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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의 설움도... ‘완생’의 기쁨도...
[살며 살아가며] 바둑 따라 세월 따라
2016년 07월 19일 (화) 10:59:59 최진석 acroeditor@gmail.com

오랜 세월을 바둑을 벗하며 살아 왔다. 많은 기우(琪友)들을 만나고 정겨운 수담(手談)을 나누었다. 여행 중에는 언제나 바둑을 끼고 다녔다. 무료할 때 위안이 되고 어려울 때 견뎌 내는 힘이 되기도 했다.

바둑을 두고 나면 복기(復棋)를 하고 기보(棋譜)를 남긴다.

한 판의 바둑에 정녕 무엇이 있는가?

초반과 중반 그리고 종반, 끝내기가 있다. 정석(定石)을 기초로 포석(布石)을 하며 판을 짜 나간다. 행마(行馬)를 하고 수(手)를 생각하고 꾀를 내며 전투를 한다. 축(逐)과 축머리, 패(覇)와 팻감을 헤아리며 끝내기 요령까지 계산하고 착수(着手)를 한다.

부딪치고 밀어내며 가두고 놓아 준다. 몰아치고 타협하며 잡고 잡힌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고 속이 타도록 궁리를 한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지만 한 수가 삐끗하여 좌절하고 분노하며, 깊은 수읽기로 난국을 타개하여 역전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한다.

바둑은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인간사 희노애락이 있고 오욕칠정이 녹아 나듯이 대국자의 자세와 성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허세를 부리면 집이 적어지고 실리를 탐하면 세력이 떨어진다. 정직한 사람은 정수(正手)를 두고 음흉한 사람은 꼼수를 둔다. 작은 것을 욕심내지 않고(‘小貧大夫’) 큰 곳을 찾아 가는(‘捨小取大’) 지혜가 필요하다. 바둑판 전체를 지배하는 원리(‘棋理’)에 어긋난 수는 반드시 그만한 댓가를 치르며 무리수(無理數)가 된다. 바둑을 둘 때는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다스리며 그래서 나를 의식조차 하지 않는 반전무인(盤前無人)의 자세가 으뜸이다.

바둑이란 무엇인가?

현대 바둑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그래서 기성(棋聖)이라 일컫는 오청원 선생은 “바둑은 조화(調和)”라고 역설했다. 극과 극으로 치우치지 않고 타협과 어울림으로 한 수 한 수를 결단해 나간다. 때로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어떤 경우에는 발이 느리더라도 두텁게, 그리고 상대편의 돌을 잡으려 하기 전에 자신의 삶을 먼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我生然后殺打’).  미생(‘未生馬’)의 설움을 맛 본 사람은 겸손의 도를 깨닫게 된다. 세력과 실리의 절충이 절묘하게 이루어질 때 완생(完生)의 기쁨도 느끼게 된다.

인공지능이 강세를 떨치고 있는 이 첨단의 시대에도 인간의 생각과 수읽기는 그 창조성에서 결코 기계가 추구하기 어려운 영역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최진석 (법대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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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3)
  감동 홍선례 2016-07-25 14:18:05
감동적인 글, 많이 배웠습니다.
미주 동창회보에도 올렸는데, 매우 인기가 좋습니다.
추천0 반대0
(99.XXX.XXX.178)
  깊은 깨달음 박청일 2016-07-24 19:55:53
좋은 글에 공감과 감동을 받습니다. 바둑에 문외한이지만 읽으면서 고개가 끄덕여지고 깊은 깨달음을 갖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추천0 반대0
(172.XXX.XXX.22)
  바둑 판 오달 2016-07-20 09:21:02
인생 살이가 결국 바둑 판 한 게임이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추천0 반대0
(104.XXX.XXX.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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