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9.10 월 18:29
> 뉴스 > 전문가 코너
       
혈압약 먹어야 할까? 끊어야 할까?
[닥터 조의 의학산책] 고혈압 이야기
2015년 05월 06일 (수) 12:22:59 조형기 기자 acroeditor@gmail.com
조형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클릭!  

1.서론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고혈압과 혈압약에 관한 것입니다. 최근 한 신문 칼럼(맨 아래 기사 링크-편집자주)에서 의사를  맹신하지 말고 건강을 위해 고혈압약을 끊으라는 뉘앙스의 글과, 고혈압 약을 끊은 상태로 방치한 의사에게 법원이 의료과실을 인정해 5천여만원을 배상하도록 책임을 물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서로 전혀 다른 내용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고혈압과 혈압약에 관해 좀더 깊은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합니다.

여러 가지 의견을 듣고 그걸 종합해서 판단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이지만, 고혈압 및 혈압약과 같이 질환과 치료약에 대한 이야기가 위와 같이 서로 다른 것은 사람의 건강에 관한 문제이고 만약 잘못된 판단을 내릴 경우 어떤 분들에게는 커다란 건강상의 위협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www.365healthcare.co.kr

2. 혈압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

약을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사람의 혈압이라는 것에 대한 약간의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글자 그대로 피의 압력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고혈압이라는 것은 그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뜻이 됩니다. 보통 120/80 mmHg를 기준혈압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약간의 함정이 있습니다. 혈압이 정상이다 아니면 높거나 낮다는 것은 어떤 개인 개인을 기준으로 설정한 것이 아니라 편의상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평균치를 잡아 인위적으로 정한 것입니다.

이를테면 건강한 인구의 95%가 속해있는 구간을 정상혈압으로 한다는 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위아래 2.5%는 건강하고 정상이라 아무런 치료가 필요하지 않지만 사람이 통계로 정한 기준에 따라 갑자기 저혈압 환자 고혈압 환자로 낙인찍히게 됩니다. 그래서 실제 치료에서 고혈압 또는 저혈압을 치료할 때 그 절대적인 수치보다도 환자의 상태 다시 말해 사람을 보고 치료기준점을 융통성 있게 잡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분들에게는 140/90이 아주 정상 혈압일수도 있고 평소에 90/60이던 분이 갑자기 120/80이 되면 급히 치료를 요하는 고혈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대성 때문에 지표에 따른 기계적인 치료가 항상 최선의 치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혈압을 이루는 구성요소들입니다. 여기서 무슨 복잡한 물리방정식을 이야기 할 생각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혈압은 피를 짜내는 심장의 출력과, 혈액의 총량, 그리고 피를 담아 전달하는 혈관 이렇게 세 가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더 자세히 이야기 하자면 심장 출력은 또 한 번에 짜내는 피의 양과 분당 몇 번이나 짜내는지를 알려주는 맥박수 이렇게 두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으로 따지면 배기량과 엔진회전수라고 이해하셔도 됩니다. 결국 심장이 몸의 필요한 곳곳에 충분한 피를 보내기 위해 유지하고 조절하는 압력이 혈압이라는 뜻입니다.

   
출처: http://zasulich.tistory.com/494

3, 고혈압에 대한 이해

앞에서 혈압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이유는 바로 고혈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입니다. 고혈압이라는 것은 앞에 말한 여러 가지 혈압을 이루는 구성요소 중에서 뭔가 하나가 혹은 여러 군데가 비정상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고혈압은 하나의 최종 결과물일뿐 그 원인은 서로 무척이나 다르고 다양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이해하자면 어떤 이유로 (이를테면 갑상선 항진증) 심박수가 무척이나 증가하면 혈압이 뜁니다. 엔진 RPM 이 증가하면 차량 속력이 증가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심비대증이 생겨 한번에 짜내는 혈액량이 증가하면 갑자기 엔진이 4기통에서 8기통으로 올라간 효과가 납니다. 얼핏 좋을것 같지만 실제로 공급되는 기름의 양은 똑같은데 기통수만 늘어나면 엔진에 무리가 가고 효율이 떨어집니다. 또 이를테면 혈관 구경이 갑자기 좁아져도 저항값이 증가하면서 혈압이 올라갑니다. 더구나 좁아진 구멍으로 액체를 짜 넣으려면 심장이 더 큰 출력을 내야하기 때문에 심장에 무리가 함께 갑니다.

   
출처: www.precisionnutrition.com/doctor-detective-hypertension

또 혈관은 일종의 고무관처럼 압력에 따라 어느 정도 늘어나고 줄어들면서 유연하게 움직이는데 이것이 계속된 고혈압으로 상처를 받으면 점점 딱딱해지면서 PVC 파이프처럼 유연성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이것 역시 상대적으로 혈관이 좁아진 것처럼 작용하면서 역시 혈압을 올립니다. 만약 여기서 혈관이 딱딱해진 것으로도 모자라 내구경까지 불순물로 좁아진다면 혈관 안에 담긴 혈액의 양 자체가 대폭 줄어들면서 몸의 각각의 장기들에 필요한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데 큰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고혈압은 다른 말로 순환장애이기도 합니다. 물론 2차적 원인까지 범위를 넓히면 원인은 훨씬 더 많아지고 이야기도 더 복잡해지지만 단순화시켜 큰 그림만 설명하자면 이렇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고혈압과 저혈압 둘다 결과적으로 몸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똑같이 건강에 무척 해롭습니다.  
 
4, 효과적인 고혈압 치료제의 선택

고혈압이라는 것은 혈압이 높아진다는 결과가 하나라고 해도 그 이유는 위에 설명 드린 대로 정말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른 원인에 따라 고혈압 치료제도 당연히 다르다는 게 핵심입니다. 회사나 상표명이 다르다는 뜻이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작용하는 고혈압약이냐에 따라 계통이 완전히 다르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그걸 잘 이해하고 환자에게 꼭 맞는 약을 선택하는 게 의사의 능력과 책임입니다.

   
출처: http://blog.daum.net/psychokyoju/13081194

참고로 고혈압 치료제는 여러 가지가 있고,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심장 박동수를 떨어뜨리는 계통, 혈관 근육을 이완시켜 혈관을 확장시키는 계통, 혈액 안에 수분을 줄여 전체 혈류량을 감소시키는 계통, 콩팥에서 나와 혈관을 수축시키는 약물을 방해하는 계통 등등 종류가 다양합니다. 위에 참고삼아 링크를 걸어둔 곳에 가보시면 비전문가를 위해 혈압약을 나름 알기쉽게 정리해 놓았으니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이렇게 많은 약들이 필요한 이유는 고혈압의 원인이 그만큼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의사라고 해서 모두 고혈압 치료에 전문가는 아닙니다. 오래전에 배웠지만 전공이 달라 잊어버린 경우도 있고, 그동안 새로운 연구 성과가 생기면서 신약들이 개발된 걸 따라잡지 못한 경우도 있고, 또 병리학이나 생리학 지식이 부족해 환자에게 잘못된 약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환자가 극심한 동맥경화 때문에 혈관 외벽이 딱딱해지고 내벽이 상대적으로 좁아지면서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고혈압이지만 역설적으로 혈관 내에 혈액량이 필요량보다 많이 모자라기 때문에 생긴 고혈압인데 여기에다 혈압약 중에 하나인 이뇨제를 처방하면 환자의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글자 그대로 SHOCK으로 쓰러집니다.

또 피가 모자라니까 보상성으로 맥박도 올라가는데 생각 없이 맥박수를 떨어뜨리는 혈압약을 처방하면 전신에 공급되는 피의 양이 줄어들면서 역시 환자가 쓰러집니다. 그러니 똑같은 고혈압약라고 해도 결코 단순하지 않아서 어떤 약을 쓰느냐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어떤 원인으로 생긴 고혈압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생각 없이 아무 고혈압약이나 생각나는 대로 덜꺽 처방해주는 무능한 의사가 있다면 이분들을 한국말로 돌팔이, 영어로는 Quack이라고 부릅니다. 약이 가진 부작용을 극대화 시키는 닭짓을 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고혈압이라고 다 똑같지 않고, 혈압약이라고 다 똑같은 혈압약이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고혈압약은 모두 (예외없이,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나쁘다 라는 식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언제나 위험합니다.
 
5. 고혈압약에 대한 견해와 반론

그런데 고혈압약에 대한 여러 가지 소수 견해들을 보면서 제가 느낀 점은 부분적으로 옳은 것을 마치 전체가 그런 것처럼 오해되도록 주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지식인의 윤리에 무척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러이러한 부분이 있으니 개선하도록 같이 노력해보자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분은 잘못되고 틀렸으니 일단 판을 엎자는 것처럼 들립니다. 이런 식이라면 마치 매년 교통사고로 사람들이 많이 다치고 있으니 자동차라는 것은 모두 없애버려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같은 몇 가지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시해보고 싶습니다.

   
출처: www.suwanhospital.com

A: 혈전으로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을 막기 위해 몸은 혈압을 높이고 있는데 혈압약을 먹으면 혈류가 떨어져 뇌경색 가능성을 높인다. 일본의 2006년 통계에 의하면 뇌졸중 중에서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은 13%에 불과하고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이 84% 이다. (마쓰모토 미쓰마사, 건강의 배신 중에서)

- 고혈압이 진행되면 단기간에는 높은 혈압으로 혈관이 터질 위험을 높이지만, 고혈압이 방치되면 장기적으로는 혈관이 더욱 딱딱해지고 좁아지면서 결국 혈관이 막히니까 똑같이 고혈압의 문제인데 이것이 왜 고혈압을 치료하면 안된다는 근거가 되는지 이해가 불가합니다.  더구나 막히는게 더 문제가 되는 경우는 콜리스테롤을 낮추고 혈전형성을 방지하는 치료를 더욱 적극적으로 하는게 더 맞는 판단이지 왜 이게 뜬금없이 고혈압을 치료하지 말아야 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혈압약을 먹었기 때문에 혈류가 떨어져 뇌경색이 더 된다는게 본인의 생각이라면 고혈압을 방치해 혈류를 유지시키면 뇌경색이 덜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건 어떻게 설명되는지 궁금합니다.  그럼 역으로 혈압 높이는 약을 환자들에게 먹이면 뇌경색이 대폭 예방될거라는 뜻인데 책임질 수 없는 주장인것 처럼 보입니다. 앞에는 본인 주장, 뒤에는 Fact를 섞어서 오해를 유도했네요.
 
B. 혈압약 먹는 사람이 안먹는 사람보다 뇌경색에 두 배나 더 걸린다. (오구시 요이치, 도쿄의대 교수)

- 교과서에 나오는 통계수치의 의도적 오용에 해당하는 대표적 사례로 보입니다. 위에 주장이 성립하려면 똑같이 뇌경색의 위험에 노출된 동일한 조건의 고혈압 환자라는 기본 전제조건이 있어야 합니다. 건강한 사람이 혈압약 먹을 이유가 없을테니 혈압약을 먹는 사람은 처음부터 아픈 사람들이고 안 먹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들인데, 갑자기 이게 어떻게 혈압약 때문에 뇌경색에 두 배나 더 잘 걸린다는 결론으로 유도되는지 의도가 궁금합니다. 
만약 고혈압 환자들이 혈압약을 안 먹었다면 약 먹을 필요가 없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 20배나 더 뇌경색에 잘 걸렸어야 하는데, 혈압약을 먹는 바람에 위험이 10배나 줄어들면서 평소 고혈압이 없었던 보통사람에 비해 2배 정도만 더 뇌경색에 잘 걸리는 걸로 나타났다고 보는 게 더 통계적으로 옳은 해석 아닐까요?  
참고로 만에 하나, 같은 조건이었다고 해도 약을 안 먹은 고혈압 환자들은 약을 안 먹어도 될 만큼 상대적으로 증상이 가벼웠기 때문이고, 약을 먹은 고혈압 완자들은 하루라도 약을 끊을 수 없는 중증 환자들이었기 때문이었을 가능성까지 감안해야 정확한 통계입니다. 풀어 설명하자면 혈압이 140/90 이었던 경증 혈압환자는 약 먹는 대신 저염식 같은 식이요법으로 조절하기로 했고, 반면에 혈압이 200/110이었던 중증 고혈압 환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리고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혈압약을 먹을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출처: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Oc6Y&articleno=1082&categoryId=15&regdt=20130511113646

C. 혈압을 떨어뜨리는 약을 먹으면 두뇌에 혈류가 감소되어 뇌조직이 손상될수 있는데 이때 생기는 것이 치매다. (신우섭, 의사의 반란)

- 우선 이분은 생리학 교과서의 기본원리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새로운 자기만의 의학교과서를 쓰신 걸로 보여집니다. 아주 예외적이고 또 극단적인 경우가 아닌 경우라면 임상에서 치료 목적으로 쓰는 혈압약으로는 두뇌의 혈류량을 단기간에 늘이거나 감소시킬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두뇌로 가는 혈류량은 중간 혈압(혈압이 120/80 이라면 대강 90 mmHg 정도입니다)이 50-150 이내에 위치하는 한 항상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이건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며 여러번 반복 실험을 통해 증명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혈액공급이 끊기면 두뇌의 신경들이 손상을 받아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 뇌사하게 됩니다. 허혈성 신경손상이 치매의 가능한 원인 중에 하나일수는 있지만 반대가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허혈성 신경손상이 생기면 보통의 경우 치매보다는 운동신경 손상으로 몸의 일부 혹은 전부를 쓰지 못하게 되고 의식은 멀쩡하지만 말이 어눌해지게 됩니다. 자주 뇌경색이 생기는 혈관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다른데는 다 놔두고 기가 막히게 사람의 지능이 있는 두뇌의 부분만 허헐성 손상이 오는 경우는 생각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또 인위적으로 혈압을 떨어뜨린다고 해서 치매가 오지 않는것도 이미 밝혀진 사실입니다. 참고로 수술장에서는 마취과 의사가 출혈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부러 일정정도 혈압을 낮추는 경우가 흔합니다.

D. 어떤 혈압약도 장기 복용할 경우 그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다. (김진목,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

- 물론 당연한 말인데 이 분께서는 환자를 사람으로 보고 계시지 않으신 듯 합니다. 환자를 소중한 인격체로 보고 전체로서 보아서 환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저울질을 해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의사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만약 불가피하게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두 가지 선택(약 부작용 가능성과 심장마비, 뇌졸증 위험) 밖에 없다면 어느 쪽이 더 환자를 위한 것인지 어느 쪽이 더 큰 위험인지 고민할 생각은 하지 않고 덮어놓고 단순하게 혈압약은 위험하니까 먹지마라고 하는 게 그분이 말하는 위험한 의학 현명한 치료의 핵심 개념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혈압약 먹고 부작용 생길 가능성과 치료 안 했을 때의 위험을 저울질해서 판단하고 환자에게 정확히 알려서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게 맞지 않겠습니까? 차 타면 교통사고 날수 있으니까 비가 오던 말던 가깝건 멀건 무조건 걸어가라고 하는 게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이라고 저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마찬가지의 논리로 전에 혈당이 얼마이건 상관없이 무조건 자연건강식으로 치유될수 있으니까 당장 인슐린 포함한 모든 혈당약 끊으라고 주장했던 자칭 건강박사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낮은 정도의 당뇨는 몰라도 중증 당뇨는 갑자기 인슐린을 끊을 경우 고혈당 혼수상태에 빠지며 당장 바로 목숨을 잃어버릴 위험까지 있는데 저분은 도대체 뭘 믿고 저리 무책임한 주장을 하는지 안타까와 했던 기억이 납니다.

E. 혈압을 낮추었더니 사망률이 하락했거나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질환이 감소되었음을 검증해주는 실제 데이터는 아직까지 없다. (곤도 마코토, 방사선전문의,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 저자)

- 앞의 모든 주장보다 같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가장 터무니없다고 생각되는 주장입니다. 이분의 무척 자극적인 책제목 때문이 아니라, 의사이니 분명히 알면서도 의도된 악의적인 주장 때문입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검증해주는 실제 데이터’라는 부분입니다. 아무런 데이터가 없다는 게 아니라 검증해주는 그리고 실제적인 데이터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분이 원하는 것은 반박이 불가능하게 완벽히 설계된 과학적 스터디, 더 정확하게 말하면 Blind Randomized Clinical Trial입니다. 어려운 말을 썼지만 풀어 쓰자면 완벽하게 같은 조건에서 관련된 모든 분들이 모르게 강제적으로 똑같이 두 그룹으로 환자를 나누고 혈압약을 먹고 안먹인 차이를 (아마 10년이나 그 이상) 관찰해 본 그런 데이타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를 만들려면 환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병원에서 무조건 고혈압 환자를 치료할지 말지를 주사위를 던져 결정한 다음에 그냥 방치해야 합니다. 만약 환자가 난 임상실험에서 빠지겠다고 하면 그 이유가 더 혹은 덜 아프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다른 민간치료를 받기 때문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모집단 선정에 오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완벽한 검증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환자 혈압이 220/110으로 응급실에 들어온다고 해도 이분이 원하는 검증해주는 실제 데이터를 만들려면 죽든 말든 아무런 치료 없이 그냥 두었다가 정말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발생하는지 확인해서 결과를 기록해 모아야 합니다. 모든 임상실험에는 반드시 의료윤리위원회의 사전허가가 필요한데, 불가피한 동물 실험도 때로는 잔인하다고  거절되는 상황에 이런 비정하고 비윤리적인 임상실험이 허가될 턱이 없습니다.

참고로 이분의 책에 따르면 이분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알프스지역의 산악지대에 있는 건강장수촌에 가보니 평균혈압이 120/80 아닌 140/90 고혈압 인데도 모두 심장병이나 뇌졸증 없이 건강하더라 라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것은 명맥한 착각입니다. 원래 높은 산으로 갈수록 공기중에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누구나 피가 더 진해지고 혈압을 20 mmhg 정도 올려서 몸에 필요한 산소를 더 공급하는 생리적 변화가 생깁니다. 반대로 이분들이 산을 내려와 평지에 살게되면 대략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서서히 피가 묽어지고 혈압이 내려갑니다. 그러니 높은 산에 가게되면 다소 높은 혈압이 정상혈압이 되며 이것은 치료대상이 되는 고혈압이 절대 아닙니다. 이분들에게는 이 혈압이 건강한 정상혈압입니다. 게다가 고산지대에는 일상생활중에 자연적으로 더 많은 운동이 되고 식사내용도 건강해지며 과식의 위험이 거의 없어지는데 이런요인을 모두 무시하고 고혈압 환자가 더 건강하다 라는 식으로 호도하는건 학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이분들도 고혈압이 1기를 넘어 2기로 올라가면 치료를 받는것이 건강에 더 이롭습니다. 다만 이때에도 사람대신 숫자만 보고 혈압을 너무 떨어뜨리지 않는것이 핵심입니다.

게다가 이분이 쓴 다른 책의 제목은 ‘암 치료가 당신을 죽인다’입니다. 내용은 암 치료는 전혀 할 필요가 없고 차라리 그냥 놔두는 게 낫다고 주장하며 그것을 "암 방치요법"이라고 명명합니다. 물론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한다고 암이 완치되는 경우는 갑상선암 등등 몇몇 제한된 경우 뿐입니다. 그러니까 어차피 낫지 못하고 죽을 거면 공연히 항암치료 받으면서 부작용 나고 더 힘들게 고생하느니 그냥 치료 거부하고 몰핀 맞으면서 버티다가 죽는 게 낫다라는 내용입니다. 그래도 이건 차라리 혈압약 무조건 먹지 말라는 것보다는 훨씬 온건하고 고려해볼만한 주장입니다. 아마 동의하는 의사들도 상당수 있을 걸로 예상합니다.
 
저 역시 환자들에게 항암치료에 앞서서 선택가능한 치료 옵션의 하나로서 분명히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분명히 몇달이라도 더 오래살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데 치료를 거부하고 일찍 죽겠다는 환자는 거의 없습니다. 본인은 우울증으로 그러고 싶어도 가족이 납득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습니다. 게다가 죽음의 공포를 앞에 두고 민감해 있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자칫 잘못하면 내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니까 치료받지 말고 일찍 죽으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기 때문에 실제로는 의료진이 말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더구나 항암치료 받으면 더 일찍 죽는다는 저자의 주장은 과학적인 사실이 아닙니다. 만약 본인이 방사선 치료했던 암환자들은 그냥 놔둔 환자보다 더 일찍 돌아가셨다면, 항암치료 같은건 하지 않는게 더 낫다는 주장을 하기 전에 혹시라도 본인이나 본인이 책임지고 있는 의료장비에 무슨 고장이나 실수는 없었는지 다른 학자들의 경우를 살펴보고 본인의 경우와 차이가 있는지 비교해보고 만약 그렇다면 치료결과가 나빴던 이유를 먼저 조사해 보는게 일을 풀어가는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과거에 과연 성병에 항생제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가난한 흑인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비윤리적인 실험을 진행하면서, 심지어는 대상자가 이사 간 곳까지 쫓아가서 항생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방해하면서 성병의 자연 경과가 어떻게 되고 언제쯤 무슨 증상으로 어떻게 죽는지 추적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비밀이 밝혀진 다음에 큰 저항이 일어났고 지금도 미국의 대표적 흑역사 중에 하나로 기록된 사건입니다. 그런데 만약 지금 어떤 분이 성병에 항생제 치료가 효과 있다는 걸 검증해주는 어떤 실제 데이타도 없다면서 성병 치료는 필요 없는 맹신이라고 항생제 무용론을 들고 나온다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6. 독일의 아우토반, 조금은 다른 이야기

아시다시피 아우토반은 독일의 대표적인 고속도로이며 속도제한이 없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왜냐하면 독일인들은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될 경우 자동차의 속력이 교통사고 확률과 비례하지는 않는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우선 고속도로가 고속주행에 적합하도록 급커브가 없고 도로표면이 균일하며 시계가 명료하고 우천시에도 배수가 잘 되고 자동차의 성능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운전자들이 고속주행과 저속주행을 구분하여 서로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등등입니다.

독일 이외에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고속도로에 속도제한이 있습니다. 물론 일부분은 자동차 성능이 떨어지던 당시에 제시된 연방법 때문이기는 하지만, 위에서 언급된 고속주행의 전제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없는 도로여건 때문에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 낫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증명된 적은 없어도, 지금 65마일인 자동차 제한속도를 갑자기 없애면 분명히 사고가 많이 날거라는 것은 누구나 충분히 이성적으로 예측 가능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만약 어떤 분이 나타나서 자동차의 속력과 교통사고와는 사실 아무런 관계가 없고 어떤 증거도 없다고 주장하며 모든 게 저들의 음모니까 생각이 깨어있는 자들은 속도제한 맹신하지 말고 마음껏 달려라 라고 주장하면 독자 분들은 어떻게 반응하실지 무척 궁금합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닙니다. 독일에는 아우토반에는 속도제한이 없지만 사고가 더 증가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분께서는 아우토반의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일절 아무런 언급이 없습니다. 단지 속도제한이라는 것은 사실 필요없는데 여러분은 그동안 속고 있었다고만 이야기한다면 어떠할까요? 나는 일단 판단을 보류했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그리고 친구들이 그러한 주장에 관심을 보이고 어쩌면 그대로 실행할 수도 있다면 말입니다.
 
7. 맺음말

저도 전문가로서 모자란 부분이 많고 마취통증과 중독치료 전문의일 뿐 고혈압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내과나 신경과 의사가 아니니 분명 잘 모르거나 틀린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설사 최신 연구결과나 일부 부분적인 문제를 잘못 알고 있을 수 있다고는 해도 다른 모든 학문들처럼 의학이라는 학문에도 대원칙 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본인의 믿음이나 아집보다 나와 똑같은 인간으로서 환자를 먼저 생각해서 판단하라는 것이고, 비록 좋은 의도를 가졌더라고 해도 잘못된 지식으로 나쁜 결과를 가져오지 않도록 반드시 정확한 지식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하고 또 더 좋은 방법이 있음에도 그걸 몰라서 차선을 선택하는 일이 없도록 공부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혈압약 무용론을 강하게 주장하는 분들도 분명 좋은 의도를 가졌을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식생활을 바꾸고, 식물의 뿌리를 다루어 살리는 진정한 의사가 되어야 하고, 사람들이 의사에게 의존하지 않고 사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들은 저도 동의하는 주장입니다. 또 약을 잘못 써서 생기는 부작용이나 사고도 많다는걸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그 개선점을 찾아야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넌 속고있다. 혈압약 당장 끊어라!"라고 단언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대신에 "혈압약에는 많은 부작용이 있고 그래서 사용을 결정하기 전에 보다 더 신중히 손익을 저울질하고 판단할 필요가 있으며, 많은 경우 혈압 자체보다 콜리스테롤과 혈전형성을 막는게 더 중요할 수 있고, 그보다 더 앞서는 건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습관 그리고 운동으로 약을 먹을 필요성 자체를 줄여나가는 것이 기본이다. 약 너무 맹신하지 말고 가능하면 의사없는 삶을 살아라" 라고 말한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입니다.

완전히 상반된 주장도 서로 이성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토론을 해 나가다 보면 서로서로 보완할 부분을 찾아가면서 더 나은 결론을 낼 수 있을 걸로 생각합니다. 혹시 제 글에 오류가 있거나 반론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저도 건강하고 유익한 토론을 통해 무엇인가 새로 배울수 있는 기회를 가질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조형기 (의대 86, 마취통증 중독치료 전문의)

(*위에서 언급된 최근 신문 칼럼은 아래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편집자주 )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345186

ⓒ 아크로폴리스타임스(http://www.acropolis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쓰기
이름 비밀번호
제목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현재 0 byte/최대 400byte)
전체기사의견(5)
  혈압약 안 먹을라고 고민남 2015-05-18 21:01:41
안 먹어도 되는 합리화만 찾고 있어 이원영님 글 쏙쏙 들어오두만 다시 혼돈 상태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우짤까요?
추천0 반대0
(138.XXX.XXX.53)
  유익한 글... 김성수 2015-05-06 18:19:22
건강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글이네요... 바빠도 좋은 글 계혹 올려주세요.
추천0 반대0
(1.XXX.XXX.122)
  원글도 비교해 읽어보셔야 어느 장단에 2015-05-06 15:00:03
4월 29일자 LA중앙일보에 실린 글임다.제목은 '혈압약, 그 불편한 진실'
아래 링크를 찾아가 보세요.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3345186
추천0 반대0
(74.XXX.XXX.53)
  아주 유익하고 송설 2015-05-06 07:49:49
좋은 글 감사 합니다.
추천0 반대0
(71.XXX.XXX.124)
  무슨 주장이든 김종하 2015-05-05 19:33:44
극단적인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서양)의학도 100% 완벽하지는 않다는 것, 대체의학이라는 것도 일부분인 것을 마치 전체인 양 부풀릴 수 있다는 것을 항상 감안하고 접근하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닥터 조 기고 항상 감사^^
추천1 반대0
(76.XXX.XXX.131)
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600 Wilshire Blvd., #1214 LA, CA, 90010, USA|Tel 1-818-744-100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훈
Copyright since 2009 by The Acropolis 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itor@acropolis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