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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기운이 함께한 알래스카 여행
수지니와 상시리 두 여인의 묻지마 도발기
2018년 09월 11일 (화) 10:19:01 이상실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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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행 10일째, 알래스카로 들어가는 날이다.
오전 9시 반쯤 Whitehorse를 출발, 국경 근처는 길이 요동친다. 공사가 채 끝나지 않은 자갈길도 지나고 흙먼지 날리는 길도 허다하다.
2시쯤 국경에 도착. 여행 중간에 미국 입국 심사대에 선 것이다. 간단한 질의응답 후 생전 처음 알래스카 땅을 밟았다. 내리 달려 오후 7시 조금 넘어 Fairbanks에 도착했다. 꾀 많이 쏟아지는 비로 캠핑은 포기하고 Hostel에 묵기로 한다. 백인 할머니가 경영하는 예쁜 Billie's Hostel이다.

   
드디어 알래스카로 들어가는 캐나다와의 국경에 이르다

 

   
캐나다와 미국 양 나라 걸치고 공중부양!

알래스카에 왔으니 wild salmon을 맛봐야지. 장봐온 선홍색 싱싱한 연어를 수지니의 고유 레서피로 와인 한잔 곁들여 한접시 뚝딱 비운다. 항상 이층 침대가 있는 호스텔, 이층은 당연히 후배의 잠자리. 그런데 이 집 이층침대, 오르고 내려오는 게 고난도 암벽타기 수준. 한번 올라가니 아침까지 절대 못내려온다. 내려 올때 하마터면 낙상할 뻔...휴우, 여기서 다칠 수 없지. 아직도 20일을 더 가야하는데.

다음 날은 거친 국경길을 넘어 오느라 만신창이가 된 차와 bike rack을 닦고 조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 코인 세차장에서 이인조 환상의 세차쇼를 펼치고 느슨해진 bike rack을 조이기 위해 bike shop에 갔는데. 아뿔사, 약 6000마일을 달려 오는동안 rack이 느슨해져서 직원이 살짝 당기니 맥없이 빠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상태로 여기까지 온 것이 불가사의하다는 듯, 이 겁없는 여자들은 또 뭔가 등 여러가지 메시지를 담은 직원의 표정.

수지니 집에 두고 온 연장, 하지만 미련은 시간 낭비. 어떻게든 rack을 조이는 special tool을 찾아야만 한다. Fairbanks의 왠만한 hardware store는 다 가봤지만 맞는 연장 찾기는 실패, 결국 철사와 테이프로 칭칭 감아 고정한다. 제발 집에 갈때까지만 버텨다오.

   
Denali NP visitor center에서... 곰 공포증을 극복하고자

   
Denali Mountain Morning Hostel. 우리가 묵은 tent cabin

여행은 계속 되어야 한다. 11일째 오후 3시에 Denali NP(국립공원)의 visitor center에서 얻은 정보로 앞으로 이틀간의 계획을 잡고 어제 예약한 공원 내의 Denali Mountain Morning Hostel에 체크인.
Hostel에서 bear spray를 빌려 자전거로 주변 탐색에 나섰다. 일단 자전거가 있으니 기동력이 좋고 차로는 갈수 없는 구석구석을 돌아다닐수 있다. 물론 걷는 데 보내는 시간을 1/3쯤 절약할 수도 있고 말이다.

저녁은 와인을 곁들인 부대찌게로 푸짐하게 먹고 hostel을 끼고 도는 creek 옆에서 우렁찬 물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밤 11까지 캠프 화이어! 비록 백야때문에 별이 총총한 하늘은 볼 수 없지만 밤 12시까지 태양의 축복을 만끽하며 잠자리에 든다. 나, 알래스카의 여름과 사랑에 빠질것 같아...

   
Hostel 옆 creek은 힘차게 흐르고 우린 백야 캠프화이어로 밤새는 줄 모른다

12일째, 오늘은 Denali를 발로 느껴 보는 날. Savage Alpine trail과 Savage River Loop를 연이어 총 6마일을 걸으며 저 멀리 20310 ft(6190m) 최고봉을 곁눈질 해본다. 북미에서는 가장 높은 봉우리, 이름에 걸맞게 자존심도 보통이 아니다. 구름을 스카프 삼아 마치 "나 쉬운 봉우리 아니야" 하듯이 당췌 시원한 자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내일 하루 더 시간이 있으니 마음 변하여 자비를 베풀기를 기대해 보는 수밖에...

13일째, 전날 예약한 Denali 국립공원이 운영하는 8시간짜리 버스투어에 오른다. 자연의 훼손을 최소화하고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지역 안으로는 개별적으로 들어갈 수 없다. 히피 부모 밑에서 자란 덕에 미 전역을 돌아다니며 유년기/청소년기를 보냈다는 자연 만물박사 가이드의 맛갈진 설명을 곁들인 Denali 야생/자연 탐사, 8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줄 모르겠다. 공원 곳곳에 서식하는 곰, 무스, 부엉이, 흰발 토끼, 늑대, 사슴, 산양 등을 매의 눈으로 찾아 가이드의 망원경과 연결된 버스 안 TV로 보여준다. 투어 버스는 Denali 최고봉을 볼 수있는 지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과연 오늘은 그 고고한 자태를 볼 수 있을까.

얄미운 구름은 산꼭대기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Denali NP을 방문객의 30%만이 최고봉의 꼭대기를 볼수 있었다고 하는 가이드의 말에 위로를 삼을 수밖에.

   
멀리 Denali 최고봉은 구름에 가려 시원한 자태를 볼 수 없었다.

   
자연 만물박사 가이드와 함께 Denali 버스 투어, 오늘도 뒤의 최고봉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투어를 마치자마자 앵커리지로 출발했다. 비소식도 있고해서 Ingra House라는 호스텔에 들어갔다. 동두천 미군부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는 백인 청년이 의외의 친절을 베풀며 자전거 두대를 번쩍 들어 우리 방 창가에 척 올려준다. 그런데 이게 화근. 철부지는 밤에도 달리고 싶었던가. 난데없이 자전거 하나가 자고 있는 수지니에게 돌진, 다행히 둘 다(수지니와 자전거) 다친 곳은 없다.

   
호스텔 직원이 방 안 창틀에 올려준 우리의 철잔차

14일째, 앵커리지 시내를 잠시 둘러보고 동양마켓이라는 곳에 들러 떨어진 한국음식들을 채워서 Seward로 향했다. 9번 Seward Highway, 무척 아름다운 길이다. 가는 길에 현지인의 추천으로 Exit Glacier trail을 하이킹 한다. 우거진 숲길을 따라 한참을 가도 빙하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빙하는 잊고 낯선 야생화들에 정신을 빼앗길 즈음, 갑자기 탁 트인 발밑에 산 위에서 아래까지 엎질러진 우유처럼 거대한 빙하 한덩이가 널브러져 있다.

빙하까지 내려가보고 싶은 마음에 발길을 옮기다보니 트레일에서 벗어나고 말았다. 결국 빙하로 내려와서 직접 밟아보고 얼음동굴도 보고 신이 났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소나기가 내린다. 정상은 포기하고 하산하기 시작, 반쯤 내려오자 다행히 비는 멈춘다. 궂은 소나기때문에 미안했다는 듯 무지개를 놓고 간다.

Seward 바닷가 Resurrection 캠핑장에 가까스로 텐트를 쳤다. 예약없이 그날 잠자리를 찾으려니 쉽지 않다. 알래스카 여름은 어디나 붐빈다. 여름 3-4개월 관광수입으로 남은 계절을 먹고 산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일 잠자리는 지인의 소개로 Seward의 한인이 운영하는 B&B를 예약해 두었으니 마음이 편하다.

   
Exit Glacier를 배경으로

15일째, 알래스카의 대표적인 선상 빙하 관광을 놓칠 수 없지. 미리 예약한 ferry를 타고 6시간동안 Kenai Fjords(케나이 피요드) 해상공원을 둘러 보는 것이다. 빙하가 계곡을 타고 해안가로 밀려 오면서 U자 모양으로 하단의 지형을 깎아 내리고 이곳에 바닷물이 채워지는데 바로 이런 곳을 피요드라고 한다. 때문에 해안가를 따라 자연히 좁은 만(bay)들이 많이 생기게 된다. 알래스카 외에도 그린랜드, 노르웨이, 칠레, 뉴질랜드 등지에서도 피요드를 볼수 있다.

출발하자 마자 bald eagle 한마리가 바다 어귀에서 우리를 환영한다. 페리는 해안을 따라 섬들과 만 사이를 유영하듯 지나가며 각종 해양동물들을 만나게 해준다. Sea otter, seal, sea lion, puffin 등은 물론이고 고래(humpback whale) 한쌍이 물 아래 위로 자맥질하는 웅장한 모습까지 놓치지 않는다.

   
Athabaskan 공주가 잠들어 있을 것같은 Exit Glacier 의 얼음동굴

곧이어 배가 해안가 가까이 다가 가더니 멈춘다. 눈앞에는 웅장한 Aialik glacier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푸르스름한 얼음덩어리가 해안절벽을 온통 덮어 버리고 간간히 천둥치는 소리를 내며 빙하 조각이 바다로 무너진다. 그런데 빙하 군데군데 구멍이 나서 해안암벽이 드러난 곳이 눈에 거슬린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몇 년전부터 빙하가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암벽이 드러났다고 한다. 나비효과라고 했던가. 우리가 무심히 파괴하고 있는 자연, 이 멀리까지 그 영향이 파급되어 다시 우리를 향해 비수의 앙갚음을 하게 될 날이 머지 않은것 같아 씁쓸하다.

   
소나기가 주고 간 선물, Exit Glacier의 무지개

   
Kenai 피요드 해상공원에 있는 Aialik Glacier, 빙하 조각 사이로 해달이 한가로이 떠있다.

선상 점심은 여지없이 wild salmon, 그 후 Aialik glacier 에서 건져 올린 얼음조각으로 마가리따를 만들어 판다. 몇십년, 아니 몇백년 전 내린 눈이 다져지고 다져져서 만들어진 빙하조각을 넣은 마가리따, Salud!!

배에서 내려 Sewrad 항구를 둘러 본다. 혹시 갓 잡은 생선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배를 통째로 빌려 바다낚시에서 돌아온 사람들, 역시 만선이다. 연어, 광어가 주를 이룬다. 내 키만한 광어도 눈에 띈다. 전리품을 자랑하듯 잡은 생선들을 줄지어 걸어놓고 기념촬영하는 광경, 잡은 생선을 노련하게 포 뜨는 광경 등 항구의 오후는 바다의 선물로 활기가 넘친다.

어제 잡아 냉동한 광어를 한조각 샀다. 미리 예약한 Soo's B&B에 체크인하여 Soo 주인아줌마의 배려로 주방 사용을 허락받아 사 온 광어를 저녁 식탁에 올리기로 했다. 야채와 곁들여 구운 신선한 광어,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신선한 광어로 차린 식탁, 맛은 그냥 끝내줘요!

수지니는 숙제를 해서 온라인으로 올려야 하는데 이 집 와이파이가 협조를 안한다. 결국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수지니가 인터넷 회사에 전화하고 잘못 연결된 케이블을 제대로 꼿아 와이파이를 고쳤다. 이 정도면 방값 깎아줘야 하는거 아니냐며 우스게 소리도 해본다.

16일째, 지난 밤 못끝낸 수지니의 숙제를 끝내느라 오전 10시가 넘어 길을 나섰다. 하루 만에 알래스카를 지나 캐나다로 가는 것은 무리인 것같아 국경 90마일 전 Tok이라는 곳에서 캠핑하기로 계획하고 출발한다. 오늘은 여우시집가는 날. 하늘은 맑은데 소나기가 간간히 내려 여행길은 지루할 틈이 없다.

Tok에 있는 Alaskan Stove 캠핑장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날씨 맑음, 푹신한 톱밥 위에 텐트부터 치고 여지없이 자전거로 동네 탐색에 나섰다. Alaska highway를 따라 모텔, 주유소, 식당 등이 둥지를 틀고 있는 평화로운 마을이다. 개별 site에서는 캠프화이어가 금지되어 있어 공동 화이어 피트를 이용했다. 해가 길긴하지만 저녁 8시 이후에는 기온이 내려가서 장작불을 쬐고 들어가서 자야 포근히 잘 수 있는 까닭에 캠핑하는 날은 어김없이 캠프화이어를 하게 된다. 11시가 넘으니 서쪽으로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 이제 북반구의 백야에 익숙해져 간다.

   
Tok의 노을. 밤 11시쯤

17일째, 오늘은 국경 지나 다시 캐나다로 들어간다. 여유있게 오전 10시 넘어 출발했지만 갈 길은 멀다. Watson Lake까지 650마일을 달려야 한다. 내일부터 3일간 숙박할 곳을 예약해놨기 때문에 오늘 이만큼 달려줘야 착오가 없다. 그런데 거리 계산상의 착오로 내일 15시간을 달려야 예약한 숙소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저녁시간은 가까와지는데 인터넷이 터지는 곳을 찾을수가 없다. 예약을 변경할 참인 것이다. 나오는 타운마다 인터넷이 안되어서 조금만 더 하며 간것이 그만 밤 12시 반까지 운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국 캠팡장도 못찾고 저녁도 거른 채 천상 차에서 자게 생겼다. 적당히 후미진 곳에 차를 세우고 앞 의자를 최대한 눕혀 침낭을 덥고 자는 수밖에. 이렇게 우린 첫 노숙을 하게 되는구나.

18일째, 불편하게 잤으니 일찍 깰 수밖에. 6시 조금 넘어 출발한다. 어제 저녁도 거른 후라서 뱃속이 허전하다. 아침식사라도 해먹을 장소를 찾는 중, 말만한 무스 한마리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 나오는게 아닌가. 간만의 차이로 대형사고를 간신히 피하고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며 rest area에 차를 세웠다. 피크닉 테이블에 급조로 상을 차려 뜨거운 누룽지로 빈 속을 달랜다.

   
들쥐를 노획한 후 발로 지긋이 누르고 있는 bald eagle

오늘은 biker들의 천국길이라는 37S(Cassiar Hwy)를 달린다. 양옆 우거진 숲을 따라 왕복 2차선의 아기자기한 국보급 국도다. 정말로 많은 자전거 여행객들이 캠핑짐을 싣고 자동차 여행객보다 훨씬 행복한 표정으로 페달을 밝고 있다.

어제 늦게까지 운전한 덕에 예약한 North Star Inn에 저녁 8시쯤 도착했다. 취사를 해야 하기에 patio 있는 방에 체크인 하여 된장찌게로 어제 거른 저녁식사를 보상한다.

내일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Whistler로 들어간다. 그동안 캠핑으로 고생한 우리를 위해 Whistler에는 좋은 호텔을 예약해 두었다. 우리의 여행도 벌써 3분의 2 지점으로 내닫고 있다. 벌써 아쉬움이 가슴 밑바닥에서 차오른다. 아쉬움과 함께 마지막까지 여행을 잘 갈무리 해야겠다는 바람이 간절하다.

좋은 여행은 좋은 사람과 좋은 여행지도 중요하지만 여행하는 동안 나를 둘러싼 우주의 모든 기운이 어떻게 맞아 떨어지느냐도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 기운이 어긋나면 사고도 나고 다툼도 일고 행복도 뺏긴다.

부디 좋은 기운이 우리 여행 끝까지 함께 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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