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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 같은 형, 금 같은 아우라 했거늘…
[김학천의 세상보기] '투금탄'의 형제들, 롯데의 형제들
2015년 08월 07일 (금) 12:57:33 김학천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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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 일지춘심을 자규야 알라마는 / 다정도 병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

고려 말 문신 이조년의 유명한 시조인 '다정가'이다. 배꽃이 활짝 핀 달밤에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를 들으며 봄의 정취에 빠져 있는 정한을 그린 노래다.

한 번은 이조년이 형 이억년과 함께 길을 가다가 우연히 황금덩어리 두 개를 발견했다. 둘이는 이를 하나씩 나누어 갖고 배를 타고 가는데 동생이 갑자기 갖고 있던 금덩어리를 물속에 던져 버리는 게 아닌가? 형이 깜짝 몰라 그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동생은 "제가 왜 황금의 귀함을 모르겠습니까? 한데 이 황금덩어리를 갖고 있자니 문득 '형이 없었더라면 내가 그 둘을 다 가질 수 있었을 텐데'하는 나쁜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 이 황금이 평소에 좋았던 우리 형제의 우애에 금이 가게 한다는 생각이 들어 버렸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형도 갖고 있던 금덩어리를 물속에 버렸다. 이후 그 곳을 '금을 던져버린 여울'이라는 뜻의 '투금탄(投金灘)'이라 불렀다는 일화가 전해온다.

황금보다는 형제애를 더 귀하게 여긴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은 역시 그렇지 못한가보다. 돈 앞에선 피도 눈물도 없어서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도 돈 때문에 빚어진 이야기다. 방탕한 아버지는 세 아들을 버렸고 남의 집에서 자란 세 아들은 장성해서 돌아왔다. 그리고 아버지와 큰 아들 두 명과 고리대금업자의 첩인 그루셴카의 삼각관계 틀 속에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리고 돈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인간의 가장 파괴적인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다.

근자에 롯데그룹 형제들의 경영승계 암투를 보면서 두 이야기가 떠올랐다. 가난을 피해 19세에 현해탄을 건너가 껌 하나로 시작해 오늘의 거대 기업을 일구어낸 신격호 회장이 껌 제조사를 창업하며 회사명을 고민하던 중 불현듯 떠오른 이미지가 바로 '롯데'였다.

그는 '롯데'라는 이름이 떠올랐을 때 충격과 희열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도 그럴 것이 본래 문학 지망생이었던 그가 유난히 애착을 느낀 작품이 바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고 그 책의 여주인공 '샤롯데'의 매력에 빠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 뿐 아니라 여러 제품 브랜드와 서비스 명칭들에도 '샤롯데'의 이름을 아끼지 않고 사용했다. 그리고 임직원들에게는 '베르테르의 사랑처럼 일과 삶에 열정을 다하라'고 말하곤 했다 한다.

그 열정의 삶 끝자락에 자식에게서 해임당하는 일까지 겪었다. 더 귀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 값진 것이라도 미련 없이 버리는 이조년 형제와 돈을 위해 고령의 부친까지 동원해 치부를 드러내고 있는 형제를 보며 이번 분란이 우연인 것만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형제위수족(兄弟爲手足)'이라 하여 형제는 손발과 같아 한 번 잃으면 다시 얻을 수 없으므로 서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재벌가 형제들도 투금탄의 형제같이 '옥 같은 형, 금 같은 아우(玉昆金友)'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무리한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겐 아무래도 '형제는 타인의 시작'이라는 속담처럼 물보다 피가 아무리 진하다 해도 그 피보다 더 진한 게 돈과 권력일 테니까.

김학천 (치대 70, 치과의사, 수필가) *LA 중앙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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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2)
  역시 김학천 님의 재치는 박변 2015-08-11 19:30:23
아무도 못 따라 갑니다. 일년도 있었나요?
추천0 반대0
(138.XXX.XXX.53)
  용감한 형제 이병철 2015-08-07 18:30:42
결혼 전에는 용감한 형제로 우애를 나누다가, 결혼한 후에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은 듯... 여형제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데... 인생사 어렵네요. 여기 인도네시아에서도 이런 말이 회자하네요.
세상에 요물 세가지 "... ta" (접미어가 ta로 끝남)가 있는데,,, 1)Tahta (권력) 2) Wanita, 그리고 3) Harta (돈).
혹시 2) wanita의 뜻을 맞추면 담에 만날 때 선물 드려요.
추천0 반대0
(27.XXX.XXX.17)
  권력, 사랑, 돈? 김학천 2015-08-07 22:34:12
그래서 서울대 마크도 ㄱ,ㅅ,ㄷ 아닌가?
속말론 계집, 사랑, 돈(ㄱ,ㅅ,ㄷ)... 죄송
암튼 그러니 답은 사랑이나 여자겠지요 뭐. ㅎㅎㅎ
추천0 반대0
(104.XXX.XXX.173)
  [계집, 사랑, 돈] 은 처음 듣습니다. 변변 2015-08-09 10:13:20
제가 듣기로는 [술, 담배, 계집] 였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여러가지겠습니다만.
추천0 반대0
(50.XXX.XXX.171)
  맞아요. 김 학천 2015-08-10 14:01:28
제가 깜빡 실수했군요.
추천0 반대0
(173.XXX.XXX.199)
  당첨 이병철 2015-08-08 09:03:16
담에 만날 때, 당첨 상품 기대하세요. 소주 한잔 같이 하고 싶네요.
추천0 반대0
(139.XXX.XXX.163)
  언제든지, 김학천 2015-08-10 14:02:13
any card comes in!!! ㅎㅎㅎ
추천0 반대0
(173.XXX.XXX.199)
  헌데 김학천 2015-08-07 22:34:58
'타타타' 도 있어요.
추천0 반대0
(104.XXX.XXX.173)
  시의적절한 가르침이 담긴 글입니다. 제가 알고지내는 의사 한분이 부인에게 형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변변 2015-08-07 08:52:30
'형제위수족(兄弟爲手足)'을 외쳤는데 부인에게 한대 맞았다고 합니다. 부인 왈, [그럼 나는 뭐냐?] 의사분이 [형제는 수족이지만 너는 옷이다. 벗으면 그만이다.] 라고 했다가 한낮에 별이 보일만큼 맞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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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XXX.XXX.22)
  하하하 김학천 2015-08-07 09:40:59
형제는 수족이지만 '당신은 내 살 중의 살이요 내 뼈중의 뼈노라' 했었다면 별 대신 맛 있는 술맛을 보지 않았을까요? (입-술맛)
추천0 반대0
(173.XXX.XXX.199)
  옥곤금우 김종하 2015-08-06 20:09:04
김학천님 덕분에 모르던 사자성어 하나 배웠습니다. 오랜만에 아크로에 모셨습니다.
추천1 반대0
(76.XXX.XXX.131)
  올려주어 감사합니다. 김학천 2015-08-07 09:43:29
'쇠귀에 경읽기'이겠지만 하도 그래도 한번 짖어봤습니다.
이조년 형제 이름이 더 재미있지요? 백년, 천년, 만년, 억년, 조년... ㅎㅎㅎ.
추천0 반대0
(173.XXX.XXX.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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