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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인 사람을 한 번 더 죽인다면...
[박변의 영화 내 멋대로 보기 21] Double Jeopardy
2014년 12월 08일 (월) 17:47:53 박준창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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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미국 헌법에 보장된 권리, 같은 범죄로 두번 재판받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한 영화이다.

무대는 미국 와싱턴 주의 어느 부촌. 주인공 Libby 와 Nick 부부는 4살난 아들을 하나 두고 있고 깨가 쏟아지는 부부는 아니라 해도 큰  문제는 없는 부부. 남편은 언변 좋고 인물 좋은 cool guy.  학교 모금 파티가 끝난 후 둘은 남편의 친구의 요트를 빌려 근교 항해를 떠난다 (영화의 본질과는 관계가 없지만 바다와 바다 위 요트는 너무 아름답다). 두 사람은 배에서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지고 사랑도 나누고 잠이 든다. 그런데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손과 옷엔 피가 묻어 있다. 놀라 남편을 찾는데 남편은 보이지를 않는다. 갑판위에 올라 보니 피묻은 칼만 보일뿐.  놀라 칼을 집어 들고 서 있는데 해양 수비대가 도착한다.

며칠 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도 못하고 있는 주인공을 경찰은 남편 살해 혐의로 체포한다. 재판에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결백을 호소하지만 기어이 배심인단은 그녀를 살인으로 평결한다.  속절없이 살인범이 되어 버린 그녀. 아들을 절친한 친구에게 맡기고 그녀는 감옥 생활을 한다. 유일한 낙은 아들과 전화하는 것인데 재소 얼마 후 연락이 끊어진다. 힘들게 찾아내어 아들을 맡긴 친구와 통화하는 도중에 아들이 “아빠” 하며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영화 포스터. “살인이 항상 범죄만은 아니다” 라고. 1999년도 흥행작. 아름다운 Ashley Judd 가 주인공 Libby 역을 하고, 하버드 대학 영문과를 우등 졸업한 성격파 배우 Tommy Lee Jones 가 지독하지만 정의로운 보호 관찰관 역을 맡았다.

그녀는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게 된다. 살인은 위장된 것으로 남편은 버젓이 살아있고 친구는 그의 정부였으며 남편과 정부는 남편의 생명 보험금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던 것. 분노에 떨고 있는 그녀에게 전직 변호사 출신 동료 여죄수가 한 마디 충고한다. 가장 값진 충고가 될 터이니 들어 두라며. 검사 주장으로는 당신이 남편을 죽였다며. 그렇다면 2번씩 유죄 평결을 내릴 수는 없어. The State says you killed your husband. They can’t convict you of it a second time. 그러니 나가서 남편을 죽여도 아무 상관없단다. When you leave here, you track him down and when you find him, you can kill him. You can walk right up to him right in Times Square. Put a gun to his head and pull the trigger and there is nothing anybody can do about it (여기를 떠나면 그를 찾아내. 그리고 찾으면 그를 죽여. 타임즈 스퀘어 한복판에서 그에게로 걸어가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겨. 그래도 어느 누구도 너에게 어떻게 할 수 없어). 맨 처음에 말한대로 이것이 바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으로 미국 연방 수정 헌법 5조에 나와 있는 사항이다.

이 말을 들은 주인공 마음을 독하게 먹고 복수를 하기 위한 체력을 기른다. 6년 후 마침내 그녀는 가석방이 되고 보호 관찰 숙소로 옮기게 된다. 그런데 그녀의 보호 관찰관 참 지독하다. 딸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전직 법대 교수인데 그 상처를 그녀같이 가석방된 죄수들을 상대로 푼다. 가석방 조건을 어기면 여지없이 감옥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 일체의 인정머리라고는 없다.
 
그러나 복수와 아들 찾기에 불타는 여 주인공은 감옥 재입소도 불사하고 남편과 정부를 찾아내기 위해 정부가 교사로 재직중이던 학교에 침입하고, 이런 그녀를 잡기 위해 보호 관찰관이 뜬다. 결국 그녀는 잡히는 신세가 되고 호송 도중 차까지 실어 옮기는 페리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에 성공한다.

그런데 Colorado 까지 정부를 찾아 갔더니 몇년 전의 집안 개스 폭발로 그녀 또한 죽고 없고, 남편은 또 다른 이름을 쓰고 행세하다가 거기에서조차 다시 사라지고는 없다. 힌편 독기가 오른 보호 관찰관은 집요하게 그녀를 쫓아 오고. 남편이 평소 그림에 조예가 깊었던 사실에 착안, 그녀는 한 화랑에서 남편 추적에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또 한번 아슬아슬하게 보호 관찰관의 추격을 뿌리친다. 한편 그녀가 찾아 낸 남편은 또 다른 이름으로 이번엔 Louisiana의 New Orleans에서 총각 명사가 되어 있다. 주인공과 보호 관찰관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둘 다 New Orleans에 도착하는데  보호 관찰관 또한 남편의 행적에 대해 의심을 갖기 시작한다.

마침내 맞딱드린 두 사람. 주인공은 아들을 요구한다. 아들만 주면 다 잊겠노라고. 두 사람은 New Orleans의 유명한 공동 묘지에서 아들을 건네 주고 받기로 약속한다. 영화는 유명한 New Orleans식 장의 행렬과 함께 관광 명소가 된 공동묘지를 보여 준다. 그런데 이 아들 웬일인지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를 피해 묘비들 사이를 요리조리 도망다닌다.  알고 보니 이 또한 남편의 간교한 trick. 남편은 아들의 대역을 써서 그녀를 유인, 관 속에 시체와 함께 넣어 버린다. 주인공을 죽여버렸다고 믿는 남편. 그러나 주인공이 죽을 수는 없는 법. 주인공은 탈출에 성공하고 남편과 또 한번 대치하는데. 이때는 모든 것을 다 알아 낸 보호 관찰관도 그녀와 한편이다. 남편에게 총을 들이대고 그녀는 말한다. “같은 범죄로 두번 재판받지 않는다. 그게 일사부재리의 원칙이라고 불리우는 것이다. 이건 내가 감옥에서 배운 거다. 내가 “마르디 그라” 축제 한 복판에서 당신을 쏘아도 아무도 내게 손끝하나 까딱할 수 없다 (No person may be tried twice for the same crime. It’s called double jeopardy. I learned a few things in prison.. I could shoot you in the middle of Mardi Gras and they cannot touch me).” 보호 관찰관도 동조한다. 자신은 전직 법대 교수인데 그녀 말이 맞다고.

할리우드 영화가 흔히 그러하듯 막판 남편은 또 한번 비겁한 짓을 하다 주인공의 총에 맞고 죽는다. 마지막 장면으로 아들과의 재회에서 주인공은 의외로 담담한데 관객들이 눈시울을 적신다.

* * * * *

짤막 법률 토크:  일사부재리의 원칙 (double jeopardy)

주인공이 결국 남편을 죽였는데 정말 그녀는 전혀 처벌되지 않는 것일까? 주인공은 정말 재판도 없이 무죄인가? 그렇지 않다. 일사 부재리의 원칙은 같은 국가 기관에 의해 같은 범죄에 대해 두번 재판 않음을 뜻한다. Rodney King 사건 기억하실 것이다. 처음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재판에서 가혹행위를 한 경찰관들은 무죄 평결을 받았다. 그럼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있는데 어떻게 다음엔 유죄가 되었을까? 다른 국가 기관에 의해 다른 범죄로 재판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처음엔 주 정부가 주 법 위반으로, 다음엔 연방 정부가 연방법 위반으로 기소를 했던 것. 다른 죄목, 다른 국가 기관이었기 때문에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았던 것.

이렇게 일사부재리의 원칙이 적용되려면 “같은 범죄”라야 한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기 바란다. 이 영화에서 New Orleans 에서의 살인은 같은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엄연히 다른 범죄이다. 일사부재리의 원칙은 처음 배 안에서 주인공이 남편을 죽인 혐의로 소추된 범죄에 대해서만 해당된다. 그러므로 그녀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의해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그녀는 이제 정말 살인으로 처벌받아야 하는 것인가? 그것 또한 아니다. 그녀의 살인 행위는 정당방위였다.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취한 어쩔 수 없는 자기 방어 조치.    그녀는 무죄다 (그러나 검사가 기소를 안 한다면 몰라도 무죄는 재판을 통해서만). 그러면 그녀가 무고하게 산 감옥살이에 대해서는? 국가상대 손해 배상이 가능하다. 또 그러면 그녀를 오판으로 감옥에 넣게 한 검사는, 배심원은, 판사는 책임이 없는가? 없다. 정당한 검사의 직무 수행, 배심원 재판 수행, 판사의 업무 수행이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증거를 은폐하지 않았다면, 알면서도 일부러 유죄 평결을 하지 않은 이상, 이 사람들은 사법상 면책 특권이 있다.

   

글/삽화=박준창 (영문 79,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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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재밌군 크산티페 2014-12-08 22:11:43
역시..잘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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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XXX.XXX.53)
  sorry. spelling error 필자 2014-12-08 21:57:38
jeopardy 가 맞는데 jeorpardy 로 쓴 곳이...
추천0 반대0
(138.XXX.XXX.53)
  고쳤습니다 에디터 2014-12-09 00:05:38
저도 미처 못 봤네요^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재밌게 봤던 영화인데 양민 2014-12-08 17:49:08
박변의 해설을 읽으니 더 재밌네요.
추천0 반대0
(108.XXX.XXX.145)
  잘짜여진 플롯만큼 박제환 2014-12-08 17:26:25
법을 다루는 박변의 해설 또한 cool하면서 예리하군요. 99년 가을에 짜릿하게 감상했었는데, 곧이어 Y2K로 컴터 대란이 나고 지구종말이 온다고 총산 사람, 물 사재기한 사람도 있었죠
추천0 반대0
(104.XXX.XXX.179)
  law school이 오달 2014-12-08 16:55:54
박변 영화만큼 재미 있다면...
추천0 반대0
(108.XXX.XXX.241)
  일사부재리 이상희 2014-12-08 08:34:31
재미있어요! "일사부재리"라고 고등학교 사회시간에 뜻도 모르고 외웠더 기억이 납니다. ㅋ
추천0 반대0
(138.XXX.XXX.218)
  따블 제퍼디 김종하 2014-12-08 01:22:03
그런 깊은 뜻이... 애슐리 저드가 나온 이 작품, TV에서 소개평만 봤는데 재밌는 영화군요.
'짧은 법률 토크', 오늘도 명쾌합니다!^^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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