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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그곳서 찾은 인연은…
오달 또 떠나다 - 이번엔 부산
2015년 11월 06일 (금) 12:27:59 김지영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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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원 복집

“우리가 남이가” -- 이 말에 “?” 붙이는 사람은 부산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물음표를 붙인다. 나의 가장 긴 - 3박4일 - 부산 방문은 ‘초원 복국’에서 시작한다. 199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기춘 등 부산 출신 유력 인사들이 김영삼 후보를 도와야 하는 “철학적, 역사적 당위성”으로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다던 그 복집이다.

제4회 부산 국제문학제 참석차 부산에 온 길이다. 첫 점심은 문학제 준비위원장이신 부경대학교 영문과 박양근 교수님과 같이한다. 부경대 대연캠퍼스 후문 쪽에 있는 식당, ‘초원 복국’집. “여기가 그집이네.” 국제 행사에 참석한 만큼 ‘우리’가 꼭 부산 사람일 이유는 없다. 나도 “우리가 남이가”라는 말속의 ‘우리’에 슬그머니 나 자신을 끼워 넣어 본다.

우야튼, 초원 복국의 복어 매운탕은 맛있다.

2.  광안리 갈매기

갈매기를 찾는다. 광안리 해변. 언제였던가? 그 때 여기서 같이 놀던 그놈들.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오후 세시 쯤, 이 시간에 갈매기들은 낮잠을 자나? 밤 세시에 다시 나와 본다. 당연히 한 마리도 없다. 부산 갈매기들은 모두 야맹증 환자일까?

일본식 정종 대포 한잔, 또 한잔을 하면서 광안대교를 본다. 홍, 청, 백, 황의 네온 빛이 은은하다. 그중에 진홍색 다리가 젤 맘에 든다. 야속한 갈매기를 생각하며, 이런 헛소리를 해본다.
 
갈매기를 찾습니다.
그 놈 눈동자 속에
내 얼굴을 박아 놨거든요.
그 때 딸려 들어간 내 눈동자
그 속에 내 영혼이 있었대요.
내일 아침 또 나와봐야겠네요.
지금은 새벽 세시 광안리 바닷가.
근데 그 영혼이라는 게
꼭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나네요.
정종 대포 두 잔 탓인가?

   
광안리에는 갈매기가 없다.

3.  인문학자?!

‘제4차 부산 국제문학제 김지영 인문학자 초청 강연’ -- 이런 거창한 현수막이 걸려있네.  “이거 내 얘기 맞어?” 잠시 당황한다. ‘향수와 역마살: NOSTALIGIA AND WUNDERLUST’ -- 나도 이렇게 거창한 제목으로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 한 시간 반동안 열심히 들어주신 부산 문인들께 감사한다.

   
박양근(오른쪽) 교수님과 함께 선 필자.

4.  Five or Six Islands

오륙도 -- 영어로 뭐라고 해야지? 참석자 일행이 부산 관광을 나섰다. 오륙도는 당연히 한나절 관광의 필수 코스. UCLA 영문과 Ursula Heise 교수와 그녀의 동행인 John을 위해서 즉석에서 관광 가이드가 되어야 했다. 오륙도를 Five or Six Islands라고 설명을 할 수 밖에. 내 눈에는 두 개 아니면 세 개 밖에 안 보이는데. 부산 토박이 시인의 설명: 오륙도는 밀물 때 보면 여섯 개 바위섬, 썰물 때 보면 섬이 다섯 개. 가만히 생각해보면 과학적으로 맞는 말이다.

   
오륙도

오륙도가 보이는 이기대 공원 해안에서 이 나무를 만났다. 캘리포니아 산에 지천으로 있는 yucca, 한국에서는 여기서 처음 본다.

   
유카

5.  범어사

범어사 대웅전, 절 규모에 비해서 자그마하다. 대신 관음전, 지장전이 대웅전 좌우에 같은 크기로 배열되어 있다. 대웅전에 모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범어사에는 특별히 겸손하신가 보다. 금정산 자락, 부산에 이렇게 높은 산이 있는 것은 와봐야 알 일이다.
 
해동 용궁사, 파도가 법당 마당 앞까지 밀려오는 기가 막힌 장소이다. 해수관음께서 자리잡기에 모자람이 없는 명당이다. 사람이 문제다. 기도보다는 관광이 앞서는 절이 되어 버렸다. 금칠을 한 커다란 불상들의 내 눈에는 벌겋게 보인다.

부산 방문 마지막(?) 날. 점심은 기장 바닷가 낙지집. 낙지 매운탕을 시킨다. 매운탕 냄비 국물이 펄펄 끓는다. 종업원 아줌마가 옆에 갖다 놓은 그릇 뚜껑을 연다. 그리고 날 보고 살아있는 낙지를 국물에 넣으란다. 자기는 못 하겠다고. 집게로 집어 올리니 그 많은 발로 그릇에 딱 붙어서 안 나온다. 간신히 잡아서 냄비로 이동… 아 참 잔인하다.

6. 조전화문(弔電話文)

부산에서 기차를 타고 대전을 거쳐 공주로. 그런데 일이 생겼다. 점심 때 저지른 살생의 업보 탓인지, 내 미국 전화기를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이다. 2년 동안 정들은 갤럭시 노트 4,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사진, 기록 등등. 아쉽기 짝이 없네. 고등학교 국어책에 나오던 조침문(弔針文)이 생각난다.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 망부 모씨는 전화자에게 고하노니…”

그런데 기적처럼 내 전화기의 소재를 파악했다. 부산 금사동 어디에 있는 일광 택시회사에 무사히 계시단다. 문제는 이 몸은 공주에 있고 다음날 새벽 공항으로 가야하는 상황이다. 내 전화기를 다시 만나는 길은 내가 찾아가는 수밖에. 그래서 차를 몰고 부산으로 다시 간다. 왕복 10시간, 그렇게 하여 나와 전화기의 인연은 다시 이어진다. 근데 좀 으시시. 내 동선은 어딘가 자료로 남아있다는 사실.

7. 옷깃을 여미고
“옷깃을 스쳐도 대단한 인연이다.” 흔히 듣는 이 말 때문에 옷깃을 스치는 일이 아주 하찮은 늘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로 알고 있었다. 옷깃이 정확히 어딘지도 모르면서. 옷깃은 한복을 입을 때 목에서 가슴까지 내려오는 부분의 옷자락 끝 선을 말한다고. 문학제에 참석하신 김홍신 작가의 강연에서 배운 이야기이다. 남녀 간에 옷깃을 스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인연이구나.

떠나 버린 광안리 갈매기, 다시 만난 로스안젤레스 전화기. 인연들의 끈을 잡고 옷깃을 여민다. 인연 이야기 하나 더. 부산에서 ‘옷깃’이 뭔지 가르쳐준 김홍신 작가는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다닌 인연이 있다. 소매 끝을 스친 인연.

오달 김지영 (영어교육 69, 변호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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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5)
  자랑스러운 우리조국의통일문학의선구자로 나아가시길 기원합니다 김석두 2015-11-27 10:27:00
제4차 부산국제문학제의초청으로 인문학자로 참석하여 명강연을 하셨음에 경의와 축하를 드립니다.다음엔 북한에서 초청을 받으시어 통일문학의선구자로 우뚝서시옵기를 기원합니다.또한 국제변호사로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어주시는데 선구자로 나아가시길 바라옵니다
추천0 반대0
(104.XXX.XXX.197)
  Mr.odal Jonathan 2015-11-13 23:52:13
Don't worry, you can find another woman. She is getting married next year January.
추천1 반대0
(172.XXX.XXX.136)
  걱정 말라는 소리는 오달 2015-11-14 20:22:06
감사한데,
뉘신지?
뭔말인지?
추천0 반대0
(97.XXX.XXX.44)
  오륙도가... 박변 2015-11-10 19:33:29
다섯개도 되고 여섯개도 되고 그런 뜻인 줄 미처 몰랐군요...정감나는 부산 얘기 감사합니다.
추천0 반대0
(138.XXX.XXX.53)
  오륙도 오달 2015-11-14 20:23:01
조용필 밖에 생각안나요.
부산 사람이 아니라서.
하여튼 그림이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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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44)
  돌아 와요 부산항. 강치범 2015-11-09 17:53:46
오십 년 전 여름에 해운대 행 입석 뻐스를 타면 빼꼭 들어 찬 사람들은 뻘뻘 땀 흘리며 지옥을 헤메다가 드디어 해수욕장 바닷물에 퐁당 퐁당 퐁당 퐁당. 오륙도야 갈매기야 그 시절이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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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XXX.XXX.252)
  저도 그런 기억이 오달 2015-11-14 20:25:12
있습니다. 중 삼때 충청도에서 수학여행 왔는데, 부산역에서 해운대까지 시내버스로 보내는 거예요. 그 때까지 시내버스라는 말도 몰랐는데. 우리 고향 공주에는 시내 전용 버스가 댕길 필요가 없어서. 하여간 부산 시내버스 지독하게 만원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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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44)
  부산 칭찬 2015-11-08 06:39:54
우리 멋지신 오달님께서 내 고향 부산을 다녀오시고, 또 매우 만족해 하셨다니 무엇보다 좋습니다. 광안리에 갈매기가 없어졌다구요? 몰랐어요. 부산 생각을 많이 하고 부산 사람들 많이 만난 넉달 뒤 접한 부산 여행기라 더욱 더 와 닿았어요. 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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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2.XXX.XXX.45)
  고향은 다 좋죠. 오달 2015-11-14 20:25:59
부산 고향인 분들 행복하시겠어요.
갈데도 많고 이야기 거리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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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44)
  부산사람보다 이종호 2015-11-06 14:18:21
더 부산을 잘 전해주셨요. 오륙도, 범어사...하지만 초원복국 집도 그렇고 해동 용궁사도 훗날 생긴 절이어서 1981년 부산을 떠나온 저는 가보지 못했습니다.전화기 찾아준 회사가 금사동 일광택시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70~80년대 한 때 그 회사에서 택시 기사로 일하셨던 집안 친척 어른이 생각나서요. 인연의 끈은 이렇게 지워졌던 기억의 부활로도 이어지나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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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XXX.XXX.108)
  일광택시 오달 2015-11-14 20:27:46
그 때도 있었군요.
전화 받는 아가씨 목소리가 나긋 나긋
인연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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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44)
  인문학자와의 식사를.... 김삿갓 2015-11-06 08:06:41
지면에 없는 뒷이야기들을 들을 기회 신청합니다. ^^
추천0 반대0
(104.XXX.XXX.70)
  김 삿갓 오달 2015-11-14 20:28:42
식사 같이 하면 영광이지요.
제가
추천0 반대0
(97.XXX.XXX.44)
  부산 갈매기 김종하 2015-11-05 19:35:32
노래에도 있는 그 녀석들은 다 어디로...? 덕분에 어릴적 가봤던 아주 오래전 부산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131)
  그 날은 정말 오달 2015-11-14 20:29:52
갈매기 들이 없었어요.
그 날밤 불꽃놀이라서
아마 미리 피난을 간 모양이지요.
추천0 반대0
(97.XXX.XXX.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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