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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갈 땐 조심, 안 풀릴 땐 버텨라
민경훈 동문, 두 번째 저서 ‘모래 속의 타조’ 서문
2010년 01월 11일 (월) 16:52:05 민경훈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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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동문이 책을 펴냈다. 두번째 책이다. <모래 속의 타조>. 가끔씩 맛보던 민경훈 동문의 깊이를 이 책을 통해 후회없이 즐길 수 있다. 여기서는 그 책의 서문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민경훈 동문의 두번째 저서 표지
서양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하나 들라면 성경이 꼽힐 것이다. 구약과 신약,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어느 쪽일까. 아마도 구약을 택해야 될 성 싶다. 기독교인들만 성전으로 받들고 있는 신약과 달리 구약은 회교와 유대교 공통의 경전이다.

유대인들은 구약을 ‘타낙’(Tanak)이라고 부른다. 소위 ‘모세의 5경’인 토라, 예언서들을 묶은 네빔, 기타 저술인 케투빔의 머리글자를 딴 것이다. 이중에서도 단연 중요한 것은 토라다. 예수가 ‘가장 큰 계명’이라고 가르친 ‘하나님에 대한 사랑’(신명기)과 ‘이웃에 대한 사랑’(레위기)도 여기서 따온 것이다.

모세의 5경 가운데도 으뜸을 차지하는 것은 창세기다. 야훼가 인간과 천지를 창조한 이야기, 에덴 동산과 낙원 추방, 카인과 아벨, 바벨탑과 노아의 홍수,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등 서구 정신세계의 주 모티프가 된 이야기가 모두 여기 나온다.

그 가운데서도 중요한 것이 ‘요셉과 그의 형제들’ 스토리다. 창세기의 1/4이 이 형제들 이야기다. 20세기 최대 작가의 한 사람인 토마스 만은 이 이야기를 소재로 ‘요셉과 형제들’이라는 장편 소설을 쓰고 이를 자신의 대표작으로 여겼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간단히 줄거리를 소개해 보도록 한다. 야곱은 12명의 아들 중 유독 늦게 얻은 요셉을 편애한다. 무지개 빛깔의 옷을 지어 입히고 형제들의 잘못을 고자질 하는 일까지 시킨다. 거기다 요셉은 형제들이 자신에게 경배하는 꿈까지 꿨다는 자랑을 늘어놓는다.

평소 그를 증오하던 형제들은 기회를 틈타 그를 죽이려다 결국 이집트에 노예로 팔아넘기게 된다. 야곱에게는 염소의 피를 묻힌 무지개 옷을 가지고 와 요셉이 죽었음을 알린다. 아버지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요셉은 졸지에 밑바닥으로 떨어지지만 파라오의 경호실장 보디바의 눈에 들어 그의 비서실장으로 승진한다.
한 동안 잘 나가던 그는 보디바 아내의 유혹을 물리쳤다 오히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힌다. 두 번째 바닥으로의 추락이다. 그러나 그는 좌절하지 않고 때를 기다리다 파라오 신하의 꿈을 해석해내고 이것이 인연이 돼 ‘7년 풍년, 7년 흉년’의 메시지가 담긴 파라오의 꿈을 해석하게 된다.

결국 그는 이집트 총리의 자리에 오르고 자기 형제들은 식량을 구하러 와 그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그는 형제들을 시험하기 위해 누명을 씌워 꾸짖지만 그들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을 해친 형제들을 용서하며 한때 원수였던 형제들은 화해하며 진정한 형제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다.

요셉 스토리가 주는 교훈은 많다. 첫째는 부모의 편애는 형제애를 해친다는 점이다. 부모의 편애로 형 에서와 원수가 됐던 야곱은 부모의 잘못을 그대로 되풀이 했다. 둘째는 남을 속이면 자신도 결국 속는다는 점이다. 양털로 에서인 것처럼 위장해 아버지 이삭으로부터 장자 상속권을 받은 야곱은 자식들이 내민 염소의 피가 묻은 옷에 요셉이 죽은 것으로 속고 만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는 세상에는 좋은 시절과 나쁜 시절이 반복해 돌아온다는 것이다. 작게는 요셉 개인의 일생도 기복으로 점철돼 있고 크게는 이집트와 중동 전체가 그렇다. 성경은 파라오의 꿈을 통해 7년의 풍년 다음에는 7년의 흉년이 예비돼 있음을 가르친다. 여유가 있을 때 반드시 찾아올 어려운 시절을 대비하는 것이 세상을 사는 지혜다.

이 간단한 이치를 실천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호시절이 오래 가면 갈수록 사람들은 이것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 생각하며 평소 근검절약하던 사람도 방탕해진다. 가난했던 사람도 부자가 되면 사치와 향락에 빠지고 겸손했던 사람도 오만해진다.

요셉이 아버지의 총애를 받지 않았던들 그토록 오만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며 스스로 몸을 낮춰 형들을 모셨더라면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 잘못을 한 후에야 뉘우치는 것이다.
이집트 총리가 된 요셉은 형제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들을 탓하거나 자신의 위용을 뽐내는 대신 “하나님이 생명을 구하기 위해 먼저 나를 보낸 것”이라고 오히려 위로한다. 형제들이 자신을 경배하는 꿈 이야기를 하던 요셉과는 많이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겸손과 아울러 요셉 스토리가 찬양하는 덕은 꿋꿋함이다. 그는 노예로 팔려가서나 감옥에 던져져서나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최선을 다했다. 그가 보디바의 비서실장이 된 거나 간수장의 비서가 된 거나 모두 거저 주어진 자리는 아닐 것이다. 

서양 문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 성경이라면 동양, 그 중에서도 중화권에 제일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은 무엇일까. 중국의 양대 사상은 유교와 도교다.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 두 학파가 공통으로 숭상하는 경전이 있다. 주역이다.

종종 ‘점치는 책’으로 비하되기도 하지만 그렇게 만만히 볼 책은 아니다. ‘위편삼절’이라 해 공자는 이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 끊어질 때까지 읽었고 조선 최대 학자로 꼽히는 정약용이 10년이 넘는 긴 유배 생활 동안 가장 열심히 읽은 책도 이것이다. 그는 이 책에 대한 해설을 수없이 고쳐 쓰면서 이를 공부하는 것을 자신의 가장 큰 기쁨으로 삼았다.

주역은 64괘를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를 가르친 수신서다. 여러 괘중 가장 중요한 ‘건괘’는 물속에 잠긴 용(잠룡)이 대지에 모습을 드러냈다(현룡) 하늘로 올라(비룡) 기세를 떨친 후 오만방자한 항룡이 되는 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항룡유회’, ‘항룡에게는 후회가 있을 뿐’이라는 게 건괘의 가르침이자 주역 전편을 흐르는 메시지다. ‘천덕은 머리가 되지 않는 것’(천덕 불가위수)이며 ‘여러 마리의 용이 날아가도 머리를 가리면 길하다’(견균룡 무수길)는 것이다.

주역은 ’겸괘‘를 통해 겸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하늘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덜고 겸손한 것에 보태며 땅의 도는 가득 찬 것을 바꿔 겸손한 데로 흐르고 귀신의 도는 가득 찬 것을 해하고 겸손한 것에 복을 주며 인간의 도는 가득 찬 것을 싫어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고 못 박고 있다.
주역이 겸과 함께 가장 큰 덕으로 여기는 것은 ‘꿋꿋함’(정)이다. 건괘 다음으로 중요한 곤괘는 이 덕의 상징으로 암말(빈마)을 든다. 겉으로는 유순한 것 같으면서도 지치지 않고 천지를 달리는 암말의 강인함이야말로 인간이 본받아야 할 덕이라는 것이다. ‘현빈’은 노자 도덕경에도 천지의 근원적 힘을 상징하는 동물로 나와 있다. 곤괘는 ‘오래 꿋꿋하면 이롭고 이것이 만물의 큰 마무리’라고 결론짓고 있다.

세상은 쉬지 않고 바뀌며 잘 나갈 때 겸손하고 잘 안 풀릴 때 꿋꿋하라는 것은 바로 ‘요셉’의 메시지다. 결국 동서양 고전의 가르침이 신기하도록 일치하는 것이다. 인간이 어떤 제도, 어떤 문화, 어떤 사회에 살더라도 이이상 만고불변의 진리는 없다는 것을 옛 성현들은 말해주고 있다.

지금 세계는 대공황 이래 유례없는 불황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이번 불황은 90년대 말 인터넷 버블과 그 붕괴,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려다 다시 부푼 부동산 버블과 그 붕괴의 필연적 결과다. 증시와 주택 광풍이 불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위험을 경고했으나 이는 무시됐다. 이번 금융 위기가 터지자 영국의 엘리자벳 여왕은 “어째서 아무도 이런 사태가 오리라는 것을 몰랐나”고 물었다고 한다. 아무도 모른 것이 아니라 경고를 들을 귀가 없었던 것뿐이다.

어떤 불황도 어떤 호황도 반드시 끝난다. 사상 최악의 불황이던 대공황도 결국은 끝났고 인류는 그 후 수 십 년 간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번 불황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고 그 후에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호황이 도래할 수도 있다.

장기 호황이 방탕함과 부주의, 낭비를 부추겨 불황의 싹을 키우듯이 불황은 검소와 조심, 아낌을 길러 호황의 씨앗을 낳는다. 불황과 호황의 되풀이는 흉년과 풍년의 반복같이 바뀌지 않는 세계의 원리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변화하는 세상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것뿐이다. 동서양의 현인들은 일찍부터 그 길을 가르쳤다.
로마의 명장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는 숙적 카르타고를 물리친 후 그 폐허 위에서 “언젠가는 로마도 이렇게 되겠지”라며 눈물을 흘렸다 한다. 잘 나갈 때 조심하고 안 풀릴 때 버티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사는 큰 지혜다.  

   
민경훈, 법대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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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7)
  쑥스럽습니다 김문엽 2010-01-13 00:16:12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하시면서 쓰신 글을 보면서 지난번 저의 글이 마치 불도저 앞에서 삽질한 것 처럼 느껴져 좀 쑥스럽네요. 좋은 글 감사하고 책의 본문 내용이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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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2)
  버티기 작전 피터장 2010-01-12 06:46:47
으로 지금의 불황을 잘 극복하여 호황이 올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호황이 오더라도 불황이 다시 올 때를 대비하여 잘 준비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 책을 반드시 사서 자세히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204)
  모래 속의 타조? 이상대 2010-01-11 15:07:33
책명을 '모래 속의 타조'라고 하셨는데 무엇을 염두에 두고(혹은 무엇을 상징하는지) 고르신 건지 짧게 설명 부탁 드려도 되겠습니까?
추천0 반대0
(71.XXX.XXX.198)
  좋은 글 적은 시대에 양민 2010-01-11 13:36:15
좋은 글 많이 쓰셔서
독자들에게 양식에 되게 해 주세요.
추천0 반대0
(99.XXX.XXX.51)
  축하 드립니다 김성수 2010-01-11 12:02:58
좋은 글 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나갈 때 겸손하고, 잘 안 풀릴 때 꿋꿋하라...꿋꿋하게 버텨야 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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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211)
  축하드립니다. 이경훈 2010-01-11 08:23:16
또 힘든 매듭을 하나 풀었군요. 서문만 봐도 이 책이 얼마나 장엄할지 상상이 갑니다.
추천0 반대0
(75.XXX.XXX.83)
  민경훈님의 글은 이원영 2010-01-11 00:13:44
읽은 이들로 하여금 너무나도 냉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분석적인 글로 알려져 있습니다. 항간에 민경훈님의 글대로 하면 돈을 벌거나, 적어도 많이 잃지 않는다는 말이 나돌기도 한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0 반대0
(75.XXX.XXX.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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