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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힐링'... 기쁘지 아니한가
[이종호의 풍향계] 가고 싶은 모임, 가기 싫은 모임
2014년 10월 14일 (화) 15:18:13 이종호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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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살다보니 불편한 것도 있지만 좋은 것도 많다. 그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좋은 것 하나가 억지로 참석해야 하는 자리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10여 년전 한국은 분명히 그랬다. 원치 않는 술자리, 즐겁지 않은 모임, 내키지 않는 행사에도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 체면 때문에, 관계 때문에, 아니 더 솔직히는 사회생활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그렇게 해야만 했다.
 
미국은 어떨까? 처한 환경에 따라 똑같이 그럴 수도 있겠다. 세상 어디든 사람끼리 어울려 사는 이상 이런저런 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 생활을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닌 것 같다. 어떤 모임이든 개성껏 선택하고, 소신껏 결정하고, 형편껏 가고 말고 하면 되는 게 '미국식'이다. 그걸 두고 누가 뭐라 하지도 않지만, 설령 뭐러 그런들 대순가. 미국 생활의 이런 분위기가 나는 좋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누구나 조직과 집단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특히 한국 사람은 어디엔가 소속되지 않으면 불안해서 못 산다. 관계나 소속감을 통해 끊임없이 존재의 이유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에게 유달리 많은 모임들이 단적인 예다. 국가, 가족, 직장 은 차치하고서라도 종교단체, 동창회, 향우회, 종친회, 전우회 등 소속된 모임이 얼마나 많은가. 거기에 갖가지 동호회나 협회, 단체도 즐비하고 요즘은 온라인 그룹에, SNS 친구까지, 넘치는 게 모임이다.
 
물론 소속되어 있다고 그 많은 모임에 다 참여하진 않는다. 처음엔 의욕적으로 시작해도 대개는 금세 흥미가 식는 게 보통이다. 그래도 애정을 갖고 참석하는 한두 개 쯤은 누구나 있다. 나도 웬만해선 빠지지 않는 모임이 몇 개 있다. 대학 동기모임과 부부 공부모임도 그런 모임이다.
 
동기모임은 LA에 와서 알게 된 대학 동년배끼리의 친목모임이다. 한 스무명 쯤 되는데 모이면 모일 때마다 열 네댓 명씩은 온다. 특별한 목적도 없고 규칙도 없다. 모임도 부정기적이다. 어쩌다 만나 얼굴 보고 먹고 마시고 시답잖은 이야기 나누다가 헤어지는 게 전부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어떻게보면 참 시시한 모임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이 모임이 좋다. 이유는 단 하나, 편해서다. 긴장이 풀어지고 마음이 녹고 머리가 씻어지기 때문이다.
 
부부모임은 그 반대다. 4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다른 연령의 부부 6쌍이 매달 정기적으로 모인다. 목적도 있고 규칙도 엄격하다. 참석을 못하면 가혹한(?) 벌칙까지 있다. 그래도 불평 없이 5년이나 다들 잘 이어오고 있다. 이유는 보람이다. 함께 하는 이들에 대한 신뢰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임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모임엔 공통점이 있다. 구성원들이 별로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리더가 있지만 그래도 모두가 친구 같은 관계다. 친구란 수평관계를 전제로 한다. 서로의 생각을 들어주고 가치관을 인정해 준다. 배려와 용납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게 없으면 이미 친구가 아니다. 이런 모임에선 몸도 정신도 '힐링'이 된다. 늘 모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요즘 한인사회에는 삐거덕거리는 단체나 조직들이 많다. 생각해보면 이들에게도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 그런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물어본다. "왜 요즘 잘 안 나가세요?"  돌아오는 대답이 대개 정해져 있다. "설치고 나대는 사람들 꼴 보기 싫어서요." "군림하려 드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이게 핵심이다. 일부의 독선과 아집이 구성원들을 몰아내고 분란의 빌미를 만든다. 이들이 가고 싶지 않은 모임으로 만드는 것이다.

결론은 역시 소통 문제다. "다른 사람의 속마음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당신의 속마음으로 들어오게 하라." 위대한 철학자였던 로마 현제(賢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일깨운 소통의 황금률이다.

그렇다면 나는 모임에서 어떤 구성원일까? 나 때문에 나온다는 사람까지는 바라지도 않거니와, 나로 인해 발길 돌리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

   
LA사는 대학 동기들과 함께. 단체로 영화 관람하면서... 영화 '친구 ' 포스터 앞에서! (2009년 사진)

   
언제 봐도 즐거운 81 친구들... 보기만 해도 엔돌핀이 솟습니다. (2012년, 만 50세 전후)

이종호 (동양사 81, 언론인) *LA 중앙일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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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5)
  부럽고 무섭고 멋진 범띠 선배들... 이상희 2014-10-18 14:25:24
부럽고 무섭고 멋진 범띠 선배들... 우리도 본 받읍시다! (쫑반장...?)
추천0 반대0
(138.XXX.XXX.216)
  표정들이 범선워낭 2014-10-14 19:21:50
참말로 쥑인다. 세월이 너무 급하게 간다. 퍼뜩 퍼뜩 놀자.
추천0 반대0
(76.XXX.XXX.76)
  81 동기들이 이렇게 많이 살고 있다니... 변변 2014-10-14 16:28:49
LA 는 정말이지 훌륭한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럽습니다.
추천0 반대0
(75.XXX.XXX.166)
  동기동창 이병철 2014-10-14 06:54:39
"동기동창"이 참 정겹게 느껴지도록 종호가 글을 잘 썼구만. 이런 글을 읽으면 마음이 옛날로 돌아가는 듯... 고마우이.
추천0 반대0
(139.XXX.XXX.201)
  이런 친구 이런 동문들이 김종하 2014-10-13 22:31:10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다시 깨닫게 합니다.
81분들은 '힐링' 표정들이 정말 많네요 ㅎㅎ
추천0 반대0
(107.XXX.XX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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