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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와 돼지 안심 수육
천기누설 - 나만의 레서피 11
2009년 08월 04일 (화) 02:04:07 이경훈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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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머니회 회원들이 월례 미팅차 우리 집에 또 오셨다. 전에 말한 것처럼 국수를 삶아드려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오시기 전에 우선 멸치 다시마 국물을 만들어 두었다. 요즘 마켓에 가면 국수용 육수를 많이 만들어서 판다. 하지만, 손님이 오시는데, 어떻게 마켓에서 사다 쓸 것인가. 맛은 떨어지더라도 직접 만들어서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물에 국물용 멸치를 충분히 넣고 푹 삶았다. 그 다음에 다시마를 잠깐 넣어다가 뺐다. 다시마를 너무 푹 삶으면 약간 쓴 맛을 내기 때문이다. 국물을 내고 나서는 멸치와 다시마를 건져서 버렸다.

이젠 본격적으로 국수를 삶을 차례. 큰 솥에 물을 끓여 국수를 삶고, 햔편으로는 국물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러니까, 멸치, 다시마 국물에 호박, 버섯, 파, 당근을 채썰어 넣고, 소고기 조금, 굴 조금 넣어 끓인다. 간은 간장으로 맞춘다. 목표는 은근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짠 맛이 나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국물맛 내기가 자신없다고? 내 히든 카드를 알려준다. 바로 고명이다.

국수 고명은 두가지로 준비한다. 하나는 계란 채 썬 것, 다른 하나는 김 채 썬 것이다. 계란은 휘저을 때 약간 짭짤할 정도로 소금을 넣는다. 아다시피 계란을 부칠 때는 기름을 써야한다. 이 기름 맛이 국물맛을 보충하고, 여기에 짭짤한 계란 맛이 반찬 작용을 해서 국수 국물이 조금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 단점을 커버한다. 게다가 이렇게 계란 고명까지 얹어주면 대개는 그 정성에 감복한다. 여기에 김 채썬 것으로 마무리작업을 하면 어지간해서는 실패할 리가 없다. 갖은 야채, 소고기, 굴 국물에, 국수 위에 얹은 노란 계란 고명과 김 고명 – 보기만 해도 우선 점수는 80점 이상 따고 들어간다.

아다시피 국수를 먹으면 배가 쉬 꺼진다.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인데 오후에 허기가 지면 안된다. 해서 국수를 보충할 반찬으로 돼지 안심을 삶았다.

돼지 안심은 코스코에 가면 있다. 육고기칸 맨 왼쪽 쯤에 있다. 모르는 사람은 저게 뭘까하고 지나친다. 색깔은 검붉은데, 비닐 포장에, 애들 종아리 살을 두개 붙여놓은 것처럼 생겼다.

이 돼지 안심은 비계가 없다. 해서 담백하다. 그래서 나는 수육을 만들 때 이것을 쓴다.
이 돼지 안심을 압력솥에 넣고, 된장, 양파 한개, 마늘, 후추, 생강..하여간 집에 있는 향신료를 다 넣는다. 맛술도 있으면 넣는다.

한번 삶은 후에는, 꺼내서 반 잘라 다시 삶는다. 아무리 압력솥이라도 안심은 너무 두꺼워 안쪽까지 잘 익지 않기 때문이다. 소고기야 핏물이 흐르는 것도 먹지만, 돼지고기는 푹 삶아서 먹어야 한다.
자, 이젠 돼지 안심을 싸 먹을 재료를 만들 때다. 물론 좋기로는 보쌈 김치가 가장 좋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데, 이를 아직 제맛이 나도록 만들어본 적이 없다. 누구 아는 사람 좀 없나?

해서 나는 대안으로 신 포기김치를 쓴다. 이 포기 김치를 기름에 볶는다. 간단히 말해 돼지 안심을 볶은 김치에 싸 먹는 거다. 볶은 김치를 실패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안심이 비계가 없어 약간 팍팍할 수 있는데, 이를 김치가 보완해준다.

자, 끝났다. 각자 어머니들 앞에는 국수 한 그릇씩과 중앙에는 돼지 안심 삶은 것, 그리고 김치 볶은 것이 놓였다. 내 귀가 즐거워질 때다. 칭찬은 10분 이상 계속된다. 이때 겸손한 표정만 짓고 있으면 프로젝트는 완벽하게 끝난다. <이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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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7)
  수육도 역시 삼겹살이죠. 차재윤 2009-08-06 15:11:55
경훈선수의 글발로 국수는 마스터하셨겠죠. 고기를 삶을때 돼지고기는 육질이 허물어지는 경우가 있어서 실로 묶어서 삶기도 하는데, 물에 넣어 삶지 마시고 건강냄비를 이용하여 바닥에 양파와 마늘을 깔고 물을 조금 넣고 약불로 요리하면 영양소 파괴없이 고유의 맛을 그대로 요리할 수 있다. (오징어는 아무 것도 필요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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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44)
  캬~ 이렇게 맛있는 국수는 난생처음! 배부른켈리 2009-08-05 19:16:07
국물에 굴이 들어가니 맛이... 아, 뭐라해야 하나?... 하여튼 먹어봐야 아는 맛.
돼지수육과 신김치 대신 겉절이로 먹었는데 완죠~니 죠니워커, 환상이었음메!
국수를 먹고도 배가 부르니... 이제 냉장고의 맥주 한병으로 입가심만 하면...
이것이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랴.

내가 아크로를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경훈님께서 계속 레써피를 쓰셔야 하는 이유, 이젠 아시겠죠? 쌩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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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43)
  갈수록 태산일쎄 김성수 2009-08-05 10:10:49
이 사람. 이제 아주 식당을 차렸군. 아버지회도 하나 조직하지. 요리 맛좀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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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XXX.XXX.67)
  나도 어머니회에 들어갈레 김한신 2009-08-03 22:45:31
어머니회에 아버지는 안껴주남요? 경훈이형의 솜씨를 어떻게 맛볼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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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1)
  어떡해... 켈리 2009-08-03 15:48:45
나 한번 꽂히면 꼭 먹어야 하는뎅...

사과나무님이 이 글을 오늘 읽으셨을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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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43)
  경훈님 엄마회 회장 ? 오달 선사 2009-08-03 10:25:17
요리도 요리지만 먹는 사람이 궁금하네요. 어머니회가 몇번 등장하는데,
경훈님 세대로 따져서 어머니격인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인지,
아니면 경훈님 또래 또는 더 어린 엄마들의 모임인가요 ?
오달을 하면 먹고싶은 것보다 알고싶은게 더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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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191)
  사진 없이... 워낭요리 2009-08-03 10:16:58
말로만 떼우는 요리사임에도 침이 돕니다. 요리를 잘하든지, 사진을 잘 찍든지, 글을 잘 쓰든지 그 중에 한가지만 해도 이코너에 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십니까요. 듣기로는 이상대님이 숨은 요리사라는 소문이 있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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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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