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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소리’로 ‘작은 거인’을 꿈꾸며
[김학천의 이 아침에] 모순어법으로 가득찬 사회
2016년 01월 12일 (화) 12:08:34 김학천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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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선 수박을 제일 좋아한단다. 겉과 달리 속이 온통 빨개서 당성이 아주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사과는 가장 적대시한다. 보기에 붉은 빛이 공산당원 같지만 실제 속은 하얀 반동이라서 그렇단다. 지어낸 얘기이겠지만 겉과 속이 다른 것을 말한다. 해서 고위간부들이 반동으로 숙청될 때 나오는 말도 '구밀복검'아닌가? 입으론 달콤한 말을 하면서 배 속에 칼을 품고 있다는 거다.

'진짜 거짓(true false)'처럼 상반된 말을 조합해 표현하는 것을 '모순어법(Oxymoron)'이라고 한다. 이런 이중적 양립은 우리의 삶 속에 많다. 현대인은 복잡다단해지고 바쁜 사회 속에서 사람은 더 많아지는데도 오히려 '군중 속의 고독'을 느낀다.

그러고 보니 요새 한국사회에서 혼자 밥 먹는 '혼밥'이 유행하고 혼자 술 마시는 '혼술'이 낭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고 이것이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본 말대로 '홀로 있을 때가 가장 외롭지 않기' 때문만은 아닐 게다. 사생활을 우선시하면서도 '공공연한 비밀'이 다른 이들에게는 즐거운 가십거리가 되다 보니 아예 혼자가 눈치 볼 것 없이 편안하다는 의식의 확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은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 행복을 느끼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 말할 나위 없겠지만. 그러다가 설령 '괴로운 기쁨'과 '즐거운 고통'을 오가는 사랑에 빠진다 해도 말이다.

그래도 사랑은 추억이라도 남지. 사회에서나 정치판에서 애써 믿고 밀어주었더니 정작 볼일 다 본 후에는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고 나 몰라라 하는 뻔뻔한 자들의 '허울 좋은 추한 꼴'에 입은 배신감은 어찌할 건가? 이리저리 차여 누군가의 노래처럼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상심 속에서 교회라도 찾고 싶지만 신앙이란 허울 아래 신앙 따로, 믿음 따로, 생활 따로 삼위일체가 아닌 삼위분리에 설 곳마저 잃는다.

그러나 이런 포장지와 속 내용이 다른 일들이 모두 어둡지만은 않아 그래도 살맛은 있다. 우리 삶을 맛나게 하기도 하고 한결 멋들어지게 하는 면이 더 많기 때문이다. '부르지 못하는 노래를 부른다네.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서 그냥 듣는 척하고 있다네'라고 노래하는 '침묵의 소리(The Sound of Silence)'가 암울했던 시절, 젊은이들에게 고통과 울분을 터트릴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숨통이었던 것처럼. 또한 청마 유치환이 시 '깃발'에서 외쳤던 '소리 없는 아우성'이 이상향을 찾아 그리워했던 우리의 목마름을 알아주었던 것처럼.

이렇듯 모순어법은 대립의 역설로 우리의 생각과 의지를 담아 지쳐가는 마음에 힘찬 용기와 밝은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러니 몸은 비록 작아도 뜻만은 크게 갖는 '작은 거인'을 꿈꾸어보는 게 어떨는지. 이제 새해를 맞아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경을 치게 끝내주는(damn good)'올 한 해를 만들어 가보자.

김학천 (치대 70, 치과의사, 수필가) *LA 중앙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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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2)
  김선배님 글은 dryangnew@gmail.com 2016-01-19 00:00:04
언제나 Awfully Good !!!
추천0 반대0
(108.XXX.XXX.12)
  옥시모론 김종하 2016-01-12 20:00:35
에 함축된 깊은 뜻을 이처럼 알맹이 단단하게 압축한 글로 풀어주시다니요! 감사~
추천0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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