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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에 갇힌 음악, 마침내 풀려나다
[현림의 음악이야기] 음악의 변천과 Organic Music
2016년 04월 26일 (화) 12:16:58 이현림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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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서울대 미주 동창회 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찾는 분들이 많아 아크로에 공유합니다. <편집자 주>

우리는 요즘 'organic' 이란 단어를 무척 좋아한다.

올개닉 음식을 선호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올개닉 옷, 올개닉 가구까지 다양하게 출시된 올개닉 상품들이 우리의 관심을 끈다. 이런 풍조는 이 시대의 트렌드인 'natural' 한 미술, 건축, 인테리어, 패션, 화장술 등과도 매우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음악 쪽은 어떨까? 음악에도 자연주의가 있을까? 혹시 올개닉 음악이란 말을 들어 보셨는지?

현재 가장 유명한 중국 작곡가 탄 둔(Tan Dun, 谭盾)은 자신의 곡에 물, 돌, 종이, 세라믹 등 자연을 이용한 소리를 많이 사용한다. 이런 소리를 내기 위한 자연적인 재료들을 그는 organic instrument라고 부르고 그것들과 어우러진 곡을 organic music 이라고 분류한다. 1998년에 만든 'Water Concerto for Water Percussion and Orchestra'란 곡은 이런 소재를 사용한 그의 최초의 대곡이다. 무대 위에는 물을 담은 여러 basin들이 출현하며, 사발, 병, 손등 여러 방법을 통해 소리가 만들어지고, 그 소리는 마이크로폰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청중에게 전달된다. 이런 그의 시도는 처음 접해보는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왜냐하면 이런 방법은 소리를 구성하는 악기 소재의 다양성 뿐 아니라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상당히 변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2000년에 그는 이러한 기법들을 사용하여 'The Water Passion after St. Matthew'란 곡을 만들었다. Passion이란 수난곡, 즉 예수님이 핍박 받다 돌아가신 그 이야기를 가사로 해서 여러 형태의 노래들로 만들어진 곡인데, 그는 바하 서거 250 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바하의 마태수난곡을 떠올리며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십자가 형태로 줄지어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물그릇들에서 내는 물소리, 티벳 악기 ting sha, Mongolian overtone singing 등을 이용해 매우 자연적이고 동양적인 색채로 만든 예수님의 이야기이다. 이 곡이 내게 흥미로운 이유는 바하의 마태수난곡이 시간이 흘러 음악의 스타일이 변해가며 250년 후에 이런 모습으로도 변모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LA Master Chorale이 연주한 적이 있다.)

   
탄 둔. [출처: 탄 둔 닷컴]

탄 둔의 성장 배경을 보면 드라마틱한 면이 있다. 1957년 중국 후난 지방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라 어릴 때 자연에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중국 전통의 샤머니즘 음악을 들으며 매우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어릴 때 체험한 요소들이 후에 그의 음악적 바탕이 되었고 작곡할 때 오는 동서 문화간의 갈등을 풀어주는 열쇠가 된다. 그는 중국 전통 현악기를 배우고 앙상블 활동도 하다 문화혁명이 일어나자 쌀농사를 짓는 인부로 차출되어 농부의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배 사고로 베이징 오페라단 단원들이 많이 죽어 순회공연을 할 수 없자 바이올린 연주자로 긴급히 오케스트라에 투입된다. 공산주의에서 자라며 자유주의는 독이라고 생각하던 그가 서양음악을 처음 접했을 때 그것을 평생 할 것 같은 운명을 예감했다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그는 모짜르트가 누구인지도 몰랐지만 문화혁명으로 문을 닫고 있다 다시 열게 된 Central Conservatory of Music in Beijing에 들어가 음악을 공부하게 되고 미국 Columbia University로 유학 와서 공부한 후 계속 미국에서 살고 있다. 요요마의 첼로가 인상적이었던 와호장룡의 영화음악으로 그는 아카데미상과 그레미상을 받았으며 동양적 색체를 가진 서양 음악, 여러 가지 새로운 현대적 시도 등으로 현재 중국의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국가적 작곡가가 되었다.
 
다시 바하의 마태수난곡을 돌아보자. 총 78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주시간 3시간짜리의 대곡이다. 마태복음과 피칸더의 대본을 가사로 하여 레시타티보, 아리아, 코랄, 합창 등으로 이루어진 이 곡은 바하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곡이다. 연주하기도 감상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일단 시작하면 장엄함과 슬픔을 간직한 첫 곡부터 마음을 파고든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정교하게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는지에 곧 매료되고 만다. 이 곡은 단지 종교음악이 아니다. 그리스도의 사랑과 고통, 베드로의 인간적 나약함과 그로인한 배신, 전형적인 비굴한 제사장, 무지한 군중심리, 그를 따르는 가난한 여인 등 멜로드라마보다 더 강한 인간적 감정과 그로 인한 진한 감동이 있다.
 
바하는 이러한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겨 주었지만 그 당시 바하는 비발디 등 동시대 작곡가에 비해 저평가되고 교회음악 작곡가로만 인식되다가 밀려드는 새로운 음악 양식, 즉 고전주의 음악에 밀려 이후 완전히 잊혀진다. 그의 악보는 마침내 고깃덩이를 싸는 종이 포장지로 전락하게 되어 펠릭스 멘델스존의 눈에 띄기까지 100년간 철저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것이다.
 
다른 장르와 마찬가지로 음악도 시대와 시대 사이의 교두보의 역할을 하거나 그 정도를 뛰어넘는 작곡가들이 큰 줄기를 만들어 왔다. 말러가 무조성 음악을 막 도입하고 낭만주의에서 현대주의로 넘어가는 여러 요소를 사용할 때 그를 비난했던 대중도, 쉔베르그의 불협화음에 귀를 막고 싶어 하던 사람들도 몇 십 년이 지나자 이제 그 정도 쯤은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변모하였다. 대중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변화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니 J.S. Bach의 마태수난곡이 Tan Dun의 마태 물수난곡으로 변모하는 지점까지 온 것이다.

   
존 케이지. [출쳐: 위키 아트]

사실 현대음악의 여러 획기적 변화의 장을 마련한 사람은 1992년 타계한 작곡가 John Cage이다. 그는 앞서 말한 탄 둔이나 백남준을 비롯 여러 아티스트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준 현대음악의 거목이다.

그의 음악을 간단히 말하자면 전통적인 모든 한계를 없앤 것이다. 또한 우연히 만들어 지는 소리도 음악에 포함시켰다. 소리와 음악의 구분, 음악과 소음의 구분, 음표, 악보의 고정관념 등 이 모든 것들을 cage에서 꺼내준 것이다. 더 이상 작곡가가 연주자에게 악보로 세세하게 이렇게 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작곡가의 의도가 담긴 음악을 완전히 없앰으로써 자연의 소리를 듣게 해주려는  것이다. 이제 음악도 자연으로 돌아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당장 그의 사상을 수용하는 것이 어렵고 불편하더라도 우리는 새장에서 자유의 몸이 된 음악의 무한한 발전을 보고 즐기게 될 것이다.


[동영상] Concerto for Water Percussion and Orchestra - Tan Dun


[동영상] Water Passion After St. Matthew (Clip)-University of Utah Combined Choirs

이현림 (음대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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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3)
  현림 재림 오달 2016-05-01 07:09:21
반갑습니다. 현림씨가 재림한 아크로가 크게 부흥하기를.
새로운 음악 이야기 새로운 세상이네요.
앞으로도 우리 불쌍한 중생이 모르는
신비의 세계로 안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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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251)
  오~ 정말 새로운 세계네요 김종하 2016-04-25 19:41:05
현림님 음악이야기... 아크로에서 계속 듣고 싶어요.^^
추천0 반대0
(76.XXX.XXX.131)
  excellent 한 종하 편집장님 2016-04-25 20:48:19
수고 많으시네요! 감사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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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XXX.XXX.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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