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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온 돈많은 신사
특등석에서 화물 칸으로
2019년 04월 17일 (수) 01:39:47 김지영 기자 jky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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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그 사람이 부인과 딸을 데리고 세계 여행을 떠난다. 이 년 동안 인생을 즐길 작정이다. 그와 같이 호화 여객선을 대서양 호 (the Atlantis)을 타고 나폴리를 거쳐 카프리 섬까지 여행했던 승객들 중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 신사는 자신이 이 년 동안 아무 일도 안 하고 호화 여행을 하며 인생을 즐길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믿는다. 첫째, 그는 돈이 많다. 둘째, 그는 지난 58년 동안 살아왔지만 지금까지의 삶은 산 게 아니다. 그저 목숨을 부지했을 따름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에 모든 것을 걸고. 수 천 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그의 공장에서 그의 미래를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신사 일행을 태운 대서양 호는 호화의 극치이다. 유럽 최고의 호텔에 견줄 만한 시설 – 고급 레스토랑, 술집, 터키 식 목욕탕 등 – 이 갖추어 있고, 밤마다 무도회가 열린다. 선상에서 일간 신문까지 인쇄 배포된다. 같은 배를 타고 온 승객들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대사, 백만 장자, 작가, 세계적 미인, 그리고 동양 어느 나라의 왕자 등. “

아이반 부닌 (Ivan Bunin)의 단편 소설 <샌프란시스코에서 온 신사 (The Gentlemen from San Francisco)>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1915년 작품. 부닌은 러시아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탄 작가이다.

소설은 계속된다.

“그 신사는 유럽을 거쳐 이집트 그리고 멀리 일본까지 여행 스케쥴을 잡는다. 대서양 호는 나폴리 항을 거쳐서 카프리 섬에 도착한다. 카프리 섬에서 내린 승객 중에서 그가 가장 성대한 환영을 받는다. 그가 머물 호텔의 주인까지 나와서 그를 영접한다. 그는 호텔 주인을 보자 잠시 깜짝 놀란다. 전 날 밤 꿈속에서 본 얼굴과 똑 같아서…”

“그 날 밤 호텔 볼룸에서 연회가 열린다. 유명한 오페라 가수가 나올 예정이다. 그 신사는 연회장에 가기 위해 옷을 입고 화장실 거울 앞에 선다.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내가 왜 이래 (It is awful…)’ 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래도 연회장으로 간다. 연회장에서 가장 좋은 좌석에 앉아 신문을 본다. 신문의 글자가 휘기 시작한다. 그리고 목이 부어오르고 눈이 튀어나온다. 코에 걸치는 안경이 떨어지고, 그는 앞으로 고꾸라진다.”

“그는 가장 작고, 음습한 구석방으로 옮겨진다. 그는 그렇게 죽는다. 부인이 그를 원래 호텔방으로 옮겨 달라고 하자 호텔 주인은 거절한다. ‘시체는 내일 아침까지 호텔에서 나가야 합니다.’ 호텔 주인이 말한다.”

“그가 샌프란시스코로 돌아간다. 여기 저기 여러 창고를 전전하다가 같은 배 대서양 호를 탄다. 승객들 중 아무도 그 배 밑창 창고 한 구석에 ‘그 것 (that thing)’이 같이 타고 있는 것을 모른다.”

**********

나는 2019년 4월 7일 인천에서 밤 비행기를 타고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다. 내가 비행기에 타고 있는 동안 그 항공사의 회장이 죽었다. 며칠 후 그가 그 항공사의 비행기로 서울로 운구되었다는 기사를 읽는다. 거의 50년 전에 읽은 부닌의 단편 소설이 생각난다.

김지영 (69, 사대 영어과) 사진은 샌디에고 근처의 틱낙한 스님이 세운 Deer Park 법당. 부처님 대신 "This is it."라는 메시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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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3)
  인생은 여행이라고 했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변변 2019-04-19 13:46:58
올 때는 그래도 반겨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갈 때는 쓸쓸히 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등석으로 왔다가 갈 때는 짐칸으로 가는 것이 항공사 회장님 뿐이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길을 가는 것 같습니다.
추천0 반대0
(71.XXX.XXX.247)
  변변 님, 댓글 감사합니다. 아크로폴리스 타임즈 2019-04-24 09:02:21
The Gentleman에서 that thing으로,
그래도 사람들은 the Gentleman 타이틀을
얻기 위해 열심히 싸우죠.
추천0 반대0
(216.XXX.XXX.87)
  부닌 소설 제목이 아크로폴리스 타임즈 2019-04-16 08:54:15
틀렸네요. The Gentleman From San Francisco.
대학교 때 교재로 읽었어요.
박희진 교수 시간으로 기억.
추천0 반대0
(216.XXX.XXX.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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