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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 때 스물 아홉, 지금 마흔 두어서넛
이종호의 如是我讀 4
2009년 07월 06일 (월) 11:42:43 이종호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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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1일 초판 발행

* 젊음은 용기다.
훌훌 털고 떠나는 것,
아무나 할 수 없는 진정한 용기다.
이병률이라는 시인, 그리고 방송작가.
처음 떠날 때 나이 스물아홉.
지금 나이 마흔 두어서녓?
10여년 동안 50개국을 돌았다.
사진기와 수첩 하나 달랑 들었다.
찍고 쓰고, 또 찍고 또 썼다.
이 책은 그런 떠돎의 자취들이다.
낯선 세상에 대한 끌림의 채록이다.
제목은 산문집이지만 차라리 시화집에 가깝다.
구석구석 여린 시인의 섬세한 감성들이 묻어난다.
툭툭 내던진 글들이 한편의 시가 되고 산문이 되어 가슴을 적신다.
한 컷 한 컷 이국의 사진들이 마음을 한참 머무르게 한다.
책장을 넘기는 순간들 만큼은 그래서 나도 19세 청춘이다.
그래, 이렇게도 살았어야 하는건데.... 

* 하루 저녁에 다 읽다.
촉촉한 감상에 빠져들며 부지런히 책장을 넘겼다.
가지 못한 길을 대신 가 본 사람.
이루지 못한 것을 대신 경험해 준 사람.
나도 저럴 수 있었는데.
이병률이 마냥 부러웠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나니 이내 현실로 돌아온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떠돌이 삶이 무에 그리 좋기만 할까.
그냥 그런 게 용기로 보일 때가 좋은 거야.
어쩔 수 없는 중년의 푸념.

* 이병률은 이렇게 썼다.
내 인생은 왜 이럴까 탓하지 마세요.
인생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나는 왜 이럴까...’라고 자기 자신에게 늘 트집을 잡는데
문제가 있는 거예요.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사랑을 자꾸 벽에다가 걸어두지만 말고 만지고, 입고 그리고 얼굴에 문대라.
           사랑은 기다려 주지 않으며,
            내릴 곳을 몰라 종점까지 가게 된다할 지라도 아무 보상이 없으며
           오히려 핑계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사랑해라. 정각에 도착한 그 사랑에 늦으면 안 된다.   
멋있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살아도 멋있다.
안 씻는 사람 안 씻어도 멋있다. 일생 정리정돈 못하는 사람은 그게 멋이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너 같은 사람은 그것도 그대로 멋이다. 
             언제나 한 가지 대답이면 된다.
             닥치는 대로. / 될 대로 되라. / 난 겁내지 않는다. / 이것도 운명이다.
             라틴어 ‘케 세라 세라’ (Que sers Sers)

* 책도 편집이다. 
참 예쁘게 만든 책이다.
한국에선 출간 4년째인 지금도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는 스테디 셀러다.
왜일까?
글이 좋다.
복잡하지 않고 군더더기 없고 감각적이다.
사진도 좋다.
지구촌 여기저기 풍물과 풍경과 풍광이 색동처럼 배열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만은 아니다.
또다른 그 무엇, 나는 그것이 편집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
똑같은 콘텐츠로 보통의 책처럼 평범하게 만들었다면 그렇게 많이 읽히진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이야말로 출판사가 어떻게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불현듯 나도 멋진 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돋는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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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9)
  책소개 김한신 2009-07-06 16:46:12
종호형, 감사~ 좋은 책...
추천0 반대0
(76.XXX.XXX.149)
  감사하빈다 흥부 2009-07-06 13:27:13
오늘 글, 편집하듯 쓰셨네요. 너무 좋습니다.

멋있는 사람은 아무렇게나 써도 멋있다. - 아래 판건님 댓글의 '감사하빈다'가 웬지 멋져 보이네요. 또 무슨 깨달음을 주시기 위한 오타인지...
추천0 반대0
(12.XXX.XXX.91)
  구성좋고, 내용 멋지고... 이병철 2009-07-06 12:28:11
군더기가 없고, 읽기에 편하네. 내 삶을 다시 한번 더 보게되고... 건강 진단 잘 받았나?
추천0 반대0
(38.XXX.XXX.34)
  사랑을 입고 만지고 문대라 정연진 2009-07-06 12:03:58
'사랑을 벽에 걸어두지말고 입고 만지고 문대라'는 작가의 말이 와닿습니다.
어쩌면 책 소개를 또 이렇게 시적으로 쓸 수 있는지... 이종호님도 충분히 멋진 책을 내실 수 있는 기량이 있는데, 꼭 실천에 한번 옮겨 보심이...
추천0 반대0
(69.XXX.XXX.183)
  좋은 채 소개 감사합니다. 김판건 2009-07-06 11:47:32
책 좋을 것 같네요. 언제 한국가면 꼭 사서 보렵니다. 새싹도 이쁘고, 자란 나무도 이쁘고, 낙엽도 이쁘고, 눈꽃을 입은 겨울 나무도 또한 이쁘네요. 새로운 한 주를 상쾌하게 해 주는 선배님 글입니다. 감사하빈다.
추천0 반대0
(205.XXX.XXX.237)
  show-how 가 변우진 2009-07-06 07:44:00
know-how 만큼 중요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얘기겠지요. 과거 우리가 받았던 교육이 내용만큼 가르치는 방법이나 접근 방식이 좀더 현대적이고 재미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지금와서 개탄하는 경우가 많은데 종호 동문은 이거를 우리보다 앞서서 그리고 많이 느끼고 있군요. 좋은 책 만들어주세요.
추천0 반대0
(71.XXX.XXX.157)
  아크로가 하는 일 김지영 2009-07-05 21:00:46
종호님, 잔잔한 문장이 마음에 듭니다.
아크로가 있어서 우리 속에 같혀있던 글에 대한
야성이 뛰쳐 나오는 것 같아요. 저도 그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출판에 대한 KNOW-HOW가 필요한 사람이 많아질 겁니다.
추천0 반대0
(69.XXX.XXX.109)
  이종호님은 이원영 2009-07-05 20:46:47
이병률 시인에 버금가는 책을 쓸 내공이 있음을 이미 이 글이 증명하고 있네요.
지금 당장 출발하세요.
추천0 반대0
(75.XXX.XXX.69)
  나이로만 보면 비슷한데.... 이경훈 2009-07-05 20:08:37
한국을 서른에 떠났고, 지금은 마흔 얼마 정도 되니...
얼추 나이는 비슷한데....
어찌 저쪽이 더 부러워보이는 걸!!
추천0 반대0
(75.XXX.XXX.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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