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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의 원조, 그가 세운 길... 지금은
[오달의 세상만사] 윌셔 길의 역사를 아십니까
2016년 03월 12일 (토) 12:37:51 김지영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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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Wilshire)는 미국판 '강남 좌파'의 원조다"

"정말? 윌셔는 길 이름인데"

LA 다운타운에서 시작해 태평양 연안의 샌타모니카 비치까지 15.83마일의 동서대로, 그중에서 동쪽 버몬트에서 서쪽 웨스턴까지 8 블럭이 코리아타운의 중심이다. 보이는 고층 건물은 거의 한인 소유, 한인 은행, 그리고 식당 등 '우리 동네'라고 부를 만하다. 1981년 LA 시의회가 정식으로 윌셔가를 포함한 주변 지역을 코리아타운으로 지정했으니 행정적으로도 공인 받은 '한인 동네'이다.

윌셔는 사람 이름이기도 하다. 헨리 게이로드 윌셔(Henry Gaylord Wilshire), 그는 1890년대 지금의 웨스트레이크 맥아더 공원 근처에 보리밭을 사들였다. 그 가운데로 폭 4미터 정도의 길을 내고 자기 이름을 붙였다. 그는 그 보리밭을 전원주택으로 개발하고 있었다. 1895년 LA시에 그 땅의 일부를 제공하고 동서 간선도로 전체에 자기 이름을 남겼다.

   
자신의 책 Socialism Inevitable에 실린 윌셔의 초상화. <위키피디아>

윌셔는 오하이오 출신으로 20대에 LA로 왔다. 부동산 금광사업으로 백만장자가 됐다. 그러나 그는 골수 사회주의자였다. 정치에도 뛰어들어서 캘리포니아, 오하이오, 뉴욕 등에서 좌파 후보로 선거에 나서기도 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캐나다 의회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은 건 '낙선 다관왕'이라는 칭호. 말년에는 '더 윌셔(The Wilshire's)'라는 잡지를 발행했다. 1927년 뉴욕에서 죽을 때는 무일푼.

윌셔와 켄모어 코너의 게이로드 아파트는 그의 중간 이름을 딴 빌딩이다. 1924년 당시 최고급 호텔로 개관했다. 아파트로 바뀐 뒤에도 닉슨, 자자 가보르 등 쟁쟁한 명사가 살기도 했다. 게이로드에서 길 건너에 있는 앰배서더 호텔은 할리우드의 황금기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LA 최고의 명소. 호텔 안의 코코넛 그로브라는 나이트클럽에서는 프랭크 시나트라, 바버러 스트라이센드 등이 노래를 불렀다. 1968년 로버트 케네디가 여기서 암살당했다.

   
윌셔와 켄모어의 게이로드 빌딩의 모습. 여전히 옥상에 Gaylord 간판이 남아 있다. <구글 스트릿뷰>

게이로드 서쪽 바로 옆에 브라운 더비라는 유명한 음식점이 있었다. 더비 모자의 모양을 딴 대형 원형돔 건물 속에 있던 레스토랑. 웨이트리스들은 영화배우가 되기 위해서 LA로 온 미녀들. 마릴린 먼로도 그중의 하나였다. 그 옛날의 역사는 가고 그 원형돔은 그 자리 샤핑센터 이층에 덩그러니 남아있다. 한때 한국 술집이었지만, 지금은 텅 비어있다.

윌셔는 죽어서 이름은 남겼다. 그런데 그가 죽은 지 아직 100년도 안 되는데 윌셔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적고,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관심이 있는 사람은 없다. 이름마저 남기지 못하는 사람, 이름만 남기고 가는 사람, 세월이 지나면 다 고만고만하다.

또 100년 후 여기가 우리 동네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무엇을 남기고 갈까? 무엇을 남기든 한국인 입장에서는 '남의 동네, 우리의 역사'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 동네, 남의 역사'와 다를 바 없다.

김지영 (영어교육 69, 변호사, 수필가) *LA 중앙일보 칼럼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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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6)
  대형돔? 김삿갓 2016-03-23 13:50:23
대형 돔이 어디죠?
추천0 반대0
(115.XXX.XXX.35)
  여우와 비 오달 2016-03-24 06:06:00
그런 술 집이 있었지.
그 자리.
추천0 반대0
(104.XXX.XXX.245)
  잘 읽었습니다. 이경훈 2016-03-18 08:12:19
역시 담백하고, 여운이 있는 글입니다....
추천0 반대0
(122.XXX.XXX.40)
  멀리 서울에서 오달 2016-03-24 06:06:45
읽어 주셔서 감사.
이 경훈 씨 명문이 자주 실려야 하는데.
추천0 반대0
(104.XXX.XXX.245)
  무 댓글 동맹 오달 2016-03-15 10:08:22
요즈음 아크로 독자들이 무 댓글 동맹을 맺었는지 ?
추천0 반대0
(223.XXX.XXX.102)
  어떻게 아셨죠? 무댓글 동맹. 박변 2016-03-20 19:27:05
군더더기 없는 담백한 글, 실상 윌셔가 누구인지 궁금했답니다. 사람 이름으로 짐작만 했을 뿐. 우린 매일 그 역사의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군요.
추천0 반대0
(138.XXX.XXX.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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