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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병의 술을 마시며 맑은 이야기를 하네"
[아크로 인문강좌] 김동근 한시 강의 김지영 풀이
2014년 11월 23일 (일) 04:27:08 김지영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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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공, 60년 입학)

기둥을 부여안고 기다리는 믿음 (抱柱心); 배운자의 천년 묵은 근심 (千古愁)

“나는 야 열여섯 새색시, 신혼 이 년차.  양자강가 어느 계곡 장간이라는 동네에 살지. 단발머리 폴폴 대던 어릴 때 부터 스스럼, 부끄럼없이 뛰놀던 한 동네 친구와 결혼. 신혼 초에는 부끄러워 낭군이 불러도 대답조차 못했지. 일년이 지나서야 겨우 부부의 정을 느끼기 시작. 

十五始展眉  십오시전미, 願同塵與灰  원동진여회 
常存抱柱信  상존포주신, 豈上望夫臺  기상망부대 

열다섯이 되어서야 눈섶을 펴고 [눈웃음 살짝],
둘이 같이 [논 밭의] 먼지 [부엌의] 재가 되기를 바랫지.
항상 믿는 마음, 당신은 언제, 어디서나 나를 기다리겠지,
어찌 내가 산에 올라 당신을 기다리게 될줄을 상상이나 했으리.”


이 태백의 장간행(長干行)이라는 시, 전반부이다.  아크로 인문 교양 강좌에서 김동근 선생님께서 해설해주신 시.

8세기, 중국, 이름없는 시골 아낙이 느끼는 사랑 : “낭군은 들 판의 흙먼지 속에서, 신부는 부엌의 잿 더미 속에서, 죽을 때까지 그렇게 같이 있는 것. 그리고 언제나 포주신”

포주신 (抱柱信) - 사랑하는 사름들 사이의 죽음보다 강한 믿음.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노나라 때 미생이란 남자가 있었다. 사랑하는 동네 처녀와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다. 때가 넘어도 여자가 안온다. 미생은 믿는다, 그 녀가 꼭 나타날 것을. 갑자기 큰물이 진다. 강물이 불어나도 미생은 기다린다. 다리 기둥을 부여잡고 그녀를 기다린다. 더 큰물이 덥쳐서 미생은 죽는다. 미생지신(尾生之信) – 미생의 믿음. 다른 말로 포주신 – 기둥을 안고 죽더라도 기다리는 마음. 장간의 이 어린 아낙에게 이 포주신이 사랑의 알파이고 오메가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 나이 열여섯에 당신이 떠났네. 양자강 뱃길로 장사 나갔지. 험한 바위틈 5월이 되어도 갈수도 없고, 원숭이 소리만 하늘 가득 슬프군. 당신 떠난 발자욱에 이끼만 끼고, 쌓인 이끼 쓸어낼 수도 없는데, 이른 가을 바람 낙엽만 구르네. 8월 노랑나비 한쌍 서쪽 정원 풀사이를 나르네.

感此傷妾心  감차상첩심, 坐愁紅顔老  좌수홍안노
早晩下三巴  조만하삼파, 預將書報家  예장서보가 
相迎不道遠  상영부도원, 直至長風沙  직지장풍사

그 걸 보노라니 내 마음 아파,
앉아서 근심하며 고운얼굴 늙어가네.
곧 삼파라는 동네까지 내려오시거든,
집으로 편지 한 장 보내 주세요.
서로 만날길 멀다 아니하고
[칠백리] 장풍사까지 곧장 달려가리다. ”

   

이태백 (701-762), 그는 이 지구로 귀양온 신선 (謫仙)이다. 그가 인간세계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노던 달아..” 이 노래 속의 이태백처럼 달을 보고, 한잔하고, 시 한수 읊어대는 허무한 낭만은 아니다. 장간행의 주인공 아낙네의 아릿한 사랑이야기만도 아니다.

성당 (盛唐) 시대의 한 지식인으로서 이태백은 민초들의 근심 (愁)을 보고있다. “앉아서 근심 (愁)하고 있는”  장간의 어린 새댁을 보고 이태백 자신도 근심한다. 이태백은 “친구를 만나 잠을 자며 (友人會宿)” 이란 시에서 지식인의 고뇌를 다음과 같이 읊는다.

        滌蕩千古愁    척탕천고수
        留連百壺飮    유연백호음
        良宵宣淸談    양소선청담
        皓月未能寢    호월미능침
        醉來臥空山    취래와공산
        天地郞衾枕    천지랑금침
 천년묵은 근심을 씻어버리고자
 백병의 술을 연이어 마시며
 마땅히 맑은 이야기를 하네.
 아직 달이 밝아서 잠을 잘수는 없고
 취하여 빈 산에 누었더니
 하늘은 이불이요 땅은 요가 된다.

지식인으로서 “천년 묵은 근심”이란 장간의 여주인공 같은 보통사람들에게 평안을 주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예기(禮記)에 나오는 인간의 이상 사회, 대동(大同)과 소강(小康) 중에서 최소한 소강의 사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지식인이 해야하는 “천년 묵은 숙제”이다. 대동은 “천하는 모두의 것,” 즉 네것 내것이 없는 사회이다. 중국의 요순 시대에나 가능한 이상 사회이다. 그 때는 왕의 자리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격있는 사람의 것이다.  소강은 개인의 사유를 인정하고 네것 내것을 따지지만 모두가 편안하게 사는 실현 가능한 이상 사회이다.
소강은 왕권의 계승을 인정하고 사람들은 사유(私有)의 욕심에 빠져있기 때문에 대동보다는 한 수 아래의 이상 사회이다. 그러나  사유화된 왕권에도 왕도가 있어야 한다. 권위의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왕도가 있어야 예(禮)가 서고, 그래야 소강 사회가 될수 있는 것이다. 요즘 말로 하면 정통성있는 정부에 법과 질서가 있는 사회가 되어야 보통 사람들에게 평안을 준다는 뜻이다.

이태백이 바라는 소강 사회는 장간행의 새댁이 근심하는 상황을 잘 보살피고, 남편이 돌아오리라는 믿음, 바램을 실망시키지 않는 사회이다. 불행하게도 이태백은 성당이라고 일컬어지는 당시 당나라에서도 소강을 보지 못한다. 초기에는 현군으로 알려진 당 현종은 양귀비에 빠져있고, 자신은 양귀비를 비아냥 거리는 시를 썼다가 궁정에서 쫓겨난다. 지식인으로서 소강사회를 이루는데 힘을 보태려던 꿈도 사라진다. 그래서 이태백은 시를 쓴다. 보통 사람들의 사랑, 근심, 바램 속에 지식인의 천년 묵은 숙제 (千古愁)를 담아낸다.
친구를 만나, 한잔하고, 맑은 이야기 (淸談, 高談峻論)를 해도 천고수는 씻어지지 않고, 빈산에 취해 누어있는 지식인. 그런 고민이라도 하는 지식인이 있었기에 이태백이 살던 때를 그래도 성당(盛唐)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김동근 선생님의 시 해설을 제가 이해하는 대로 재구성 해보았습니다. 제가 아는 바가 얕아서 혹시 잘못 이해한 부분이 없을지 걱정입니다. --- 김지영
장간행의 원문과 번역은 다음 싸이트를 참고하세요.
http://db.cyberseodang.or.kr/jt/vcontents/view.php?depth=cont&value=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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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4)
  김동근 선배님 한시 강의 오달 2014-11-24 08:21:45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시의 자구 해석 뿐만 아니라,
시인의 마음, 당시 사회에 대한 인식,
지식인이 보는 이상사회 등을
유기적으로 말씀해주시는 강의 속에서
김 선배님의 한시에 대한 깊은 내공을 느꼈습니다.
추천0 반대0
(24.XXX.XXX.123)
  오달님의 이 평을 듣고 범선 2014-11-24 22:54:31
꼭 가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들이 한두명이 아니겠는데요.
추천0 반대0
(76.XXX.XXX.76)
  아크로 인문강좌 김종하 2014-11-22 17:59:01
현장에서 들으면 더 재밌다고 합니다^^
추천1 반대0
(76.XXX.XXX.131)
  고급 한시 강의를 이원영 2014-11-22 11:34:59
이렇게 감칠맛나게 풀어주시니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아크로 인문강좌는 매주 금요일 저녁에 다양한 주제로 열립니다.
추천0 반대0
(76.XXX.XXX.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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