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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가이들, 이렇게 한방에 보냈습니다."
천기누설 - 나만의 레서피 8 / 이경훈의 꼼장어 볶음
2009년 06월 22일 (월) 12:15:03 이경훈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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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식구들을 상대로 갑호 비상령을 발령했다. 갑호 비상령은 우리 집에 VIP가 방문할 때 내리는 조치. 갑호 비상령이 선포되면 우리 집 아이들은 각자 방을 깨끗히 청소하고, VIP가 도착할 때까지 공부하는 자세를 유지해야한다. 그래야 칭찬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배웠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알려줬다. 이날의 VIP는 83 동기회 이경희 회장님.

식사를 어떻게 준비할까. 나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무언가 인상적인 것을 해줘야할텐데. 우리 회장님이 어디 출신이더라…그래 부산 출신이지..부산에서 유명한 것은…그야 자갈치 시장이지…그럼 자갈치 시장에서 유명한 것은…그 순간 나는 무릎을 쳤다. “그래, 꼼장어 볶음이닷!”

나는 먼저 꼼장어를 깨끗히 씻었다. 다음에 이를 종이 타월로 깨끗히 닦아냈다. 꼼장어는 그 자체에 수분이 많기 때문에, 닦지 않고 하면 너무 물이 많이 나오고, 결과적으로 갯내가 좀 나는 것같다. 종이 타월로 씻어내고 요리해도 충분히 물이 나온다.

이어 나는 속이 깊은 후라이팬에 꼼장어를 넣었다. 그 상태로 볶았다. 기름도, 물도 넣지 않는다. 꼼장어 자체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표면이 타거나 하지 않는다.

충분히 익으면 불을 끈다. 이어 꼼장어를 먹기 좋은 길이로 잘라준다. 여기서 질문이 하나 가능하다. 왜 먼저 자르고 볶지 않았냐고. 왜냐하면, 먼저 자르면 꼼장어 뱃속에서 무언가 나온다. 그래서 요리가 좀 난해진다. 먼저 볶고 자르면 형태가 유지되어 좋다. 그래서 먼저 1차로 볶은 후 잘라준다.

여기에 갖은 야채를 넣는다. 양파, 파, 양배추, 호박을 썰어넣는다. 포인트는 고추와 깻잎이다. 이 두가지는 꼼장어 볶음의 독특한 맛을 내는데 필수인 것같다. 고추의 경우 색깔도 생각해야하고, 지나치게 매운 것은 별로이기 때문에 피망 정도가 알맞다고 본다.

이들 야채를 적당한 크기로 자른 후, 이제 양념장을 준비한다. 고추장을 크게 한숫갈 넣고, 설탕을 작은 수저로 두개, 참깨, 참기름 약간, 간마늘 약간, 맛술 약간 넣는다.

자, 이제 두번째로 볶는다. 특별히 기름이나 물을 넣지 않아도 이번에는 야채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불에 타거나 하지 않는다. 야채는 너무 푹 익히는 것보다는 나름의 향이 그윽할 때, 그러니까 살짝 익히는 것이 더 좋은 것같다. 그래서 미리 꼼장어를 충분히 익혀두는 것이다.

다음에 큰 접시를 꺼낸다. 큰 상추 잎파리 두개를 밑에 깔아 준비한 사람의 정성을 표현한다. 그리고는 그 위에 꼼장어 볶음을 담아낸다.

이것으로는 부족할 것같아, 된장 삼결삽과 오징어 숙회, 민어 구이를 준비했다. 된장 삼겹살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다음에 알려준다. 민어 구이는 전에 알려줬고, 오징어 숙회는 누구나 할 줄 알기 때문에 상술하지 않는다. 다만 오징어 숙회를 끓여낸 물은 버리지 않고, 거기에 된장국을 끓인다. 그러면 해물 된장국의 깊은 맛이 그윽하다.

약속 시간 조금 늦게, 회장님이 도착했다. 오늘 회장님 근접 경호는 83 보위부 소속 차재윤 동문과 김판건 동문이 맡았다. 참고로 이 두 경호원도 부산 가이들이다.

회장님은 “아니, 미국에서 이게 웬 꼼장어 볶음이냐!’하면서 안그래도 둥그런 눈을 더 둥글게 떴다. 반주는 당연히 막걸리. 요즘 막걸리 매니아라서. 차재윤 동문이 병에 든 탁주라는 것을 사왔는데, 그게 옛날에 먹던 막걸리 맛과 가장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마지막으로 차재윤 동문의 커멘트를 빼면 안된다. 그는 CJ 식품 연구소 부소장 출신이다. 프로다. 그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경훈이의 상차림을 보면, 아마추어 수준은 넘었다고 본다. 혼자서 상 차릴 수준은 된다. 된장 삼겹살의 경우도 좀 짜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적당하니 좋았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좀 신경써야할 듯. 정성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미학을 살리는 수준까지는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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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가정 폭력이 아니라 원영to준창 2009-06-27 10:00:51
박준창님 댁은 언론 감시가 대단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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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69)
  음식과 성격 차재윤 2009-06-25 13:44:02
제 생각에 남자가 집에서 요리하는 수준으로 경훈이 정도면 거의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것입니다. 왠만한 주부의 실력 이상임을 증명하믐 바이지만, 향후 식당사업의 제의가 있을 경우 음식과 더불어 그의 해박한 지식을 통한 말빨이 더 큼 무기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음식을 보면 그 사람의 성걱을 조금은 짐작을 할 수 있는데, 경훈이의 음식 역시 그의 투박하면서 진솔함이 묻어나는 정겨움 그자체였습니다. 베리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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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03)
  이쯤되면 가정 폭력이야 김성수 2009-06-22 21:23:54
남자의 요리 솜씨가 이정도면 그 집은 몰라도, 이글을 읽는 어떤 집에게는 가정폭력 수준입니다. 굽어살피소서... 허허... 아크로의 폐단이 나타나기 시작했군...
추천0 반대0
(66.XXX.XXX.52)
  썪는 도끼자루 김판건 2009-06-22 16:53:32
탁주는 맛있고, 꼼장어/삼겹살... 그 맛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몰랐습니다. 저녁만 다가오면 그 맛이 생각이 나네요. 일주도 지나지 않았건만... 경훈이가 점점 이뻐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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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XXX.XXX.237)
  앗 꼼장어라... 김한신 2009-06-22 11:09:38
전 부산가이는 아닌데, 원영이형 덕택에 꼼장어 몇번 먹었거든요. 그 맛 죽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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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49)
  된장 삼겹살 이병철 2009-06-22 00:37:33
한번 더 하면 안될까? 지금 자정이 넘은 시간이네 거의 미치겠다. 결국 맥주 한 병 꺼내게 되네. 경훈이 나쁜 사람...
추천0 반대0
(76.XXX.XXX.15)
  예술 그 자체 이 경희 2009-06-22 00:02:20
그동안 이 경훈 동문의 요리 강좌를 무시했습니다. 그냥 심심해서 요리했겠지. 맛이야.. 하지만, 며칠 전 이 경훈 동문 집에서 시식을 하는 순간 "이런 맛은 내 머리털나고 처음이다. 이건 예술 그 자체야!"하고 외쳤습니다. 그리고 경건하게 음식을 대했습니다. 특히, 곰장어 볶음과 된장박이 삼결살. 막걸리 한잔 걸치니 안주와 어우러진 그 맛에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고...
추천0 반대0
(76.XXX.XXX.62)
  이 요리사 또 못마땅 워낭요리 2009-06-21 21:30:20
하네... 어느 날은 빈통만 보여주지 않나...사진 없이 말로만 떼우지 않나...오늘도 또 사진 준비 안하고 야불야불 말빨로만...이걸 누가 믿냐구요? 요리책에서 베꼈는지, 말빨로 떼우는 건지....다음부턴 요리할 때 항상 디카 옆에 놓고 해주세요. 근데 아저씨는 원래 직업에 뭐예요? 주방장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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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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