 웃겨서 픽하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해서 6학년-7학년 사이의 여름방학은 예담이는 CSULA 대학에서 보냈습니다. 아침에 제가 출근하면서 학교에 내려주면, 강의를 듣고, 그날 용돈으로 받은 10달러로 점심 사먹고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책을 보다가 저녁 때 저랑 만나 집에 돌아오는 식이었습니다.
두어달을 이렇게 보내니, 아이가 부쩍 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학생 형누나들이랑 같이 지냈으니 세상이 좀더 커 보였겠죠? 점심도 혼자서 사먹고, 강의 없는 긴 시간을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보내면서 독립심도 많이 늘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저녁 때마마 아이를 픽업하면서 하루하루의 생활을 물어보는 것이 너무도 재미있고 기뻤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이 조기입학에서는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인터뷰였던 것같습니다. 예담이는 껌을 씹고, 운동화를 구겨신은 채로, 다리를 흔들며 인터뷰를 했습니다. 옆에서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저게 지금은 예담이의 정확한 수준”이라는 생각에 제지를 안했습니다. 인터뷰를 담당했던 사람은 “내년에 오라”고 하더군요. 최종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 참여했던 것은 지금도 잘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여름 내내 대학교 강의 듣고, 대학교에서 생활해보고 했으니 좋은 경험이었죠. 예담이가 힘들어했으면 저도 걱정이었을 것을 다행히 재미있게 그 생활을 끝냈습니다. <이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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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미국서 아빠 노릇하려면.. 한웅아빠 2010-04-15 17:40:49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내가 너무 몰랐군요. 뭐. 지가 알아서 잘 하겠지 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그래도 아이는 행복해 하니...그걸로 위안 삼고...이제부터 공부 좀 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6학년이니 늦지는 않았겠죠?
추천0 반대0
(116.XXX.XXX.45)
  AMC ACHIEVEMENT PIN LIST 7 에 관한 문의 김종윤 2010-04-14 16:39:52
이게 어느 정도의 지명도의 비중이 있는 상일까요?
고수님들의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추천0 반대0
(58.XXX.XXX.10)
  지나고 보면 껄껄 하게 되는 이충섭 2010-04-14 16:39:49
그렇게 나도 할 껄.. 껄.. 후회가 되는군요.
애들에게 수학 가르쳐 준다면서 그냥 밀어붙이는 바람에 오히려 수학을 싫어하게 만든 게 시방도...
경훈님의 지혜가 빛나는 자녀교육 한 판이네요.
추천0 반대0
(99.XXX.XXX.225)
  그 정성의 해나 아빠 2010-04-14 12:41:35
절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는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까 합니다
추천0 반대0
(71.XXX.XXX.198)
  지혜로운 아빠 해리슨 엄마 2010-04-14 12:30:19
요러케 쪼금씩 써 주세요. 요즘 제가 진(긴) 글들을 못 읽어서리...

생유. 열시미 배워서 실천할게유,
만점이 꼭 목표는 아니지만.
추천0 반대0
(71.XXX.XXX.83)
  훌륭한 따님 뒤에는 유혜연 2010-04-14 10:04:51
아빠의 지극한 정성이 있었군요.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추천0 반대0
(173.XXX.XXX.143)
  감당할 수 있을 정도.... 니나 아빠 2010-04-14 09:02:33
대단히 어려운 과제를 경훈 동문이 해냈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망치는 가장 큰 원인은 아이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욕심을 부리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과제를 주어서 스스로 성취감을 느끼며 발전해 나갔다, 참 훌륭한 진화방식입니다. 저도 오늘부터 실천해야겠습니다.
추천0 반대0
(97.XXX.XXX.172)
  이글은 많은 아빠들에게 알렉스아빠 2010-04-14 08:32:25
자극을 주는 글임에 틀림없군요. 그저 방목하듯 놔뒀는데, 적당히 긴장을 넣어주고 도전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부모의 몫이군요. 많이 배웁니다.
추천0 반대0
(66.XXX.XXX.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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