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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에서 내딛는 심정으로 던져버리면..
신복례의 깨장 체험기
2009년 10월 14일 (수) 22:44:28 신복례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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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로 자유게시판에 올라있는 ‘깨장 아세요’란 제목을 보고 한참을 상념에 잠겼습니다. 저는 한때 제 삶을 ‘깨장’ 이전과 이후로 나누곤 했습니다. 정든 땅 떠나 이국땅에서 녹녹치 않은 이민생활을 하면서 그래도 위안을 삼았던 건 미국에 온 덕분에 ‘깨장’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살아온 삶과 세상을 전혀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앞길도 훤히 비춰주고 그래서 그때는 새털처럼 가벼워진 마음이 행복감으로 꽉 찼었는데, 지금은 그때의 그 희열이 아득하게만 느껴지네요.
불현듯 생각나 옛날에 쓴 기사를 뒤졌습니다. 2004년 10월입니다. 그때 참 많이 싸웠었지요. 낡은 가방을 부여잡고 못내놓겠다고, 내것이 아닌줄 알지만 지금 나한테 와있으니 내가 좀 쓰면 안되느냐고, 비싸지도 않은 싸구려 가방인데 이 정도는 내가 가지면 안되겠느냐고. 그러다 결국 절벽에서 한발 내딛는 심정으로 그 가방을 내어주고 나서 느꼈던 편안함과 날아갈듯한 자유스러움이란...
얼마전 저는 제가 지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았습니다. 너무 무거운데, 매고 있기가 참 힘든데, 그 가방이 있어야만 할 것같아서, 내려놓으면 앞날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내 자신이 망가지는 걸 뻔히 보면서도 어떻게든 부여잡고 있던 가방을 눈딱감고 내던졌습니다. 그러고 나니 지금 자유스러움까지는 아니지만 뻣뻣하던 뒷목은 좀 풀린 것 같네요. 그게 무엇이 됐든 붙잡고 있는게 힘들 때 그냥 딱 내려놓음은 마음 뿐 아니라 몸에도 효과좋은 약인가 봅니다.
혹시나 깨장에 관심있는 분들이 있을까 싶어 제가 2004년 10월 깨장 다녀온 직후 썼던 기사를 올려봅니다.

   
신복례 기자가 체험한 정토회 ‘깨달음의 장’
나를 버린 순간에 얼굴엔 미소가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쿠야마밸리에 있는 정토수련원에선 제300차 깨달음의 장이 열렸다. '깨달음의 장'은 주관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물을 '정말 있는 그대로' 잘 살펴보게 함으로써 단박에 법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수행 프로그램이다. 법의 이치를 깨달아 어떤 상황에서도 괴로움이나 분노 미움 등 자신의 감정이나 고집에 끄달리지 않고 늘 평화롭고 자유로운 마음 상태에 머물게하는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불교 수행공동체인 정토회가 주관하지만 종교적 색채를 배제해 목사나 수녀 등 타종교인들도 많이 참여한다.

참가자는 모두 13명이었다. 엄마나 딸의 권유로 혹은 아내나 남편의 권유로 아니면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뒤 너무나 변한 친구의 모습을 보며 "도대체 그게 뭔데"하는 궁금증에 먼 길을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큰 방에 넓은 원을 그리며 동그랗게 둘러 앉았다. 깨달음을 향한 4박5일간의 여행을 안내할 유수스님과 그를 도와줄 돕는 이가 수련방으로 들어섰다. 모두들 반은 긴장되고 반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안내자의 입을 향했다.

"유재원씨"
"예"
"당신은 누굽니까?"
"유재원입니다."
"유재원이란 이름이 당신입니까?"
"아닙니다. 유재원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입니다."
"유재원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이면 다 당신입니까?"
"아닙니다. 유재원이란 이름으로 이 몸을 빌어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유재원씨"
"예"
"유재원이란 이름으로 이 몸을 빌어 살고 있다고 말하는 당신은 누굽니까?"
"접니다."
"유재원씨"
"예"
"저라고 말할 때 그 저가 누굽니까?"
"바로 접니다. 저"
"유재원씨"
"예"
"당신 누구요?"

깨달음을 향한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누구의 아내다, 누구의 엄마다, 여기 이렇게 앉아 있는 이 몸이라고 답해도 소용이 없었다. 빛에서 온 영혼이라고 해도, 모든 욕망의 근원이라고 해도, 나는 나라고 우기다 모른다고 머리를 휘저어도 "당신 누구요?" "왜 그게 당신이냐?"는 안내자의 질문은 부메랑같이 되돌아왔다.
자기라고 믿고 고집했던 것들을 가차없이 떨궈내게 하는 안내자의 물음에 13명 남녀의 얼굴은 짜증 분노 답답함 그리고 지겨움으로 서서히 일그러져 갔다.
몇시나 됐을까? 자정을 훨씬 넘겼을 시간 참가자들은 더 이상 '나만의 나' '이게 나'라고 고집할 것을 내놓지 못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나만의 나는 있다"며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렸지만 마음 속에선 "도대체 나는 누구란 말인가" 스스로를 향한 서늘한 질문이 또아리를 풀며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다음 날은 더 힘겨운 씨름을 벌여야했다.
"제 돈을 빌려간 뒤 일부러 파산을 하고 돈을 갚지 않는데 어떻게 화가 안납니까?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기는 다른 사업 차려서 잘 살고 있으면서 우리는 그 돈 때문에 집까지 넘어가고 조그만 아파트로 이사해야 했어요. 와이프가 그 때 얼마나 괴로워했는지 아십니까?"
"그런데 왜 화가 납니까?" 안내자의 목소리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언제나 감정이 실리지 않은 한결같은 톤이었다.
"갚아야할 돈을 안갚잖아요."
"그 사람이 돈을 갚지 않을 경우 다른 누군가가 100억을 준다고 했다면 그 사람이 돈을 갚지 않는 것 때문에 화가 나겠습니까?"
"그렇지는 않지요."
"그런데 왜 화가 났습니까?"
"그 돈이 없어서 집이 넘어갔는데 어떻게 화를 안내요."
"그러면 화를 내서 돈을 받았습니까?"
"못받았지요."
"그런데 왜 화를 냈습니까?"

엄마 아빠가 폭력적으로 싸웠던 어린시절 상처 때문에 괴로웠던 신아무개씨, 사귀는 남자마다 헤어지는 아픔을 겪어야했던 김아무개씨, 고집센 부인 때문에 이혼을 생각했던 안아무개씨, 자신을 괴롭힌 시어머니가 너무도 미웠던 이아무개씨…. 각자의 슬픔과 분노 미움과 괴로움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며 안내자와 하루종일 사투를 벌였던 이들은 어느새 "내 생각이 옳다"는 한 생각에 사로잡혀 스스로 화내고 괴로워하며 슬퍼했던 옛 모습을 되돌아보며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때 왜 화를 냈을까."

물론 "이건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끝내 귀를 막고 마음을 닫고 안내자를 외면하거나 "무슨 답이 듣고 싶은거냐. 모른다는데 왜 자꾸 사람을 괴롭히냐"며 화를 내고 진저리를 치는 참가자도 있었다.

1명씩 돌아가며 진행되는 안내자와의 일대일 문답을 들으면서 "저사람은 어쩜 저렇게 남의 말을 귀기울여 듣지 않을까" "조금만 돌려 생각하면 자기가 옳지않다는 걸 곧 알게 될텐데" "저게 저렇게 고집부릴 일이 아닌데"…그러나 안타깝게 때론 한심하게 바라봤던 그들의 모습이 바로 나 자신의 어리석은 모습임을 알아차리는데엔 그리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갔다.
3일째는 최후의 결전일이었다. 서로의 존재를 걸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는 전쟁터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졌다. 손에 들고 있는 패는 물론 바닥에 깔려있는 패 마음 속에 그려놓았던 패까지 모두 내주고 말았다. 이제는 죽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눈을 떴을 때 우리 모두는 웃고 있었다. 그것도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너무도 활짝 웃음짓고 있었다.
"마음만 열면 우주만물의 이치를 깨닫는게 이리도 쉬운 일이었구나." 수련원 문을 나서는 발걸음은 참으로 홀가분했다. "집에 돌아가면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 마음에 평안이 깃들게 해야지."

[취재후기]
정토수련원은 수련내용과 방법을 구체적으로 기사화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했다.
참가자가 수련방법을 미리 알 경우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체험을 통해, 깨달음이란 책을 읽고 얘기를 들어서 깨칠 수 있는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직접 맛을 봐야 알 수 있는 것임을 알게 됐다. 소금이 짜다는 걸 알기 위해 수천 페이지의 책을 읽고 유명한 사람의 얘기를 듣느니 한번 소금맛을 보면 한 순간에 그 맛이 짠 것을 아는 것처럼. 하지만 프로그램의 70% 이상은 기사화하지 않았다.
이제는 나의 도반이 된 13명의 참여자들은 서로를 전혀 모른 채 함께 여행을 시작했었다.
그리고 며칠전 한 도반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나는 우주"라고 빡빡 우기던 도반이다. "힘들었지만 즐겁고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어요. 안내자님이 우리 손에 쥐어주신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를 잘 이용해서 자유롭고 괴로움이 없는 삶을 살게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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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0)
  깨달음의 장 이경희 2009-10-14 18:37:40
김 판건 동문한테서 얼마전 깨장 얘기를 들었고 신보래 동문의 글 역시 잘 읽었습니다. 매일 일에 치여 사는 고단한 삶, 저 역시 그곳에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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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62)
  '깨장'이라는 생소한 말에 김종하 2009-10-14 14:40:31
저는 첨에 무슨 '깨소금'같은 양념인가 했습니다.
보래님 글 읽으니 '깨달음'이란 게 결국 자신을 '깨는' 것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댓글 달면 되나요, 범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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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XXX.XXX.91)
  깨달음과 내려놓음 차재윤 2009-10-14 14:37:25
나도 요즘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볼려고 이것저것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깨장에서 말하는 깨달음과 내려놓음이 같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처럼 만만치 않네요. 미련과 두려움이 많아서 그렇겠지요. 상담도 다내어놓으면 비른 길로 채워주는데, 왜들 그렇게 숨기는지. 결국 자기손해. 알면서도 못하니, 바보이지요. 이제는 다 내려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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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50)
  이런 주제는 정말 댓글 달기 힘드네 범선 2009-10-14 14:33:41
잘 읽었습니다. 많이 느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깨달음 참 중요하지요. 뭐 이런 토막 중에서 하나만 댓글로 남겨도 감사합니다.
추천0 반대0
(66.XXX.XXX.1)
  엥! 이게 뭔말 1 신복례 2009-10-14 13:34:09
놀라서 들어왔더니 판건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기사를 썼을 당시에도 깨장 진행측 내부에서 너무 많이 말한게 아니냐는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기사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문의를 했고 그 다음번 깨장에 참가한 사람들도 유례없이 많았던 데다 당시 스님도 괜찮았다고 해서...
사실 우리가 살면서 깨닫는 세상이치라는 것이 생판 몰랐던 것이 아니라 다 아는 것이었음에도 어느날 문득 베갯머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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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8)
  엥! 이게 뭔말 2 신복례 2009-10-14 13:34:00
눈물을 흘리며 절절하게 느끼고 그래서 자신만의 깨달음이 되듯이 깨장도 전혀 몰랐던 새로운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머리가 아무리 알아도 마음이 안다르면 아무 소용 없듯이 깨장은 머리가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그랬구나, 그렇구나, 정말 그렇구나, 그렇게 하면 되는거였구나를 느끼고 깨닫게해줬기에 너무 많이 알려고하지 말라는 말씀에 반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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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8)
  바늘구멍 여몽 2009-10-14 12:49:03
만큼 뚤린 깨달음의 빛이 깜깜하게 막힌 방 벽으로들어 오는 느낌이 있었지요. 수행을 해서 그 구멍을 넓혀 많은 빛으로 나를 밝히고 싶었는데... 그 미세한 구멍 마저 다시 막혀 암흑의 세상으로, 중생의 삶으로 돌아와 버렸읍니다. 한평생 쌓아온 업장을 그리 쉽게 지우고 내려 놓는다는게 쉬운 일 이겠읍니까! 인연대로 살아야지.... 이세상과의 인연이 끝나면 다시 CO2 로 돌아간다는 확신만 생겼을 뿐. 그래서 제법무아?
추천0 반대0
(68.XXX.XXX.94)
  신보래가 너무 말을 많이 하는군요. ㅎㅎㅎ 김판건 2009-10-14 10:03:35
"깨닮음의 장"에 대해 너무 많이 알려하지 마세요.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알려하지 말고 그냥 해 보세요. 그냥 뭐든지 쉽게 쉽게 시도해 보세요. "왜 내가 그것을 알려고 하는가" 하는 마음을 보세요. 자기 자신을 알아보는 여행이니 뭔 프로그램이든 중요하겠습니까?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겠다는 그 마음이 중요하지요. "깨달음의 장"에 참가를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949-433-0737로 연락을 주시면 됩니다.
추천0 반대0
(69.XXX.XXX.5)
  방임의 힘 변변 2009-10-14 08:00:01
[바바라 버거스] 라는 이름의 유명한 저술가가 쓴 책에 보면 [방임의 힘] 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때로는 우리 인생에서 집착하지 말고 그냥 사물을 있는 그대로 두면 저절로 해결되는 때가 있다는 얘기였고 많은 공감이 가는 교훈이었습니다. 세상이 불공평한 곳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일찍 깨우쳐줄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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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230)
  요즘 제일 많이 생각하는 단어인데... 이경훈 2009-10-14 06:57:11
깨달음...나도 나이를 먹었나...자꾸 이 단어가 생각나더라구요.
이번 기회에 가급적 참가해보려고 일정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추천0 반대0
(75.XXX.XXX.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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