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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모험, 희망이 진정 살아있다면…
[박변의 영화 내 멋대로 보기 25] Peter Pan
2015년 07월 08일 (수) 11:56:37 박준창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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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여러분들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걸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해적과 칼싸움 하는 것을 꿈꾸어 본 적이 있는가? 예쁜 요정과 놀아 보고 싶었던 적이 있는가?

광고문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고. 그러나 정작 꿈이란 것은 무엇이고 희망이란 것은 무엇인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손에 잡히지 않는, 신기루 같기만 한, 형상화되지 않는, 불분명하고 불확실한 그런 꿈과 희망. 그저 물건팔기 위한 얄팍한 상술에 이용되는 단어인, 실체도 없는 꿈과 희망이란 말에 우린 더 이상 속지도 않고, 아무 기대도 않는다.

꿈과 희망이란 말에 기대도 속임도 당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지만, 내게도 꿈과 모험을 동경했던 적이 있었다. 내 나이 10살, 1970년, 장맛비가 오락가락하던 어느 여름 서울 유학 중이던 형이 내려와 나 혼자만 달랑 영화관에 집어넣어 주고 가 버린 적이 있었다. 그때 본 영화가, 아직도 잊지 않고 VHS tape으로 사서까지 가지고 있는, 'Peter Pan'이다. 이 영화는 나에겐 꿈, 모험, 희망 이 모든 것들을 집약해 놓은 것이었다.

Peter Pan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극작가이며 소설가인 J. M. Berry의 희곡과 소설로 나왔다. 희곡과 소설로 등장한 이래 그 동안 수없이 연극, 영화 등으로 나왔다. 그러다 1953년에 월트 디즈니사가 만화 영화로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만들어진 영화, 연극 중에서 아마 가장 유명할 것이다.

   
몸에 짝 달라붙는 녹색 옷과 특이한 신발, 팬 플루트를 연주하는 영원한 소년 Peter Pan. <그림=박준창>

Peter Pan은 영원히 자라지 않는(그래서 Peter Pan Syndrome이란 말도 있지?), 하늘을 날 수 있는 소년. 작가는 사람들이 꿈꿀 수 있는 모든 것을 이 소설/희곡 한편에 다 불어 넣은 것 같다. 영원한 젊음과 하늘을 나는 것—이것은 인간의 영원한 바람이 아니던가? 게다가 그는 인간 사회와는 떨어져있는 천국 같은 섬에서 살며, 예쁜 작은 요정과는 연인 같은 친구이고, 인어들과도 놀 수 있고, 인디언들과도 교유하고, 해적들과는 장난 같은 싸움을 한다. 그러다 싫증이 나면 런던까지 날아 와 아이들과 놀 수도 있다. 소설이나 희곡을 먼저 읽었었더라면 모든 인물들이나 장면들이 그냥 상상 속에만 남아있겠지만, 나는 Peter Pan을 월트 디즈니의 만화영화로 먼저 접한 까닭에 그 생생한 장면들이 화려한 색조로 기억에 남아 있다.

   
런던의 밤, Big Ben 주위를 Peter Pan, Tinker Bell과 함께 날아다니는 아이들. 어찌 재미있고 신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전혀 어떤 영화인지 이 어떤 인물인지 모르고 보게 된 영화였는데, 선입관이 없어서였는지, 난 처음 시작 장면부터 확 빠져 든다. 아름다운 런던의 밤. Darling씨의 집 2층 웬디의 침실 밖 창가에 Peter Pan이 살짝 내려앉는다. 그림자가 비쳐 얼굴이 반쯤 가려져 순간적으로 mysterious 하기도 하다. 가려진 얼굴인데도 장난기는 가득하다. 찾아 온 이유도 재미있다. 웬디 방에 놓고 간 그의 그림자를 찾으러 왔대나. 그림자가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던 나에게 그런 발상은 신선하고 재미있는 충격. 웬디는 이제 사춘기에 막 들어가려고 하는 때인데 두 남동생들과 함께 일생일대의 모험을 하고 하룻밤 사이에 성숙해진다. 맞다, 돌이켜 보면 이 모든 일은 하룻밤 사이에 다 일어 난 일이다. 하룻밤의 모험. 서양판, 아동판 남가일몽인가?
 
이렇게 해서 웬디와 두 남동생들은 요정 팅커 벨이 뿌려준 가루를 묻히고서 (가루를 묻히면 날 수가 있다) 먼 하늘을 날아 Peter Pan이 사는 섬 네버랜드에 온다. 여기서부터 온갖 모험이 시작되는데…

스토리는 누구나 다 아는 것이라 되풀이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장면 장면이 다 유쾌한 꿈 속 같다. 캡틴 후크가 상어에게 안 먹히려고 바다 위를 달리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도록 실컷 웃게 되고, 그의 심복 스미의 푼수 짓도 웃음을 절로 자아낸다. 사랑이 뭔지 몰랐었지만 팅커 벨의 웬디에 대한 질투에도 공감이 간다. 인디언 추장의 춤을 추면서도 근엄한 얼굴과 밑으로는 빠르게 놀리는 발이 mis-match라 그것도 우습다.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인디언들의 티피가 있는, 원거리로 보여 주는 마을도 정겹다. 이 모든 장면들이 아름다운 그림 그림들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잊을 수가 없어 신문에 난 영화 광고 쪽지를 머리맡에 두고 자기까지 했던 영화. 꿈속에서 보고 싶어, Peter Pan 꿈을 꾸고 싶어 하게 한 영화. 한 어린 소년을 미치게 만들었던 영화. 모든 꿈과 모험과 fantasy가 다 녹아 있는 영화. 어른이 된 지금에도 잊혀지지 않는 영화. 내겐 최고의 만화 영화다.
 
사족 하나. 몇 십 년 후에 그토록 기다리던 속편이 나와서 극장에 달려가서 봤다. 그런데,  차라리 보지 말 것을 하고 후회하게 만든다. 팅커 벨 같은 요정의 존재를 믿지 않는 웬디의 딸 때문에 팅커 벨이 죽어 가다가 갑자기 생각이 바뀐다. 도대체 설득력이 전혀 없다. 너무나 큰 실망이었다. 차라리 만들지나 말지.

박준창 (영문 79,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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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3)
  그럴줄 알았다 크산티페 2015-07-11 20:24:20
어쩐지..평소애도 생각이 어리고..유치하다 했더니....
그래도 글은...영화보다 훨신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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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른이 된 피터팬 박찬민 2015-07-09 21:16:38
어쩐지 박화백님 잔차타실 때 복장이 영화에서 자주 본 것 같더니. ^^
추천0 반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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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화백님의 여전한 동심 ㅋ 김종하 2015-07-07 19:04:13
누구나 어릴적 극장 만화영화의 추억이 있을텐데요. 전 태권브이 보고 자막 올라갈 때 일어나 박수치던 기억... 1편 이후 2, 3, 4편 계속 기다리던 기억... 생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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