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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24, 힙 34의 인류학적 고찰
[이상희의 인류학 산책] S라인이 매력적인 이유는
2015년 04월 30일 (목) 03:46:21 이상희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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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음원차트를 휩쓸고 있는 박진영의 히트곡 '어머님이 누구니?'의 도입부를 들어보면 그의 앨범 타이틀 '24/34'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넌 허리가 몇이니?" "24요." "힙은?" "34요." 그렇다. 허리와 엉덩이 둘레이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두툼한 엉덩이와 잘록한 허리와의 만남이다. 그러니까 24/34가 만들어내는 비율이 중요한 것이지 24/26 이거나 32/34라면 그렇게 정신줄 놓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성형 수술의 새로운 장이 열릴까 궁금해진다. 지금까지 가장 인기있는 성형수술은 얼굴을 손 보는 일이었다. 30년 전 겨울 방학을 맞아 살짝 쌍꺼풀 수술을 하던 시절은 차라리 순진했다. 이제는 다양한 수술을 당당하게 한다. 쌍꺼풀을 만들고 눈가 앞뒤를 틔고 콧날을 세우고 턱을 깎는다. 맑고 깨끗한 피부처럼 보이려고 화장품으로 덧칠하거나 겉을 살짝 벗겨내고 주름은 당겨서 펴고 물질을 투입해 팽팽하게 채운다. 목 아래로 내려오면 단연 가슴을 손 보는 일이 가장 인기이다. 너무 작으면 좀 더 키우고 너무 크면 좀 작게 한다.

성형수술을 통해 도달하고 싶은 '아름다운 상태'는 진화론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어떤 노력을 들여서라도 손에 넣고 싶은 특징들은 원래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젠이 활발한 활동을 하면 이루어지는 상태이다. 여자가 임신-출산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신호를 총괄하는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은 남녀 차이가 분명하지 않던 여자 아이들이 여자 어른이 되었다는 표시인 제2차 성징을 동반하고 삶의 전면으로 등장한다.

피부는 탄력이 충만하여 팽팽해지고 눈빛은 깊어지며 입술은 도톰해지면서 어른의 얼굴을 갖춘다. 가슴이 나오고 허리가 들어가고 엉덩이가 나오면서 어른의 몸매를 갖춘다. 사람들은 이 모든 외형적인 변화를 주목하게 된다. 가임능력을 갖추었다는 신호를 보내고 그 신호를 알아보는 능력은 당연히 진화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인간은 이렇듯 오랜 진화 역사의 산물로 젊고 어린 얼굴과 몸에 반응한다.

신호를 보내는 일도 그 신호를 해석하는 일도 오가는 신호가 정직하다는 신뢰를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성형수술의 발달로 이 신호에 대해 의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미용을 위한' 성형수술은 가임기 나이의 여자들이 여성 호르몬의 지휘로 만들어지는 특징들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최상의 짝임을 나타내는 신호들을 수술을 통해 흉내내게 된 것이다. 성형수술의 발달로 아름다운 얼굴과 피부는 더이상 믿을 만한 신호가 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가임기를 지나 폐경기를 보내는 여자들은 허리가 두툼해진다. 24/34가 아니라 32/34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운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바뀌지 않는다. 성형수술을 해서 얼굴과 가슴을 고쳐서 베이글녀가 된다고 해도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을 쉽게 만들어낼 수는 없다.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은 가임연령에 관한 마지막 남은 정직한 신호일까? 성형외과술이 도전할 수 있는 마지막 신공일까?

오히려 인간에게는 가임 여부에 대한 신호가 중요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점점 인간의 짝짓기는 아기를 가지기 위해서가 아니며 인간의 임신과 출산은 의학의 도움으로 확신에 찬 계획적인 행위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아름다움의 신호로 여겨져 왔던 특징들이 더 이상 아름답다는 반응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상희<고고미술 85, UC리버사이드 인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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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7)
  충격적인 결론부는 박찬민 2015-05-04 17:06:46
그냥 먼 장래에 대한 예언이라고 보아야 하는 지? 인류의 행동에 정통한 학자의 의견이니, 괜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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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XXX.XXX.128)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희 2015-05-06 17:45:46
그런데, 충격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생식에서 자유하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하긴 그렇게 되면 진화론이 더이상 적용되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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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XXX.XXX.130)
  그냥 스피노자 2015-04-30 23:26:20
저 모델이 누군지 궁금함
추천0 반대0
(24.XXX.XXX.131)
  이태임 관념남 2015-05-01 05:59:18
으로 알고 있음.
추천0 반대0
(23.XXX.XXX.229)
  예쁘네요 이상희 2015-05-01 14:51:07
참 예쁘네요. 그런데 최근 동료 연예인에게 욕했다고 구설수에 휘말렸던 연예인 아닌가요? ㅋ
추천0 반대0
(138.XXX.XXX.113)
  교수님의 특권 워낭 2015-04-29 10:50:20
기자는 쓰지 못하는 글을 편안~하게 쓰신다.
추천0 반대0
(74.XXX.XXX.71)
  ㅋㅋ 감사합니다. 이상희 2015-05-01 14:49:56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기자가 쓰지 못하는 글도 있군요...
추천0 반대0
(138.XXX.XXX.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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