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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떡이 되어버린 피자를 받아든 손님의 표정은....
내가 겪은 가장 황당한 일 by 양민
2010년 01월 12일 (화) 12:56:26 양민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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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집 밖에는 모르며 살던 젊은 날. 뭔가 생활에 도움이 될 일을 찾던 중에, 다니던 교회목사님의 나랑 동갑내기 아들이 작은 피자집을 Van Nuys의 한 큰길가에 열었다. 피자딜리버리를 해보겠냐는 말에, 물론이지 당근이지라고 시작하였다. 학교에 갔다가 돌아와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딜리버리하는 알바였다. 하루 피짜 30판 정도, 그 외에 라사냐, 파스타, 치킨 등을 팔고 당시 하루매상 3-400불 정도 되는 작은 집이었다.

내가 하루 딜리버리해야 하는 집은 대개 10곳에서 15곳. 특히 저녁시간 때에 집중적으로 바쁘고 절반의 시간은 그냥 대기해야 하는 지루한 잡이었다. 그러나 바쁠 때는 정신없이 바빴다. 시간당 1불50전을 받고, 배달한 집에서 주는 팁을 챙기면 하루 30-40불 얻어갈 수 있어서 주3일 그런대로 괜찮은 일거리였다. 대개의 손님들은 정말 미국말로 Keep the change 라고 하면서 거스름 돈을 받지 않는 것이 팁이었는데, 노인들이나 좀 사는 사람들은 지폐로 따로 1불이나 2불을 쥐어주면, 속으로 앗싸 좋다 를 외쳤다. 가끔 뭔 좋은 일이라도 있는지 5불을 주는 사람도 있었다.

때는 1985년 8월의 어느 날이다. 그 날은 무척 바빴다. 바쁘면 정신없고 힘은 들어도 돈이 된다는 게 즐거워 괜찮았다. 초저녁인데 눈도 코도 못뜨고 정신없이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주문이 몇개 밀려, 손님들을 꽤 기다리게 하고 있었다. 나의 사랑하는 애마 닷선810은 84년도부터는 베스트셀러가 됐던 닛산맥시마의 전신이다. 비록 에어콘없고, 스틱쉬프트였지만, 내가 이제것 타본 많은 고급차들보다 가격 대비 가장 reliable했던 차였다. 한마디로 작지만 주인이 정성껏 주는 녹이라면 감사히 받고 목숨바쳐 최선을 다하는 충신같은 오른팔같은 조강지차였다. 

그날도 열심히 주인님의 생계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애마에 올라타, 피자를 넣은 빨간 비닐백을 두개 샷건자리에 않혀놓고 손님 댁으로 밟아라 밟아하고 있었는 데, 그때 만해도 내 운전 실력이 일천했던지라, 사거리 근처에 오면 언제 노란불이 되나 조바심을 내며 좌우를 살피며 사거리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이제 저 사거리만 지나면 수백야드 전방에 파킹할 자리를 찾고, 주차한 후 길을 건너 콘도빌딩 문앞에 있는 인터컴을 누르고 “피짜”하면 문이 열리고, 홋수를 찾아 벨을 누르고 피짜를 거네면,... 몇번 와 본 경험에 의하면 사람좋은 이 손님은 최소한 2불을 건네줄 것이고…. 생각을 하면서 사거리를 진입하기 직전이었다. 

당시 내가 배운 운전법은 사거리 전방 1,2초 전에 아직 파란불이면 휙 지나가고, 노란불이면 서는 것이었다. 지금이야 적당히 몸에 밴 대로 노란불이 들어와도 빨간불 되기 전이면 그냥 사거리로 진입해서 건너 가지만 그 때는 지금보다 더욱 순진하고 준법정신도 빠듯할 때여서 항상 배운대로 결심한 대로 할 때였다. 휙 지나가기로 마음을 먹은 순간 바로 그 순간 재수없이 불이 갑자기 노란불로 바뀌는 것이었다. 입력된 대로 내 두뇌는 자동으로 내 오른발을 브레이크페달 위로 순간이동을 시켰다. 평소보다 0.1초 늦었다는 것까지 감안한 이 똑똑한 뇌는 내 발에게 브레이크를 꽉 밟으라는 지시를 내린갑다. 이와 동시에 내 머리에서는 이미 내린 지시와는 상충되는 명령을 같은 발에 내리는 것이었다. 꽉 밟으면 피자백이 좌석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꽉 밟으면 안된다. 꽉 밟아라. 꽉 밟지마라. 꽉 밟아라. 꽉 밟지마라.

영겁같이 길고 괴로운 찰라가 지나고, 똑똑한 내 발은 손해를 보더라도 안전을 택하겠다는 자가결정을 내렸다. 도로면을 꼭 잡겠다는 내 애마의 타이어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삐끼끼삐삐이이이크.   

차는 사거리전 금을 조금 지나가 잘도 섰고, 차가 완전히 서기 전에 내 오른손은 떨어지는 피자백을 잘도 잡아냈다. 그러나 아뿔싸 피자백이 두개였지. 밑에 있는 백은 이미 절벽에서 고꾸라지는 버스가 코를 땅바닥에 처박듣이 의자밑 바닥에 코를 밖고 말았다. 이를 어째. 신호가 바뀌고 차를 세우고 백을 열고 케이스를 꺼내 뚜껑을 여는 내 이마 옆으로 뜨거운 땀이 주룩 흘렀다. 오마이갓.

이렇게 처첨한 몰골을 한 피짜는 난 첨 봤다. 따끈 따끈한 피짜는 크러스트 밀가루 부분이 거의 원래의 3분의 1로 짜부러져 버렸고, 치즈와 탑핑들도 완전 구겨져서 한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좀 펴질래나 하고 어떻게 해보려고 했으나 전혀 복구가 불가능한 처참한 상황…늦지 않았다면, 모른 척 다시 돌아가 다시 만들어서 좀 늦게 갖다 주면 되는데, 이미 배달은 늦었고, 주문한지 45분이 되었을 때다, 셀폰도 없을 때다. 다시 가서 다시 만들어 다시 오기엔 너무도 늦은 시간이었다. 할 수 없었다. 일단 들어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좋겠다. 가서 이 처참한 모습을 보여주고 이해를 구하자. 다시 해 오겠노라고.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으로 가,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피짜” 라고 하고, 현관에서 기대에 찬 손님의 얼굴에 차마 할 수 없는 말을 어떻게 영어로 하나 열심히 주섬주섬 말을 조합할 때 문이 열렸다.
“음. 쏘리. 아이민. 아이스탑트 휀 더 라이트…” 하면서 케이스 뚜껑을 연 순간, 슬로비디오처럼 변하는 손님의 표정. 당신은 보았는가? 저 처참하게 전사한 자신의 저녁 피짜의 모습을 보고 일그러지는 표정을…큰 충격에 휩싸여 나에게 뭐라 불평한 마디 못하고 받아든 그 처참한 몰골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천천히 돌아서며 망연히 뒤로 뻗어 내미는 그 의 손에서 피자값을 받아쥐며 어찌할 줄 모르고 서, 문이 닫기는 그 순간 다시금 순간적으로 지나간 영겁같은 길고 고뇌스런 시간....아직도 잊지 못한다. 나는. 그의 표정을...

이렇게 난 다 꾸겨진 피짜를 건네주고 팁 2불을 챙겨 왠지 모를 슬픔에 터덜터덜 그 콘도를 빠져나왔다. 정말 미안했다. 그리고 *팔렸다.

PS. 뭐, 그래도 맛이 크게 달라지거나 하진 않았을 테니까 잘 먹었으리라 자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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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25)
  볼보 광고 김문엽 2010-01-12 23:43:02
사실 몇년전에 볼보 자동차 광고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지요. 그때는 차가 급정거하니까 타핑만 한쪽으로 쏠리는 장면이었는데 양민님 경우는 통째로 다 쏠렸네요. 양민님 경험이 오리지날이니 지금이라도 볼보에 연락해서 카피라이트 요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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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2)
  그러니까 내겐 황당했어도 양민 2010-01-13 12:29:13
이게 아마도 상당히 자주 있는 일인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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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양민님 황당 시리즈 김종하 2010-01-12 19:37:22
넘 재밌어요. 묘사가 정말 예술이십니다. 계속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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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XXX.XXX.91)
  프로의 칭찬 2010-01-13 12:29:44
감사 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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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대단한 묘사력에 감탄하며 이현림 2010-01-12 19:13:26
재밋게 잘 읽었어요.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피짜라고 하는 대목이 압권입니다.너무 웃어 눈물납니다.
추천0 반대0
(67.XXX.XXX.146)
  웃으셨다니 2010-01-13 12:30:54
감사..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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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국문학사에 길이 남을 묘사 워낭 2010-01-12 16:09:11
생생한 묘사에 전율감을 느꼈습니다. 특히 브레이크 밟을까 말까 하는 부분의 묘사란...김훈도 흉내내지 못할 국문학사에 남을 명장면으로 길이 남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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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73)
  동감입니다 2010-01-12 16:31:55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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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198)
  이런 감읍스러울 대가 양민 2010-01-12 16:29:57
잘 봐줘 고마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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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피자가 빈대떡실신 해도 이충섭 2010-01-12 11:51:40
"양에는 변함이 없죠."
추천0 반대0
(99.XXX.XXX.225)
  질량 불변의 법칙--역시 물리학박사야 양민 2010-01-12 16:27:17
다음엔 뭉쳐서 갔다 줄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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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윤곽을 들어낸 LA 황당파 이상대 2010-01-12 10:44:10
오야붕 (양민)-- 지분 20%, 출고 일자가 조금 앞선 관계로 명목상 바지 사장격. 전직 피자 배달부 (우편 배달부 친구),
대사부 (이경훈)-- 지분 51%, 황당파의 원조, 지존. 취미 아크론 놀래키기, 기천문, 잠자기, 자전거 타기.
수석 수제자 (켈리)-- 지분 미정, 취미 사과 재배, 사과쨈 만들기 특기 쭈나미 논문수 부족하나 잠재력 무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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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198)
  섭섭해 마세요 상 to 민 2010-01-12 17:20:32
오야붕님 지분이 적다고 섭섭해 마세요. 20%는 철벅지 창립 총회에서 제가 받은 지분이라.
추천0 반대0
(71.XXX.XXX.198)
  조직원 모집 2010-01-12 10:46:32
아직도 많은 자리 비어있슴, 수제자, 꼬붕, 꼬다바리, 시바바리, 따까리, 똘만이, 훈련생등.
늦게 조인해서 뒷자리라고 불만하기 없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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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198)
  특기사항 2010-01-12 10:47:55
얼마전 Rap Choi 라는 분이 황당파에서의 지분 확보에 실패하자 불만을 품고 일명 당황파 설립을 기도하다 발각되자
회사에서의 전출을 가장한 출국 시도 중이라는 첩보. 금요일 환송파티가 그자의 체포 여권 압수 구금의 절호의 기회, 미래의 우환 세력은 싹을 짤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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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198)
  양민님의 진실 피터장 2010-01-12 09:28:36
한 용기가 살려 주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그 당시에 피자 오믈렛을 가지고 피자라고 우겼으면, 바로 죽음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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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87)
  감사합니다. 양민 2010-01-12 16:28:19
이렇게 형이상학 적으로 평가해 주시니...또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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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제 생각에는 그 피자보다 이경훈 2010-01-12 08:41:58
양선배 얼굴이 더 빈대떡으로 변했을 것같습니다. ㅋㅋㅋ.

어휴...그런데 오후 3시부터 12시까지 배달하면 공부는 언제 했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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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83)
  Study can wait but Eat cannot. 양민 2010-01-12 11:39:55
공부야 시간 남을 때 쪼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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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쓰고 보니 괜찮은 속담같은데 2010-01-12 11:46:43
영어는 안되어도. 뭐 이런게 이디엄이나 속담의 시작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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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피자 이병철 2010-01-11 22:11:55
전 피자집에서 busboy 해봤는데, 다 먹지 않아 남아있는 음식량에 많이 놀랐지요. 못사는 국가의 국민들이 보면 죄 받겠다 싶을 정도로 많이 남기던데... 양선배도 배달 경험이 있으시군요. 같이 피자 한 판 해야겠습니다. 잘 읽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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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XXX.XXX.193)
  피짜가게 하나 차립시다 김문엽 2010-01-12 23:37:34
솔직히 저도 미국에 처음와서 누나네가 피짜가게를 해서 한동안 열심히 피짜를 구웠지요. 배달은 안 하던 가게라 배달경험은 없는데, 피짜가게 하나 차리면 제가 열심히 굽고 양민선배님은 열심히 배달가고 병철선배님은 열심히 치우면 되겠네요. 그리고 피짜소스 냄새 김치냄새 저리가랍니다. 샤워해도 안 없어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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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2)
  꾸겨진 피자 전문집? 을? 양민 2010-01-13 13:36:54
장사가 될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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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언제 남은 거 빈대떡해 볼까 양민 2010-01-12 16:29:07
그러지. 내 한 판 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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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51)
  저도 빈대 좀 붙읍시다 2010-01-13 23:35:59
저 귀빈(귀잖은 빈대)인데요.
일명 빈대떡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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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XXX.XXX.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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