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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걷기와 인간 젖가슴의 인류학
[이상희의 인류학 산책] 수유의 수단이냐 성감의 진화냐
2015년 03월 30일 (월) 23:13:31 이상희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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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가슴을 공공 장소에서 내 놓고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행위에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에게 수유 운동가들은 경고한다.

"젖가슴은 아이에게 음식일 뿐이야. 지극히 건전하고 자연스러운 식생활에 대해 섹스와 연결시켜서 상상하는 너희들이 변태야!"

얼추 맞는 말이다. 젖가슴은 포유류에게 특이하다. 갓 태어난 새끼는 이빨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미물에 불과하다. 그렇게 제 앞가림을 하나도 할 수 없는 포유류 새끼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어미의 젖을 빠는 일뿐이다. 그렇기에 포유류의 암컷은 새끼를 배면 젖을 물릴 준비를 하면서 젖이 커지고 유선이 준비운동을 하기 시작한다. 생명선, 영양선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한다. 그리고 새끼가 태어나면 젖이 찬 젖가슴을 물린다. 새끼는 젖을 먹고 자라면서 이빨을 내고 제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어미의 젖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젖가슴은 그렇게 진화했다.

그런데 인간의 젖가슴은 아이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존재할 뿐이라고 보기에는 좀 특이하다. 수유를 할 때에만 커지고 수유를 하지 않을 때에는 납작하게 되어서 눈에 띄지 않는 여타 포유류에 비해 사춘기의 2차 성징을 거친 인간 여자의 젖가슴은 언제나 비슷한 크기를 유지한다. 수유기, 배란기, 임신기에 더 커지기는 하지만 그 외의 기간에도 눈에 띄게 크다. 어쩌면 성장한 어른 여자의 일생 중에서 막상 젖을 물리는 시간보다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길텐데도 그 기나긴 기간동안 젖가슴은 크기를 달리하지 않는다. 항상 눈에 띄게 커져 있는 젖가슴은 인간에게 특별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성 선택'이 많이 대두되는 가설이다. 성 선택의 유명한 예인 수컷 공작의 화려한 꼬리 깃털에 대한 설명을 생각해 보자. 수컷 공작의 꼬리 깃털이 휘황찬란한 이유는 뭐니뭐니해도 일차적으로는 그렇게 생긴 꼬리 깃털을 선호하는 암컷 공작의 마음에 달려 있다. 왜 암컷 공작이 화려한 꼬리 깃털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할 필요가 없다. 다윈은 그를 '알 수 없는 암컷의 마음'이라고 표현했다.

그와 마찬가지라면 인간 여자의 젖가슴 역시 남자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굳이 논리적일 필요가 없다. 성 선택은 자연 선택과는 달리 그 설명이 합리적이기보다는 결과론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성 선택이라면 두 발로 걷기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네 발로 항상 걷는다면 제대로 보이지 않던 젖가슴이 두 발로 일어서게 되면서 쉽게 보여야 성 선택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두 발로 걷기가 500~600만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 진화 역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난 변화라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항상 눈에 띄게 커져 있는 젖가슴 역시 매우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특징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갓난 아이를 키우는 수유의 권리보다 성감대로서의 권리가 덜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젖가슴의 기원이 새끼를 키우는 기능에서 출발했다고 해서 그 기능이 다른 어떤 기능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원래의 기능, 그 기원도 중요하지만, 바로 지금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 보고 존중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아이 키우기에 쓰이면 고상하고 존중해 주어야 하지만 성감대로 쓰이면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은 다시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이상희<고고미술학 85, UC리버사이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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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5)
  언제나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김삿갓 2015-04-13 10:34:16
유익한 정보뿐 아니라 재미있게 글쓰는 재주도 가지셨어요. ㅎㅎ
추천0 반대0
(38.XXX.XXX.58)
  유구한 역사 2015-03-30 18:31:04
역시 인류학자의 안목은 특별합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131)
  안목인지 색안경인지... 이상희 2015-03-31 11:58:24
여기저기다가 인류학이라고 가져다 붙이는 것 같아서 시민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도 쬐끔 있습니다.
추천0 반대0
(169.XXX.XXX.189)
  젖가슴을 말하는 학자의 특권 워낭 2015-03-30 06:22:16
학자는 요술쟁이다. 기타 사람들이 말했으면 "뭔 말하려는 거야?" 그랬을 터인데 역시 학자가 말을 하니 그저 고개가 끄덕끄덕. 역시 공부는 많이 하고 봐야 한다는 사실.
추천1 반대0
(23.XXX.XXX.229)
  편집장의 특권 이상희 2015-03-31 11:56:57
역시 예리하십니다! "뭔 말하려는 거야?" 저도 써 놓고 찜찜했는데... ㅋㅋ
추천0 반대0
(169.XXX.XXX.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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