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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여성의 에너지는 어디서 나올까
[이상희의 인류학 산책] 폐경기의 미스터리
2015년 07월 17일 (금) 09:44:24 이상희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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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잡지 '애틀랜틱' 6월호에서 '할머니 돌풍'을 다뤘다.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재닛 옐렌 연방준비제도 의장,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이들은 할머니 나이이며 실제로도 상당수가 할머니다. 그러고 보니 아시아의 아웅산 수치 여사, 박근혜 대통령도 할머니 나이다.
   

애틀랜틱의 기사는 나이가 지긋한 여자들이 대세인 이유를 크게 두가지에서 찾았다. 하나는 사람들은 야심찬 할머니들에게 신뢰를 느끼는 반면에 야심찬 젊은 여자들이나 남자들에게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성차별이다. 남자는 잠재력을 바탕으로 기용되고 여자는 업적을 바탕으로 기용이 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여자는 좀 더 역량을 닦아야만 중앙 무대에 진출할 수 있다. 사회는 검증 안 된 남자에게 도박을 하기 때문에 그 결과가 불투명하지만, 여자는 업적으로 검증 됐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폐경기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진화론의 입장에서 여자의 폐경기는 수수께끼이다. 생명은 출생-성장-생식-사망의 보편적인 규칙을 따르는데 여자는 유독 그 보편적인 규칙에서 벗어나 있다. 한창 중년의 나이인 평균 50세 즈음에 여자에게는 폐경기가 찾아온다. 폐경기는 얼마나 건강한지, 얼마나 오래 사는지의 여부에 그다지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에 비해 남자는 살아있는 한 꽤 늦은 나이까지 자손을 볼 수 있다. 60대에 자식을 낳은 남자는 그다지 큰 뉴스거리가 되지 않지만, 50세를 넘어서 자연적으로 임신-출산을 하는 여자는 극히 드물다.

열다섯 즈음에 배란주기가 시작되었다면 약 35년간 생식기간을 지낸 다음에 찾아오는 폐경기에는 또하나 이상한 점이 있다. 생식주기는 급히 끝났지만 그 외에는 노화가 급히 진행되지 않는다. 아니, 폐경기가 지난 여자는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더 원기 왕성하고 당당하고 건강하다. 순환계, 소화계, 골격계가 생식계와 발맞추어 골고루 차츰차츰 노화를 겪는 남자와는 다른 길을 걷는다.

폐경기의 수수께끼를 진화론의 입장에서 설명한 것이 '할머니 가설'이다. 난자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평생 쓸 난자가 모두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마흔살이 넘은 여자의 몸에 있는 난자는 40년이 넘은 오래된 난자이다. 세포는 시간이 흐르면서 돌연변이를 쌓아간다. 줄기세포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줄기세포에 쌓여진 돌연변이는 유전이 된다. 오래된 난자는 수정이 되기도 어렵지만 건강한 아이까지 이르기는 더더욱 어렵다. 따라서 자연은 어느 순간 배란을 그치게 함으로써 위험한 임신 가능성을 없앤 셈이다.

그동안 '할머니 가설'은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손주들을 돌보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민족지 집단을 보면 할머니들은 손주들을 돌보는 일 이외에도 그들을 키울 수 있는 자원을 확보하는 수렵과 채집 등 경제활동에 활발히 참가한다. 폐경기를 지난 아줌마-할머니들이 높은 에너지와 활달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여자들은 여러 명의 아이들을 낳지 않는다. 특히 전문직 여성들은 더욱 그러하다. 한두명의 아이들을 낳아 키우고 폐경기를 맞이한 여성들이 그 높은 에너지로 활발하게 '바깥 세상'을 흔드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이상희<고고미술 85, UC리버사이드 인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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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힐러리 할머니 2015-07-16 18:22:45
할머니 가설, 납득되네요. 지금 미국서 가장 (바깥) 세상을 흔드는 여성은 힐러리일텐데, 벌써 십여년전 취재차 한번 만났을 때 화면에 비치는 보정된 모습만 보다가 실물이 생각보다 훨씬 나이들어서 깜딱이야 했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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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31)
  헉! 힐러리를 만났었다니! 이상희 2015-07-20 09:52:13
담에 만나면 악수 한번 합시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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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XXX.XXX.85)
  힐라리와 간접 악수? ㅋ 2015-07-23 13:34:34
그때 같이 찍은 사진 잃어버렸어요. Madam President가 될지도 모르는데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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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31)
  상희 교수의 글은 워낭 2015-07-16 16:56:51
어디서도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은 독특한 주제, 매번 공부하듯 호기심을 갖고 읽어요.
추천0 반대0
(74.XXX.XXX.95)
  한의학에서의 폐경기 이상희 2015-07-20 09:51:15
그러고보니... 한의학에서는 폐경기를 어떻게 보는지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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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XXX.XXX.85)
  폐경의 한의학적 의미 워낭 2015-07-22 09:13:49
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엔 여자는 49살이 되면 임맥과 충맥이 허약해지고 천계가 막힌다...이렇게 되어 있어요. 임맥과 충맥은 생리와 출산을 담당하는 맥락인데...이것이 허약해지면 임신을 못하게 되는 것으로 이해를 합니다. 천계가 막힌다는 건 여성 호르몬 분비가 그친다는 것과 일맥상통...결국 현대 양방적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임신을 도와주는 처방은 충.임맥을 보해주는 쪽으로 처방을 합니다. -범선당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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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XXX.XXX.95)
  그것도 그런데... 이상희 2015-07-22 10:08:23
감사합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관점입니다. 그러니까, 폐경기를 "병"으로 보고 약 등을 통해 "고치려는" 접근 방식이 양방이라면, 한방에서도 그렇게 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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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XXX.XXX.236)
  고치려는 접근은 아닙니다 범선당 2015-07-22 12:33:31
충임맥이 그 나이에 이르러 허약해지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지요. 다만 폐경증후군은 조증, 열감, 하이퍼, 등등 증상에 따라 약재나 침을 활용하기도 하지요. 양방이나 한방 마찬가지로 '고치려는'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몸이 힐링하도록 가이드 하는 것이 진정한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고칠 수 있다, 그런 의사는 의료 기술자에 가깝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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