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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눈 깜빡임으로만 말해야 한다면
[박변의 영화 내 멋대로 보기] 26.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잠수종과 나비)
2015년 09월 21일 (월) 14:56:01 박준창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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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의지로 못할게 뭐가 있는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지가 굳으면 뭐든 해낼수 있음을 보여 주는 영화.  비록 몸은 꽁꽁 묶인 상황이지만 의지 하나로 보통 사람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해 내고야 마는  한 인간의  역경과 극복을 보여주는 영화. 진부한 표현이라 쓰기 싫지만 인간 승리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다.

이 영화는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다. 사실과 거의 다르지 않다. 각색이나 변화가 필요없는 것이 그대로 보여주어도 충분히 극적이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 더 극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글을 쓰긴 하지만 별로 할 말은 없다.  보시고 느끼시면 되기에. 그냥 이런 좋은 영화가 있다고 소개하는 것으로 알아 주시면 된다.

주인공은 유명한 프랑스의 여성 잡지 Elle (한국어 판도 나오고 있다) 의 편집장 Jean-Dominque Bauby (애칭 Jean-Do).  43세의 나이에 담배도 술도 않는 그에게, 처음 컨버터블을 사서 아들을 데리고 극장으로 가는 도중 뇌출혈(?)이 온다.  20일만에 깨어난 그는 의사들의 말을 알아 듣고 응답을 하는데 아무도 그가 하는 말에 대꾸를 않는다.  그리고 의사가 말해준다. 모든 기능이 다 정지되어 있고 목 아래로 다 마비이며 작동하는 기능이라고는 눈과 귀 뿐이라고. 그러면서 뇌 기능은 되고 정신은 말짱한 아주 드문 경우라며 (locked-in syndrome 이란다).  안으로 생각만 가능하지 외부나 타인과 소통이 안되니 그런 말로 표현하는 듯. 그나마 오른쪽 눈은 봉합해야 한단다. 안 그러면 눈의 세척 작용 (irrigation)이 안된다고. 그제서야 그는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면 그가 외부와 소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왼쪽 눈의 깜박거림. 그것뿐이다. 아름다운 두 명의 여성 치료사가 그에게 달라 붙는다. 그들은 포기라는 것은 없다며. 그들의 임무는 말을 하게 만드는 것. 입술, 혀, 입을 움직이는 훈련을 시키고 한 사람은 소위 partner- assisted scanning 이라는 소통 방법을 사용하는데, 독자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왼쪽 눈의 깜박거림만으로 소통을 하게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이러하다. 알파벳을 하나 하나 읽어주고 해당 알파벳을 말하고 싶으면, 그 알파벳이 읽어지는 순간   눈을 깜박거리게 한다.  단, 그 알파벳은 차례대로가 아니고 가장 사용 빈도수가 높은 순서대로. E, S, A, R, I, N, T, U, L 순으로 말해 주는 걸 보면 프랑스 어는 이 순서대로 사용 빈도가 높은 모양.  이런 식으로 대개 한 단어를 표현하는데 2분 정도 걸린단다. 듣는 사람, 읽어 주는 사람 모두에게 참으로 대단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괴로운 과정이다.

이런 힘겨운 과정을 겪으며 투병을 하던 그에게 한 가지 생각이 난다. 그것은 책을 쓰기로 한 계약을 출판사와 체결했었다는 사실. 그는 책을 쓰기로 결심한다. 출판사 측에서는 놀라와하며 책을 내기로 한다. 그리고  그의 말을 받아 적을 여성 조수를 하나 보내어 준다.  물론 조수가 알파벳을 불러주고 눈 깜박거림으로 하는 구술(口述)아닌 안술(眼述). 하루 4-5시간씩 길고 힘든 과정을 겪으며 두 사람은 함께 책을 쓴다. 여성 조수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기도 하는 것 같은데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닐 것 같고.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1997년 발행된 그의 책. 발행 후 이틀만에 그는 숨을 거둔다.

그는 고독속에서 독백 (물론 독백아닌 자신만의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는 독백) 하는데,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기억과 상상이다. 그는 92세 노인으로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지 못해 자신의 방에만 갇혀 있는 아버지를 기억하고,  베이루트에서 4년간 좁은 새장 같은 공간에 억류되어 있던 친구를 기억한다. 세 사람은 다 똑같이 locked-in syndrome 이라며.

주인공은 이런 locked-in syndrome으로, 심해에서 구식 잠수복을 입고 외부와는 소통이 단절된채로, 몸서리쳐지는 침묵과 망각의 바닥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상상한다. 그러면서도 나비가 되어 날아 가는 희망을 품는데. 구식 잠수복이 바로 diving bell (잠수종)인데 실제 잠수복이라기보다, 심해 과학이 발전되지 않았던 시절 바다속으로 들어갈때 사용한 기구가 맞는 것 같다. 이 기구 모양이 종같이 생겨서. 어쨌든 이 영화에서는 구식 잠수복의 의미. 그래서 이 주인공이 쓴 책의 제목이자 영화 제목이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프랑스 어 Le Scaphandre et Le Papillon)다. 자신의 구술(口述)아닌 안술(眼述)을 받아 적던 여성 조수는 주인공이 자신의 나비라며 용기를 북돋워주고.

   
내가 밝은 색채를 쓰긴 했지만 어두운 심해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구식 잠수복에 갇힌 주인공은 괴롭기만 하다. (삽화=박준창)

그는 자신이 입원하고 있는 병원에서 선행을 베풀었던 옛날의 공주와 만나는 상상,  조수와 erotic 한 만찬을 즐기는 상상,  과거 그의 여자 친구와 해변가에서 노는 상상들을 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상상만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자학과 좌절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애들 셋과 애들 엄마 (결혼은 하지 않았던) 도 방문하고 움직이지 않는 몸이나마 해변가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힘든 과정속에 책이 출판되는데, 자신의 삶과 병원 생활을 그린 비망록이다. 이 책은 바로 베스트 셀러가 된다. 그리고 막 몸상태 호전의 희망이 보이는 순간 폐렴 진단이 나온다. 그리고 출판 후 10일만에 주인공은 폐렴으로 숨을 거둔다 (실제로는 이틀 후란다).  그나마 책이 출판되고 호평을 받고 그리고 죽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랄까… 1995년 12월 발병, 입원한지 1년 3개월 정도인 1997년 3월이었다. 그때 나이 44살.  그는 지금 파리의 가족 묘지에 안장되어 있다 한다.

영화는 2006년 개봉.  다시 한번 긴 설명 필요없고 보고 느끼시면 되는 영화. 안 보신 분들에게 강추.

박준창 (영문 79,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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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5)
  살아 있다는 것 오달 2015-10-05 12:59:36
그 자체가 소중한 것이지요.
영화를 한 번 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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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XXX.XXX.245)
  죽음의 문턱에서라면 이상희 2015-09-22 09:14:59
모든 의사소통을 왼쪽 눈 깜박으로만 한다니, 생각만 해도 눈살이 떨리고 아픕니다. 그런데 곧 죽는다면 못 할 것도 없겠구나, 생각도 듭니다. 다가올 죽음을 알고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인간만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댓글에 "생각"이 너무 많이 등장하는군요..ㅋ)
추천0 반대0
(138.XXX.XXX.194)
  자기 할 일 김인종 2015-09-21 21:26:15
멀쩡한 인간들보다 훨씬 멀쩡한 일을 끝냈내요.
제가 알기로는 다이빙 벨은 정말 벨처럼 생겼고 그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어요. 벨속에 사람을 넣고 꼭지에 줄을 달아 벨을 바닷물속에 내리고, 조그만 창문이 있고... 하지만 영화를 본 박변의 묘사가 맞을지도 몰라요. 좋은 영화소개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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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XXX.XXX.151)
  덕분에 양민 2015-09-21 13:58:08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추천0 반대0
(108.XXX.XXX.145)
  정말 인간승리 김종하 2015-09-20 22:14:32
드라마네요. 실화가 더 영화같은... 언제나처럼 좋은 영화 소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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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XXX.XX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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