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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적 도그마’는 자유함 얻지 못해
[여시아독]성서의 문을 여는 마음 (토마스 머튼)
2010년 03월 12일 (금) 15:24:35 이종호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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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의 문을 여는 마음’ 토마스 머튼 지음 / 이현주 역 / 전망사, 1981

   
1981년판 책 표지 사진은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사진은 2001년 8월 다산글방에서 다시 나온 책의 표지다.
 그나마 이책도 지금은 절판됐다.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모범답안 만을 들어왔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기에 무조건 믿어야 한다, 그리고 성경을 읽을 때는 엄숙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성령의 도움을 간구하며, 온 맘과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의 음성을 듣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읽어야 한다는 것이 그런 대답들이다.

 그러나 성경을 이렇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 나같은 뜨뜨미지근한 크리스천에겐 솔직히 부담스럽다. 그렇게 읽어지지도 않을 뿐더러 재미도 없어서다. 성경은 정말 입시공부 하듯 작정하고 인내하며 읽어야만 하는 것일까. 
나처럼 조금이라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대단히 고무적이지 싶다. 성경 읽기란 그렇게 재미없는 일이 아니며 의무감에서가 아니라 생각하기에 따라서 충분히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성경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가르치는 방법론에 관한 책은 아니다. 오히려 성경이 어떤 책인지, 그리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책을 읽어야 하는 지, 흔히 교회에서 듣던 것과는 다른 길을 일러주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도 깊은 사유에 바탕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어서 그렇게 쉽게 읽혀지지는 않는다.)

책의 저자는 가톨릭 사제다. 그리고 번역자는 감신대 출신의 목사다. 가톨릭과 개신교는 많은 점에서 아직도 갈등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 하나님인가, 하느님인가 하는 명칭에서부터 성경과 성서, 교리와 교의, 헌금과 연보, 찬양대와 성가대 등 같은 것을 두고 지칭하는 용어들이 다르다.

그러나 번역자는 개신교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입장을 고려해 용어 선택을 하나님 대신 하느님으로, 성경 대신 성서로 했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읽히는 대목이어서 우선 보기가 좋다. (그래서 여기서도 하느님과 성서라는 말로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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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성서는 열린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이야기한다.
열린 마음이라니? 필자는 성서를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권위 때문에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말로 이를 설명한다. 성서를 읽되 의무감,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무조건적인 믿음, 신앙의 이름으로 강요받고 있는 각종 얽매임 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성서의 구절들을 무조건 믿고, 무조건 받아들이기 보다는 궁금하면 질문하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오히려 더 신앙적이라는 필자의 말은 그래서 의심 많은 성경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된다.
필자는 또 성서를 읽는 데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변혁하고 자유하게 하는 힘을 인식하고 발견해 내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성서는 그럴 때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어떤 특별한 경전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개입하여 변화를 가져오는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서를 읽으면서 교리적 도그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성서의 모든 메시지는 화합과 일치다. 그리고 자유함이다. 나만 옳다고 믿는 것, 그리고 그 믿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 속에는 결코 이런 것들이 깃들 수가 없다. 그러기에 성서를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그런 속박에서 충분히 자유로워야 한다는 말이다.

 성서의 진정한 가치는 하느님과의 대화 속에서 나의 존재의 이유를 발견해 내는 데에 있다.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와 동떨어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절대자가 아니라 지금, 이 시간 세상 속에서 함께 역사하시는 분이다.

유사이래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이 그런 하느님과의 인격적 대화를 통해 하느님의 뜻을 발견해 왔고, 자신의 삶 또한 그 안에서 바꿔 나갈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 성경을 대하는 우리도 그런 마음으로 성경을 읽어 나가야 한다. 이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필자는 그것을 '성서적 체험'이라는 말로 정의했다. 성서적 체험....그것이 전제될 때 성서를 읽는 일은 누구에게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일대 변혁의 사건이 될 수가 있다. @

★ 밑줄 그어 가며 읽은 구절들.
-성서가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주장의 기본은, 그것이 하느님의 말씀이라는 권위 때문에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변혁하고 자유하게 하는 힘을 인식하는 데 있다.
 
 -성서를 진지하게 읽는다는 것은 성서의 추상적인 서술에 정신적으로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인격적으로 빠져 들어감을 뜻한다. 성서에 빠져 든다는 것이 성서가 말하는 것을 모조리 아무런 이의도 달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성서는 거짓 복종보다는 오히려 솔직한 이의제기를 더 높이 평가한다.

 -성서의 가장 기본적인 진리 가운데 하나는 단순히 하느님은 항상 옳고 인간은 항상 그르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서는 하느님과 인간은 진실한 대화 속에서 서로 마주 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대화는 서로 상대방의 권리와 자유를 충분히 존중하는 두 인격 사이의 참된 상호관계를 그 속에 내포하고 있다.

-신구약을 통틀어 성서의 중심 메시지는 해방에 관한 것이다. 이집트 속박이나 포악한 왕들의 압제, 바빌론의 포로 생활로부터의 해방 뿐 아니라 인간의 마음을 억압하고 인간을 인간 이하의 어떤 것에 예속시키는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에 관한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하느님은 인간을 죽음으로부터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성서는 원래 혼자 앉아 꼼꼼하게 뒤져 보고 명상하기 좋게 기록되고 인쇄된 문서가 아니었다. 그것은 여러 사람이 모인 공동체에서 큰 소리로 낭송되거나 읊어지거나 노래로 불리거나 암송된 이야기와 공고문, 예언, 선전문, 신화, 역사, 찬양시, 애가 등의 모음이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성서의 메시지가 본질적으로 한 공동체나 한 모임을 이루고 굳게 해주는 그 무엇임을 알아야 한다.

 -성서는 수많은 저자와 편집자들의 해석을 거쳐 완성된 것이다. 따라서 저자와 편집자들의 심중에 명확하게 들어있던 그 무엇인가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하기 전에는 결코 성서를 이해할 수 없다. 성서 속에 흐르고 있는 그들 저자와 편집자들의 믿음 속에는 독자들에게 도전을 주고 인격적인 동참과 결단과 자유로운 위임,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판단을 명령하는 내용들이 스며들어 있다.

 -신약성서의 가장 큰 물음은 그리스도가 누구이며 그와 만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 하는 물음이다. 이 물음은 어떻게 인간은 십자가 사건을 함께 나누며 그리스도의 생명에 들어갈 것인가, 어떻게 인간이 사람의 아들의 실존에 참여할 것인가 라는 문제로 이어진다.

 -하나님의 나라는 성령 안에서 스스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평화와 일치로써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신자라고 하는 사람들조차 이런 사랑, 이런 자기 부정에 곧잘 실패한다. 우리는 성서를 읽는 가운데 어떻게든 문제는 바로 나에게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기 전에는 성서가 이야기하는 자유 속에 들어갈 수도 없고 그것을 이해할 수도 없다.

 ★ 필자 토마스 머튼(1915~1968)은...
   
토마스 머튼 신부

20세기 기독교 정신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영성의 대가(大家) 가운데 한 사람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40년 수도원에 입회하여 1949년 가톨릭 신부가 되었다. 대표작으로 ‘칠층산’, ‘고독 속의 명상’,’신비주의와 선의 대가들’,’새명상의 씨’가 있다.

 ★ 역자 이현주 목사는...
1944년 충주에서 출생하여 감리교신학대학을 졸업하고 죽변교회 등에서 목회했다. 동화작가이며 번역문학가이기도 한 역자는, 동•서양을 두루 아우르는 글을 쓰면서 강연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여러 권의 동화집과『사람의 길, 예수의 길』,『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예수와 만난 사람들』,『장자 산책』,『성서와 민담』등을 저술했고 『민중의 복음』,『예언자들』등을 번역했다. 요즘은 이 아무개 목사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고 있기도 하다.

 ★ 한 마디 더...
친구 몇 명이 올해부터 시작한 공부 모임서 읽고 함께 나눈 내용을 정리했다. 목사님의 소개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을 것이다. 20년이나 된, 읽고 또 읽고 세월의 때까지 묻어 누렇게 퇴색된 작은 문고본 책이었다. 귀한 책을 소개하고 직접 빌려 주신 미국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에 있는 향린교회 곽건용 목사님께 감사드린다.
 이종호(동양사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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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2)
  육으로 난 것은 육으로, 영으로 난 것은 영으로. . . 요한복음 3:6 Aum 2010-11-29 19:22:12
성경에 대한 이해는 신학자들의 책에서보다는 교회에 오래 다니신 할머니들에게 여쭤보시면 훨신 쉬운말로 잘 설명해 주십니다.
왜냐면 그 분들은 평생 체험으로 신앙을 터득하셨기 때문입니다.
추천0 반대0
(174.XXX.XXX.201)
  비판적으로 읽어야... 백정현 2010-05-11 20:45:44
저도 어릴적부터 교회에 다녔지만 말 않되는 성서만 보면...
수면제 역할을 하더라구요
한스 킹이나 도미닉 크로상같은 진보 신학자가 쓴 책들이
많은 도움이 되더군요
추천0 반대0
(71.XXX.XXX.56)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강국 2010-03-15 23:18:08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다는 건
절대자의 권위로 토씨하나 틀리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내 안에 들어와 인격적으로 나와 관계하면서
내 삶을 변화시키고 자유케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볼사리노님이 추천해 주신 칠층산까지 꼭 읽어보겠습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189)
  정말 제대로 한번 2010-03-13 19:48:48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
추천0 반대0
(64.XXX.XXX.136)
  읽고 또 읽고 세월의 때까지 묻어 누렇게 된 바로 그 책 곽건용 2010-03-16 09:45:28
은 한신 님에게 가 있습니다. 다음주일쯤 되면 쫑 님 손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은데요.
추천0 반대0
(76.XXX.XXX.67)
  혹시 아직 접해 볼 기회가 없으셨던 분이 있다면 이분의 칠층산, 한 권 더 권해드립니다. 볼사리노 2010-03-13 12:15:25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의 20세기 판이라 일컬어지는 토머스 머튼의 책입니다. 인생에서 절대적 진리를 찾는 인간의 깊은 갈구와 그를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섭리가 잘 드러나는 책으로 대 영성가 토머스 머튼 수사가 트라피스트 수도회의 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자서전이자 아름다운 문학 작품인 '칠층산'을 권해드립니다.
사순절을 지내면서 읽기 좋은 책입니다. 감사.
추천0 반대0
(71.XXX.XXX.218)
  행복한 책 이충섭 2010-03-12 12:54:20
성서 또는 성경, 참 행복한 책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리 오랫동안 관심 가져주니 말입니다.
주석서만 해도 원본 분량의 몇 배가 될런지 모르는 판이니, 원본의 원가치 다소에 상관없이
이젠 인류 지혜의 보고 가운데 하나가 된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죠. 언제 또 한 번 읽고 싶네요.
추천0 반대0
(99.XXX.XXX.225)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응환 2010-03-12 12:00:53
아직도 성경의 모든 말이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주장하는 신부,목사들이 많은 상황에서 이런 책이 더많이 읽혀졌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이 맞는지 하느님이 맞는지는 사실 한국에서만 논쟁거리가 될수 있는 문제입니다. 하나님이란 말은 한국 개신교에서 그냥 만든 말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보면 윗글에서 말하는 화합과 일치에서 멀어지는 개념입니다. 어떤 종교에서 God대신 Gad로 불르기로 했다고 해서 논쟁이되는건 아니죠.
추천0 반대0
(59.XXX.XXX.15)
  이전엔 미처 몰랐는데 양민 2010-03-12 09:35:05
종호씨 은근히 신자예요! 보면 볼수록 그랬었고 그렇다는 걸 느껴요. 방가와요..
추천0 반대0
(208.XXX.XXX.173)
  은근히 신자? 워낭 2010-03-12 09:50:35
어째 요새는 양민님은 하는 말씀마다 싯귀처럼 들리네요. 요즘 '땡삧을 항거 받은' 토실한 과실처럼 글에서 향기가 납니다.
추천0 반대0
(66.XXX.XXX.177)
  꼭 읽고 싶은 책이네요 김한신 2010-03-12 08:00:56
도그마적 리딩에서 벗어난다.... 전 교회에서 질문을 많이 하는 편에 속하는데, Analytical reader라서라기 보단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때가 많아서. ^^ 나도 첨 들어보는 말들이 많은데 다른 분들은 다 이해하고 있어서 질문을 안하는 것인지, 성경에 대해서는 질문을 하면 않된다고 생각하는지 (있는 그대로 믿는 아름다운 모습 ^^). 암튼 기대되는 책이네요. 종호님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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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86)
  토마스 머튼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성가 워낭 2010-03-12 06:27:33
중의 한 분. 그의 열린 신앙관이 좋다.열린 신앙을 말하는 영성가들은 주로 가톨릭과 불교 배경인 경우가 많다. 이 참에 이상한 랭기지로 쓰여진 한글 성경도 쉬운 성경으로 바꾸는 열린 마음을 교회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너무 어려운 성경'을 얘기하는데도 그걸 고집하는 건, 정말 닫힌 태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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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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