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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불편한 외로움 속으로
[이상희의 사람과 세상] 라스베이거스의 추억
2014년 10월 21일 (화) 01:17:09 이상희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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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1박 2일로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왔다. LA에서 300여 마일이라 비행기로 가기에는 조금 억울한 거리다. 1시간 남짓한 비행을 위해 북적대는 공항에서 2시간 전부터 사람들에게 치이느니 그냥 자동차로 조용히 갔다 오는 게 낫겠다 싶었다.

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13년 전에 리버사이드로 부임했을 때, 그 당시 있던 동부에서 자동차로 거의 3주에 걸쳐서 대륙횡단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묵었던 곳이 라스베이거스였다. 가도가도 끝없이 깜깜한 국도를 달리다가 어두운 밤하늘에 느닷없이 용광로처럼 이글거리던 라스베이거스에 입성하면서 미국의 대단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 당시 가장 두드러지는 기억은 매일 5~6시간씩 하던 운전이다. 차는 중고 미니밴이었다. 에어컨도 없었고 선풍기를 틀면 더 더웠다. 8월의 태양은 그런 내 사정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속 60마일을 넘으면 차가 힘들어 해서 고속도로를 피해 국도 위주로 시속 50마일 정도를 유지했다. 서쪽으로 계속 가다 보니 하루 종일 태양을 향해서 갔다. 차 안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라디오뿐이었는데 도저히 듣고 있을 수 없었다. 대담 프로는 내용이 거슬렸으며, 음악 프로는 내 기호에 전혀 맞지 않았다. 휴대 전화라도 있으면 가끔 누구랑 수다라도 떨면서 왔을 텐데 그 당시 나는 휴대 전화가 없었다. 자외선 차단제를 아무리 발라도 소용이 없이 왼팔만 시커멓게 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매일 매일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었다.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음악도 없이 엔진 소리만 나는 차 안에서 가도 가도 별로 변하지 않는 주변 경관을 보았다. '초원의 집'에 나오는 로라 잉걸스처럼 몇 세기 전에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하던 마차 행렬을 타고 있다는 상상도 했다.

단상이 떠오르면 녹음기에 생각을 녹음했다. 휴게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면서, 식당에서 식사를 기다리면서, 그럴 때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엽서를 쓰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그런데 이번 도로 여행은 그 때에 비하면 너무도 호화스러웠다. 우수한 에어컨 덕분에 긴팔옷을 입고 팔을 태우지 않아도 되었으며, 뛰어난 음향 기기 덕분에 듣고 싶은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었다. 심심하면 휴게소에서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들여다 보고 이메일까지 챙길 수 있었으며 친구와 수다도 적당히 떨고 페이스북에 올리고 문자를 나누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마음이 휑하다. 거의 10시간을 도로 위에서 보냈으나 그냥 흘려보낸 느낌이다.

그렇다. 에어컨과 스마트폰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언제라도 선택할 것이다. 이런 저런 문명의 혜택을 거부할 정도로 배짱이 크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3년 전 그렇게 불편했던 시간들이 가끔씩이라도 나를 찾아와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 잡음없이 온전한 시간을 위해서.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가 다 되었다. 잠을 청했지만 여독이 풀리지 않아 뒤척이다 깨어보니 벌써 아침이다. 그리고는 목을 돌릴 수도 없이 담이 결린다. 덫에 걸린 짐승처럼 고통 속에서 울부짓다가 하루종일 자리 보전하고 잠만 잤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이런 스케줄의 도로 여행이 무리가 아니라 무모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마침 내 생일이다.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누워 있지만 그래도 신세한탄은 하지 말자. (중앙일보 칼럼 전재)

이상희 <고고 미술사 85. UC리버사이드 인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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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8)
  자동차로 자연을 즐기시는 지혜를 가르치시는 교수님다운 감동의글입니다 김석두 2014-10-21 10:30:03
발디산을 오를때마다 자주만나는 UC RIVERSIDE 대학생들과 이상희교수님 명강의 소식을
듣곤합니다 . 이번 토요일 오후5시 만리장성에서 반갑게 마날수있는 영과을 주시옵소서!
추천0 반대0
(172.XXX.XXX.96)
  선배님을 뵐 날을 기다립니다. 이상희 2014-10-27 16:30:02
선배님을 뵐 날이 제게 영광이지요! 지난 주 토요일에 불참하여 죄송합니다.
추천0 반대0
(138.XXX.XXX.119)
  페북에 댓글을 남긴 후라.... 김삿갓 2014-10-20 14:19:48
여기다 또 댓글을 쓰면 명을 제촉할것 같아서....암튼 곧 뵈요~
추천0 반대0
(38.XXX.XXX.58)
  명을 부여잡고! 이상희 2014-10-27 16:28:39
ㅎㅎㅎ 어디 얼마나 꽉 붙들었는지 곧 봅시다!
추천0 반대0
(138.XXX.XXX.119)
  거럼요 2014-10-20 13:37:51
나이 타령은 아직... 근데 생일날 몸져누운 걸 동기들이 챙기지도 못했으니 ㅜㅜ 내년엔 거하게 함세 ㅎ
13년전의 그 여행길 3부작, 관련기사로 붙여놓았습니다. 13년전 필자 모습도 다시 함 보시고... ㅋㅋ
추천0 반대0
(76.XXX.XXX.131)
  미안하지? 이상희 2014-10-27 16:27:29
미안하면 되었소. 내년까지 기다리지 말고 해 끝나기 전에 거하게 하자고. (13년전 필자 모습 사진 낚시까지 올려 줬으니 내가 쏴야 하는 분위기?)
추천0 반대0
(138.XXX.XXX.119)
  아직도 쌩쌩하신 분이 워낭 2014-10-20 08:25:01
나이 타령을 하시남요. 인류학 공부하며 읽는 글도, 이런 낭만적인 글도 참말로 오밀조밀하게 맛깔나게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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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XXX.XXX.3)
  황송하옵니다 이상희 2014-10-27 16:25:46
하늘같은(?) 선배 앞에서 나이 타령을 했습니다. 계속 오밀조밀 맛깔 컨셉으로 나가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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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XXX.XXX.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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