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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동쪽에서 뜨는 게 아니라구?
[민경훈의 세상보기] 가톨릭의 진화
2014년 11월 06일 (목) 12:53:54 민경훈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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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것은 오랫동안 의심할 수 없는 진리로 받아들여져 왔다. 동쪽에서 뜨는 것은 해만이 아니다. 달도, 별도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진다. 그러나 천문학이 발전하면서 예외적인 현상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등 소위 행성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고 이리 갔다, 반대 위치로 갔다 오락가락 한다. 영어로 행성을 뜻하는 ‘planet’의 원뜻은 ‘방랑자’다. 한 방향이 아니라 이리저리 떠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들은 스스로 작은 원(epicycle)을 그리며 돈다는 설이 제기됐다. 이들이 제 각각 작은 원을 그리며 지구 주위를 돈다고 가정하면 그런대로 설명되기는 했다.이 설을 가장 체계적으로 수립한 사람이 기원 2세기 이집트의 프톨레미였고 그의 천동설은 그 후 1,000년이 넘게 서양에서 불변의 진리로 받아들여졌다.

이 주장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쿠스 같은 이는 지구보다 훨씬 큰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움직이는 것은 지구라는 지동설을 주장했으나 이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가 없었고 무엇보다 아무도 지구가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없다는 반론에 부딪쳐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15세기 이후 르네상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학문이 다시 유럽에 소개되고 아랍권의 천문학이 수입되면서 지동설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이를 완성한 사람은 폴란드의 코페르니쿠스다. 그는 ‘천체의 회전에 관해’라는 책에서 태양이 지구의 주위를 도는 대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것으로 가정하면 오락가락 하는 행성의 움직임도 에피사이클이란 복잡한 가설 없이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그는 천체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교회의 움직임에도 밝은 인물이었던 것 같다. 자신의 지동설이 교회와 성경의 가르침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그는 이 책의 출판이 불러올 소용돌이를 우려해 이 책을 죽기 직전인 1543년 펴내고는 바로 죽었다.

그러나 그의 후계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달랐다. 그는 한창 이름을 날리던 1632년 ‘두 세계 시스템의 대화’라는 책에서 천동설과 지동설을 비교하면서 천동설 주창자에게 ‘바보’(Simplicio)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로 하여금 교황의 주장을 대변하도록 했다. 분노한 교황은 그를 종교재판에 회부했고 갈릴레오는 고문의 위협 아래 지동설을 “부인하고 저주하며 증오한다”는 맹세를 해야 했다. 이 책은 금서목록에 올랐고 갈릴레오는 가택연금에 회부됐다.

   
‘Galileo before the Holy Office’ by Joseph-Nicolas Robert-Fleury (출처: 위키피디아)

갈릴레오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었다. “태양은 수많은 별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편 조르다노 브루노는 도미니카 수도회의 승려였음에도 이단으로 몰려 화형을 당했다. 교회의 주장은 성경 역대상에 “세계는 안정적이며 움직일 수 없다”고 기록돼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지동설에 반대한 것은 가톨릭만이 아니다. 루터는 “태양 대신 지구가 돈다는 점성술사가 새로 나온 모양인데 똑똑해 보이려고 별 짓을 다하는구나. 이 바보는 천문학을 뒤엎으려 하고 있지만 성경은 분명히 여호수아가 멈추라고 한 것은 태양이지 지구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라고 적었다. 어쨌든 그 후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것이 명백히 입증됐음에도 교황 바오로 2세가 갈릴레오를 박해한데 대해 사과하는데 360년이 걸렸다.

그 후 가톨릭의 반성 속도가 다소 빨라진 느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주 창조론은 우주가 대폭발로 시작되었다는 ‘빅뱅’ 이론과 진화론에 배치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갈릴레오의 입을 막고 진화론을 ‘악마의 이론’으로 매도하던 과거 교회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성경은 종교 서적이지 과학 서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회가 성경을 근거로 과학의 발목을 잡으면 잡는 사람의 신뢰도만 떨어진다. 교회는 앞으로도 과학은 과학자에 맡기고 종교적 진리를 탐구하는데 힘쓰는 것이 옳다.

민경훈 (법대 78, 언론인) *LA 한국일보 칼럼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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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
  가톨릭과 과학 워낭 2014-11-08 08:55:48
"교회가 성경을 근거로 과학의 발목을 잡으면 잡는 사람의 신뢰도만 떨어진다. 교회는 앞으로도 과학은 과학자에 맡기고 종교적 진리를 탐구하는데 힘쓰는 것이 옳다." 결론의 제언이 적확한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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