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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맘껏 하시다 돌아가시라고?
[닥터 조의 의학 산책] 마리화나 합법화의 배경과 그 딜레마 – 마지막 편
2015년 04월 01일 (수) 11:42:19 조형기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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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서 계속>
1편 링크: www.acropoli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6
2편 링크: www.acropoli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8

IV. 참고할만한 과거의 역사적 사례 - 미국 금주법의 경우

2010년 LA 타임즈와 USC 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민의 경우 49%가 찬성 41%가 반대였는데, 3년이 지난 2013년 샌프란시스코의 필드리서치 사가 1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6%가 오락용 마리화나 합법화에 찬성한다고 합니다.  이것만으로 추측해 본다면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가까운 시일안에  콜로라도 주의 경우처럼 마리화나의 완전 합법화가 발의되고 통과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론 조사 결과에 앞서 과연 마리화나를 합법화 하는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를 판단하려면 과거의 역사속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 차분히 검토해 보는것도 나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가장 좋은 사례는  1918년부터 1933년 까지 시행된 금주법입니다.  금주법의 시작은 남북전쟁 당시에 곡물을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된 임시법입니다.  사람 먹을 식량도 모자라는데 그걸로 아깝게 술을 만들어 먹는다는건 말이 안된다는 취지에서 나온 법안입니다.

   
미국 금주법 시행당시 적발된 밀주를 하수구에 쏟아 버리고 있는 장면. 출처: http://www.kamerican.com/GNC/new/secondary_contents.php?article_no=1&no=2525


여기서 잠깐 그 시대의 사회상을 살펴보자면, 그당시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남부의 목화농장 흑인노동자들이 사용하던 코카잎(코카인의 주 재료)도 아니고 노인들이 담배 대신 가끔 피우던 마리화나도 아니고  바로 술 = 알콜중독이 모든 악의 근원으로 취급되던 시절이었습니다. 한참 가족을 부양하고 일을 해야 할 성인 남자들이 하루 종일 술독에 빠져 돈을 낭비하고 술에 취해 폭력을 행사하며, 굶고 있는 가족을 내팽개치고 그것도 모자라 본인의 건강을 해쳐 간경화로 고통받다 오랜 투병후에 치료비로 가난한 가족을 뒤로 남겨두고 사망해 버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정말 큰 문제였고 청교도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종교적 죄악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에 희생되고 고통받던 여성들은 1874년에 설립된 기독교 여성금주회 (WCTU, the National Woman's Christian Temperance Union)라는 전국적인 조직을 중심으로 뭉쳐서, "술=사탄=모든 악의 근원" 이라는 공동의 목표하에 강력한 금주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합니다. 행동방법도 과격해서 어떤 때는 실제로 도끼를 들고 술집에 쳐들어가 술통을 때려부수고, 술집앞에서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며 영업을 방해하고 남편들의 출입을 견제하는등 매우 적극적인 노력을 경주한 결과 드디어 미국 헌법까지 고쳐가며 전국적인 강력한 금주법을 통과시키는데 성공하게 됩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순간만큼은 미국의 오랜 망국적 고질병을 드디어 고칠수 있게 되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을겁니다.

   
1830년 3월 24일자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알 카포네 사진. 출처: http://content.time.com/time/covers/0,16641,19300324,00.html

그러나 항상 그런것처럼 세상 일이라는 것이 그리 단순하지 않아서, 모든 술의 제조와 판매가 금지된 순간 얼마 지나지도 않아 비밀리에 술을 파는 술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비밀리에 술을 만들어 팔며, 불법 술집들을 비호하면서 생기는 큰 이권 때문에, 지금도 악명이 자자한 알 카포네 같은 조직폭력 단체가 세를 얻어 뇌물 뿌려가며 온갖 나쁜짓을 할수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역효과가 나타납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제대로 된 시설에서 합법적인 알코올 제조가 금지되다 보니, 조악한 시설에서 몰래 술을 만들다가 식용 에탄올이 아닌 독성이 강한 메탄올이 제조과정중에 섞여 들어가면서 밀주를 마시고 집단적으로 눈이 멀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자주 생기면서 역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됩니다. 그러자 이럴바에는 차라리 합법화하자는 요구가 거세게 일어나면서 격렬한 논란끝에 1933년 수정헌법 21조가 통과되면서 금주법은 폐기됩니다.

VII. 마리화나와 문화적 차이에 대한 고찰

흔히 동양에서는 우리 라는 단체의 개념이 강하고 서양에서는 나 라는 개인적 개념이 더 강하다고들 합니다. 마리화나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같은 미국인이라 하더라도, 문화적 배경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아”다르고 “어”다른 미묘한 시각차이가 존재합니다. 만약 앞으로 한국인들이 마리화나의 합법화를 찬성한다면 그건 아마도 마리화나의 안전성에 대해 어느정도 확신이 생기고 또 남용가능성에 대한 안전장치가 어느정도 납득된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라고 보는게 무난할겁니다. 기본적으로 나와 함께 우리의 문제라는 시각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물론 미국인들이라고 해서 얼핏 크게 다르지는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그 마음의 밑바닥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리화나가 아주 안전하지는 않고 또 건강에 해롭다고 해도 나에게 피해를 주는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자기몸 자기가 망치겠다는데 그걸 정부에서 돈들여가며 법으로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냉정한 시각도 존재합니다. 나에게 영향이 없다면 개인의 자유의지에 관련된 문제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다는 뜻입니다. 

   
흡연으로 인한 수명단축을 강조한 금연광고. 출처: http://jungsu19.egloos.com/m/1951097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미국에서는 간접흡연으로 내 건강에 해를 줄수 있는 담배의 실내금연은 엄격히 금지하면서, 담배 가격을 올려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청소년의 흡연은 억제할뿐, 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 일지도 모르는 담배 자체를 완전 불법화는 의회에서 입안된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의료보험사들은 흡연자들에게 보다 높은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흡연자들의 높은 폐관련 질환과 암발생 증가, 그리고 그로인해 필연적으로 증세를 유발할 것이 분명한 높은 공공의료비 부담을 우려해 건강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역시 그저 교육과 권장사항일 뿐 술과 마찬가지로 무슨 죄악이나 범죄의 개념으로 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미국 정부는 모든 흡연자들에게 감사패라도 하나씩 주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는데, 이유는 흡연자들은 여러가지 건강상의 이유로 비 흡연자들보다 수명이 짧기 때문에 미국정부가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메디케어며 소셜연금에 쓸 예산이 한 사람당 4천에서 8천달러 정도씩이나 대폭 절감되기 때문이라는 논리입니다.

이런 비슷한 논리로 조금 삐뚤게 본다면 마리화나 합법화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나는 상관없는  사회구성원 일부가 본인의 건강에 해로울 수도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굳이 꼭 피워야겠다고 허락을 구하면서 대신 사회를 위해 세금도 훨씬 더 지불하겠다는데 굳이 그걸 반대할 필요는 없으니 찬성한다는 어찌보면 다분히 이기적인 생각일수도 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피울수 있는 해외 관광명소들을 소개하는 광고. 출처: http://www.cnbc.com/id/36603182#

참고로 이런 냉철한 판단논리가 조금만 더 극단적으로 발전하면 네델란드의 경우처럼 마약중독자들을 특별히 격리된 지역과 공간에서만 하는 조건으로 합법적으로 마리화나를 포함한 모든 마약을 정부에서 값싸게 공급한다는 정책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마약이 엄청 저렴하니 마약상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져 관련 범죄도 줄어들고 마약중독자들은 각종 마약을 맘편히 마음대로 하다가 아마도 정해진 수명보다 훨씬 일찍 돌아가실테니 그렇지 않았다면 그들에게 평생 지급했어야 할 실업수당도 절약되고 더불어 그들로 인한 사회문제도 한큐에 해결된다는 논리입니다. 어떻게 해석하면 누이좋고 매부좋으니 다 좋은거 아니냐는 생각인데 바로 이런 부분이 문화적 배경에 따른\ 사고의 차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잘 보여주는 한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여담이지만 유럽 스칸디나비아 지역에서는 환자가 불치의 병에 걸린 것이 확진되어 의사가 더 이상 가망없는 치료를 포기하면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치사량을 충분히 넘길만큼 대량으로 처방해준다고 합니다. 이유는 환자가 원할 경우 집에서 한 번에 털어넣고 고통없이 편히 돌아가실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배려라고 합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더 아플수록 오히려 더 의사의 진통제 처방을 적극 사양하고 혹시 날 포기했나 싶어 더 자주 병원을 찾는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이 문화적 차이의 또 다른 예입니다.

   
네델란드에 있는 까페(CAFÉ)의 마리화나 주문 메뉴판 사진. 출처: http://www.amsterdamredlightdistricttour.com/entertainment/coffeeshop-hunters/

IX. 정리하며 생각해 볼 것들

항상 그렇듯이 모든 이슈에는 양면성이 있으며 많은 경우 그 양면성이라는 것이 동전의 앞뒤처럼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그 문제 하나만 똑 떼어놓고 쉽게 결정할수 없도록 문제가 이리저리 다른 문제들과 엮여 있어, 판단이 가져올 후폭풍 혹은 도미노 효과를 걱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 생각에 마리화나에 관련된 논란 역시 마리화나 = 마약 = 결사반대 이런식으로 단순화해서 생각하기에는 이래저래 너무나 복잡한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놀랍고 신기한  돌들의 균형, 실물사진. 출처: http://blog.daum.net/rudgmltjans/13395424

하지만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분들이 지혜를 모아서 함께 충분히 고민해 본다면 어느쪽으로 결정하던 간에 부작용을 최소화 할수 있는 보완책을 생각해 낼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미묘한 문제들은 어쩌면 지금의 기성 세대보다는 우리 다음세대에서 우리들의 자녀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에 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결정일수도 있으니 신중함에 신중함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이나 코멘트 있으시면 게시판에 올려주시면 성의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물론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판단 하시는지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주시는것도 환영입니다.  <끝>

조형기 (의대 86, MD, 마약중독치료 전문의, 아나파 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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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6)
  오래전 JB 2015-04-02 09:57:19
미국에서 대학 다니던 시절에 첫경험을 했고, 그 기억이 너무 안좋아서 그간 전혀 관심없었는데... 조박사의 글을 읽고나니 관심이 세록세록... 이거 위험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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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2)
  유익한 글 Kong 2015-04-01 16:33:58
다양한 관점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의 경우 술, 담배를 안 하고 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걸 즐기시는 분들의 권리를 막고 싶지도 않습니다. 마리화나에 대해서도 비슷한 견해를 갖고 있습니다. 지나치지만 않게, 남에게 피해주지 않으면서 즐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추천0 반대0
(108.XXX.XXX.17)
  몇년전에 마리화나 흡연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대학생의 변호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명문대생에 장학금까지 받았는데 한순간의 실수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변변 2015-04-01 11:56:22
그런데 정작 본인은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는 주장을 폈고 오히려 부모 (한국인 이민1세) 가 더 죄의식에 사로잡혀있었습니다. 역시 문화적인 차이가 우리의 행동과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을 읽고 저도 마리화나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추천0 반대0
(71.XXX.XXX.81)
  비전문가를 위한 전문가의 설며 오달 2015-04-01 07:42:25
조박사님의 논리적 설명 감사합니다.
마리화나에 대한 입장 정리에 좋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기사 전문을 합법적 마리화나 가게를 운영하는 고객에게 보내겠습니다.
앞으로 아크로에 이런 전문가의 비전문 독자를 위한 기사가 더 많이 올랐으면 합니다.
추천0 반대0
(108.XXX.XXX.25)
  애독자였습니다. 이경훈 2015-04-01 03:46:46
애독자였습니다. 참으로 차분하고, 주장과 근거를 구별하고, 설득력있게 쓰신 글이 인상깊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추천0 반대0
(175.XXX.XXX.241)
  마리화나, 총기 규제 김종하 2015-03-31 19:08:01
정말 칼로 두부 자르듯 할 수 없는 복잡다단한 문제임이 확실하네요. 그래도 네덜란드는 좀 너무한 것 같긴 한데...
닥터 조 이번 시리즈 덕분에 공부 많이 했습니다. 감사
추천0 반대0
(76.XXX.XXX.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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