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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공부하는 ‘찌아찌아’
특별기고-최우수 문자 한글 인도네시아에 표기어 수출 의미
2009년 08월 18일 (화) 15:19:14 이상억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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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미주센터를 위해 애쓰던 모교 이상억 교수님이 정든 LA를 떠나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 교수님은 “그동안 미주센터를 위해 애써주신 데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도와주신 동문 여러분들께도 아크로를 통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다음은 이 교수님이 출국 기념으로 기고한 칼럼이다. <편집자주>

인도네시아의 여러 섬 중 술라웨시(셀레베스)섬은 로마자 K자 모양을 했는데 그 마지막 획 맨 끝 위치에 부톤섬이 있다. 그 섬에 사는 인구 6만여명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그 지역의 독자적 언어를 갖고 있지만 고유 문자가 없어 모어(母語) 교육을 못해 고유 언어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런 상황에 한류에 영향을 받은 바우바우시 시장의 동의로 한글을 도입하게 되었다. 로마자로 쓰는 인도네시아 표준어 교재는 있지만, 고유 문자가 없던 민족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채택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얼마전 열렸던 송별회 자리에서 그동안의 감회를 피력하는 이상억 교수.

지난 7월 21일 찌아찌아족(族) 밀집지역인 소라올리오 지구의 초등학생 40여명에게 한글로 표기된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나눠주고 주 4시간씩 수업을 시작했다 한다. 찌아찌아족의 언어와 문화, 부톤섬의 역사와 사회, 지역 전통 설화 등의 내용은 물론, 한국 전래동화인 '토끼전'도 들어 있다 한다. 현지에 적합한 내용 뿐 아니라 한국적 소재도 소개함으로 한글이란 도구를 쓰게 해 준 한국문화의 이해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찌아찌아족의 한글은 한국에서는 사라진 순경음 비읍(ㅸ)을 쓰는 점이 눈에 띈다. 우리가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한국 사람이 쓰는 경우라면 현행 사용 자모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이 경우는 사용자가 한국과 동떨어져 있는 현지인이므로 굳이 국내에서 필요한 원칙을 적용할 필요는 없겠다. 국내 외국어 표기 원칙이 그렇게 되어 있는 이유는, 허다한 많은 외국어를 우리 문맥에다 표기할 때마다 새 문자를 만들어 쓰도록 허용하면 수없이 많은 자모를 도입하고도 새 언어를 새로 표기할 때마다 여전히 어딘가 부족하다는 현상을 일으키게 되므로, 현재 쓰고 있는 24자모 이내에서 근사치를 찾아 쓰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삼각형 반치음ㅿ으로 [z]를 나타낼 수 있더라도 국내에서 영어 등을 표기할 때 그런 기호는 현행 자모가 아니므로 안 쓰게 되는 것이다.

바우바우시는 고등학생 140여명에게 매주 8시간씩 한국어 초급 교재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고도 한다. `한국센터' 건물을 착공하는 한편 한글ㆍ한국어 교사를 양성해 한글 교육을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니 가히 한국의 문화적 교두보가 구축되는 셈이다. 또 한글로 역사서와 민담집 등을 출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 고 지역 표지판에 로마자와 함께 한글을 병기하려 한단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이미 표지판에는 로마자로 자기네 언어를 기록하고 있었고 사상 처음 “언어를 문자로 기록하는 경우”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원래 언어학자와 선교사들이 협조하여, 파푸아 뉴기니 등 오지의 정말 로마자도 못 쓰던 지역에서 소수 언어의 음운체계에 로마자 표기를 부여하는 작업을 하였다. 댈러스 텍사스대학의 SIL(Summer Institute of Linguistics)이 현지어 문자화에 힘써 로마자로 된 성경을 마련하여 주는 사업은 유명하다. 이번 훈민정음학회의 사업은 이와 유사하나 아주 오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또 최초의 문자화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다른 것이다. 사업 당사자들도 현지 감정을 잘 읽으며 접근하고 있다는데, 너무 국수주의적 해석으로 흥분하는 일반인들의 분위기는 곤란하다. 이 바탕에는 구세기 식민주의자들이 느끼던 성취감이 섞여 있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아다시피 현세기는 영어가 판을 치고 로마자가 이미 판세를 굳히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과거 20세기에 공산권이 형성되어 러시아의 키릴 문자가 그 영역내에 있는 많은 민족 언어들의 표기체계로 자리를 잡았었다. 그러나 소련의 멸망 이후, 가령 몽골에서는 전세계적으로서는 불리한 키릴 문자를 버리고 로마자로 회귀하였다.
우리가 한글을 로마자에 대항하여 도처에 심는 일은 앞으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다윗은 이겼지만, 한글이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지는 아주 의심스럽다. 이 비유가 결과 부분에는 결코 맞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채택한 한글 표기어 교과서.

우리 사회 일부는 ‘한글의 세계화’를 개인이 아니라 국력을 모아 해나가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데, 과연 그 수혜자들이 단 20년 후에도 참 고맙다고 할지, 몽고 경우처럼 다른 넓은 지역에서 다 통할 수 있는 로마자로 표기하는 것이 좋았겠다고 할지 모를 일이다.
예전에도 중국이나 태국, 네팔 오지의 소수민족에게 비공식적으로 한글을 전파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었다. 현지 당국의 우려나 수혜자들의 영구적인 확신이 없어 그리 되었을 것이다. 로마자로 단번에 가는 길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수혜자의 입장에서 일을 해야 더 잘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은 ‘유저 프렌들리(user-friendly)’ 개념으로 잘 정착되어 있다. 지난 주에 LA안마태 신부의 한글을 통한 중국어 동시입력 체제의 시연을 보았는데, 오히려 한글을 통하지 않고 중국식 병음 체제를 써서 직접 입력하도록 한다면 아마 13억 인구의 편의가 더 빠르고 쉽게 이루어질 좋은 발명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글의 세계화’는 한글이 정말 세계에서 제일 우수한 문자이므로 해 볼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서 혼동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한국어의 세계화’라는 운동이다. 그런 목표를 가진 재단까지 국가 지원으로 생겼는데 이것은 ‘한국어의 국제화’ 정도로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 어찌 문자가 아닌 언어로서의 한국어를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 널리 쓰이도록 공격적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인가? 국제적으로 널리 통하도록 하는 제2외국어화 한다면 몰라도, 제국주의적 영어 보급 같은 자세를 보여서는 곤란하다. 한글을 현지어 교육의 도구로 도입시켰다가 그 토대 위에 한국어 교육으로 연장이 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 좋다.

찌아찌아어 교과서를 편찬한 교수는 "한글은 문자가 없는 민족들이 민족 정체성과 문화를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 기대가 한시적이고 국지적인 것이 될 수도 있어 걱정스럽다. 소수민족의 언어는 제대로 된 교육 시스템이 없어 몇 년도 안 돼 대부분 사멸하고 만다는데, 이번 일에도 결국 문제는 경제다. 한국의 경제력을 잘 유지해 이번의 교두보를 더 오래 유지해 좋은 일을 해보려는 지속적 노력이 중요하다. 현지 문화와 한국 문화 양쪽이 다 한글을 매개로 찌아찌아족에게 유익한 유산으로 작용하게 뒷받침을 해야 한다. 문화는 경제적 패트론이 없으면 쇠퇴하고 만다는 사실이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다.
이상억<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초대 미주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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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4)
  문화를 담는 그릇 변우진 2009-08-21 13:05:04
으로 한글을 빌려주고 가르쳐주고 사용하게 하는 것은 좋으나, 여기에 참여한 김주원 교수가 [아직 만세부를 단계는 아니다] 고 섣부른 자만심을 경계하는 것은 [경제력이 따라 주어야 한다]는 이 교수님의 걱정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도는 나름대로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결국 결혼 못하니 연애를 하지 말라] 고 세상의 젊은이들을 모두 말릴 수는 없겠습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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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교수님 글의 주제는 변변 2009-08-21 12:57:18
"결국 이 노력은 결과가 그리 신통치 않을 것이다" 로 들립니다. [인도네시아 오지 사람들이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을 [로마자] 대신해서 쓰는 현상은 과거 우리가 한글 없던 시절에 중국의 한자를 가져와서 썼던 시절] 과 비교되는 듯해서 재미있습니다만 문자를 빌려주는데서 그치면 안되고 앞으로의 책임 문제를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추천1 반대1
(71.XXX.XXX.230)
  이 교수님 안녕하시지요. 김지영 2009-08-18 10:47:22
교수님 로스안젤레스 체류 고생스러우셨지만
보람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미주센터 더욱 번창하도록 동문회에서 돕겠습니다.
교수님 서울 귀환, 더욱 즐거운 일 많이 기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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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230)
  한글이 세계화되는 범선 2009-08-18 07:36:40
것도 중요하겠지만 잘 쓰여야 하지 않을까요. 허접하게 수출했다가 나중에 천박한 언어 취급 받지 않도록 그런 대비도 해야 할 것 같은데...언어란 쓰는 사람에 따라 품위가 달라지는 것 아닐까요.
추천1 반대1
(75.XXX.XXX.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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