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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혀 먹어야 제 맛이 난답니다”
천기누설 - 나만의 레서피 6 / 이경훈의 홍어찜
2009년 06월 15일 (월) 08:21:19 이경훈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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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홍어찜이다.

먼저 재료. 한국에서라면 흑산도 산이냐 칠레 산이냐를 문제로 삼겠지만 미국 LA에서 먹는 입장에서 너무 고르지 말자. 그냥 한국 마켓에 가면 홍어 적당히 잘라서 파는데 그거 사자. 별로 비싸지도 않다.

집에 갖고 와서는 한번 씻는다. 그 다음에 개미나 다른 동물들이 손을 대지 못하게 적당한 곳에 걸어둔다. 정식으로 하자면 짚더미에 던져둬야하지만 LA에서 어떻게 찾나. 나는 그냥 부엌에 걸어둔다. 무엇에 거냐고? ㅋㅋㅋ. 세탁소에서 옷 찾아올 때 주는 철사 옷걸이 있지 않은가? 그거 그냥 닦아서 쓴다. 끝을 풀어 홍어 중간 쯤 푹 찌른 다음에 다시 연결해서 걸어둔다.

 

   
홍어를 삭히기 위해 걸어둔 모습

 

3-5일 정도 지나보자. 그러면 식구들이 불평하기 시작한다. 쾌쾌한 냄새가 집안에 가득하다는 것이다. 홍어 삭는 냄새다. 그럼 그날 저녁에 먹는다.

우선 큰 솥에 물을 약간 붓고, 거기에 고구마 삶아먹을 때 쓰는 채를 중간에 걸친다. 그리고 홍어를 올린다. 그래도 며칠 밖에 둔 것이니 홍어를 올리기 전에 한번 물에 표면을 씻는다.. 그리고 찐다.

중간에 젓가락으로 찔러봐서 쑥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그 위에 실고추 조금, 파 썰은 것 뿌리면 시각적으로 그럴싸하고 맛도 좋다.

장은 여러 개를 시도해봤는데, 나같은 경우 최종적으로는 초장으로 결정했다. 더 강한 맛을 느끼려면 초장에 마늘 간 것을 더 넣어 섞어 먹는다.

… 초장은 어떻게 만드냐고? 전문가에게는 좀 어려운 질문할 수 없겠니? 모르면 그냥 사다 써!

자, 이제 한 젓가락 홍어 살을 뗀다. 쉽게 죽 살이 발린다. 이를 초장에 푹 찍은 다음 우적우적 씹는다. 옆에는 당연히 막걸리 한 잔이 놓여있다. 콧구멍은 뻥 뚫리면서 목으로는 막걸리가 부드럽게 넘어간다.

내가 쓴 글인데도, 교정보느라 다시 읽어보니 침이 넘어간다. 이번 주말 마켓에 가면 홍어랑 막걸리랑 좀 사와야겠다.

   

기록을 보니 2005년 2월 26일의 사진이다. 지금보니 후회가 밀려온다. 스피노자 성님처럼 모자쓰고 선그래스끼고 분위기 잡는 건데…이건 꼭 중국집 주방장같지 않은가?
하여간 그때 83 동기인 한동훈이 미국에 잠시 다니러 왔다가 우리 집에 놀러왔다. 마침 마누라가 어디 세미나를 가서 내가 음식을 준비했다. 사진을 보면 한쪽에선 된장국이 끓고 있고, 그 옆에는 전을 준비했는지 밀가루가 보인다. 그리고 손으로는 고추장 돼지불고기를 뒤집고 있다. 그날도 홍어찜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장면을 본 한동훈, 기가 막혀하더니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 사진 속의 오른쪽 손과 젓가락을 보라. 너무 빠른 손동작에 셔터가 그만 순간 장면을 놓치고 말았다.
이소룡의 정무문이 생각난다. 손으로 반장 자세를 하는데, 너무 빨라 손이 여러 개로 보였던 그 유명한 장면, 그래서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서 손을 휘저으며 “야, 보이냐 보여? 몇개로 보이냐?”했던 기억은 모두들 아련할 터. 그것을 나는 요리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아~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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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24)
  바쁘셔도... 흥부 to 경훈님 2009-06-19 10:24:20
'함 생각'은 담에 지담이 장가보낼 때 하시구요...^^
언제 기회봐서 potluck으로 하시는게 어떨까여? 사과나무님은 돼지갈비, 워녕님은 굴밥, 할 줄 아는 거 없는 저는 막걸리하고 음료수... 아침부터 침 넘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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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XXX.XXX.91)
  말을 살살 하다보면 김지영 2009-06-18 16:22:59
"삭힌다"는 "썩힌다"의 살살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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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108)
  아...바쁜데...정말 바쁜데...(이렇게 튕기면서) 경훈 to 흥부님 2009-06-18 16:19:09
함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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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XXX.XXX.226)
  삭혀먹는 홍어찜 김한신 2009-06-18 14:50:45
지난 달에 그거 첨 먹어보고 그 맛에 죽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자리에 조인한 김재환 선배 왈 '한신아, 너 신발 벗었냐?"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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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49)
  댓글 아이디어^^ 흥부 to 경훈님 2009-06-17 14:54:12
(집요하게^^) 홍어찜 언제 해주실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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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XXX.XXX.91)
  근데 약~간 무서워요 켈리 2009-06-16 07:40:00
삭힌 생선은 먹어보지 못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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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XXX.XXX.241)
  편집팀은요... 편집팀 2009-06-16 00:43:03
여러분이 노는 순간까지 잠을 잘 수가 없죠. 이제 잡시다.
그건 그렇고 홍어찜에 댓글 단 분들, 이번주에 홍어찜에 막걸리 함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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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40)
  편집팀은... 흥부 2009-06-16 00:06:24
잠도 안주무시나... 댓글 쓰는 그 사이 쏙 답을 올리다니... 1분 차이로... 혹 24/7 계속 눈 부릅뜨고 지키시는 거 야뇨? 살살 허세요... 몸 생각들 허셔야죠...^^

생각해보니깐 홍어찜 차가운 것도 별미 맞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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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203)
  뉴튼의 비밀 흥부 종하 2009-06-16 00:02:03
제영혜 선배님... 켈리作 살며 살아가며 > 내 인생의 사과나무는... 에 나와여...

아, 글고, 충섭선사님... 걍 취재진 들이닥쳐도 좋을 듯... 7월18일 자원봉사 마치면 출출헐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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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203)
  열심히 공부 안하셨나요? 편집팀 2009-06-16 00:01:07
켈리의 사과나무는 바로 남편, 이란 팔꿈치 도사 인터뷰 기억 안나시는지요. 그리하여 사과나무는 바로 켈리의 남편을 일컫는 은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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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40)
  사과나무님?? 제영혜 2009-06-15 23:52:05
저도 당연히 식혀먹어야로 봤지요. 그러고보니 전 홍어찜 아주 차가울 때 먹어본 적도 있어요. 그것도 일품이지요. 사과나무는 뭐예요? 대충 모르는 것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 아크로에서는요. 이번에는 아무래도 알아야 할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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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220)
  푸하하~ 흥부 종하 2009-06-15 23:31:45
사실은 지금까지 저도 '식혀'먹어야로 읽었거등요... 속으로는 "홍어찜은 따뜻할 때 먹어야 제맛일틴디..." 하면서도 "혹시 차겁게 먹어야 확 쏘는 맛이 더 살아나나? 흐음~ 이것도 케빈님만의 뭔가 비법임에 틀림없군" 했다는...ㅠㅠ

식혀=시켜(소리나는대로) --> 사과나무님은 잘못 없음^^
아~ 홍어찜 먹고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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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203)
  그것 참... 워낭요리 2009-06-15 22:34:13
그러니까 며느리가 "아버님, 참기름 쳐 잡수세요"이랬다가 쫓겨났다는...에그..말 또박또박 잘해야지 원......ㅉ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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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40)
  그것이 켈리 2009-06-15 21:57:21
저희부부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돼나서... 사실입니다.

한번은 남편에게 "저기다 이것 좀 쌓아 놔 주세요" 했는데 경상도 말로 "싸다(묶다)"로 듣고는 엉뚱한 결과를 빚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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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XXX.XXX.241)
  켈리님의 말에 졸도 워낭요리 2009-06-15 21:48:48
할 뻔했는데 근데..사시리유? 아니믄 게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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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140)
  읽기도 어려운 홍어찜 켈리 2009-06-15 20:25:13
제가요..., "삭혀"를 잘못 일고 남편한테 "홍어찜은 식혀먹어야 한데," 했는데 이것을 또 남편은 "시켜먹어햐 한다"고 잘못 들었다는...
어쨌든 홍어찜에는 둘 다 혀를 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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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XXX.XXX.241)
  우리 가정의 평화를 위협하는 수준 김성수 2009-06-15 10:44:19
요리책을 출판하겠다는 얘기지? 가뜩이나 가정에서 지위가 무너져내리는 지금, 이제 사진에 직접 요리하는 모습까지 드러내면서... 그것도 정상적인 가장이라면 감히 집에서 해보려 하지 않을 홍어찜까지... 나 오늘 집 청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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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52)
  안 불러도 취재 나가면 이충섭 2009-06-15 07:33:42
천기누설 다음 편을 위해 사진기, 노트북 들고 허리띠, 아침 생략하고 기냥 쳐들어가면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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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XXX.XXX.34)
  음~ 대단하시오 흥부 종하 2009-06-14 23:24:59
'아타사 주방장'으로 임명~합니다.^^
홍어찜, 굴밥, 돼지갈비, 꽁치구이 해놓고 우리 언제 부를건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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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203)
  이제서야 깨달았다... 이경훈 2009-06-14 22:04:20
그래서 이소룡 이후 <소림사 주방장>...이런 영화들이 나왔던 거구나....
아, 제가 이렇게 늦어요....내가 그 맥을 잇고 있었던 것이었구나....
이제보니 이소룡과 Last name도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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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83)
  손놀림 보아 하니 이충섭 2009-06-14 22:02:14
요리가 아니라 젓가락 무공수련중으로 보입니다. 요리 코너에 명함 내밀기는 글렀네요. 전문가들이 이렇게 많으니. 요리 평론가로 나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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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XXX.XXX.246)
  선입견을 팍팍 깨는... 박승규 2009-06-14 21:38:45
이 글을 읽은 제 와이프가 눈물을 흘리면서 웃고 있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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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35)
  이분 요리 메뉴 보아하니 워낭요리 2009-06-14 19:28:04
아무나, 아무렇게나 해도 맛이 날 수밖에 없는 것만 골라 하는 구먼...ㅋㅋㅋ
그래도 그것도 안하는 사람들 많으니 계속 해주셈. 요리시간이 대충 30분을 넘지 않는
것만 골라하는 것도 나와 비슷하네. 결국 맛은 그 손놀림에 달렸다는 것.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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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40)
  어쩜... 켈리 2009-06-14 18:22:26
똑같다...똑같애. 저 손놀림, 멀티 태스킹, 티셔츠 바람까지. 그러다 손에 음식 묻으면 셔츠에 닦으시죠? 그리고 저렇게 저으시다 가끔 후라이팬 음식을 위로 던지고 흔들고 하시죠?
그래도 주변 벽이나 스토브는 깨끗합니다 그려. 우리집은...후~, 에혀.

참, 덕분에 굴밥은 잘~ 먹었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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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XXX.XXX.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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