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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잔치'에 일갈하는 시대정신
[이종호의 여시아독] '문익환 평전'을 읽으며
2010년 02월 19일 (금) 15:58:48 이종호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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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익환 평전' (김형수 지음, 실천문학사 2007년판)을 읽고 있다. 지난 연말 중앙일보가 운영하던  북카페 서점이 적자를 못이기고 문 닫을 때 떨이세일로 구입했던 책이다.

읽다 보니 정말 보석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인간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라는 게 이렇게도 훌륭할 수 있구나 싶어서다. 한국 현대사의 물줄기를 새삼 다시 더듬어 보게 됐고 기독교와 시대정신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한 책이어서 읽는 재미도 컸다.

마침 책장 한 켠 문익환 목사의 옥중서신집이 있어서  함께 읽고 있다. '목메는 강산, 가슴에 곱게 수놓으며' (사계절 간, 1994년)이라는 오래된 책인데 누렇게 바랜 책종이를 보니 언제적 사 두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문익환을 읽는 내내 이젠 정말 한국 교회에 문 목사 같은 사람이 설 자리는 다시 없는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침 순서가 되어 어제(18일)자 중앙일보에 쓴 칼럼에도 문익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교회 이야기를 몇 자 쓰게 됐다.  아래는 중앙일보에 실린 그 칼럼이다.

*   *   *

   
최일도 목사
'밥퍼' 목사로 유명한 한국의 최일도 목사가 다일교회 담임직을 내 놓았다는 기사를 최근 읽었다. 65세 정년을 11년이나 앞당긴 것인데다 교회로부터 받은 퇴직금도 장학금으로 전액 반납했다 해서 화제인 모양이다.

노숙자와 행려병자들을 향한 나눔 실천 한 가지로 20년을 달려온 분이라는 것 외에 나는 그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앞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또 계층간 갈등을 푸는 일에 진력하겠다는 그의 퇴임의 변을 읽으면서 한국 기독교의 또 다른 희망을 본다.

사실 요즘은 위기의 한국교회라는 말들을 참 많이 한다. 기독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얼마나 냉랭한지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교회는 여전히 수많은 자선을 베풀고 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칭찬보다 흉이 더 많다. 왜 일까.

돌아보면 한국 기독교의 지난 100년은 실로 위대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메시지로 백성들의 잠든 의식을 일깨웠다. 방방곡곡에 학교를 세워 인재를 길러 냈다. 1909년까지 장로교회가 세운 학교가 719곳, 감리교회가 세운 학교가 200곳이나 되었다. 수많은 병원을 세워 고통 받는 사람들도 치료해 주었다. 여성, 민권, 환경 등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교회가 세상을 이끌고 변화시켜 온 것은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한국 교회가 소수이면서도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매 시기마다 시대적 소명을 뚜렷이 자각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의 시대정신은 민족 독립이었다. 산업화 시대엔 평등이요 인권이었으며 궁극적으로 민주화였다. 그리고 분단 극복이요 통일염원이었다. 크리스천이라면 누구나 이를 위해 기도했고, 행동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마음의 빚만은 적어도 느끼고 있었다. 나와 내 가족이 잘 되고 예수 믿고 구원받아 천국만 가면 된다는 기복적 신앙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지금 교회는 세상 앞에 말할 수 없이 무력해 보인다. 독선과 아집과 맹목적 배타성을 그 원인으로 진단하는 이들이 많다. 교회 자체가 권력이 되고 권위주의화 되면서 급격히 보수화된 탓이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그것 뿐일까.

김형수가 쓴 '문익환 평전'(실천문학사 발행)은 신학자로, 목회자로, 그리고 시인이자 번역가로 불꽃같이 살다 간 늦봄 문익환 목사의 일대기다. 2004년 첫 출간된 이래 무수한 젊은이들로 하여금 시대의 아픔에 눈감지 않겠다고, 비겁하고 시시한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면 요즘 한국 교회의 문제도 결국은 양적 팽창에만 매달린 나머지 마땅히 지켜야 할 영성과 시대적 소명을 잃어버린 데에 기인한다는 결론에 이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고 문익환 목사

일제와 분단 그리고 독재에 맞서며 6번이나 옥살이를 했던 문익환 목사다. 그에 대한 보수 기독교 교단의 인색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는 기독 지성인의 용기와 결단이 어떤 것인지 행동으로 보여 준 사람이었다. 크리스천의 시대적 소명을 깨닫고 철저히 좁은 길로 걸어간 사람이었다. 진정한 평등 세상을 꿈꿨던 마틴 루터 킹 목사가 그랬던 것처럼, 불의의 히틀러에 분연히 맞섰던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가 그랬던 것처럼.

요 며칠 평전을 읽으면서 그가 몹시 그리워졌다. 늘 그들만의 잔치에 바쁜 이 시대 교회들을 향해, 또 이민 사회를 향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일갈해 줄 수 있는 큰 어른 한 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갈증 때문이었다.

그래서인가, 최일도 목사의 내려놓음이 한껏 신선하면서도 그런 것이 뉴스가 되는 교회 현실이 더욱 답답했던 한 주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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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3)
  좋은 글 감사합니다. 변변 2010-02-25 07:09:17
최근에 영어로 된 성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잘된 글인지 아닌지 평가할 능력이 없어서 그냥 읽습니다. 그런데 한글로 된 성경을 읽어보니 오늘날 한국인들이 쓰는 한국말이 아니라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습니다. 수백만명이 매일 읽고 인용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모던한 한국말로 바로 잡아야할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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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226)
  앗! 변선배님의 댓글을 뒤늦게 보았네요 강국 2010-03-06 23:45:07
그 한글 성경이 개역한글이라면 좀 어렵지요 (그 개역이 1961년에 한 것입니다). 최근에 수정되서 광범하게 쓰이는 개역개정을 보시면 훨씬 낫습니다만, 오역이 많다는 비판도 있고, 어떤 부분은 개역한글이 나은 부분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공동번역을 가장 좋아합니다. 문익환, 이현주 목사님과 신부님들이 공동으로 번역한 성경으로 천주교와 개신교의 화합을 보여주는 의미도 좋지만, 읽기 편하고 곳곳에 시적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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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89)
  좋은 글, 좋은 댓글 김종하 2010-02-20 22:35:21
감사합니다. 문 목사님 평전과 최일도 목사님 책들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추천0 반대0
(64.XXX.XXX.136)
  참, 최일도 목사님이 쓴 계속 강국 2010-02-20 13:45:13
"행복하소서"라는 본인의 일년 치 일기를 담은 책이 있습니다. 안 보신 분들 강추합니다. 꼭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마음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솔직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깊은 성찰을 쉽게 풀어냅니다. 오랫동안 울림이 마음에 남는 책입니다.
아울러 "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도 추천합니다. 부모라는 직분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줍니다. 참, 저는 최목사님과 last name이 같을 뿐 아무 관계도 없습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189)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강국 2010-02-20 13:39:02
"그들만의 잔치"에 바쁜 하나의 institution이 되어가는 현실, 참 안타깝습니다.
어제 우리 다락방 모임에서도 교회가 좀더 현실로 들어가서 LA의 변혁을 주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과, 이미 세상은 기울었고 성도들의 영적인 각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전을 벌였거든요.
이선배님 좋은 글 감사드리고, 양선배님 말씀대로 미디어에서 교회 선전에 가까운 인터뷰 기사보다도 이런 글들을 더 많이 실어 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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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89)
  정말 양민님 말씀대로 더 많이 거론하고, 깨우쳐야 한다고 봅니다 워낭 2010-02-19 11:53:49
필자의 글에서 "늘 그들만의 잔치에 바쁜 이 시대 교회들을 향해, 또 이민 사회를 향해,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일갈해 줄 수 있는 큰 어른 한 분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갈증 때문이었다."는 부분을 읽으며, 그런 삶의 모토를 바라기나 하는 삶을 살고 있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무관심은 무개념을 낳을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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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무관심이 무개념을 낳지만... 이종호 2010-02-19 13:27:43
...왜곡된 관심은 맹신, 광신을 낳지요. 이성과 합리성만 강조되면 아무래도 종교가 안되겠지만 그렇다고 이성이 배제된 신앙은 결국 님의 말씀대로 무개념 신앙으로 귀결되게 말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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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이런 이야기를 더 자주 양민 2010-02-19 09:29:25
언론매체에서 거론해야 합니다.
결국 그 것이 언론이 해야 할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뉴스라고 해서, 사실보도만을 너절하게 많이 늘어놓으면
우매한 독자들은 그 기사들 속에서 무엇을 골라 읽어야하는 지 잊어버리고
종교의 잘못된 점들에 세뇌되어버리고, 세태를 따라가버리는 일이 많지 않아요?
종교란의 기사배분도, 더 지적하고, 반성을 촉구하고, 귀감이 될 일들을 찾아내어
교육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우탁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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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XXX.XXX.7)
  신문의 종교섹션은... 이종호 2010-02-19 13:29:15
정말 님의 지적대로 만들어져야 하는데...우리의 힘이 많이 모자랍니다. 늘 지도편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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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범인과 영웅 김지영 2010-02-19 02:50:40
그 차이는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바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들.
역사는 그런 사람들을 기억하지요.
추천0 반대0
(68.XXX.XXX.141)
  연말 관악연대 송년 파티때.... 이종호 2010-02-19 13:22:02
하셨던 말씀 기억합니다.“I’ll be there for you.”라고...
너가 힘들 때 내가 옆에 있어 줄께라는 마음이 있어야 무엇이든 실천할 수 있겠지요.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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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85년 혹은 86년? 임유 2010-02-18 23:45:24
개인적으로 참으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던 때였습니다. 여러 이유로 휴학했던 친구들이 하나 둘씩 아크로에 모여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문목사님을 뵈었었지요. 그때 무슨 말씀을 하셨었는지는 가물하지만, 쏟아지는 최루탄 가스에 그야말로 눈물범벅이 되었던 기억만은 또렷합니다. 오랜동안 잊고 살았었는데... 선배님 글을 읽다 문득 그리움에 한참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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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3)
  문익환 목사님은 이종호 2010-02-19 11:58:20
한신대 교수로 구약의 대가였다죠. 우리가 읽는 천주교 개신교 공동번역 성서도 그분의 변역에 힘입었고...책에서 어린 시절 간도에서 윤동주와 함께 자란 이야기, 남북 휴전협정 당시 미국측 통역을 맡았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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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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