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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호랑이와 망망대해를 표류한다면…
[박변의 영화 내 멋대로 보기 28] Life of Pi (파이 이야기)
2016년 02월 01일 (월) 12:46:20 박준창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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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망대해, 표류하고 있는 구명선에서 물도 없고 음식도 없는데 거대한 호랑이까지 한 배에 타고 있다면… 평화롭게 보이는 바다도 실상은 약육강식의 각축장, 적대적이기만 한 바다. 당신은 차라리 죽어 버리고 싶지 않을까?

   
영화 포스터. 2012년 개봉. 흥행에도 성공했고, 비평가들에게도 호평 받은 영화

Life of Pi에서 파이는 주인공인 14살 난 인도 소년의 이름. 원래 이름이 Piscine Molitor Patel인데, 발음이 오줌 눈다는 뜻의 pissing과 비슷해서 학교 친구들에게 늘 놀림 받다가 생각해 낸 이름이다. Piscine 말고 원주율인 Pi 라고 불러 달라고.

그런데 인도 사람에게 원래 이름인 Piscine Molitor는 또 뭔가? 프랑스어로 Piscine는 수영장이란 뜻이고 그래서 몰리터 수영장인데, 이 이름은 아저씨(인도 Tamil어로 mamaji)라고 친숙하게 부르는 주인공의 아버지 친구 때문에 받은 이름이다. 이 아저씨는 출생 때 폐에 너무 많은 물을 담고 태어나서 산부인과 의사가 발목을 잡고 거꾸로 흔들어 물을 빼 내었는데 이 결과 기형적으로 가슴과 어깨가 넓고 다리는 짧은, 수영에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체격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이 아저씨는 수영에 대단한 재능을 보였고, 해외여행을 할 때도 꼭 그 나라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해 보는 것이 아저씨의 취미. 어느 날 프랑스 파리에 있는 수영장을 가게 되었는데 그렇게 물이 맑은 수영장은 처음이었대나? 수영장 물로 커피를 끓여 마셔도 될 만큼. 이 수영장 이름이 Piscine Molitor(몰리터 수영장) 이었던 것.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아버지 뇌리에 이 수영장이 진하게 남았고 둘째 아들을 낳자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이다.

파이의 아버지는 당시 프랑스 식민지였던 인도의 Pondicherry에서 동물원을 경영했다. 소설에 보면 작가의 동물에 대한 통찰이 놀랍다. 한 예를 들면, 사람들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을 불쌍히 여기고, 황야에서 자유를 마음껏 구가하며 사는 동물이 나은 삶이라고 느낀다. 하지만, 자연에서의 생활은 결코 녹녹치 않다. 먹이를 구하고, 영역을 지키고, 생존을 위한 처절한 삶이라는 것이다. 사냥은 필요에 의한 것이지 동물의 체력 증진을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에 동물원 동물들은 굶주림 걱정을 할 필요가 없고, 자기 영역이 보장이 된다. 과연 어느 쪽 동물이 더 행복할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재미나게 쓰는 일본말로 ‘나와바리 (繩張り)’인 ‘영역’이라는 개념은, 후일 영화 전개에 있어 호랑이와 인간이 한 배에 사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개념이다.
 
파이는 원해 행복한 힌두교도. 그런데 기독교를 접하게 된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을 보고 참 이상한 신도 다 있다고 느끼는데. 힌두교의 신들은 하루아침에 바다와 산을 옮기고 못하는 것이 없는 그야말로 전지전능한 신인데, 기독교의 신은 얼마나 빈약하면 사람들한테 조롱당하고, 살이 찟기우고, 십자가에 달려 죽기까지 하는 그런 존재가 신일까 하고. 이런 점을 신부한테 물으면 신부의 답은 한결같다. 사랑이라고. 오직 사랑이라고. 파이는 이해가 안 되지만, 어쩐지 끌려서 기독교도가 된다. 힌두교를 버리지도 않고 그냥 기독교도 숭상하는. 그리고는 이슬람까지도 받아들인다. 3개의 종교를 동시에 믿는 파이. 가족들은 물론 그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던 차에 파이의 아버지는 캐나다 이민을 결심한다. 팔 수 있는 동물들은 팔고 안 팔리는 동물들은 화물선에 싣고. 일본 선적의 배를 타고 태평양을 항해하던 배는 태풍을 만나 침몰한다. 가까스로 구명선에 올라 탄 파이. 파이는 생각 없이 벵갈 호랑이를 구조해 준다. 나중 무척 후회하지만. 이 호랑이 이름이 리처드 파커다. 리처드 파커는 이 호랑이를 잡은 사냥꾼인데 행정착오로 사냥꾼과 호랑이 이름이 뒤바뀌어 진 것.

그런데 호랑이 이름 리처드 파커는 에드거 알란 포우의 소설 The Narrative of Arthur Gordon Pym of Nantucket에서 나왔다. 리처드 파커는 주인공 소년의 이름으로 구명보트에서 잡아 먹혔고, 배에는 타이거란 이름의 개가 있었다고. 또한 실제 사람 리처드 파커에서도 이 호랑이 이름이 나왔는데, 실제로 배가 난파당한 후, 에드거 알란 포우의 소설처럼 구명보트에서 동료 선원들에게 살해당하고 시신이 인육으로 먹힌 끔찍한 일을 당한 17살 난 소년이었다. 그러면 이 소년을 잡아먹은 동료 선원들은 살인죄인가? 아니면 어차피 죽어가는 소년을, 다 죽지 않기 위해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죽였으니 살인죄가 아니지 않은가? 최초로 이러한 상황을 다룬 1884년에 나온 Regina 대 Dudley 및 Stephens라는 영국 법원 판례가 있었다고.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데, 작가 Yann Martel은 에드거 알란 포우의 소설과 이 판례에서 호랑이 이름을 착안했다고 한다.

   
표류 초기 파이는 이런 식으로 호랑이 리처드 파커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삽화=박준창 화백>

구명보트에는 부상당한 얼룩말과 하이에나 그리고 오랑우탄도 함께 있었는데 하이에나는 얼룩말과 오랑우탄을 죽이고, 리처드 파커에게 또 죽는다. 작은 구명보트에 어떻게 채식주의자 14살 소년이 먹을 것도 없이 굶주려 있는 호랑이에게 안 잡아먹히고 생존할 수 있었을까? 파이는 노와 구명 튜브 등을 이용해 뗏목 같은 것을 만들어 일단 구명보트와 연결해서 호랑이로부터 떨어져 자신을 보호한다. 그리고 구명보트에 있던 생존 킷을 이용해서 무려 200여 일을 버티게 된다. 이 사이 낚시도 하고 적대적인 바다와 더불어 생존하는 법을 배운다. 채식주의자인 파이가 어쩔 수 없이 고기를 잡아서 잔인하게 쳐 죽이고 날것으로 고기를 먹는 장면에서는 동정과 연민이 절로 배어져 나온다. 저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 같으면 차라리 죽음을 택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그리고 거대한 호랑이 리처드 파커와는 또 어떻게? 그는 결국 리처드 파커를 훈련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리처드 파커는 동물원 동물이었으니, 동물원 사육사가 했던 것처럼 호루라기 소리를 이용, 순종해야 먹을 것이 나온다는 것을 리처드 파커에게 주지시키고 위에 말한 고유의 영역을 서로 지켜 줌으로써 호랑이와 공존한다. 후일 그는 리처드 파커에게 감사하는데 리처드 파커의 존재로 인해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바다 위 생활은 여기서 자세히 얘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소설에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 파이는 일시적으로 눈이 멀게 된다. 앞이 안 보이는 상태에서 또 다른 표류자와 바다 위에서 만나게 되고 둘은 대화를 하는데 처음에 독자들은 환상이나 꿈 이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엄연히 현실이다. 이 표류자가 리처드 파커에게 잡아먹히니까. 이 장면은 감독에게도 너무 이해가 안 되었던지 영화에는 없다.

보통 소설만한 영화가 없다. 난 영화가 소설만큼 잘 된 작품을 거의 보지를 못했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작품이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늙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늙은 메릴 스트립이 주연이었는데 이 주연 배우들이 결정적으로 가장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이 작품만큼은 소설과 영화가 별로 차이가 없다. 중국인 감독 이 안(Ang Lee)의 작품인데 이 안 감독은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데 상당한 재주가 있는 것 같다. Jane Austen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Sense and Sensibilities도 이 안 감독 작인데 소설과 비교해서 별로 나쁘지 않다. (영화로 만들기 전 이 안 감독은 소설 Sense and Sensibilities를 정독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한번 읽어 봤을 뿐이었다고.)

괜찮은 영화다. 소설과 영화 다 보기를 권한다.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재미가 있다. 소설에서는 동물과 바다에 대한 통찰, 그리고 어떤 종교적 구원 같은 것도 넌지시 비치는데 깊은 맛을 보려는 분들에게는 소설이 좋다. 소설은 물론 한국어 번역판이 나와 있다. ‘파이 이야기’라고.

박준창 (영문 79,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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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5)
  책소개 잘읽었습니다. 스피노자 2016-02-13 10:10:57
근데 이 책의 주제가 뭔가요?
추천0 반대0
(68.XXX.XXX.158)
  이제서야 봤는데 대답도 시원찮아 어떡하죠? 박변 2016-02-29 21:28:04
읽고도 모르겠으니 말입니다. 신의 깊은 뜻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우리 아크로 지식인들 가르쳐 줘!
추천0 반대0
(138.XXX.XXX.53)
  Yarn Martel이 새 소설을 썼네요 오달 2016-02-01 10:24:50
The High Mountains of Portugal. 읽어보고 이야기 해줄께요.
추천0 반대0
(104.XXX.XXX.245)
  이번엔 좀 별로..... 크산티페 2016-01-31 22:18:17
내용이 좀 두서가 없어.
추천0 반대0
(138.XXX.XXX.53)
  대만 출신 앙 리 감독 김종하 2016-01-31 20:00:17
에게 Brokeback Mountain에 이어 2번째 오스카 감독상을 안겨준 작품...인데 전 아직 못 봤네요. 와호장룡, 색.계.는 봤는데. 오랜만의 오스카 수상작 다룬 영화 이야기 감사~
추천0 반대0
(76.XXX.XXX.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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