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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7백만 인구는 다 어디 가고
[박변의 내 맘대로 영화보기 #23] 'Collateral'의 매력
2015년 03월 23일 (월) 14:11:42 박준창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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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내가 오래  전부터 얘기해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10여년전 처음 보고 난 이후 영화를 못 구해서 오랫동안 못 써 왔다 (영화는 2004년 개봉).

그런데 제목인 Collateral의 뜻은 뭔가? 변호사인 내게는 아주 쉽다. 늘 쓰는 말이라. 법률 용어로  융자금 상환을 확실히 하기 위해 제공하는 담보물을 뜻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물론 그런 뜻은 아닌 것 같아 구글 번역을 보았더니 별로 딱 맞는 말로 번역된 것이 없다. .  “I am your collateral.” 택시 운전사가 살인청부업자에게 반항하며 하는 말인데, 이 대사로 보면  “부속물”, “2중대” 정도가 맞을 것 같다. 살인 청부 업자가 하룻 밤에 4명을 죽여버리는데 이 과정에서 애꿎은 택시 운전사가 살인청부업자의 부속물, 2중대가 되어  원치않는 살인에 말려들게 되는 스토리이니.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별로 복잡하지않다.  동부에서 날아 온 살인 청부업자가, LAPD 형사와 FBI 수사관들에게  쫓기면서도,  다음날 있게 될 마약 두목 상대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설 4명의 증인들을 다 죽여 버리고 담당 검사마저 죽이려는  영화다.  그 과정에서 택시 운전사를 하루 일당을 주고 전속으로 고용한다. 택시 운전사는 이 살인청부업자에게서 벗어나려고 해 보지만 결국 끌려 다니며 살인에 가담하게 된다는 내용.
난 원래 탐 크루즈를 좋아해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인상좋고 재수좋게 젊어서부터 주연으로 발탁된 배우 정도로만 알아왔었다. 내가 좋아하는 니콜 키드만과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미워했기까지 했었던 배우 (그저 배우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그들을 좋아하고, 미워하고, 흠모하고, 시기할 권리가 있지 않은가? 아무도 개의치않고 아무런 피해자도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탐 크루즈 너무나 멋있게 나온다.  회색으로 머리 물을 들이고, yuppy 하게 그가 죽일 사람들 인적 사항이 담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  회색 양복을 입고 총을 빼어 들고 걷고, 뛰어 다니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cool 하다.  이런 외적인 면만 아니라 생각하는 것도   살인청부업자답다.
“몇 만명이 르완다에서 해도 지기 전에 죽었어. 나가사끼와 히로시마 이후 아무도 그렇게 빨리 많은 사람들을 죽인 적이 없었지.  [그렇지만] 맥스, 당신 눈이나 깜짝 한거야? (Well, tens of thousands killed before sundown. Nobody's killed people that fast since Nagasaki and Hiroshima. Did you bat an eye, Max?)”
이렇듯 살인청부업자 빈센트는 냉소적이고, 염세적이고, 인명에 대해 그저 무덤덤하다.

“수천 수백만의 별들로 이루어 진 성운들, 한번 눈 깜짝으로 하나의 점이 되지. 그게 바로 우리야. 우주에서 실종된.    경관, 당신 그리고 나…도대체 누가 알아 차릴거야? (Millions of galaxies of hundreds of millions of stars, in a speck on one in a blink. That's us, lost in space. The cop, you, me... Who notices?)”
“미래라고? 언젠가 꿈이 이루어진다고? 어느 날 밤 당신은 깨어나서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는 걸 발견하게 될거야. 모든 건 당신 주변에서 맴돌기만 했어 (Someday? Someday my dream will come? One night you will wake up and discover it never happened. It's all turned around on you).”
택시 운전사 맥스는 언젠가 리무진 회사를 경영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택시 운전을 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 그날 저녁 어떤 매력적인 흑인 여자를 태우는데 어느 길로 가는게 빠른가 내기를 하다 갑자기 사랑을 느낀다. 알고 보니 이 여자는 연방 검사.  자기가 어떻게 감히 연방 검사와.. 하며 마음을 추스리는데 뜻밖에 가 버린 줄 알았던 그녀가 명함을 준다.  이 정도 얘기하면 짐작하시겠지만 바로 그녀가 내일 있을 재판의 담당 검사다.
그녀를 내리게하자 마자 희끗희끗한 머리의 잘 생긴 신사가  타는데 이 자가 바로 빈센트.  이 순간부터 맥스의 악몽이 시작되고… 빈센트는 로스 엔젤레스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안 가지고 있다. 

“너무 넓고, 연결도 안 되어 있고,  천 7백만의 인구에 세계 5위의 경제권이지만 아무도 서로를 모르는 도시. 지하철에 탄 어떤 사나이가 죽었는데도,  지하철이 로스 엔젤레스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닐 동안, 6시간이나 방치된 채 옆에 앉은 어느 누구도 몰랐다” 고  맥스에게 얘기한다. 그런데 이건 비단 로스 엔젤레스 뿐만 아니라 정을 잃어버린 무관심한 현대인에 대한 비판같다.

그가 죽여야 할 증인중의 하나는 한국인 갱 피터 림.  빈센트는 그를 죽이러 한인타운으로 진입한다.  피터 림이 있는 곳은 Fever 이라는 나이트 클럽인데 6가와 Alexandria 의 Chapman Mall 2층에 있는 Bliss 를 개조하여 찍었다. 영화는 이 부근을 보여 주는데 내가 매일 보고 생활하는 곳이라 흥미롭다.
그리고  나이트 클럽의 배경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도 그냥 하는게 아니라고. 배경 소리 녹음에도  따로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을 고용해서  “오빠” 라든가  “잘 있었어?” 라든가  등의  나이트 클럽에서 주고 받을 만한 대화를 음악 소리와 섞어 녹음을 했다고. 어차피 음악 소리, 다른 대사들과 뒤섞여 막상 관객들은 알아 듣지도 못할 소리임에도 이렇게 배경 소리까지도  신경써서 만든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물론 욕이라든지 몇 마디는 한국어 대사가 나온다.

   
영화 포스터. 영화를 찍은 Bliss 입구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포스터가 붙어 있었는데 이제는 없다



이렇게 증인들을 다 죽여 나가는데 마지막 대상이 이 사건 담당 여검사다. 맥스가 이를 알게 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함께 도망가다가 마침내는 빈센트와 대치하는 장면들이 영화의 후반부를 이룬다. 맥스와 검사 함께 도망가면서 타게 되는, 새벽을 달리는 지하철 장면들이 인상적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빈센트의 죽음 장면. 죽는 순간까지도 그는 냉소적이다.  죽으면서 던지는 말. “어떤 녀석이 지하철에 타고는 죽어. 어느 누군가 알기라도 할 것 같아? (Guy gets on the subway and dies. Think anybody'll notice?)” 그가 앞서 한 말이다.

   
거의 직선으로만 그려 본 그림. 맥스와 여 검사가 지하철을 타면서 빈센트를 따 돌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빈센트는 살인청부업자의 감각으로 그들이 탄 지하철 기차를 가려 내어 기차 뒤에 올라탄다. “이게 내가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이야 (This is what I do for a living).” 도망가는 맥스를 빈센트가 쫓아 갈 때마다 하는 말인데 이 장면의 대사로는 안 나오지만 한번 더 되뇌고 있을 것 같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 영화는 탐 크루즈를 위한 영화이고, 탐 크루즈 팬을 위한 영화이다.  나는 이 영화에서 탐 크루즈를 재발견했다.  회색 머리의, 총을 든  외모 뿐만 아니라, 염세적인 살인청부업자 연기가 좋다.  탐 크루즈의 매력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만하다. 대사가 전반적으로 무척 어렵다.  하지만 이해 못해도 영화를 즐기기에 아무런 부족함은 없다.

마이클 맨 감독인데 밤 분위기 묘사가 훌륭하다. 그의 또 다른 성공작 Heat 도 밤 장면이  많고 헬리콥터가 뜨는 등 그는 밤 분위기 묘사에 능한  것 같다 (이 영화 역시 무대는 로스 엔젤레스다). 도시 한 복판이지만 심야라 카요티가 한 마리 등장하는데 사악해 보이지 않고 눈빛만이 슬프다.  아마도 그저 살기 위해 다른 동물을 죽여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인가? 빈센트 또한 외로운 인간 사냥꾼일 터.  심야의 로스 엔젤레스의 다운타운과 지하철은 고적하다. 천 7백만 인구는 다 어디 가고 외로움과  텅빔만이 남아있는고?

박준창(변호사. 영문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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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4)
  별 볼일 없다고 생각했던 영화들이 양민 2015-03-23 13:56:41
박변이 평을 하고 나면
그럴듯한 영화로
내 머리 속에 새로 자리 잡게 되는 건 도대체 뭔가?
내가 첨에 영화를 잘 못 본거야? 아님 박변에게 세뇌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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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145)
  탐 크루즈와 제이미 팍스가 한 영화에 나오다니,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변변 2015-03-23 09:07:05
이번주 People 매거진을 보면 탐크루즈 전부인인 케이티 홈즈와 제이미 팍스가 요새 열애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 찍는 동안에 둘이 인사를 했거나 가까워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살인자들에게도 우주관 세계관 이런 것이 있군요.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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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81)
  재밌게 본 영화 2015-03-22 23:47:28
박변님 평 읽으니 역시 또 보고 싶어지네요.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특이한 영화평에 흠뻑+ 워낭 2015-03-22 21:37:42
참으로 독특한 영화평론가를 아크로에 모심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추천0 반대0
(23.XXX.XXX.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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