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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다는 것, 감사하지만 그러나
[이상희의 인류학 산책] 인류진화는 그만큼 대가 치른 것
2014년 09월 18일 (목) 14:27:15 이상희 기자 Editor@Acropolis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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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평소에 댓글을 자주 다는 독자가 글을 올렸다. ‘감사 릴레이’에의 초대였다. 지난 여름 유행한 ‘감사 릴레이’는 감사할 일을 세가지 들고 그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게임이다. 나는 곧 인류 진화 역사 상에서 감사할 만한 일을 하나하나 꼽기 시작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감사하기만 한 일이 없었다. 하나하나 꼽아봐도…

 

   


첫째로 감사할 일은 직립 보행이다. 두 발로 곧선 걸음을 하여 두 팔이 자유롭게 도구를 만들고, 물건과 아기를 나를 수 있게 되었다. 털이 없어져서 매끈덕해진 엄마의 몸은 아기가 잡고 매달리기 어렵다. 엄마의 자유로운 두 팔은 그런 아기를 튼튼히 안고 다닐 수가 있다. 그러나 직립 보행으로 인해 요통은 너무도 흔해졌다. 삐끗하면 움직이지 못하고 자리 보전해야 한다. 게다가 심장이 무리를 해서 중력을 거슬러서 머리끝까지 피를 올려 보내는 시지푸스의 길을 걷는다. 만성적으로 심장에 무리가 간다.

둘째로 감사할 일은 큰 머리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똑똑함과 그 똑똑함을 담고 있는 머리는 인간의 정체성에 중요한 아이템이다. 커다란 두뇌로 무한한 정보를 소화하여 점점 척박해 지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인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을 많이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커지는 사회적 관계의 바다를 능란하게 헤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큰 머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큰 머리로 시작해야 했다. 골반 너비보다 큰 머리의 신생아를 뼈를 쪼개는 아픔을 견뎌 내고 낳아야 한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겪는다.

세째로 감사할 일은 오래 살기이다. 손주를 보고 나서도 상당한 기간동안 살아 있을 정도로 장수를 누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할머니의 도움으로 인간의 아이처럼 손이 많이 가는 아이 두세명을 한꺼번에 기를 수 있게 되었다. 삼대가 겹치면서 세대간에 정보가 쌓이고, 쌓여진 정보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그 트렌드가 계속된 오늘날은 늘어난 노년층에 비해 줄어드는 소년층으로 사회의 경제적, 문화적 부담이 크게 되었다.

네째로 감사할 일은 농경과 목축이다. 자연 환경에 100 퍼센트 의존하지 않고 환경을 직접 만들어 내어 먹거리를 자유자재로 만들게 되었다. 그 결과인 생산성의 증가와 인구의 증가는 문명의 발달로 이어졌다. 그러나 잉여 생산과 사유 재산, 계급의 발생과 더불어, 대량 학살, 전쟁이라는 인류 역사상 초유로 인간끼리 대규모로 서로 죽이는 끔찍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흉년에는 기아 상태가 발생했다. 짐승들을 가까이 두면서 전염병이 가축에서 옮아오기도 했다.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서 무서운 전염병이 생겼다. 인구 밀도가 높지 않으면 전염병이 무서워지지 않는다. 숙주를 죽이면 병원체에게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숙주가 무한대로 리필(?)이 가능하다면 병원체는 맹렬한 독성을 가져도 된다.

그랬다. 계속 꼽아봤자 감사할 일마다 그를 뒤따르는 원망이 있었다. 인류의 진화 역사 속에서 감사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감사와 원망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이 뗄 수 없는, 함께 갈 수밖에 없는가, 한탄을 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것은 원망이 아니라 대가였다. 대가가 크면 클수록, 그 대신에 얻은 것은 그 만큼 귀중한 법이다. 세상에 가치있는 것 치고 대가가 없는 경우가 어디 있을까? 우리 지금의 모습은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귀중한 모습이다. 그만큼 감사하면 된다.

 

   

 

이상희<UC리버사이드 인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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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7)
  내 머리는 톼화? 허갱년 2014-09-21 19:15:41
내 머리는 점점 작아지니 원망해야하나? ㅋㅋㅋ 그래도 감사허야것지요? 카럼 감사함다.
추천0 반대0
(66.XXX.XXX.195)
  돌아온 이상희 교수 2014-09-18 10:18:44
반갑고 감사한 일입니다.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는?...ㅋ)
추천0 반대0
(76.XXX.XXX.131)
  돌아온 장고? 이상희 2014-09-19 13:48:55
영화 "돌아온 장고"가 갑자기 생각납니다. 그렇게 속 시원한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겠군요. ㅋㅋ
추천0 반대0
(138.XXX.XXX.135)
  읽고 또 읽고... 곽건용 2014-09-18 08:38:15
두 번이나 완독(!)했다는 사실. 영화도 드라마도 아닌데. ㅋㅋ 나는 진화가 과다하게 되어 머리가 남보다 더 크니 더 감사해야 하나? ㅋ
추천0 반대0
(99.XXX.XXX.162)
  ....(풀썩) 이상희 2014-09-19 13:43:43
존경하옵는 선배님께서 완독을, 그것도 두번이나..., 하셨다는 것을 읽으니 갑자기 무릎에 힘이 풀립니다. 황송할 따름이옵니다. ㅋㅋ
추천0 반대0
(138.XXX.XXX.135)
  오랜만에 등장한 이상희 교수 범선 2014-09-17 21:42:57
사진도 시크하게 멋있고, 글도 역시 맛깔스러워요. 정보와 재미가 두루두루 버무러진 멋진 칼럼 감사해요.
추천0 반대0
(76.XXX.XXX.76)
  ㅋㅋ 감사합니다 이상희 2014-09-17 21:56:49
감사합니다. 계속되는 관심과 애정을 ... 기대하겠습니다.
추천0 반대0
(138.XXX.XXX.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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