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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치가 들어도 즐거웠어요”
[오달 관람기] 2015 서울대 남가주 동문 합창단 공연을 보고
2015년 12월 03일 (목) 13:11:25 김지영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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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mchiodal aka 그냥 오달
 
2015년 동문 합창단 공연 참 재미있었다.
           
나는 음악회는 끌려서 가거나 밀려서 가는 사람이다. ‘음정이 틀렸다는’ 말이 정확히 뭔 말인지 모르는 음치인 주제에 내가 음악회를 제 발로 걸어가는 일은 아직까지는 없었다. 그런데 이번 서울대학교 남가주 동문합창단 공연을 보고는 뭔가 기대를 하면서 음악회를 다시 갈 수 있을 것 같다.
 
11월 21일 로스안젤레스 다운타운 콜번 스쿨, 저녁에 거금 9달라를 내고 파킹하면서 살짝 아까운 마음도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토요일 밤 정장 비스무레 차려입고 합창 공연에 온 것은 반은 인사치례였다. 합창 단원 중 6명이 아크로 인문 강좌에 나오시는 분이라는 김홍묵 선배님의 은근한 압력에 대한 답례가 주목적이었다. 나도 인문 강좌의 강사로서 강의를 들으러 와 주시는 분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심란한 일들이 있어서 약간 늦었다. 첫 곡이 끝나고 살짝 공연장 지퍼 홀에 들어갔다. 그 때까지도 두어 시간 편하게 쉬자는 생각이었다. 전후좌우로 아는 얼굴들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골 아픈 세상사 때문에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런데 프로그램이 재미있어 진다. 낯익은 단원들의 모습도 무대에서 뵈니 너무 진지하다.  영어, 독일어, 불어, 이태리어 원어 가사를 다 외워서 노래하시는 실력과 노력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봄바람처럼 귀에 와 닿는 부드러운 화음들이 내 마음의 시린 골짜기를 따스하게 해준다. 

   

Il est Bel et Bon. 두 시골 아낙이 남편 자랑을 한다. 한 여인의 말 : “우리 남편은 잘생기고, 귀찮게도 안하고, 날 때리지도 않고… ” 남편에 대한 아내의 바램이 이 정도라면 나는 성인 반열에 드는 게 아닐까?  16세기 전반 프랑스 촌사람들의 이야기인게 아쉽다. 나이 지긋한 단원들이 알콩달콩 사는 이야기를 노래로 하는게 참 귀엽다.
 
제니퍼 김의 기타 소리가 깊으면서도 경쾌했다. 꽃파는 아가씨 노래와 함께 예쁜 무희들의 발레 공연이 깜찍하다.  인터미션 후의 제갈 소망 피아노 솔로, 언제나 들어도 경이스런 소리다. 최경은의 첼로, 그 음악의 선율에 의지하여 명상을 했다. 아직 선정과는 거리가 멀지만 평소보다 더 깊이 나를 관조하는 시간이었다.
 
합창 공연의 대미가 인상적이었다. 오페라 로엥크린 중에서 결혼식 장면, 그리고 Sun Rise, Sun Set 노래에 맞추어 느릿하게 추는 인생의 춤. 나이든 관객들이  잠깐 자신의  지나간 세월, 그리고 자식들의  다가올 인생을 생각하게 한 노래와 공연이었다. 장진영 지휘자와 김인권 단장님의 탁월한 기획과 연출, 참 즐거웠다.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ow the days
Seedlings turn overnight to sunflowers
Blossoming even as we gaze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하루하루 유수같이 흐르누나.
새싹은 밤새 자라 해바라기가 되어,
우리들의 은근한 눈길 속에 꽃으로 피어나네.

Sunrise, sunset
Sunrise, sunset
Swiftly fly the years
One season following another
Laden with happiness and tears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해가 뜨고, 해가 지고
한 해 또 한해 화살같이 나른다네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이 오고,
행복과 눈물이 어우러진 세월들이여.

   

공연 후 합창단 뒤풀이에 끼어들어서 맥주 한 잔에 저녁까지. 음치에게 음악으로 호사스러운 날도 있다.

오달 김지영 (영어교육 69, 변호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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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9)
  돌아와요 오오달! 박영희 2015-12-05 23:28:22
모두들 매우 신선하고 엄청 즐거운 합창공연이었다고 칭찬을 하기에 아크로가 와그와글 할 줄 알았는데 잠잠하더니 드디어 공연후기가 실렸네요. 생각지도 않던 오달선생께서 감칠맛 나는 문장으로 독자들의 상상을 달구셨어요. 사실 오달샘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합창단 이사님으로 열심히 돈을 대주셨는데 어느해 합창단에서 치명적 실수가 일어나는 바람에 완전 x지시고 그 후부턴 모르쇠 하신 겁니다. 그 중대 실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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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59)
  계속 박영희 2015-12-05 23:46:56
바로 음악회 프로그램 한 페이지에 이사 김지영 위에 동명이인 사진이 실린 것이었습니다. 돈 대준 보람도 없이 . . . 합창공연 후엔 방학에 들어가니 미적미적, 누가 사과라도 했는지 안했는지, 그렁저렁 지나다 우린 여러모로 반짝이는 보물을 잃고 말았지요. 그런데 아주 x지신 게 아니었네요. 이렇게 고맙게 애정을 보이시니 . . 돌아오시죠?
공연이 궁금하시면 YouTube 에 한글로 서울대학교 남가주 동문 합창단 을 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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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59)
  그게 중대 실수 오달 2015-12-06 07:00:00
였나요? 제 이름이 흔해서 흔하게 생기는 일입니다. 기억을 할 만한 일이 아니라거 처음부터 기억을 안했으니 잊어버릴 수도 없네요. 합창단 뿐만 아니라 모든 "이사"자리에서 졸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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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44)
  아직도 그 공연의 여운이..... 2015-12-03 13:05:09
누가 공연 후기를 좀 안 써주나 매일매일 두 일간지를 뒤적이고, 글 잘 쓰는 지인에게 공연 평 좀 써서 신문사에 보내달라고 부탁도 했건만 여태 단 한 줄도 언급이 없어 사뭇 속상했는데.....감사합니다. 오달님을 앞으로 음악회장에서 만날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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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XXX.XXX.215)
  재미나게 해주세요 오달 2015-12-06 07:00:43
그러면 열심히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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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44)
  천사들이 사는 도시에 사는 동문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변변 2015-12-03 08:46:33
저도 대학 1학년 때 잠시 합창단을 기웃거렸습니다만 이런저런 핑계로 활동을 접었습니다. 언젠가는 LA 로 이주해서 이런 공연을 꼭 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후기와 사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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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XXX.XXX.12)
  변변님은 오달 2015-12-06 07:01:41
중후한 바리톤일 것 같아요.
로스안젤레스로 오세요.
하실 일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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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44)
  Umchiodal 김종하 2015-12-02 20:22:17
님의 관람기도 너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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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31)
  몽골식 이름 오달 2015-12-06 07:03:20
음치오달, 몽골식 이름입니다.
몽골계 한국인, 한국계 몽골인,
전생이 몽골인, 내생이 몽골인,
???
추천0 반대0
(97.XXX.XXX.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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