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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우리 역사의 재발견!
[한신 서평] 이종호 저 - '세계인이 놀라는 한국사 7장면'
2015년 12월 27일 (일) 17:18:05 김한신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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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4일 보슬비가 내리는 서울의 아침길을 부지런히 걸었다.  서울 출장 숙소인 소공동에서 광화문의 교보문고까지 길은 그다지 멀지도 않지만 시청앞 광장, 무교동, 청계천, 세종로를 걸어 둘러볼 수 있고 돌아오는 길에는 (약간 돌아서) 성공회 성당, 덕수궁 돌담길까지 들려 서울 도심속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서울 출장 중 도심에서 가지는 나만의 산책로다.  서울 출장 마지막 날이고 토요일인지라 특별한 일정 없이 공항으로 가기 전 교보문고를 들리는 것이 거의 유일한 과제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소공동을 떠난 발걸음은 몇발자국 지나지 않아 무겁게 변했다.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가 있는 날이라 도심 곳곳에는 경찰 차량들과 진압 장비들이 즐비하게 늘어섰고 시청 광장에서는 집회 주최측의 무대 설치와 음향, 영상 장비 설치등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을비 정취를 느껴보고자 했던 출장자의 낭만은 떨쳐버릴 수 없는 무거움과 수많은 생각들로 뒤엉켜 버렸다. 특히나 국정교과서 찬반 논의로 온 나라가 뜨거웠던 때였고 당일 집회 주제중 하나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라는 역사의 ‘관점’의 문제였으며, 마침 평자가 교보문고에 가서 구입하려고 했던 책이 ‘세계인이 놀라는 한국사 7 장면’ (이종호 저)이였기에 마음이 더욱 심란했다.  제목으로 짐작할때 혹 저자는 한국사를 미화하려는 의도에서 세계인이 놀랄만한 자랑스러운 한국 역사를 기술하고 싶어 했을까? 마치 일본 우익들이 일본 역사를 더이상 수치스럽지 않고 자랑스러운 일본 역사로 만들고 싶어 하듯이 말이다.  자랑스러워 하다는 것과 미화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는데 말이다. 

이러한 평자의 의구심과 걱정은 몇시간 후 비행기에서 책을 열자마자 금새 기우로 변했다.  저자가 책머리에 밝힌 저술 의도를 읽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물론 우리 역사에는 안타깝고 속상한 부분이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요, 부끄러운 역사도 우리 역사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 역사를 보든지 어두운 면이 있으면 밝은 면도 있습니다.  과거를 너무 미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낮춰 보는 것도 피해야 합니다.  긍정이 지나치면 국수주의로 흐르고, 부정이 지나치면 자기비하에 빠지고 말기 때문입니다”라고 책 머리에 적고 있다.  역사를 속이거나 각색하지 않고, 없는 일을 과장하거나 일부러 없는 채 무시하지도 않는 태도가 역사를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임을 상기시켜주는 저술 의도에 공감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물론 객관적인 역사란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도 잘 안다.  과거의 일어난 일을 누가 어떠한 관점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른 역사로 기록되기 때문이다.  마치 저자가 책 속에 몇차례 인용한 영국 역사가 E. H. 카 (Carr)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 것 처럼 과거의 역사는 현재의 입장에서 기술되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 역시 수차례 걸쳐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역사는 현재 재발견 되고 해석된다는 점을 책속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에게는 과거와 2015년 현재와의 대화에서 나온 결과물이 7장면으로 요약된 한국사의 긍정적 재발견일 것이다.  그러한 7장면 역시 긍정과 부정적인 양면을 다 포함하고 있으며 저자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고 있다.  저자에게는 저평가된 긍정적 한국사를 대중서를 통해 알려주는 것이 현재 필요한 역사 과제라고 판단했으리라 짐작한다.

 

   

 

무엇이 세계를 놀라게 할만한 7 장면일까?  저자의 첫 선택부터 나름 ‘역사 물’을 먹은 평자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첫 장면으로 신라의 삼국 통일을 꼽았다.  신라의 삼국 통일에 대해 평자 역시 부정적인 면을 생각했었다.  저자도 밝히듯 당나라를 끌어들인 외세에 의한 통일이며 광활한 만주를 한국사에서 더이상 찾을 수 없는 전설로만 남긴 실패한 통일이라는 점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긍정적 평가는 신라의 삼국 통일로 본격적인 민족 국가가 출범했고, 이는 세계 역사상 민족 국가가 이렇게 일찍 수립되어 1,000년 이상 지속된 경우가 없음에 주목하여 이를 첫번째 놀라운, 자랑스러운 역사로 꼽았다.  서양의 민족, 민족 국가 개념이 17, 18세기에 정립된 것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이 이른 것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나라라는 외세를 끌어들였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민족 국가 개념 형성이 되어 있지 않았던 시대의 신라 입장을 현재의 민족 국가적 접근 방식으로 비판하는 것임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거의 모든 역사적 현상과 사건에는 긍정과 부정의 양면이 있기 마련임을 저자는 첫 장면의 선택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두번째 자랑스러운 장면으로 고려의 자주성을 선택했다.  우리 모두 존재했다는 것은 알지만 삼국시대, 조선사에 비해 익숙하지 않은 고려사를 자주성이라는 해석으로 다시 조명한 저자의 선택은 신선한 충격이였다.  스스로 황제국이라 칭했고, 거란, 몽골 등 세계의 초 강대국들과 결연히 싸웠으며 고려청자, 팔만대장경, 인쇄술 등의 과학 기술과 문화 유산을 남긴 아시아의 강국, 고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모르는 사실들이 아닌 이미 알고 있는 고려청자, 몽고 항전 등의 사실들을 통해 자주국 고려라는 모습을 보여준 저자의 선택은 우리 역사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임이 분명하다.

저자는 세번째로 찬란한 불교 문화, 네번째 놀라운 과학 기술, 다섯번째 한글 창제, 여섯번째 선비 정신과 기록문화, 그리고  마지막 일곱번째 천주교, 개신교의 전래와 부흥이라는 장면들을 선택해서 설명하고 있다.  주제의 선택에서 의외였던 것들은 여섯번째 기록문화와 일곱번째 천주교, 개신교의 전래와 부흥이었다.

평자 역시 한국의 기록 부재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평소 한탄하는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에, 한국사에서 그렇게 많은, 자세한 기록의 전통과 체계가 존재했음을 세삼 알게 되면서 부끄러워졌다.  그 깨알 같은 기록을 한 선조들을 향해 무지한 후손이 타박을 한 셈이니 말이다. 

마지막 주제인 외래 종교인 천주교, 기독교의 도래와 부흥이라는 주제는 그간 우리가 무심했지만 실제로 엄청난 영향을 한국사에 미쳤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특히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찾을 수 없는 부흥과 한국 현대사에 미친 선구적 역할에 비해 오늘날 기독교가 침체된 듯한 모습과 비기독교인들에게 비난 받는 현상을, 기독교가 ‘시대적 소명’을 이끌던 모습과 시대정신을 잃어버린 듯한 모습의 대조 속에 찾는 저자의 혜안에 공감했다.  한국 기독교가 견지한 시대적 소명은, 일제 강점기 시에는 민족 독립이였고, 산업화 이후에는 평등, 인권, 민주화였다.  나만 구원받고 복 받아 잘살겠다는 기독교가 아니였다.  불교도 그랬고 “어떤 종교든지 시대정신을 잃어버리면 역사에 대한 기여나 역할도 끝이 나고” 만다는 저자의 일침이 세계 기독교 역사에서 찾기 어려운 놀라운 부흥의 역사를 이루고, 한국 현대사에 큰 역할을한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과 교계에 쓴 약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고 평자 역시 저자의 생각 처럼 한국을 떠나 있으면서 한국을 더욱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하게 된 것 같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여서도 그렇지만,  객관적으로도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경제 발전과 민주화가 동시에 이룩된 나라는 대한민국 밖에 없다.  물론 개선할 것이 많고 부족한 것도 많지만, 분명히 자랑스러워할 만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개선할 것이 보이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 나라 내 사회에 애정이 없다면 무엇을 노력하겠는가?

비행기가 로스엔젤레스 공항에 도착하여 스마트폰으로 한국 소식을 접하니, 평자가 비행기 안에 있던 그 시간 서울 도심에서는 엄청난 시위와 경찰의 진압이 있었고 심지어 시위대 중 크게 다쳐 위독한 사람도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가슴이 답답했고 서울을 떠나기 전보다 더 무거워졌다.  현재의 우리 모습은 후세의 역사에 놀라운 “8번째 장면”이 될 수 있을까?  지금 한국 사회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긍정과 상생의 결과로 열매 맺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 저자가 밝히듯 ‘세계인이 놀라는 한국사 7 장면’은 연구서나 전문 서적이 아닌, 대중서이다.  그래서 흔히 역사서에서 접하는 주석도 없고 어려운 용어가 없다.  그래서 2시간 만에 읽을 수 있다고 표지에 적혀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 2시간 이상 걸린다고 화내지 마시기 바란다.  평자 역시 책의 첫장에서 출발하여 마지막 장까지 도착하는데 2시간 이상 소요되었지만 속았다는 억울한 생각보다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평자의 자녀들이 이 책을 읽고 한국사를 친근하면서도 자랑스럽게 접했으면 하는 바램이고, 역사란 연도를 무지막지하게 외우는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진 많은 비전공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한신 (서양사 92, 변호사)

** 저자 이종호님(동양사 81)의 신문 인터뷰 사진입니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필자의 인터뷰 내용이 담긴 링크로 연결됩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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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5)
  이책을 LA 서짐에서도 팝니까 정읍거사 2016-02-19 18:39:52
이책을 구할수 있는 LA 서짐을 소개해 주세요.
추천0 반대0
(75.XXX.XXX.178)
  몇곳. 저자 2016-02-28 06:38:55
올림픽 한남체인 건너편 알라딘 서점에 있고....웨스턴 로데오프라자 안 아주관광 앞에 있는 서점에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선 어디든지.
추천0 반대0
(68.XXX.XXX.162)
  한번더 축하드립니다. 변변 2015-12-29 11:39:08
역시 로스엔젤레스의 서울대 동문들은 대단한 분들입니다. 미국 전역에 걸쳐있는 한국인들의 역사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 한번더 감사와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추천0 반대0
(73.XXX.XXX.42)
  역사 지시과 교양을 넓히고... 이병철 2015-12-29 07:00:41
책도 좋고, 한신후배 글도 좋으네. 역시, 역사물 먹은 사람들이 역시나. 글 잘 읽었고, 많은 분들이 종호 책을 접하길 바래요.
추천0 반대0
(139.XXX.XXX.204)
  자카르타에서도? 김한신 2015-12-29 08:45:55
열독이시군요. ㅎㅎ. 세계적인 매체 아크로~ ㅎㅎ. 조만간 다시 가겠습니다~
추천0 반대0
(104.XXX.XXX.70)
  아크로 주취로 북 컨서트 오달 2015-12-28 19:38:51
이종오, 이상희 저자를 모시고 북 컨서트 한 번 합시다.
심도 있게 읽은 독자 몇 분을 패널로 모시고,
손님도 초대하고.

축하합니다.
추천0 반대0
(104.XXX.XXX.245)
  북 콘서트 합시다 곽건용 2016-01-02 13:29:04
두 사람 책을 하나로 묶어서 콘서트 합시다!!
추천0 반대0
(138.XXX.XXX.146)
  더 가까이서 이야기 들을 수 있으면 김한신 2015-12-29 08:43:13
좋겠네요~ 오달님께서 준비위원장? ㅎㅎ
추천0 반대0
(104.XXX.XXX.70)
  강의도 잘 들었습니다. 양민 2015-12-28 16:13:54
글만 잘 쓰는 게 아니라
강의도 잘 하시더라구요.
추천0 반대0
(108.XXX.XXX.145)
  처음엔 버벅대다가... 이종호 2015-12-28 18:43:57
두 번 하고 세 번하니 조금씩 요령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양 선배같은 전문가에 비하면 우습죠. 그나마 처음과 달리 눈앞의 사람들도 슬슬 눈에 들어오는게 저로서도 신기한 경험입니다. ^ ^
추천0 반대0
(74.XXX.XXX.108)
  꿈보다 해몽이라더니.... 이종호 2015-12-28 10:54:29
저자보다 더 저자의 의중을 잘 표현해 주셨군요. 사실은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인데 이렇게 정리해주시니감사할 따름입니다. 부족하고 허점 투성이 책이지만 '긍정적'으로 봐 주셔서 또한 고맙고요. 모두의 관심과 성원에 꾸벅..-저자
추천0 반대0
(74.XXX.XXX.108)
  꿈이 좋아서 해몽이 못따라 갔죠 ^^ 김한신 2015-12-28 15:47:05
2판 축하 드립니다!!
추천0 반대0
(38.XXX.XXX.58)
  2판이 아니라 2쇄 이종호 2015-12-28 18:33:56
요즘 신간 책으로는 드물게, 혹은 비교적 빠르게 2쇄를 찍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미주 한인들의 성원이 큰 것 같습니다.
추천0 반대0
(74.XXX.XXX.108)
  '역사 물' 좀 먹은 김종하 2015-12-27 20:20:26
저자와 평자가 있기에 우리 역사가 즐겁습니다^^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따분하고 지겨운 역사가 아닌 김한신 2015-12-29 08:44:14
즐겁고 흥미진진한 역사가 되도록 이런 책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추천0 반대0
(104.XXX.XXX.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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