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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바로 꿈이 아닐까
김지영의 신년 화두, 개꿈은 개에에 돌려주자
2019년 01월 06일 (일) 13:55:36 김지영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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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꿈,  헛소리, 놓아라.
한 때는 정초의 꿈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했었다. 올 한 해의 운수가 그 꿈속에 담겨 있기라도 한 듯. 꿈 이야기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속설도 믿었다. 십여 년 전 정월 초 하루 꿈 속에 이병철, 정주영, 박정희 세사람이 나타난 적도 있었다. 그 해 인생 최고의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했다. 그래서 그 꿈은 해가 바뀌도록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이제는 안다. 애초부터 모든 꿈은 개꿈이다.  젊은 시절의 꿈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기대. 늙어서 꾸는 꿈은 일어난 적도 없는 옛날 기억의 조각.  지금 이 순간의 삶은 꿈인지도 모르고 꾸는 꿈. 꿈의 본질은 헛보이는 것이다.  허깨비 같은 사람들이 헛것을 보면서 보이는 것에 매달린다. 그러다가 실망하면 개 탓으로 돌린다.
 올해는 과감히 섣달 그믐, 정월 초하루 꿈을 소개한다. 
 삼성 초 현대 특급 비밀 연구소를 방문한다. 타원형 고층 타우어 꼭대기 층. 외벽을 따라 복도가 있다. 통유리 너머 바깥 쪽으로 푸른 물 넘실 대는 호수, 그 너머 끝없는 잔디 밭, 다시 그 너머 어는 도심의  높은 빌딩들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복도 안 쪽도 통유리 그 안에서 하얀 제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이러 저러한 기계를 조작하는 것이 보인다. 
 손님은 나와 아들. 내가 앞장 서고 아직 어린 아들이 뒤 따른다. 삼성 중역 두 사람이 내 앞에서 안내를 하며 자세하게 설명한다. 안 쪽에 보이는 시설이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 연구소라고. 앞으로 모든 인간사는 이 연구소에서 개발한 미래 알고리즘에 의해서 이루어 질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안내자가 말한다. "지금 손님께서 걷고 계신 이 복도도 인공 지능에 의해 조작되고 있습니다. 보시다 시피 이 꼭대기 층에 이르는 엘리베이터가 따로 없습니다. 필요하면 복도의 어느 부분도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가는 승강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어떻게 꼭대기 층까지 올라갔는 지 기억이 없다.
 그 순간 내가 걸어가고 있던 자리가 네모난 엘리베이터 바닥이 되더니 아래 층으로 툭 떨어진다. 갑자기 혼자가 된다. 처음에는 설명을 시연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한 두 층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바닥이다. 다급하게 사람들에게 묻는다. 대답은 한결 같다. 같은 건물이지만 높은 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아예 없었다. 나는 꼭대기 층에 두고온 아들이 걱정되어서 올라가야만 한다. 그리고 내가 사는 세계는 꼭대기 층이라야 한다.
 건물 바깥으로 나온다. 이 거대한 건물은 약간 경사가 있는 언덕에 지어졌다. 건물 주위를 돌며 다른 입구를 찾기 시작한다. 언덕을 올라 가시 덤불 뒤 외진 곳에 입구가 하나 보인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하는 굴이다. 사다리 끝에 문이 있다. ‘성광화학’이라는 회사가 나온다. 나의 설명을 들은 직원 몇명이 딱한 얼굴로 말해준다. "여기도 이 큰 건물의 일부 이긴 한데 고층으로 올라가는 직접 통로가 없다. 우리도 무척 불편하다." 성광화학 사장이 직접 썰매를 끌고 온다. 고층 입구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이 큰 건물을 돌아서 이틀 정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장의 친절에 감사하며 내가 묻는다. "성광화학이 삼성 계열사 입니까" 그렇다는 대답이다. 그러나 별로 중요한 회사가 아니어서 직접 상층부에 도달하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왜 그렇게 설계를 했을까?’ 생각하며 잠에서 깬다.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무대위에서 밀려나는 불안 때문이 아닐까?  내가 살아온 영역, 내가 쌓아 놓은 무대, 아직도 나 자신의 마당이라는 허상에 꼭 잡혀 있는 나. 떠나야 할 그 자리에 대책없이 매달릴 때 느끼는 그 마음이 만들어내는 그림이 그 꿈이다.
 나만 그런가? 당신도 다른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꼭대기 층에서만 걷던 사람들은 같은 건물 아래층에도 같은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어버린다. 아래층 사람들도 더 아래층 사람들의 존재에 둔감하다. 아래층 사람들 중에는 애써 꼭대기 층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체하는 사람도 있고, 꼭대기 층에 오르는 길이 없음을 한탄하고 분노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층에 있든지 삶은 흘러간다. 인생을 붙박이 존재로 믿고 있는 사람들은 언젠가 그 거역할 수 없는 흐름에 당황하고 절망한다. 내가 꿈속에서 꼭대기층에서 밀려나며 황당해 하듯이.   그 흐름을 거슬러 옛 자리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결국은 꿈이다.
 내 꿈 속의 회사가 왜 삼성이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설프게 뭔가 생각하는 체해보지만 결국은 이 시대의 우상 돈을 잣대로 꿈을 설정했나 보다. '성광화학' – 실제 이런 회사가 있는지 모른다. 꿈 속의 성광화학 사람들은 초 일류 삼성의 엘리트는 아니었다. 그래서 나의 절박한 안타까움에 동정을 할 만한 여유가 있었을 터다.
 이제는 꿈을 깰 때 --- 이 또한 꿈이 아닐까?  영어 dream의 어원은 “속임 (deception),” “허상 (illusion)”이다. 꿈을 갖고 살든 꿈을 깨려고 노력하든 우리는 헛것을 부여잡고 흘러간다. 놓아라. 삶이 걸림이 없이 흘러가도록.  방하착 (放下着).

   
흐른다 사람이 중국인 차력사. 열 다섯 소년. 무대위에서 몇 번 구르더니 지름 50센티 쇠 굴레 속으로 몸을 던져 빠져나간다. 소년은 그 순간 존재가 아니라 흐름이다. 삶이 흘러가는 흔적은 노랑 빨강으로 남는다. 어느 서커스에서 잡은 장면.

 

   

흐른다 오리가 오리의 날갯짓은 안타깝다. 겨우 10여 미터. 그래서 그들은 호수를 떠나지 못한다. 비상에 비해 착수의 순간은 제법이다. 물살도 일고 물 방울도 튀고. 오리도 흘러가는 흔적을 남긴다. 말리부 페퍼다인 대학 넓은 운동장가의 작은 호수에서.

김지영<작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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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3)
  부여잡을 꿈 하나 있다면 “성광화학”이 정답 아닐까요? 유정신보 2019-01-12 03:45:41
권고 주신대로 우리 한인 모두들 올해부터는 개_꿈 헛소리들랑 버리기 아쉽더라도 놓아 주십시다...이쯤해서

그래도 부여잡을 꿈 하나 있다면 “성광화학”이 정답 아닐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끈, 그것을 깍고 다듬으면 만화경-요지경-황홀경-신비경 안 되는 것이 없어라
무지개의 끝자락은 항상 네가 머무르는 곳에 수백 광년을 쫒아가 보면 극락정토에 도달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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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XXX.XXX.167)
  아름다운 꿈 조달훈 2019-01-10 10:03:39
아름다운 꿈 훌륭한 꿈 머지않아 현실화 될 꿈입니다.
추천0 반대0
(68.XXX.XXX.103)
  새해에 많은 생각을 하게 이원영 2019-01-05 21:18:19
오달(悟達)의 호가 무색하지 않은 신년사입니다. 아크로에 슬은녹이 모두 벗겨나는 느낌입니다.
추천0 반대0
(23.XXX.XXX.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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