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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진학 과잉 부작용 커, 직업교육 제도화 안 되나?
[민경훈의 세상보기] 미생마 같은 인생
2014년 12월 04일 (목) 17:36:35 민경훈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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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판 위에는 세 가지 돌이 있다. 하나는 산 돌이고 다른 하나는 죽은 돌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돌도 있다. 아직 잡히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두 집을 내고 완생 하지도 못한 돌이 그것이다. 바둑에서는 이를 ‘미생’이라고 부른다.

바둑 용어인 ‘미생’을 제목으로 한 만화가 요즘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는 인터넷 웹페이지에 연재되던 ‘웹툰’으로 등장한 이 만화는 책으로 나와 단숨에 200만 부를 돌파하더니 요즘은 드라마로 만들어져 역시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제목은 ‘미생’이지만 이 작품은 바둑 만화가 아니라 프로 기사가 되려다 실패하고 취업 전선에 뛰어든 장그래란 청년 이야기다. 고졸 출신으로 아는 사람 소개를 받아 인턴사원으로 취직한 그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전쟁의 연속이다.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 않은 걸로 해 두겠다”는 독백으로 시작되는 장그래의 사회생활은 뭔가 잘 해 보려고 발버둥 쳐 보지만 잘 안 풀리는 수많은 한국 젊은이들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다.

그 흔한 연애나 사랑 얘기 하나 없이 평범한 직장인들의 일상을 그린 만화가 ‘샐러리맨의 바이블’로 불리는 것을 보면 이들의 애환을 제대로 짚기는 짚었나 보다. ‘미생’은 거기다 챕터마다 조훈현 대 섭위평의 대국 장면을 박치문의 해설과 함께 곁들였다. 바둑과 인생에 관한 은은하면서 깊이 있는 그의 관전평은 그 자체가 예술이다.

따지고 보면 한국의 젊은이들처럼 어려서부터 들들 볶이며 사는 사람도 많지 않다. 경쟁은 돌을 갓 지난 아기 때부터 시작된다. 조금이라고 유리한 고지에 자녀를 세우려는 학부모들로 좋다는 유치원은 물론 프리스쿨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돈도 돈이지만 애들 고생은 말할 것도 없다. 오죽하면 한국 초등학생이 OECD 주요 국가 중 가장 불행하다는 통계까지 나왔을까. 고등학교까지 대학 진학을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세월이 계속된다.

예전에는 대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고생은 끝났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재학 중에는 연 1,000만원이 넘는 학비에 생활비까지 마련해야 하고 대입보다 어렵다는 취업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 높은 토익 점수에 해외 연수에 각종 수상 경력에 자격증까지 온갖 것을 따야 하지만 그렇다고 다 취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 정도는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면 취직이 보장되던 시대도 지났다. 국문과 사회학과 등 전통적으로 취직이 안 되던 과는 말할 것도 없고 영문과나 심지어는 경영학과도 직장 구하기가 힘들다. 올 졸업을 앞둔 한 친구 아들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우수한 성적으로 다녔는데도 아직까지 합격 통지를 받지 못해 초조해 하고 있다. 요즘은 대기업들이 아예 문과 쪽은 뽑지를 않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고 한다. 이공계 관련 전문 지식이 없이는 취업을 꿈꾸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방대 비인기 학과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설사 취직이 됐다 해도 다 같은 직장인이 아니다. 한국의 직장인은 천민인 인턴사원, 평민인 계약직 사원, 진골인 정규직 사원으로 구분돼 있다. 인턴사원이 온갖 차별과 고난을 극복하고 정규 사원이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 ‘미생’의 장그래 이야기는 바로 인턴사원이 계약직 사원이 되기까지의 힘겨운 과정을 그린 것이다. 한국 학생들의 최고 희망 직종이 공무원인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과잉 대학 진학에 따른 부작용을 막는 길은 하루 빨리 독일과 덴마크, 스위스 식 직업학교를 확대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적성을 일찍 발견해 이를 개발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대학 진학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 그래야만 대학 진학을 위해 소비되는 엄청난 돈과 에너지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한국민과 정치권은 언제까지 지금 같이 어린 자녀와 학부모에게 고통을 강요하는 불합리한 제도를 고집할 것인가.

민경훈 (법대 78, 언론인) *LA 한국일보 칼럼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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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2)
  일찌감치 자기 길을 가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청용 이나 기성용 같은 선수들은 연봉이 30 억을 넘고 있습니다. 변변 2014-12-04 07:35:48
손흥민은 50 억을 넘었다는 기사를 어디서 보았습니다. 연봉만이 직업선택의 기준은 아니겠지만 자본주의에서 연봉이 높은 것은 나쁜 현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처럼 자신의 재능을 일찌감치 발견하면 인정도 받고 돈도 천문학적으로 벌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서울대 갈 능력이 되는 친구들도 혹시 자신이 축구나 스포츠 혹은 예능 쪽에 재주는 없는지 한번 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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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어 미생 김종하 2014-12-04 00:48:12
드라마 미생이 화제이다보니 '미생'을 소재로 하는 글을 연달아 올리게 됐네요.
대학을 가지 않고도 분야별로 전문화된 직업을 성공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정착, 현실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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