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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겨울을 보낸 '동료'들과 꽃들판 걷고 싶어
혹독한 욕망의 신고식 치른 뒤 맞는 봄의 향기-신복례
2010년 03월 30일 (화) 03:20:41 신복례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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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봄이다. 여기저기서 꽃구경가자는 얘기가 들려온다. 겨우내 벌거벗었던 나뭇가지에 새싹이 돋고 하나둘 샛가지를 치더니 며칠 있으면 꽃봉우리를 내밀 태세다.
어스름 저녁 기세좋게 봄을 맞는 옆집 마당의 나무를 바라보다가 문득 옛생각이 났다. 딱 1년전의 일이다. 그때 블로그에 올린 글의 제목이 아마 ‘나는 아무것도 모릅니다’였을 것이다.

봄이 왔지만 봄이 온줄 몰랐고 살았으되 죽은 자의 마음으로 지냈던 그때 눈물로 뿌옇게 보이는 컴퓨터 화면에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참 제 잘난 줄 착각했습니다. 이 마음 잊지 않으려고 지금 글로 남깁니다” 라는 내용을 적었었다.
그해 봄 뭘 모르고 아니 몰랐기에 겁 없이,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주식투자를 했다가 한순간에 쪽박을 찼다. 경제적으로 뒷감당을 해야하는 현실이 두렵기도 했지만 “돈을 벌어서 어쩌구저쩌구…” 하며 모래성 위에 쌓았던 작은 장밋빛 소망들까지 모두 접으면서 많이 아파했었다. 그 이후의 몇개월은 말그대로 살아있지만 죽은 거나 마찬가지의 삶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겨울을 보내며 봄을 맞고 있다. 물리적인 계절만이 아니라 푸르른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마음이 봄을 느끼고 있으니 시간이 약이라는 옛말을 절감한다. 그래, 삶의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또 하루 최선을 다해 견디면서 세월을 보내다보면 어찌저찌 그냥 풀어지는 것이었다.
살아보니 그랬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해서였든, 뜻하지 않은 큰 시련이었든 그걸 해결해보겠다고 갖은 애를 쓰며 발버둥 쳤지만 결국 문제를 풀지 못하고 달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발버둥치는 그 마음을 접고난 후에야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문제가 풀리고 원했던 것을 얻었다.

시간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순환이 있듯이 인생을 살다보면 사람의 삶에도 사계절 운명의 순환이 있음을 알게된다. 돌아보면 꽃피는 봄날이 있었고 작지만 수확의 기쁨을 맛보는 가을도 있었다. 그리고 호기롭게 앞만 보고 달렸던 여름이 있었고 빈손, 빈들판을 바라보며 가슴 에이는 추위를 견뎌야했던 겨울도 있었다.

지난해 한겨울 추위를 방불케했던 미국경제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갑작스레 삶의 겨울을 맞닥뜨려야했다. 그들중 지금도 여전히 겨울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같이 봄맞이 나들이를 하고 싶다.

요즘 들판에선 파종을 앞두고 농부들이 논밭갈이를 하느라 바쁘다. 일주일 후 청명이 되면 씨를 뿌리기 시작한다. 지난 가을 내 손엔 결실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경제적 성공, 사회적 인정은 커녕 남은 생의 방향과 가치를 어디다 두고 살아야할지에 대해서조차 자신을 잃었었다.
그렇게 바닥까지 갔을 때 결심한 것이 힘들어도 인생을 향해 징징거리지 말고 내 욕심 보다는 세상의 순리에 귀기울이며 우직하고 치열하게 땅과 씨름하는 농부처럼 살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봄이 오면 농부가 다시 논밭을 갈러 나가듯,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제든 또다시 씨를 뿌릴 희망이 있음을 감사했었다.

이제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그 봄이 찾아왔다. 정성껏 좋은 씨를 뿌리고 알차게 가꿔서 가을 수확을 준비해야할 때다. 물론 사람마다 운명의 계절은 다를 것이다. 하지만 겨울이 싫다고 건너뛸 수 없고 또 어느 순간이 되면 싫어도 봄에 자리를 내줘야하듯, 삶의 겨울을 보내고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때가 되면 자연스레 봄이 찾아올 것이다.

지난 겨울을 보내면서 얻은 수확이 있다면 추울땐 사람의 온기가 더욱 따뜻하고 귀하다는 것이었고 내리막길에도 나름의 의미와 묘미가 있다는 것이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 같은 겨울을 보낸 ‘동료’들과 손잡고 저 봄들판을 함께 거닐고 싶다.

*필자주:신문에 쓴 글입니다. 서울대 나온 분 중에는 제 이런 상황과 마음에 동감하실 분이 별로 없을 거라는 이상한 오해(?)를 하면서도 ‘오늘은 왠~지’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어서 아크로에도 올립니다
<신복례. 영문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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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9)
  주식 잘될땐 2010-03-30 14:19:28
제 남편이 `오늘은 벤츠 300 한대' `오늘은 기아 한대' 벌었다며 싱글벙글 했거든요. 그러더니 `오늘은 어제 그 차, 바퀴만 남고 다 없어졌어' `벤츠는 핸들만 남았어' 하더니, 점점 주식에 대한 언급도 안하길래 뭔 일 난 진 눈치 챘지만 꽤많은 종자 돈 까지 다 날릴줄이야...주식얘기 쓰셨길래 생각나서 썼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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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XXX.XXX.146)
  허 난설헌 MIchael K. 2010-03-29 20:18:31
采蓮曲 연꽃따는 아씨

秋淨長湖碧玉流 가을 호반 프르름은 우리 아씨 바람이련가

蓮花深處繫蘭舟 연꽃 한아름 안고 임랑 누실 자리 마련하니

逢郞隔水投蓮子 아직도 낯설은 임랑 내 벗은 연꽃 아랫도리

或被人知半日羞 내 사랑 들킬세라 손들어 반쪽 하늘 가린다












Flows water glittering like a blue jade in autumn lake
Blossoms lotusin the deep, anchoring a boat at you
Throws bouquet onto 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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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XXX.XXX.108)
  허난설헌 공부했습니다 신복례 2010-03-30 09:13:18
부시시 맨얼굴로 나타났다가 혹시 망신당하지 않을까 싶은 소심함에 네이버에 가서 먼저 허 난설헌의 이 시를 찾아보고 어떤 해석이 있나 둘러보고...그러고 난 지금 피식 웃으며 답글 씁니다. 좋네요. 연꽃따는 아씨. 사랑 들킬세라 손들어 반쪽 하늘 가리는 구절에선 내 마음도 삶짝 두근거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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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멋진 한시를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워낭 2010-03-29 21:47:15
아크로 댓글 문화에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시는 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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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29)
  사람의 삶에도 홍선례 2010-03-29 19:50:35
"사람의 삶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특히 이 대목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신복례씨의 주옥같은 글, 많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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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30)
  선배님 정말 뵈야할텐데 신복례 2010-03-30 09:16:40
저 만나면 참 따듯하게 대해주실 것 같은데, 그래서 뵙고 싶은데, 제가 아직 어린애 둘을 키우느라 밤나들이는 잘 못해서. 홍선례 선배, 오늘도 내일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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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한 번도 안 만났지만 홍선례 2010-03-30 20:03:47
한 번도 안 만났지만, 목소리만으로 어떤 사람인지 상상할 수 있듯이, 글도 쓴 이의 모습을 그려 볼 수 있지요. 신복례씨는 따뜻하고 정이 많은 분, 그리고 머리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단발머리고, 눈은 예지에 번뜩이는 반짝이는 눈...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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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13)
  보래님의 솔직한 글이 겨울 내내 얼어 있었던 많은 사람의 마음을 녹였습니다. 김문엽 2010-03-29 19:29:53
그런 의미에서 비틀즈의 Here Comes the Sun 한곡 올립니다.

Little darling, I feel that ice is slowly melting.
Little darling, It's been a long, cold, lonely winter.
Here comes the sun, here comes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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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79)
  늠름 문엽에 운치 문엽까지 신복례 2010-03-30 09:20:04
네 글을 읽을때마다 늠름이라는 너의 별칭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오늘보니 운치도 짱이네. 오늘은 문엽이 올려준 비틀즈의 한곡으로 하루를 시작하련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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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그래요 유혜연 2010-03-29 17:58:00
보래님. 우리 같이 추운 겨울 훌훌 털고
손 꼭잡고 봄들판을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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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XXX.XXX.143)
  봄길 걷다가 앨러지 터졌어요 신복례 2010-03-30 09:25:27
지난 토요일 봄들판 대신 헌팅턴 가든에 갔었는데 3년동안 잠잠하던 앨러지가 갑자기 폭발하는 바람에 봄길 걷는 내내 재채기에 콧물 닦다가 저녁쯤에 코가 완전히 헐어서 두통까지...선배 손 꼭 잡고 봄들판 걷고 싶은데 아무래도 당분간 들판을 자제하고 앞마당 나무가 봄맞이 하는 모양이나 구경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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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아픈 이야기도 나누면 오달 2010-03-29 15:30:14
좋아집니다. 그리고 세월이 약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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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50)
  오달선사님께 신복례 2010-03-30 09:33:37
노희경이라는 TV작가가 있는데 한동안 가족간의 상처와 화해를 다룬 드라마를 많이 썼어요. 그 작가가 어느날 그러더군요. 자기 얘기를 그동안 참 많이도 우려먹었다구. 지나고보니 별것도 아니었는데 그걸 부둥켜 안고 대단히 큰 일인줄 알고 얘기하고 또 하고. 사실 이번 글은 저 보다는 누군가 그런 상황의 남보라고 쓴거였는데, 그래도 그렇지, 이제 저도 주식실패담은 그만 우려먹을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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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씨앗 이충섭 2010-03-29 14:05:05
씨앗과 함께 살아내는 봄, 여름, 가을, 겨울.
생명의 그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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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225)
  우리 나중에 농사지을까요 신복례 2010-03-30 09:39:22
농사 한번 지어보지 않은 사람인데 나이 들어 삶을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레 농사 비유를 하게되네요. 아침에 보니 작품 또 올라와있던데 올가을엔 선배에게 소설풍년이 찾아올듯한 이 예감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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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신복례씨 봄이 오네요. 양민 2010-03-29 11:25:47
추웠던 겨울 같은 겨울을 겪은 사람으로써
복례씨와 함께 꽃들판을 걷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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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28)
  양민 선배 화이팅 신복례 2010-03-30 09:45:42
선배도 봄 느끼고 계신거지요. 하기야, 봄 여름 가을 겨울 왔다갔다 왔다갔다 하는데 뭐,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참 인생 재미있네 하며 살면 재미있는거구, 그동안 겨울 재미는 봤으니 이번엔 같이 봄재미 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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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지당하신 말씀..강추 이종호 2010-03-29 10:24:37
지당하신 말씀. 추천 한방 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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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29)
  종호선배 얼굴이 좋아졌어요 신복례 2010-03-30 09:51:50
우리 아이가 작아졌어요가 아니라, 종호선배 얼굴이 포근따뜻해졌어요. 여러사람 마음에 두루두루 기분좋은 thumb up 추천한방 날린 덕분이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이번 추천 한방은 뭔가 좀 낯설은 느낌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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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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