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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명 희생을 감수하며 지키려 했던 비밀은…
[박변의 영화 내 멋대로 보기 29] The Imitation Game
2016년 03월 28일 (월) 15:53:31 박준창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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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온 세계가 난리였는데 이런 신과 같은 컴퓨터를 고안한 사람이 누구일까? 누가 이런 세상이 온다고 상상이나 했을까? 그러나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나 천재는 있게 마련. 1930년대 2차 대전이 한창일 때 컴퓨터의 효시가 되는 물건을 만들어 낸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알란 튜링(Alan Turing)이라는 천재다. 컴퓨터, 수학, 논리학, 이론 생물학, 암호 해독학 등의 여러 학문에서의 대가. The Imitation Game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불우한 천재의 컴퓨터(암호 해독기) 개발과정을 그린 영화다.

   
영국 판 영화 포스터. 영국 배우Benedict Cumberbatch와 Keira Knightley 주연.

영화는 유명한 수학자 알란 튜링이 가택 침입을 당한 사건을 경찰이 조사하면서부터 시작이 된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오히려 피해자인 집 주인 알란 튜링이 군 복무 기록이 없고, 행동이 이상해서 소련의 간첩으로 의심하게 된다. 이 조사 과정에서 그의 2차 대전 때의 활동이 드러나게 되는데.

때는 1939년, 영국은 나치 독일과 2차 대전 중이었고 독일이 “수수께끼 기계(Enigma Machine)” 라는 기계에서 라디오로 보내는 암호를 알아내어야 하는데 이 암호를 해독할 길이 없다. 에니그마 기계 자체는 몰래 독일로부터 빼 온 것이 있지만, 기계의 세팅을 매일 바꾸기 때문에, 암호를 풀어도 다음 날 6시가 지나면 아무 쓸모가 없다. 이 세팅의 경우의 수는 무려 159에다가 0이 18자리. 즉, 159,000,000,000,000,000,000. 독자 여러분들은 이 숫자를 읽을 수나 있으신지?

이 해독을 위하여 체스 챔피언, 크로스워드 퍼즐 해결 천재 등의 경력을 지닌 암호 해독 전문가5명의 요원이 선발이 된다. 책임자는 영국 해군 제독 데니스턴(Denniston)이고 영국 정보기관인 MI6 가 배후에 있다. 23살에 논문을 내고, 24살에 교수로 임용이 되어 있던 당시 27살의 튜링은 이 일에 지원을 한다. 독일어도 못하고 태도도 삐딱해 보이는 그를 책임자인 데니스턴은 군 역사상 가장 짧은 취업 면접이 될 거라며 그를 몇 분 얘기도 않고 돌려보내려 한다. 그러나 에니그마 해독을 하고 있지만 성공 못하고 있지 않느냐, 해독이 되고 있으면 대학교 교수를 초빙하지 않을 것 아니냐, 자신은 어려운 문제 해결에 능하고, 해독이 된다면 전쟁은 빨리 끝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말로 그는 선발이 된다.

그런데 그는 팀으로서가 아닌 혼자 일하기를 고집한다. 다른 팀원들은 그의 일을 지연시킬 뿐이라면서. 그는 단순한 암호 해독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에니그마를 해독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기계를 만들 테니 예산을 달라는 요구를 한다. 하지만 데니스턴 제독은 이를 거부한다. 그러자 그는 당시 수상 윈스턴 처칠에게 편지를 쓰고 놀랍게도 처칠은 예산을 줄 뿐만 아니라, 그를 팀의 책임자로 임명을 한다. 지도자의 혜안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그는 두 명을 해고시키고, 신문에 아주 어려운 크로스워드 퍼즐 문제를 낸 다음, 이 퍼즐 해결자 두 사람을 후임자로 선발한다. 그 중 한 사람이 여성인 캠브리지 대학 출신의 조운 클라크(Joan Clarke).

튜링은 마침내 기계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컴퓨터의 원형. 그는 이 기계에 크리스토퍼란 이름을 지어 준다. 그러나 이 기계는 여전히 에니그마를 해독할 수가 없다. 매일 매일 바뀌는 세팅을 빨리 따라 갈 수가 업었던 것. 화난 데니스턴 제독은 기계를 부숴 버리고 튜링을 해고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팀원 전원이 반기를 든다. 튜링을 해고시키면 자기들도 다 떠나겠다고.

   
영화 속 주인공 아닌 실제 튜링의 모습. 그가 개발한 컴퓨터의 원형 앞에서. 튜링은 이런 말을 남겼는데, “만약 컴퓨터가 사람으로 하여금 컴퓨터가 인간이라고 믿게 속일 수 있다면 지능적이라고 불릴 만 할 것이다. (A computer would deserve to be called intelligent if it could deceive a human into believing that it was human.)” 알파고를 염두에 두고 한 말 같이 들리기도. <삽화=박준창>

그 사이 조운은 팀을 떠나야 함을 통보한다. 부모들이 여자 혼자서 그런 데서 일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튜링은 조운에게 청혼을 하고 조운을 이 청혼을 받아들인다. 결혼 기념으로 팀원들은 술집에서 술을 한잔 하는데 여기서 동료 존 케언크로스(John Cairncross)가 튜링에게 넌지시 이야기한다. 튜링이 동성연애자임을 자신은 알고 있다고.

이것은 사실이었다. 고등학교 때 그는 자신에게 암호 해독 분야를 눈뜨게 해 준 동료 학생 크리스토퍼 모콤(Christopher Morcom)을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의 고백도 하기 전 크리스토퍼는 희귀한 병으로 사망한다. 암호로 쓴, 사랑을 고백하는 카드를 들고 방학 후 학교에서 튜링은 그를 기다리는데 크리스토퍼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나중에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그가 죽었다는 통보를 받는다. 크리스토퍼의 영향을 받아 만든 이 기계에 그는 옛 애인의 이름을 붙여준 것.
 
그런데 이 술 자리에서 튜링은 에니그마 세팅의 단초를 발견하게 된다. 이미 자주 쓰고 있는 단어들 이를 테면 “날씨”라든지 “하일 히틀러” 같은 단어를 사용하면 되는 것임을… 그들은 마침내 해독에 성공한다. 그런데 첫 해독의 성과는? 그들은 독일의 유-보우트 목표물이 영국의 여객선 선단임을 알게 된다. 팀원들은 즉시 이 사실을 데니스턴 제독에게 알리자고 한다. 하지만… 튜링이 반대한다. 알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민간인을 희생시켜야 한다는 튜링의 말에 분노한 전 체스 챔피언이 튜링에게 주먹을 날린다. 맞고 쓰러진 튜링이 얘기한다. 폭력은 기분이 좋게 느껴지기 때문에 행사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기분 좋은 일만 할 수는 없고 논리적인 일을 해야 한다고. 다들 어리둥절해 하지만 금방 그들은 무슨 말인지를 깨닫는다. 갑자기 여객선단이 우회를 하고, 영국 기가 나타나 유-보우트를 격침시킨다면 독일군들은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그들은 에니그마가 해독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고 바로 에니그마를 다시 바꿀 것이라고. 그러면 2년 동안의 그들의 노력이 수포가 된다고. 비록 500여명의 민간인, 아이들, 여자들이 승선하고 있지만 그들의 임무는 민간인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독했다는 사실을 비밀로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전쟁에서 이겨야 하는 것이라고. 그런데 이 배 들 중 하나에 팀원 중 한 사람의 형이 승선한 것임이 밝혀진다. 눈물로 호소하는데도 한사코 튜링은 안 된다고 한다. 당신이 신이야 뭐야 누가 생사를 결정하는 거야 라는 항의에도 튜링은 굽히지 않는다.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만이 타인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튜링은 MI6에게까지 부탁한다. 에니그마 해독은 철저히 비밀로 지켜져야 한다고. 모든 정보는 에니그마 해독에서 온 것이 아니라 다른 소스에서 온다고. 정부와 군 고위직들도 몰라야 한다고. 그들은 데니스턴 제독에게 조차도 알리지 않았다면서.

영화는 이쯤에서 끝나야 할 것 같은데 이야기는 계속된다. 조운과의 헤어짐 (결국은 맺어질 수 없는 사이가 아닌가?), 팀원 중 하나가 소련의 스파이였다는 사실. 더 놀라운 것은 MI6가 알면서도 이 스파이를 팀에 합류시켰다는 사실… 그리고 튜링은 그의 동성애로 인하여 화학적 거세를 당하고 결국에는 자살을 택하는데… 그는 백설공주처럼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죽는다.

영화는 2시간이나 될 정도로 긴데도 재미있다. 한 천재의 통찰력. 집념. 현실을 직시하는 눈.  사사로운 정에 이끌리지 않고 국가 이익만을 생각하는 차가운 판단력. 증오스러울 정도의 냉엄한 비밀 정보기관의 행동 등 영화는 의외로 여러 가지를 많이 담고 있다. 2014년 개봉되자마자 호평을 받았고 관객 동원에도 성공한 영화.

박준창 (영문 79,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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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2)
  새로운 영화 오달 2016-04-10 23:47:27
재미있는 영화네요.
추천0 반대0
(66.XXX.XXX.251)
  흥미진진한 김종하 2016-03-29 17:33:24
영화로군요. 알파고와의 대결을 테마로 이렇게 재밌는 영화평을 이어가주시는 센스^^ 감사~
추천0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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