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10 토 11:07
> 뉴스 > 레저 / 취미
       
역사를 바꾼 '노르망디 상륙 작전'
[신경섭 후기] 당구 남북전쟁, '오양 대첩'에선 무슨 일이...
2015년 03월 10일 (화) 15:57:53 신경섭 기자 acroeditor@gmail.com

이 후기에 나오는 일본식 당구 용어가 아크로 지면에 적절지 못할 수 있다는 필자와 편집진간 논의가 있었으나, 당구대회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서 그대로 두기로 했습니다. 미리 양해를 구한다는 필자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편집자 주>

   

곧 미국을 떠나게 되는 전동진 후배의 빡빡한 스케줄로 인해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제 1회 관악연대 남부 vs 북부 당구 대회는 그렇게 갑작스레 열리게 되었다. 남부의 끈질긴 스케줄 요구에 북부는 장소를 걸고 넘어지며 여러 차례 카톡을 주고 받은 결과, 장소는 8가와 노르망디에 위치한 오양(?) 당구장, 일시는 2015년 3월 7일 오후 2시로 합의가 되었다. 남부 협상 대표자인 김영주 선배는 동진 후배의 일정으로 인해 원정 경기라는 큰 부담을 안게 되어 잃는 것이 많다고 판단, 재야에 숨어 있는 남부쪽 고수 모집에 열을 올렸으나 막판까지 별 호응을 얻지 못하였다. 결국 최종 선수 명단은 양민, 고정범, 박준창, 김용상, 박승규 (이상 북부), 김영주, 신경섭, 전동진 (이상 남부)으로 결정되었다.

남부의 원정대 출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원래 예정 선수였던 정종선 선배가 집안 일로 인해 갑자기 빠지게 되었고, 동진 후배의 경우 애가 아파서 카풀도 않고 따로 출발하게 되었다. 미리 만나 작전도 짜고 으쌰 으쌰를 외쳐도 될까 말까한 판에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대패가 분명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토요일 오후 어마무시한 트래픽으로 5번 선상을 헤매던 중 걸려오는 고정범 선배의 전화. "어디야?, 여기 당구장인데 얼마나 걸려?" 북부 팀은 이미 당구장에 와서 연습 다마를 치고 계신단다, 그것도 다마수 400께서.

하지만 남부 특유의 낙천적인 기질을 갖고 있는 김영주 선배와 나는 상대팀의 연습 다마는 아랑곳 없이 복제 동물에 대한 미국과 한국에서의 여러 가지 차이점, 그리고 향후 미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며 오양 당구장으로 느릿느릿 달려가고 있었다. 물론 김영주 선배와 한번도 당구를 쳐본 경험이 없는 나로선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바로 남부팀 비장의 무기, 전동진 후배! 미국와서 같이 쳐본 사람들 중 쓰리 쿠션은 최강이었기에 게임 분위기를 죽방으로 몰고 가면 적어도 본전은 하리라는 강한 확신이 있었던 것이다.

빛바랜 간판이 인상적이던 오양(?) 당구장을 들어서니 북부팀끼리 이미 겐뻬이가 무르익고 있었다. 잠시 관람하면서 지켜보니 빼끼고 핥고 빠는 수준이 예사가 아니다. 알다마엔 자신없던 나로선 원래 계획대로 쓰리 쿠션으로 밀어붙이려 했으나 북부에서 그 의도를 간파했는지 다이 하나는 알다마 겐빼이, 또 하나는 쓰리 쿠션 일대일 전용으로 정하고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치는 것으로 결정하었다. 이렇게 하여 장장 7시간의 기나긴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오양 대첩을 앞둔 남부팀과 북부팀 선수들.

   
이렇게 장장 7시간의 혈투는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쓰리 쿠션 결과:
양민(패) vs 전동진(승)
고정범(패) vs 전동진(승)
양민(패) vs 신경섭(승)

알다마 결과:
김용상 & 박준창(패) vs 김영주 & 신경섭(승)
양민 & 김용상(패) vs 김영주 & 신경섭(승)

저녁 식사 후
양민(김용상)-고정범(패) vs 김영주-신경섭(승)

   
남부팀의 비장의 무기, 쓰리 쿠션의 최강자 전동진 선수의 날카로운 포즈.

특히 짜장면, 탕수육으로 배를 채운 후 치른 마지막 겐빼이는 3시간을 넘어서는 처절한 전투였다. 식사 값이 주는 무게 외에도 이날 마지막을 결정짓는 승부였기에 양쪽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삼세판) 승부였다. 북부팀에선 중간에 선수 교체(김용상->양민)를 하면서까지 체력전으로 밀어붙이려 했고, 결과는 성공하는 듯 해 보였다. 이날 처음으로 한 세트를 이기면서 마지막 겐빼이에서 가까스로 일대일 타이를 이룬 북부팀은 그 기세를 몰아 자신있게 결승에 임하였으나 두번째 판 마지막 가락에 너무 심취한 탓인지, 혹은 너무 기력을 쏟은 탓인지 갑작스런 체력 저하를 보이며 남부팀이 쿠션에 들어갈 동안 알다마 30여개를 남긴 채 지지부진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더군다나 남부팀의 명품(구찌) 다마 구사에 한큐 한큐가 무척 힘들어 보이던 그 때, 400 다마의 맛세이란 무엇인지 시연하다 시작된 고정범 선배의 신들린 쎄리 다마에 승승장구하던 남부팀도 마지막 쿠션 하나, 가락 하나를 남기고 갑자기 얼어붙는다.

   
북부팀의 고정범 선수가 고수들만이 가능하다는 맛세 예술구를 시연하고 있다.

철벅지와 마라톤으로 단련된 남부 원정대도 체력이 고갈될 정도로 힘든 전투였다. 빈틈이 보이자 그 여세를 몰아 파이브대까지 쫓아온 북부팀. 방구가 잦으면 뭐 싼다를 외치며 마지막 가락에서 요행을 바라던 남부팀에게 청천벽력같이 한동안 조용하던 양민 선배가 마지막 알 다섯 개를 포함, 하쿠 두개를 쿠션으로 연달아 끝내고 볼을 모아 놓는 것이 아닌가! 이제 남부 북부 둘다 가락 싸움이다. 잘 모인 공을 쓰리 가락으로 끝내려던 양민 선배의 바램은 어이없이 허공으로, 그렇게 또 긴 가락 전투가 시작되었다.

   
회심의 쓰리 가락으로 승부를 결정지으려는 북부팀 양민 선수.

서로 결정적인 챤스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드디어 고정범 선배 차례. 어? 쓰리 가락이 가능한 다마. 바로 직전에 결정적인 쓰리 가락을 놓친 나로선 자책에 자책을 하고 있었고, 고 선배 큐에서 떠난 후 순식간에 돌던 흰 다마는 첫 빨간 다마를 맞고 두번째 빨간 다마를 향해 정확하게 가고 있었다. 아... 대 역전패구나. 두번째 빨간 다마를 맞는 걸 확인한 후 크게 환호하려던 북부팀의 기쁨은 정말이지 찰나였다. 어디선가 나타난 노란 다마가 슬금 슬금 흰 다마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다 들어간 가락이 히로가 되면서 북부팀에겐 축구 경기에서 골 포스트에 맞는 것과 같은 기분 나쁜 조짐. 아니나 다를까 몇 큐 돌고 난 뒤, 이 날 남부팀의 영웅 김영주 선배의 가벼운 원 가락 빵구가 들어가면서 장장 7시간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남부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영화(?)와 같이 끝나게 되었다.

   
당구 무협지를 써도 될 만큼 필력도 고수인 필자의 환상의 자세. 허리 사롸있네~

이렇게 제 1회 관악연대 남부 vs 북부 당구 대회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긴 시간을 내 주신 북부팀 선배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복수전은 언제든 환영합니다요. ㅎㅎ

신경섭 (물리 91,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

ⓒ 아크로폴리스타임스(http://www.acropolistime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쓰기
이름 비밀번호
제목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현재 0 byte/최대 400byte)
전체기사의견(17)
  패자가 무슨 할 말이 있으랴 양민 2015-03-11 09:00:32
남부팀 선수들 정말 대단하더군요.
실력도 실력. 짜기는 말도 못하고요,
전략도 전략. 각자 맡은 바가 있더라구요.
무엇보다도 말펀치가 보통 센게 아닙니다.
이렇게 센 말펀치는 당구치면서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 누가와도 당해 낼 수 없는 그런 엄청난...으 아..
북부선수들 면면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신사들 뿐 아닙니까..
앞으로 좀 더 말펀치에 대한 방어전략을 세우기만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추천0 반대0
(108.XXX.XXX.12)
  사실 말이지만... 양민 2015-03-11 09:02:53
멀리 타지까지 원정 온 선수들을 잘 대접해서 보내는 것이야 말로
우리 신사당구인들의 잘 가꾸어 온 예절입니다.
첫번에 이렇게 대접을 잘 해 드렸으니
남부팀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고
북부팀의 피나는 절차탁마 切磋琢磨 가 있게 되겠지요.
다음 대회가 벌써 기대됩니다..ㅋ
추천0 반대0
(108.XXX.XXX.12)
  추억 돋는... 이상희 2015-03-10 23:21:00
ㅍㅎㅎㅎ 주로 "물삼십"이었던 동기 남학우들을 찾으러 당구장을 돌아 다니던 추억을 되새깁니다. 그 다음에 잠깐(?) 만났던 공돌이 남친의 당구 실력에 감탄을 하자 공대에선 명함도 못 꺼낸다면서 손사래를 치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추천0 반대0
(138.XXX.XXX.146)
  다음 대회때 양민 2015-03-11 08:56:36
갤러리 일번타자로 모실게요...ㅋㅋㅋ 갤러리도 유경험자라야...
추천0 반대0
(108.XXX.XXX.12)
  말로도 명품 글로도 명품 JB 2015-03-10 08:08:48
명품으로 둘둘 감은 남부의 짜디짠 다마 실력에 북부가 몹시 당황했었어요. 다음 복수전에는 북부도 명품을 좀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 무척 재밌었슴다. 담번에 4시간만 치고 남은 시간에 술한잔 하기로.^^
추천0 반대0
(108.XXX.XXX.22)
  술 안마시고 당구만 칠 줄은 예상 못했는데요, 신경섭 2015-03-10 12:04:57
북부 명품 기대해 보겠습니다. 이런 대승을 낚았는데 꽃차 퍼레이드는 고사하고 너무 조용하네요, 남부는. 전쟁과 무관하게 평화로운 화요일입니다. ㅎㅎ
추천0 반대0
(72.XXX.XXX.58)
  구찌 명품 2015-03-10 12:21:46
을 포함한 용어 해설이 필요할듯요. 당구에 안 친하신 분들을 위해 ㅋ
추천0 반대0
(76.XXX.XXX.131)
  단 부작용이 있습니다. 신경섭 2015-03-10 13:19:06
당구에선 겐빼이나 골프에선 라스베가스, 테니스에선 복식등에서 이 명품 스포츠를 너무 추구하다보면 예상치 못하게 같은 편이 말리는 부작용도 있으니 같은 팀원의 멘탈 상태에 따라 조절하면서 구사하셔야 합니다.
추천0 반대0
(98.XXX.XXX.82)
  아, 또 다른 부작용! 신경섭 2015-03-10 13:23:24
너무 과도할 경우, 당구라면 상대방의 큣대로 뒷통수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추천0 반대0
(98.XXX.XXX.82)
  신사의 품격에도 나왔던 대중 용언데... 신경섭 2015-03-10 13:14:01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이 당구도 수비가 중요합니다. 다음 사람이 칠 공들 사이에 제 공을 넣어서 길을 막는 디펜스를 보통 일본말로 겐세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런 피지컬 겐세이보다 더 중요한 건 말로 하는 구찌 겐세이죠. (개인적으로 전체 수비의 8할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이 구찌 겐세이를 주로 구사하면서 플레이하는 당구를 명품 당구라 합니다. 유사 기술로 명품 골프, 명품 테니스 등이 있습니다.
추천1 반대0
(98.XXX.XXX.82)
  미국식으로는 2015-03-10 14:01:59
TRASH TALK ㅋㅋ
추천0 반대0
(76.XXX.XXX.131)
  TRASH TALK보다 신경섭 2015-03-10 14:19:50
NEEDLE 이라는 젊잖은 말이 있습니다.
추천0 반대0
(98.XXX.XXX.82)
  구찌=트래시톡, 명품=니들? 2015-03-10 15:18:33
ㅋㅋ
추천0 반대0
(76.XXX.XXX.131)
  신경섭 후배님, 왜 직업으로 글을 쓰지 않으세요? 오늘 오랜만에 [대가] 를 만났다는 흥분이 좀체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변변 2015-03-10 06:55:28
사진으로 보나 글로 보나 범상치 않은 분을 만났습니다. 앞으로 글을 좀더 써보실 것을 강추합니다 (이미 쓰고 계신다면 큰 다행이구요). 코미디 영화 찍듯 재미있는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승하시고 자주 글 올려주세요. 오늘 천재를 한사람 만났습니다. 언제 우리 꼭 한번 만납시다.
추천0 반대0
(65.XXX.XXX.143)
  너무 과찬이십니다. 신경섭 2015-03-10 12:01:40
아주 어린 시절 신춘문예를 꿈꾼 적도 있었으나 현재의 와이프를 만난 이후 깨달음을 얻고는 절필했습니다. ㅋㅋ 변 선배님, LA에 오시면 알려주세요. 올라가서 꼭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추천0 반대0
(72.XXX.XXX.58)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여진다 김종하 2015-03-09 23:27:52
고 했던가요. 승리의 기쁨에 일필휘지로 후기를 써서 기고해 준 신경섭 선수 감사합니다.^^
원정경기에서 완승을 거둔 남부팀 추카드리고, 제2회 대회에서 복수혈전의 큐대를 갈고 닦을 북부팀도 홧팅!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드뎌 아크로에 제 글이 오르다니 신경섭 2015-03-10 05:40:00
감격스럽습니다! 정말이지 이기고 난 뒤라서 글이 잘 써지더라구요. 김용상, 박준창 선배 활약도 대단하셨는데 쓰고 나니 빠져있네요. 승자에 의해 이렇게 역사는 왜곡되나 봅니다. ㅋㅋㅋ
추천0 반대0
(72.XXX.XXX.58)
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3600 Wilshire Blvd., #1214 LA, CA, 90010, USA|Tel 1-818-744-100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훈
Copyright since 2009 by The Acropolis Time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ditor@acropolis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