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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잠시 거쳐가는 여행자일 뿐..."
[지훈아울의 팝 컨서트 탐방기 #3]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2015년 03월 02일 (월) 08:20:29 양지훈 기자 acroeditor@gmail.com

[지훈아울의 팝 컨서트 탐방기 #3]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Alan Parsons Project @ Railhead at Boulder Station, Las Vegas - 2013년 2월 23일


Sirius.. Eye in the sky 뮤직 비디오


'아이 앰 디 아 인더 스카이… 루킹 앳유… 우.. 아이 캔 리쥬어 마인드..'

중학교 2학년때쯤이었던가요.. 라디오에서 나온 이 노래를 한 번 듣고 완전 꽂혀, 뜻도 잘 모른체 한동안 계속 흥얼거리고 다녔던 기억이 있는,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대표곡 'Eye In the Sky'입니다.(보통 그룹명은 잘 모르더라도, 이 부분만 들으면 '아 이 노래..'하고 많이들 아시는..)

 그룹의 음악과, 특히 앨범을 제작하는 방식에 많은 영감을 받아 저도 비슷한 형태의 작업을 해보고  있는(아예 '지훈아울즈 프로젝트'로 대놓고 표절…), 제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그룹이기도 하죠.

   
베스트 앨범 표지

1970년대 팝 음악계의 한 주류를 이루던 '프로그레시브 락(Progressive Rock)'이라는 쟝르 음악을 구사한 이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는 역사상 다른 유명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독특한 형태의 그룹인데요. 밴드도 아닌 것이(한창 잘나갔던 시절 당시에는 컨서트를 한 적이 없습니다) 솔로도 아닌 것이(앨범 및 라이브에 참여한 보컬 수만 20여명..), 그야말로 '프로젝트'로 출발하여 만든 음반이 아무런 스타 아이콘 하나 없이 음악 자체만으로 큰 사랑을 받고, 10년동안 10장의 앨범을 내며 '프로젝트 음악'계의 전설이 된 케이스랍니다.

   
애비로드 스튜디오 <출처: Wikipeida>

이 프로젝트 그룹의 주축 멤버는 뮤직 프로듀서, '알란 파슨스'(Alan Parsons)와 키보디스트이자 송라이터인 '에릭 울프슨'(Eric Woolfson) 두 분입니다. 1974년, 영국 런던에 있는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그들이 처음 만날 당시, 알란은 비틀즈(Beatles)의 'Abbey Road' 앨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Dark Side of the Moon' 앨범 등에 뮤직 엔지니어로 크레딧을 올린 바 있는(위 뮤직 비디오에도 살짝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잘나가던 프로듀서였는데요, 그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존 마일즈(John Miles)', '알 스튜어트'(Al Stewart), '앰브로시아(Ambrosia)'등 많은 유명 뮤지션들의 음반 제작에 참여하게 되어 업무상의 파트너가 필요하게 되던 차, 자신의 매니저가 되어주지 않겠냐는 제안을 에릭이 흔쾌히 받아들이며 둘은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에릭과 알란 <출처: sashaguzhov.blogspot.com>

일반적으로 팝 음악계에서 '매니저'의 역할은 단순한 일정 관리 중심의 '로드 매니저' 이상의 것으로, 전반적인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나아가야할 음악적 방향성을 제시해 주는, 우리나라의 ‘프로듀서'에 가까운 그것인데요. (그래서 ‘프로듀서'는 음반 별, 컨서트 별로 계약되어 곧잘 바뀌지만, 매니저의 경우는 훨씬 더 아티스트와 밀접하게 그 관계를 오래 지속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비틀즈와 매니저인 브라이언 앱스타인(Brian Epstein)의 관계..) 당시 자신이 만들고 싶었던 음악이 따로 있었기에, 다른 유명 아티스트들의 음반 작업만으로는 음악적으로 양에 차 하지 않았던 알란을 보며 에릭은 아래와 같은 제안을 하게 됩니다. 

 "영화 산업에서 배우보다는 감독이 크레딧이 되어 영화가 계속 만들어져 나가는 것처럼, 가수가 아닌 '프로듀서'가 크레딧이 되는 앨범들을 계속 만들어 나가보면 어떻겠는가..'


1집 수록곡 Raven


 이런 취지 하에 론칭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는 당시 그들이 앨범 프로듀싱을 해 주고 있던 많은 밴드 멤버들(존 마일즈 등)을 악기 세션 및 게스트 싱어로 참여시키며, 미국의 유명한 문호가, '에드가 알란 포우(Edgar Allan Poe)'의 작품들을 소재로 한 첫 테마 앨범,'Tales of Mystery and Imagination'를 제작, 발표하는데요. 이 신개념의 프로젝트 앨범은 곧바로 빌보드 앨범챠트 40위권내에 진입하는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특히 'The Raven'이란 수록곡은, 그 도입부에 당시 실험적 녹음장비였던 ‘보코더(Vocoder)’란 변성기를 통해 녹음된 알란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곡은 이후 이들의 앨범에서 '알란 파슨스'의 리드보컬을 들을 수 있는(그나마 변조된 소리로..) 유일한 곡으로 남게 됩니다.

   
 I Robot 앨범 커버

1집의 성공에 힘입어 바로 이듬해인 1977년, 훗날 영화 '바이센터니얼 맨(Bicentennial Man)'(1994)과 아이 로봇(I, Robot)'(2004)의 모티브가 되는,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SF 소설 'Robot Trilogy'를 컨셉으로 한 2집 앨범 'I Robot'을 발표하는데요. 앨범도 빌보드 챠트 10위권까지 오르는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수록곡 'I Wouldn't Want to be Like You'도 싱글챠트 40위 권 내에 오르며, 이들의 음악 팬 층이 보다 폭넓은 대중으로 확산되게 되죠.

   
Eve 앨범 자켓

실험적 성향이 강한 이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은 본토인 영국이나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더욱 높았 는데요, 1978년에 발표한, 고대 이집트의 신비를 테마로 만든 3집 'Pyramid'의 경우, 특출난 싱글 히트곡 하나 없이 빌보드 앨범 챠트 30위권 내에 오르며 이 팀을 ‘음악성만으로 사랑을 받는' 그룹의 반열로 올리더니, 이듬해 다시 발표한 4집 'Eve'에서는 싱글곡 'Damned If I Do'가 다시 빌보드 싱글 챠트 30위권에 오르면서 점차 대중성과 음악성을 겸비한 그룹으로 인기 몰이를 시작합니다.

   
Turn of .. 자켓

이들의 음악성과 대중성 간의 절묘한 균형감은 1980년대로 접어 들며 물이 오르는데요. 1980년, '도박 중독'을 주제로 발표한 5집 앨범. 'Turn of A Friendly Card'(개인적으로 이들의 최고 컨셉 앨범이라 생각하는..)에서는 'Games People Play'와 'Time' 두 곡이 빌보드 싱글챠트 15위권에 오르게 됩니다.   

특히 'Time'의 경우 프로젝트 주요 멤버인 에릭 울프슨의 리드보컬로 녹음된 곡이었는데, 원래 에릭은 송라이터로서,가이드 녹음(실제 싱어가 듣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멜로디를 가녹음해 넣는 작업)이나 백그라운드 보컬 정도로만 참여하며 그 전 앨범까지는 자신의 목소리를 그닥 드러내지 않았었더랬죠.

   
Eye in the sky 앨범

하지만 다시 1982년에 발표한 이들 6집 앨범 'Eye In The Sky'에서, 그가 부른 동명 타이틀 곡이 빌보드 싱글 챠트 3위까지 오르는 대박을 치며, 에릭은 (그간 앨범에 참여했던 수많은 기라성같은 당대 유명 보컬들을 다 제치고) 한순간에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대표 리드보컬이 되어 버립니다. 정작 본인은 스스로 '전문적 싱어'가 아니라며 앨범에서 자신의 리드보컬 곡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지만, 그의 이런 겸손한 퍼스널리티가 보컬에 잘 묻어나서인지, 아니면 역시 송라이터가 직접 표현하는 보컬이 가장 진솔하게 들리는 뭔가가 있어서인지, 아뭏든 그의 목소리와 이 그룹의 음악은 찰떡궁합이 되며, 이후부터 항상 앨범 트랙 중 가장 널리 사랑 받는 곡의 리드 보컬 싱어가 되어버리죠.

한편,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 'Old And Wise'가 비로소 고국인 영국 챠트에 처음 오르며 이때부터 유럽에서도 이들의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게 됩니다.

   
Ammonia Avenue 앨범

1984년에 발표된 7집 'Ammonia Avenue'에서 첫 싱글 커트된 'Don't Answer Me'(이 역시 에릭의 리드보컬 곡)가 다시 빌보드 싱글 챠트 15위까지 오르고, 각국 챠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며 이 때부터 이들의 앨범은 전 세계적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합니다. 이 앨범의 두번째 히트곡인 'Prime Time', 그리고 유럽과 한국에서 특히 사랑 받은 바 있는 앨범 동명 타이틀 곡까지 에릭의 리드보컬 곡인걸 보면, 확실히 그의 보컬에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단순한 테크닉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듯 하네요. 


Don't Answer Me 뮤직 비디오


   
Don’t Answer Me 뮤직 비디오 제작 사진

특히 이 7집 앨범의 대표곡 'Don't Answer Me'의 경우, 'MW Kaluta'라는 작가가 그린 캐릭터를 애니메이션 기법을 적용해 고전적 느낌의 카툰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MTV에 방영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 그룹 특유의 정교하면서도 낭만적인 사운드와 에릭의 포근한 보컬이 뮤직비디오에 너무나도 잘 녹아 버무러지며 오래된 무성 영화를 보는 듯한 묘한 노스텔지아를 느끼게 하는 명작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반복해서 봐도 결코 질리지 않는, 모든 팝 뮤직 비디오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뮤직 비디오이기도 합니다.)

   
Vulture Culture 앨범 사진

글로벌 히트작이 된 이 앨범으로 인해, 이들의 대중적이면서도 독특한 프로그레시브 사운드를 좋아하는 매니아층들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지만,이 앨범과 거의 동시에 나온 8집 앨범 'Vulture Culture' 이후부터 큰 싱글 히트곡은 나오지 않고(공교롭게도 이 때부터 앨범에서 에릭 보컬 비중이 많이 줄어들게됩니다.) 이들의 대중적 인기는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게 되는데요. 이후 1985년 'Stereotomy', 1987년 'Gaudi' 앨범까지 총 10장의 앨범을 세상에 내어 놓은 후, 결국 1990년, 에릭과 알란은 이 프로젝트에 대한 공식적 종결을 선언하고 각자의 자신의 길로 다시 떠나게 됩니다.   


Eric Wolfson + Steve Balsamo : Eye in the Sky 라이브


알란을 만나기 이전부터 뮤지컬 작업에 관심이 많았던 에릭은 이후 여러 편의 창작 뮤지컬 작업에 참여하게 되는데요. 2003년에는 'Jesus Christ Superstar' 주연으로 유명한 꽃미남 뮤지컬 배우 '스티브 발사모(Steve Balsamo)'와 함께 자신의 뮤지컬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서 나와 옛 히트곡 'Eye in the Sky'를 연주하기도 하였습니다. (동영상을 보시면, 이 곡을 색다르게 해석한 스티브의 멋진 보컬과 에릭의 피아노 실력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1990년 Live : Old and Wise


한편, 1990년대에 들어서 알란 파슨스는 비로소 이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많은 히트곡들을 가지고 라이브 컨서트에 나서기 시작했는데요. 1980년대에는 기술적 제약으로 인해 라이브로 연출하기 힘들었던 이들의 실험적 사운드가, 90년대로 들어서며 디지털 샘플링 공연 기법의 발달로 가능해졌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미 알란과 결별한 에릭은 투어에 불참했기에 그가 앨범에서 불렀던 많은 히트곡들은 다른 세션 보컬들에 의해서 라이브에서 불러졌고, 이로 인해 (알란 파슨스가 직접 프로듀싱한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컨서트를 '커버 밴드'의 가짜 공연에 불과하다며 실망하는 팬들도 꽤 많이 있었더랬습니다.

   
Alan Parsons Live Project <ohrenbalsam.blogspot.com>

이렇게 에릭의 보컬 없이 여러 세션들을 번갈아가며 고용했던 이 '알란파슨스 프로젝트'의 라이브 공연은(마치 '피터 세터라'(Peter Cetera)가 없는 ‘시카고Chicago'의 공연처럼) 팬들 사이에서 꽤나 논란이 되었지만, 실제 성적은 그들의 음악 자체를 사랑하는 수많은 관중들로 항상 성황을 이루었고, 이는 지속적인 투어로 이어졌죠. 이에 알란은 1999년부터는 아예 '알란 파슨스 "라이브" 프로젝트'라는 새로운(?) 명칭 하에, 리드보컬 피제이 올슨(P.J Olson), 세컨 보컬과 색소폰을 담당하는 토드 쿠퍼(Todd Cooper)등의 고정 세션 멤버들로 정식 밴드를 구성하여 세계 투어를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한국 공연 불참 사진

결국 2006년에 마침내 세종문화회관 내한공연 소식까지 들려 오게 되었고, 저는 뛸뜻이 기뻐하며 곧바로 표를 구매했었더랬는데요. 갑자기 공연을 몇 주 앞두고 돌연 취소되는 바람에(물론 환불을 받긴 했지만)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었죠. 그러더니 이후 2008년에도 잠실 운동장에서 열린 'The Flower Concert'라는 합동 컨서트의 라인업에 알란 파슨스가 포함되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드디어!' 하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았지만, 또다시 그는 공연장에 나타나지 않았고 대신 공연장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갑작스런 개인사정으로 불참하게 되어서 미안하다'(후에 기사를 보니 '여권을 분실했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가….)는 영상편지만 보게 되었던, 믿을 수 없는 촌극과도 같은 일이..  


Time Music Video 클립


그리고, 2009년 추운 겨울 12월의 어느날 인터넷으로 에릭 울프슨이 신장암으로 64년의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죠. 물론, 에릭이 라이브 공연 상에서 노래를 부른 적은 없었지만, 왠지 이분의 보컬을 라이브로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이젠 완전히 사라졌다는 슬픔에, 이 분 목소리로 녹음된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곡 중 제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Time'을 홀로 방안에서 크게 틀어놓고 위스키 한잔으로 이분의 죽음을 애도하며 눈물지은 적도 있었더라는… (노래 가사도 ‘가는 세월.. 그 누구가…’ 뭐.. 그런 내용입니다.)

   
공연장 빌보드

미국에 건너 와서도 이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컨서트는 제가 보고 싶은 공연 리스트 영순위였는데요. (비록 에릭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지만, 이 그룹 음악 자체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팬으로서..) 미국 온지 2년이 다되도록 캘리포니아 지역 컨서트 소식이 없어, 정말 이 그룹 컨서트와는 인연이 없나보다.. 하고 있던 차, 2013년 초에 라스베가스 변두리에 있는 한 카지노 내 뮤직홀에서 열리는 공연 정보를 입수하고는 '이번에는 기필코!' 하며, 번개와 같은 클릭질로 곧바로 표를 구매했더랬습니다. 

   
공연 포스터 앞에 선 필자

혹시나 또 취소되진 않겠지. 미국까지 좇아와 보는 공연인데, 설마.. 하며 표를 사놓고 몇달 동안을 초조함과 설레임으로 기다린 후, 마침내 무사히(?) 공연날을 맞아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LA에서 라스베가스까지 250마일을 내달려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아, 드디어 이 공연을 보고야 마는구나… 완전 감개무량해져서 왠만한 공연장 앞에서는 잘 하지 않는 '포스터 앞 사진찍기'도 어느새 서슴없이 시도하고...

   
공연장 내 사진

공연장 안에 들어가서, 역시 라스베가스 공연답게 저렴한 표값에 꽤나 가까운 곳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리(라스베가스의 카지노는 워낙 경쟁이 심해 손님 유치 차원에서 유명 가수 컨서트를 저렴한 표값으로 개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공연장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아 제일 뒷좌석도 무대에서 꽤나 가깝죠.)임을 확인하고는 흐뭇한 마음으로 좌석에 앉았습니다. 공연 시작 시간 8시에서 1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암전이 되고 사람들의 환호성과 함께 드뎌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의 2집 앨범 'I Robot'의 동명 타이틀 연주곡으로 그루비한 오프닝을 열더니, 계속하여 그들의 70년대 히트 레파토리를 거의 메들리 수준으로 연주해 주어 장내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죠.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곧바로, 알란 파슨스의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 리프와 함께 'Don't Answer Me'가 연주되기 시작했는데요. 놀랍게도 에릭을 대신해 이 노래를 라이브로 부른 사람은 알란 파슨스 장본인이었습니다. 앨범에서도 백그라운드 보컬 정도로나마 겨우 들을 수 있었던 알란의 보컬을 공연장에서 직접 듣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말이죠! (공연장 방침에 의해 현장 녹화가 불가능하여,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다른 최근 공연 영상을 올렸는데요. 에릭의 보컬과 꽤나 닮아있는 알란의 보컬 실력을 직접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2013 Time Live : PJ Olson


비록 세션 멤버들이긴 하지만, 이미 10년 이상 함께 공연을 하며 호흡을 맞춰온 멤버들 한명 한명의 실력과 카리스마 또한 대단했는데요. 특히 에릭이 부른 히트곡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주요 레파토리를 부른 메인 싱어 '피제이 올슨'의 매력은 대단했습니다. 거의 뮤지컬 수준으로 노래에 완전히 몰입하여 연출하는 그의 흡입력 만점의 무대 매너와 보컬의 깊은 표현력은, 이 그룹이 어떻게 오리지널 보컬 없이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월드투어를 계속 다닐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충분한 해답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죠. 마침내 그의 목소리를 통해 'Time' 이 공연장에 울려퍼진 순간, '에릭 울프슨' 보컬의 오리지널 곡에 대한 아련한 추억어린 향수가 피제이의 호소력 넘치는 보컬로 새롭게 재해석되며 나를 엄습하여, 또다시 눈시울이 뜨거워질 수 밖에 없었더랬습니다.

   
공연 현장

이렇게 8년을 벼루어 미국까지 와서야 비로소 만날 수 있었던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컨서트는 기대보다 훨씬 더 큰 감동을 저에게 안겨주며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올해로 만 65세가 된 거장 프로듀서 알란 파슨스에 대한 밴드 멤버들의 태도와 관중들의 환호는 '경외감'에 가까운 그것이었고, 그러한 갈채를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는 '여전히 살아있는 전설의' 멋진 프로젝트 공연이었죠.  

<The Days are Numbers 뮤직 비디오’>


The Days are Numbers 뮤직 비디오


끝으로, 이들의 곡 중 (좋아하는 곡이 너무나도 많지만) 저의 개인적인 '베스트 오브 베스트' 곡 하나 소개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이들의 8집 앨범 'Vulture Culture'에 수록되어 있는 'Days Are Numbers'라는 노래인데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많은 보컬 중 에릭 다음으로 좋아하는 목소리인 '크리스 레인보우(Chris Rainbow)'(1980년대 중반 한국에서 ‘Long Goodbye’라는 곡으로 크게 사랑받은 바 있는 밴드 카멜(Camel)의 리드보컬이기도 합니다.)가 부른 곡으로, '우리는 모두 유한한 인생을 잠시 거쳐가는 여행자'라는 심오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 곡입니다. (제가 자동차 여행을 떠날때 마다 반드시 챙기는 '필수 여행곡'이기도 하지요. 1절만 해석과 함께 하첨해 봅니다.)

The traveller is always leaving town
(여행자는 언제나 마을을 떠나지)
He never has the time to turn around
(돌아볼 시간 따위는 그에게 없어)
And if the road he's taken isn't leading anywhere
(떠나는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해도)
He seems to be completely unaware
(그는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아)

The traveller is always leaving home
(여행자는 언제나 집을 떠나지)
The only kind of life he's ever known
(평생동안 익숙해 온 그런 삶을 말이야)
When every moment seems to be a race against the time
(매 순간순간이 시간과 맞서 달리는 경주와도 같고)
There's always one more mountain left to climb
(언제나 또하나의 넘어야 할 산봉우리가 나타나지)

Days are numbers, Watch the stars
(살 수 있는 날을 세어봐, 별들을 바라보렴)
We can only see so far
(우리가 볼 수 있는 곳은 거기까지 뿐)
Someday, you'll know where you are,
(언젠가, 넌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겠지)
Remember, Days are numbers, Count the stars
(기억해, 인생은 유한하다는 걸. 별들을 세어봐)
We can only go so far
(우리가 갈 수 있는 건 고작 거기까지)
One day, you'll know where you are
(어느날, 넌 네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될꺼야)

글-지훈아울 (경영 91, 싱어송라이터,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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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4)
  지훈 후배님 좋아하는 일을 하시니 이렇게 온축이 쌓이는군요. 이 분야의 대가가 되고있다는 아우라 내지는 포스가 느껴집니다. 변변 2015-03-02 14:13:09
Time Live 오랜만에 들으니 눈물이 핑 돌 정도입니다. 앞으로 performer 의 길을 가실지 producer 의 길을 가실지 아니면 둘다일지 모르겠습니다만 계속 건승하시기를 빕니다.
추천0 반대0
(65.XXX.XXX.143)
  온축이 쌓인다는 말씀.. 지훈아울 2015-03-05 01:31:49
저로서는 처음 접하는 표현인데, 찾아보니 너무나도 맘에 드는 표현입니다. 이 분야에 관심 있으신 누군가를 위해 더욱 더 좋은 정보와 영감 전달 드릴 수 있도록 꾸준히 '온축'된 지혜을 추구해 보겠습니다. 그나저나 Time을 좋아하신다니.. 왠지 무한동질감이 물밀듯....! ^^
추천0 반대1
(221.XXX.XXX.80)
  지훈아울과 알란 파슨스 김종하 2015-03-01 20:10:28
뭔가 심오한 연결고리가 이곳에...^^
오랜만에, 또는 처음으로, 듣는 곡들, 좋네요.
추천0 반대0
(162.XXX.XXX.37)
  그렇게 심오하지는 않지만.. 지훈아울 2015-03-05 01:25:53
저에겐 나름 비장한 연결고리입니다. 남은 평생을 걸고 한 번 해 보겠다는 ㅎㅎ .. 항상 감사 드립니다 형님!
추천1 반대0
(221.XXX.XXX.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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