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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은 사랑이 너무 크기에 사랑할 수밖에"
[인종의 노스탤지어]살아나는 과거들<마지막 회>
2015년 06월 29일 (월) 10:04:11 김인종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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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7일 살아나는 과거들 (끝)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 황대권. 이책을 읽으면서 나는 속물로 살아온 인생을 회개했다.
   
 '천년의 숲에 서 있었네' - 온형근. 그시절의 또다른 아름다운 친구 온형근이 최근 그의 시집을 보내왔다.
   
 '강의' - 신영복.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 20년 20일을 복역하며, 감옥에서 이룬 사상서. 서양의 어느 철학사상서보다 뛰어난 책이다.

(...continued)
혹시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된다면? 김영삼님도 됐는데...
전두환정권 아래서 김대중선생('선생'자를 안붙이면 어떤 이는 얘기하다 말고 벌떡 일어나 나갔다)은 험한 고초를 받고 있었다.
그시절, 군대에서 복학한 후 어느날. 학생과에서 연락이 왔다. 꼭 와야된다고. 본관 앞에 가니 기다란 검은 세단 2대가 서있었다. 청와대에서 나온 차들이란다.
차에 타라는 것을, 에이 무얼요, 사양하고 그들이 오라는 약속장소로 갔다. 수원역 앞의 한식집. 농대내 몇개 다른 문화서클 두목(?)들도 왔다. 초청자는 청와대 허모씨. 당시 전두환 정권의 핵심 참모들이라는 '스리 허(Three 허)'의 한사람으로 서울농대 출신이다. "새로이 출발하려고 합니다. 참여해주세요"
이름하여, '국풍'. 518 광주항쟁 등으로 참담해진 민심을 잡고, 나라분위기를 일신하자며 여의도 광장에서 관제 축제를 기획했다. 젊은이들, 대학생들의 참여, 문화단체들의 지원이 필수적이란다. 샌드페블즈는 꼭 참여해달란다. 허씨는 진정이었다. 그날 술, 고기 실컷 잘 먹었다.
그날밤 얼큰하게 취해서 샌드페블즈 후배들에게 말했다 "갈려?" "하는거 보고요." 검은세단차들과의 두번째 만남은 불발됐고, 그 '국풍'이라는 행사에 후배들이 동원됐는지는 기억이 없다. 그리고...
노태우대통령을 지나, 김영삼대통령을 지나, 김대중선생이 대통령이 됐다.
"그는 아주 혹독한 고문을 받았으며 학생의 신분으로서는 접근할 수 조차 없는 국가의 기밀을 누설했다고 강요받았습니다...그러므로 나는 대통령당선자께서 첫번째의 너그럽고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대통령의 행위로서 ...사면해 주시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1998년 2월 5일 앰니스티(국제사면위원회) 아렌달 "
황은 대학시절 가끔 자취방에서 사라져서 한참 찾다보면 학교 구석미술부 서클룸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도 그 어려운 유화를. 황이 감옥에 갇힌 그 십몇년간, 그는 그림을 그렸다. 감옥 운동장 이곳저곳에 피어있는 잡초들을. 그의 그림은 편지와 함께 국제사면위원회 앰니스티로 흘러들어갔고, 앰니스티 회원들의 구명운동은 가속화되고 있었다.
1998년 광복절. 김대중대통령은 사면자 명단을 발표했다. 거기에 죽마고우 황의 이름이 있었다. 감옥생활만 13년 2개월. 거의 15년.
LA 라디오 방송의 뉴스앵커로 있던 나는 그날 저녁뉴스 때 길게 황의 인생을 읊었다. 뉴스를 끝내고 나오는 나에게 장재구회장님(안타깝게도 지금 감옥에 계신다)이 스튜디오 앞에서 불렀다. 황이 친군가? 김대통령이 잘하신거야.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에 앉아 눈가의 물기를 닦았다. 아 세상은 살만하다. 세상은 사랑할만하다. 면회도 한번 못간 놈이...
그후 얼마 지나서 샌디에고에서 낯모를 전화가 왔다. 마리아라는 수녀님이셨다. 김인종이라는 분이시냐. 황대권을 아느냐? 당신을 찾아달라고 하더라. 하느님은 천사들을 통해 이렇게 사람들을 연결했다. 마리아수녀님은 감옥속 황대권의 영혼을 지켜낸 분이었다. 수녀님은 책을 한권을 전해주셨다. 야생초편지. 대권이가 감옥에서 쓴 책. '야생초 편지'.
"받은 사랑이 너무 크기에 나는 이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없다. 심지어 나를 괴롭히는 사람조차도." - 황대권의 두번째 책 마지막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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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
  아련한 현대사 산책 워낭 2015-06-29 06:55:05
잘 음미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추억이요, 고통이요, 행복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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