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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네안데르탈인’
[이상희의 인류학이야기] 교묘히 숨겨진 이데올로기와 편견
2015년 02월 05일 (목) 12:38:33 이상희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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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인은 우리의 조상인가?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최초로 발견된 당시에는 괴이한 병을 앓아서 이상해진 두개골이라고 생각되었지만 곧 진화론에 의거해 인류의 역사 안으로 들어왔다. 그후 지난 150년간 고인류학에서 끊임없이 던져지는 질문은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의 조상인지, 현생인류와 같은 종인지의 여부이다. 전통적으로 화석자료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생인류의 조상이라는 입장을 더 강하게 받쳐 주었다.

1990년대에 네안데르탈 화석에서 직접 추출한 DNA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현생인류의 유전자에 전혀 기여를 안했으므로 조상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인류 화석이 전통적이고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화석에서 직접 추출한 DNA에 근거한 주장은 영화 '주라기공원'과 같이 상상력을 자극하면서 환영받았다. 그리고 2010년 5월에 세상이 뒤집히는 연구가 발표됐다. 더욱 혁신적인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은 유럽인을 비롯한 현대인의 조상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데 유럽과 미국인들은 네안데르탈인이 자신들의 조상이 아니기를, 그리고 조상이라 하더라도 그 영향의 정도가 아주 적어 무시할 정도이기를 바란다. 네안데르탈인이 자신들의 혈통과 관련됐다고 생각하기 싫은 것이다. 네안데르탈인이 조상이라는 주장은 구미인들의 민족감정을 해친다. 왜일까?

20세기 초에 프랑스 라샤펠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 화석은 구부정한 개체였다. 나이와 험난한 일생으로 관절이 짓물러져서 그랬던 것인데, 모든 네안데르탈인이 그렇게 구부정하고, 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네안데르탈인은 수만년전에 살고 있었지만, 20세기에 그려진 모습은 바로 같은 시대에 살면서 유럽에 의해 식민지가 됐던 수많은 '미개한 원주민'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조상이 그런 뒤떨어진 모습을 가진 사람일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초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 화석유적이 있는 곳이자, 인종 우생학 등 인종주의의 폐해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독일에서 네안데르탈인을 조상으로 인정하는 움직임은 흥미롭다.

조상 중에 네안데르탈인이 있었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고 네안데르탈인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다각적인 시도도 눈에 띈다. 인종 편견의 시각에서 한 발 벗어난 것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도 조상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민족의 기원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조상을 밝혀내는 작업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조상으로 삼고 싶은 멋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한민족의 조상은 어디에서 왔을까. 우리의 민족 감정은 두말할 것도 없이 동북아 쪽으로 향한다. 한민족은 시베리아쪽에서 왔다고 학교에서 계속 가르쳐 왔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한민족의 조상이 남쪽에서 왔다고 한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일본에서 왔다고 한다면 당장 '식민사관'이라는 딱지가 붙을지도 모른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왔다고 한다면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런 거부감 중 어느 정도는 우리가 현재 동남아인들에게 갖고 인종편견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학문에서든 사회에서든, 숨겨진 이데올로기와 편견은 알아보기도 없애기도 어렵다.

   
이상희 교수가 감수한 네안데르탈인 관련 특집 기사가 실린 '과학소년' 2월호의 표지.

이상희 (고고미술사 85, UC 리버사이드 교수) *LA 중앙일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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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5)
  네안데르탈인에 김삿갓 2015-02-12 04:36:25
그런 인종관이 들어간 줄 처음 알았네요....편견이 있는줄도 몰랐군요. 부끄럽습니다....
추천0 반대0
(104.XXX.XXX.70)
  모르고 삽니다 이상희 2015-02-15 15:46:26
부끄러워 하시긴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에 도사리기 쉬운 편견일 뿐입니다.
추천0 반대0
(138.XXX.XXX.61)
  네안데르탈인 vs 호모사피엔스 김종하 2015-02-04 19:51:15
이런 거 배운 기억이 가물가물... 이 교수 덕분에 복습하게 됩니다 ㅎ
편견의 극복은 편견을 낳는 근본에 대한 인식과 관심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131)
  복습 이상희 2015-02-10 07:57:16
복습 다 했으면 시험 보겠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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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XXX.XXX.145)
  헉, 교수님 2015-02-12 11:34:37
청강생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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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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