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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계곡, 신들의 뒷마당을 엿보다
[허당 여사의 옹골찬 여행] 8월의 Death Valley 출사
2014년 09월 08일 (월) 11:01:36 이은남 기자 acroeditor@gmail.com

블랙: 분홍색 바지를 센스 있게 입을 줄 암. 고급 유머감각을 가지고 있으며 웬만한 일엔 콧방귀도 안 뀜. 치고 빠질 때를 확실하게 알고 있음. 쥐약 없냐고 소리칠 땐 큰 형님다운 폭풍 카리스마 작렬. 블랙이 사랑하는 죠니워커 블랙 때문에 블랙이란 별명을 얻음. 소주면 충분한 벌침과 허당, 덕택에 이틀 내내 스카치로 호강함. 딱 적당한 타임에 원 포인트 팁을 툭 하고 던져 줌, 허기를 면하게 해 줄 그 무언가를 그 때마다 내어 주곤 사라짐. 이번 여행의 리더, 티 안내고 베푸는 게 몸에 배어있음. 사진 초 고수. 데쓰밸리를 앞 마당처럼 다 꿰고 있으며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좋아함.

벌침: 성스러운 곳에서 성스러운 일을 자행함. 비록 인간의 눈에 미치진 않았으나 신들의 눈을 버리게 한 죄로 벌에게 침을 두 방 맞고 벌침이란 별명을 하사 받음. 사진 고수로 알려졌으나 이번에 중수로 바로 잡음. 몸에 지닌 것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남이 주어 줄 때까지 안 줍는 신공 보유. 옷이나 가방끈을 꼬아서 입는 재주 탁월. 음식 섭취 중 바닥의 미물을 측은하게 여기는 보살정신 투철….. 웬만한 사람은 차마 그냥 지나치기 힘듬. 초 고수 블랙도 보다 못해 나중에 벌침을 챙기게 됨. 영어 잘함. 유머 감각 빠름. DEAL의 고수. 늘 가슴이 아림. 블랙을 위해 블랙을 한 병 더 구입하는 센스 소유.

허당: 얼핏 보면 똑똑해 보이나 하루에 꼭 몇 번인가 허당질로 금방 들통남. 암만 봐도 영원한 허당. 한 때 곰탱이로 고생한 전력이 있어 여우로 이미지 바꾸려 노력하고 있음. 불가능해 보임. 요리가 취미로 없는 살림 속에서 뭔가 뚝딱 조달하는 재주 있음. 그거 하나로 이번 여행에서 운전도 못하면서 나름 역할. 사진 쌩 초보. 안 가본 데 가 보는 거 엄청 좋아함. 본인은 민감하다 하나 남들이 볼 땐 도대체 뭐가 민감한 건지 의문이 많음. 막귀, 막노래, 막춤, 막 먹고, 막 마시는데 도대체 예민이 웬 말..... 잘난 척 안 하면서도 잘나 보이는 방법 연구 중.

세 사람의 연결고리는 벌침이다. 어느 날 데쓰밸리로 사진을 찍으러 가겠냐는 말에 그러마 한 게 벌써 한달 전….. 그리고 2014년 8월30일 엘에이 벌침 사무실 앞 주차장에서 만났다. 60억 인구 중 이 더운 8월에 데쓰밸리를 가겠다고 나선 인간들…...... 누구 하나 그다지 특별해 보이는 사람은 없었으나 짐꾸려온 것을 보니 뭔가 말 안 해도 통하는 게 있어 보인다.

블랙과 허당은 첫 인사를 나누고 차에 올랐다. 으레 하는 인사 정도를 교환하고 조용히 차는 출발한다. 의외로 덩치 큰 허당은 낯가림을 하는 편이다. 그래 뒷좌석에 조용히 찌그러져 있었다. 그렇다고 마냥 놀 수는 없는 지 차를 살피고 주변을 탐색한다. 깨끗한 내부….. 아이스 박스임에 분명한 조그만 통, 일체 불필요한 물건은 없다. 허당은 자기 차랑 너무 비교되어 살짝 위축되었지만 금방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원래 자기도 깨끗한 척 하기로 한다.

중간 휴식지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먹고 다시 출발, 블랙이 '알라바마 힐스'에 가 봤냐고 묻는다. 찌그러져 있어도 의사 표현은 확실하게 해야 일이 돌아가는 법, 허당은 안 가 봤노라 크게 대답했다. 그러자 약식 좋아하느냐고 연이어서 질문이 왔다. '빨리 대답하기 대회'라도 나간 사람처럼 “아뇨, 안 좋아해요해요해요가 아니라 좋아해요…….아” 이렇게 오늘의 허당질 깔끔하게 한 판….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냐 하면 올해의 결심 중 하나가 '싫은 건 참지 말고 그때 그때 NO를 말하는 사람이 되자'였다고.

   
Alabama Hills

블랙이 처음 데려간 곳은 Lone Pine에 있는 알라바마 힐스였다. 웅장한 휘트니산을 배경으로 기암괴석이 여기 저기 엄청나게 널려있는 곳이다. 마치 신들의 부엌 한 켠 같다. 요리하고 남은 반죽을 모아놓았다고나 할까….. 보기와 달리 돌들은 엄청나게 크고 날카로웠다. 등산화 덕에 무난히 바위를 오르내릴 수 있었다. 동심으로 돌아간 벌침은 저기서 벌써 바위 하나를 점령해선 놀고 있었다. 비좁은 구멍으로 큰 얼굴을 내밀더니 빨리 사진을 찍으라 고함치고 있다.

   

매의 눈을 가진 블랙이 멋진 공간을 찾아냈다. 점심 먹기 딱 좋은 장소다. 그의 손엔 어느 샌가 먹을 것과 마실 것이 들려있다. 훌륭한 점심이었다. 아 물론 블랙이 가져온 약식이다. 그런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 꿀맛이었다. 블랙의 천리안은 이걸 시작으로 여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일행을 놀라게 했다. 감동의 탄성을 지를 때마다 그냥 기름값 좀 들었다고….. 세상에나, 이런 사람도 있구나….. 이 여행 재미있겠는데…… 허당은 눈을 가늘게 뜨고 블랙을 바라본다.

비숍 근처에선 Mountain Light Galley에 들렀다. 풍경사진작가 Galen Rowell의 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간간히 블랙이 사진에 대해 코멘트를 한다. 벌침도 맞장구를 치지만…... 이 때쯤부터 그간 고수로 알려졌던 벌침의 실력에 깊은 의문을 가지게 되고….. 여행 끝 무렵엔 중수로 하향 이동하게 된다. 초 고수 앞에서 더 이상은 고수로 있을 수 없지 않겠는가? 뭐 여러 가지 있기도 했지만…

맘모스에서 일박을 하고 아침 새벽부터 데쓰밸리로 향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움직이는 돌(Race Track, Moving Stone, Sailing Stone)이다. Ubehebe 분화구까지 가서 더 북쪽으로 들어서면 트랙이 하나 나오는 데 비포장이다. 얼핏 보니 27마일(43키로)이라 쓰여있다. 가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전화도 안되니 누군가가 걸어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을 위해 물을 미리 잔뜩 실었다. 무려 27마일을 뾰족한 돌들 위로 달려댔다. 타이어 바람을 빼야 할지 모른다고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다.

중간에 주전자가 잔뜩 걸려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했다. Teakettle Junction 왜 주전자를 걸어놓기 시작했을까? 물이 없는 곳이니 누군가 목이라도 축이라고 걸어놓은 것일까? 기념사진을 찍었다. 벌침은 자꾸 밑에서 위로 찍어달라고 요구한다. 그래야 기럭지가 길게 나온다고……..산 사람 소원인데 못 들어 줄 이유 없다.

   

이제 6마일 남았다. 다시 달린다. 지금까지 21마일을 달려 왔는 데 앞에서 오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아까 오토바이 딱 한 대 지나갔다. 그러다 한참 후 저 앞에서 뿌연 연기가 나는 게 보였다. 비포장이라 자동차보다 흙먼지가 먼저 보인다. 그러자 블랙이 “어, 저기 우리 같은 미친 놈이 또 하나 있네 그랴!”….. 순간 차 안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렇구나, 우리 미쳤구나…… 또 다른 미친 놈들을 만날 때마다 정말 미친 듯이 웃어주었다. 세상엔 꼭 저 같은 인간들이 있으니 앞으로 외로워 말 일이다. 여행 덕에 건지는 이런 동질감, 상당히 괜찮다.

아름다운 장면 앞에 서면 동시에 말을 잃었다. 그것은 풍경을 보아도 그랬고 차 안에서도 그랬다. 뭔가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침묵을 공유한다는 건 사실 꽤 근사한 일이다. 이들 세 사람에겐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다 누가 한 마디 하면 또 대화가 이어지고 웃다가 다시 침묵하고...

여행은 물론 동행하는 사람도 중요하겠지만 가는 곳의 바람, 열기, 그곳의 나무, 향기, 낯선 생명체와의 만남 또한 귀중하다. 설렘에 영혼이 한번씩 들썩거리고 심장이 조금 빨리 뛰어줄 때 기쁜 것이다. 그들이 침묵하는 시간엔 그런 만남이 있었다.

올라가면 갈수록 산봉우리는 작은 삼각형으로 변해갔다. 길은 오프로드 차 한대 지나갈 수 있다. 사람의 모습도 흔적도 없는 곳. 경치는 숨이 멎을 만큼 장관이다.

꼭대기까지 오는 동안 인간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 하나 없는 것이다. 순간 이 곳의 출입은 어쩜 낮에만 허락되어 있는 곳이란 느낌이 들었다. 블랙과 벌침이 타이어가 터질까 긴장하며 운전하는 와중에 철딱서니 없는 허당은 끝도 한도 없는 상상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밤은 어떨까? 성큼성큼 신들의 왕래가 있는 걸까? 아냐, 어쩜 신들이 장난치고 있는지도 몰라. 신들은 자기네들끼리 놀다 심심해서 길을 하나 만들고 낮에만 미친 인간들에게 길을 열어 주는 거야. 그리고 밤엔 여기서 돌을 가지고 공기를 한다구. 저긴 신들의 공깃돌 놀이터.....놀이가 끝나면 밤에 공깃돌을 슬쩍 옮겨놓고 말야….그걸 우리가 지금 보러 가는 거라구……”

허당의 상상은 목적지 도착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차문을 열자 바로 눈 앞에 엄청난 규모의 공깃돌 터가 펼쳐져 있었다. 그래 명색이 신들이 노는 장소인데 저 정도는 돼야지…….대장 블랙은 어느 새 쏜살같이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부지런히 벌침과 허당도 따라간다. 원래 호수였다는 바닥은 쩍쩍 갈라져 있다. 군데군데 돌이 놓여져 있는 데 자세히 보면 땅바닥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얼마 전 이 비밀이 풀렸다는데 내용은 이렇다. 어쩌다 드물게 밤새 내린 비가 언다. 그리고 얼어서 생긴 판빙이 해가 뜨면서 녹아버리면 마른 땅이 진흙처럼 돼버린다. 그럼 다시 매끄러워지고 바람에 밀려 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이들은 여기서 또 각자의 시간을 가졌다. 아예 따로 걷고 있다. 어떤 이는 발현되지 않았던 잠재력을 꺼내었고, 또 한 사람은 색깔이 예쁜 돌을 찾고 싶어했다. 나머지 사람 또한 그 만의 사랑스러움을 찾았을 것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추구, 취향, 표현을 예술이라 부른다면 바로 세 사람은 그것을 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목에 걸고 피사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선 그 궤적을 담고 주변을 담았다.

허당이 말한 공깃돌 터(?) 호수바닥은 얼마나 넓은 지 한참을 걸어야 저쪽 끝까지 갈 수 있다. 반대편 끝에 서면 사람이 점처럼 아주 작아 보인다. 그들은 상당한 시간을 삼각형처럼 펼쳐져 시간을 보냈다. 그들 중 한 사람만이 호수 끝에다 영역 표시를 했노라 나중에 자랑했다. 누구라고 말 안 해도 여기서 그런 거 할 사람은 딱 한 명이니…. (허당은 속으로 아니 하필이면 왜 신들의 놀이터에다가..… 그러나 내색하진 않았다.)

어떤 돌멩이는 두 개가 동시에 움직였다. 쌍둥이였을까? 형제였을까? 엄마와 아이였을까? 가장 로맨틱한 스토리는 사랑하는 커플이겠지. 어떤 연유이건 혼자보다 둘이 나아 보인다.

   

이제 오늘의 미션은 끝났다. 차는 다시 27마일을 왔던 길로 꼬박 내려왔다. 비포장 도로가 끝났을 때 비로서 세 사람은 안심이 되었다.…….내려온 그 지점 근처에  바로 분화구가 모습을 보이고 있다. Ubehebe Crater.

Stovepipe Wells Village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이박 삼일로 왔으면서 어젠 첫 날, 오늘은 마지막 날이라며 이틀 내내 스카치에 소고기를 먹으며 수다삼매경…… 이미 집에서 나올 때 계급장도 다 떼어놓고 왔고 나이도 성별도 없다. 그저 호기심과 누가 웃기기만 하면 죽어라 웃겠다고 작정한 마음..…. 여행지에선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뭐가 그리 즐거웠을까…… 역시 블랙이었다. 스카치가 모자라자 사러 가니 마니 하다 ‘어 잠깐만” 하더니 가방을 뒤적거린다. 그러더니 휴대용 양주 병을 꺼내는 것이다. 거 왜 서양 영화에서 가슴에 품고 다니는 그거….아무도 정말 이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안에 내용물은 가득 차 있었다. 벌침이 뛸 듯이 좋아했다.

떠나는 날 아침이 되었다. 아니 새벽이다. 다섯 시 조금 넘겨 호텔을 출발해선 Sand Dunes의 입구를 찾았다. 블랙의 차는 그렇게 깔끔한데도 필요한 온갖 장비는 다 갖추어져 있다. 큰 라이트에서 헤드라이트까지…...아직 컴컴한 새벽, 블랙만이 아는 길을 찾아 사막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 때까지 비교적 점잖게 있던 허당의 심장이 갑자기 쿵쾅댔다. (“너 싸롸있냐? 응, 나 싸롸있다.”….)

허당은 혹시라도 잃어버릴까 앞에 가는 블랙을 필사적으로 쫓아갔다. 얼마나 걸음이 빠른 지 사뿐사뿐 날아다닌다. 신선의 걸음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푹푹 빠지는 모래 속을, 때론 비교적 딱딱한 모래 위를 걷고 또 걸었다. 걷는 것 만이 아니다. 모래 산을 오르기도 하고 또 내려가기도 했다. 컴컴한 사막, 동쪽 하늘의 어딘 가에선 태양이 오고 있고, 앞에선 도인이 축지법을 쓰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 이 순간이 하이라이트로 남았다.

고수는 함부로 카메라를 꺼내지 않았고 마구 누르지도 않았다. 오직 한 컷, 그 곳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눌렀다. 날씨, 시간, 지형, 테크닉, 효과의 극대화를 위한 모든 준비가 이루어지고 나서 비로서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그리고 극진한 정성이 들어간 그 한 컷이 끝나면 미련 없이 짐을 정리하고 다음 포지션으로 이동한다. 무서운 집중이고 몰입이다.

   
기다림.

이들은 태양이 떠 오를 때까지 한 자리에서 기다렸다. 카메라는 삼각대에 올려졌고 세팅도 끝났다. 이제 누르기만 하면 된다. 님이 오는 것처럼 천천히 빛이 왔다. 드디어 블랙의 큐 사인이 떨어졌다. 셧터릴리즈 소리가 아침 공기를 뚫고 퍼져나갔다. 햇살이 모래를 비추고 그림자를 만들었다. 긴장된다. 손도 떨린다. 심장은 여전히 수다 중이다. 이 순간이 지나가면 다신 오지 않는다는 걸 이 나이쯤 되면 안다. 후회하지 않는 법은 딱 하나. 몰입하는 것, 최선을 다 하는 것, 그리고 즐기는 것이다.

   

   

   

태양은 맹렬한 속도로 밤공기를 몰아내면서 진격하고 있다. 온도계는 눈으로 보이게 상승 중이다. 자칫 지체하다간 태양에 구속당할 수 있다. 블랙은 이제 나가야 한다고 눈짓을 주었다. 서둘러 짐을 꾸리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등산으로 다져진 다리는 모래 산 정도는 가볍게 넘을 수 있었다. 이들은 가볍게 데쓰밸리의 태양을 따돌렸다. 그런데 마지막 사막을 벗어 날 즈음 희한한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

벌들이 한 무리 달려오더니 이들 중의 한 명에게 달려드는 것이다. 뒤에서 자꾸 알파벳C 소리가 나길래 뒤돌아보니 온 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한 인간이 있다……셔츠를 크게 흔들며 쫓고 있는 데도 놈들은 필사적이다. 결국 크게 두 방을 쏘였다. 허당은 순간 알았다. 벌들은 신의 지령을 받고 왔음에 틀림 없어….그러나 고통 받고 있는 불쌍한 영혼을 앞에 두고 그렇게 말할 수는 없었다. 벌침이란 별명은 이렇게 탄생된 것이다.

벌침은 벌이 온 이유가 본인에게 “향기”가 나기 때문이라고 줄곧 말하고 있다…..블랙과 허당이 볼 때는 암만 봐도 “냄새”……. 보다 못한 허당이 “난 네가 어제 한 일을 알고 있어, 그래서 벌들이 그랬던 거여…...” 아무 말도 안 하도 있다가 점심 때쯤 이렇게 말해 주자 벌침은 뭐가 좋은 지 운전대가 떨어져라 웃어댔다.

오는 길에 블랙은 Trona Pinnacles(트로나지역의 뾰족한 산봉우리들) 에 데려다 주었다. 모뉴멘트밸리 축소판 같은 곳인데 길 표시도 제대로 없는 곳이다. 물론 오프로드…..또 한번 그 동안 기름값 참 많이 들었겠다고…..블랙의 끄덕끄덕…..뭔가 할 말이 참 많은 표정이다. 옆구리 찌르면 이야기가 무한대로 쏟아져 나올 사람이다.

   

아무 생각 없이 쫓아온 허당이지만 이게 얼마나 귀한 걸음인지는 알고 있다. 데쓰밸리의 더위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리더가 잘 이끌었다는 반증, 허당은 조상의 은덕이 여기까지 미치고 있다고 감사했다…… 벌침은 데쓰밸리에 몇 번이나 왔지만 모두 처음 가본 곳이라 정말 다행이었다고 인사했다. 아린 사연 많아 보이는 벌침.

엘에이 청기와에서 민어매운탕을 먹으며 해단식을 했다. 떠날 때 혼이 한번 쑥 빠져나갔던 걸 이제 다시 집어 넣는 시간이다. 식당을 나서면 다시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쏜살같이 흐른 삼일 보다 앞으로 더 빨리 세월은 흐를 것이고……..

식당에서 마신 레몬 소주의 향이 사라질 즈음 이들의 우정은 추억의 한 자리로 이동되었다.

****
주인공 삼인의 정체가 궁금할까봐, 벌침이 한 마디:
블랙: 조니워커 블랙을 좋아하는 멋진 노박사님
벌침: 여기저기 오타 찍다 벌침 두대에 신선이 된 중년
허당: 실속 만점에 허당이란 아호, 아직은 젊고 멋진 여자.

(글/사진=이은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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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20)
  글과 사진의 상승작용 곽건용 2014-09-12 10:06:49
사진이 너무 좋아서 글이 죽는 것도 아니고 글이 너무 맛깔나서 사진이 죽는 것도 아니고, 글과 사진이 서로를 더 살려주는, 그 상승작용이 하늘을 찌를 거 같은 멋진 글과 사진, 잘 읽고 잘 감상했습니다. 이제부턴 허당 님이 여행가기만 기다릴 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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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XXX.XXX.162)
  춤을 부르는 명품 댓글… Her(허實實)黨 2014-09-12 12:31:52
불금인 오늘, 엘에이가 흔들린다면 아마도 그건 멈춰지지 않는 저의 막춤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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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5)
  Devil's ~~보다 신들의 뒷마당 박제환 2014-09-09 16:44:19
저는 겨울에 연애하며 보온병에 준비해간 커피 나눠마시며 낭만적 여운을 가지고 Death Valley를 15번에서 395번으로 횡단했었는데, 이렇게 '죽음의 계곡'모습을 찐하게 독하게 처절하게 묘사하시다니..다음번 방문땐 더욱 느낌이 새로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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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XXX.XXX.179)
  박제환님 유나虛堂 2014-09-10 21:22:14
님의 글을 읽으니 제겐 다음 미션이 떠오릅니다. 빨랑 애인을 만들어 보온병에 커피를 만들어 겨울에 꼭 가봐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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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5)
  그동안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서 워낭 2014-09-09 14:12:07
어떻게 사셨나요. 아크로 좋은 거 이제 알았죠? 맘껏 풀고, 맘껏 칭찬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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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XXX.XXX.3)
  손가락보다 진짜 근질근질했던 곳은 허허(實實)당당 2014-09-10 21:17:58
등허리입니다만^^ 부족한 글, 이렇게 칭찬받아 영광입니다. 이 글 덕택에 저희 데쓰밸리팀 블랙, 벌침, 허당의 깜짝 번개회동이 어제 이루어졌네요. 역쒸 멋진 대장 블랙은 코리아 타운도 훤하게 꿰뚫고 있었습니다. 벌침은 본인의 깔끔한(?) 위상이 실추됐다며 불만이 많아 보였고요,..워낭님은 어제 잠깐 뵙고 반가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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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5)
  재밌고 색다른 여행기 이종호 2014-09-09 06:07:22
잘 읽었습니다. "햇살이 모래를 비추고 그림자를 만들었다. 긴장된다. 손도 떨린다. 심장은 여전히 수다 중이다. 이 순간이 지나가면 다신 오지 않는다는 걸 이 나이쯤 되면 안다. 후회하지 않는 법은 딱 하나. 몰입하는 것, 최선을 다 하는 것, 그리고 즐기는 것이다." 캬.,정유정 소설의 한 장면 같습니다. 은남님 소설 하나 쓰시지요. 블랙, 벌침, 허당 3인을 주인공으로 ...이번 '데스밸리' 여행기로도 이미 좋은 단편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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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53)
  어쩜 제가 듣고 싶어하는 칭찬을 허허당당 2014-09-09 09:30:02
콕 집어서 해주시네요. 돌아오자마자 명령에 의해 후다닥 일필휘지로 썼습니다만, 교정하다가 아예 이런 형식으로 장난치며 놀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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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5)
  멋진 여행 하셨어요 양민 2014-09-09 01:27:15
오선배님 따라 다니면 손해 날 일이 없죠...
짧은 여행에 흔치 않은 경험들을 여럿 하셨네요.
재밌는 글재주도 있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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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44)
  블랙은 You나Her당(堂) 2014-09-09 09:27:09
해단식 1차는 민어매운탕이었지만 2차는 더 좋은 곳이 있다고…사진 포인트 장소뿐만 아니라 2차 3차 코스까지도 꿰뚫고 있습니다. 아 벌써 이미들 다 알고 계셨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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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5)
  가기 전날까지 2014-09-08 12:26:20
갈까말까 망설이다가 포기했는데 사진과 글을 보니 후회가 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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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XXX.XXX.155)
  살까 말까 할 때는 사지 마라! younaher堂 2014-09-09 09:23:07
, 갈까 말까 할 때는 가라! 그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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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5)
  아쉽 + 부럽 JB 2014-09-08 10:36:46
옆에 같이 다닌것같은 글빨이라는데 Kong님 말씀에 동감. 같이 하지 못해 무척 아쉽고 부럽고 하네요. 같이 있었다면 나는 어떤 별명을 받았을까 몹시 궁금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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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2)
  별명은 어디까지나 her당(堂) 2014-09-09 09:19:23
그 상황에서 즉석에서 붙여집니다. 현재 이 답글만 보고 성향을 분석하자면 거칠게 다뤄줬으면 하는 원망(願望)이 느껴집니다. 다음 기회에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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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5)
  오흥조 박사님 벌침 2014-09-08 09:12:47
감사합니다. 덕분에 숨겨진 비경을 보았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하여 유나님은 초보에서 고수로 승진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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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41)
  입당허가서 Her당(黨) 2014-09-09 09:16:40
쌩초 본인을 중급 건너뛰고 고수로 올려주신 공로를 인정하여 이에 입당을 허가합니다. Her당(黨) 총수 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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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5)
  유나님... Kong 2014-09-08 08:02:41
정말 최고의 글빨입니다.
제가 직접 여행을 다녀온 느낌입니다.
특히 유나님의 '후회하지 않는 법'은 많은 것을 가르쳐주네요.

벌침님은 '영역 표시'할 때 혹시 자연스럽게 한쪽 발을 드셨는지요? ㅋㅋ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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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XXX.XXX.26)
  kong님의 칭찬에 허당 2014-09-09 09:13:05
좋아 죽습니다. 개똥철학이 그래도 약에 쓰일 수 있군요. 어제 동갑이신 쏘여사를 만났는 데 Kong님과 같은 의문을 가지셨더군요. 발을 들었는가 어쨌는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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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5)
  8월의 데쓰밸리만큼 김종하 2014-09-07 18:21:55
치명적인 매력 넘치는 글, 감사합니다. 초보 사진도 장난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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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XXX.XXX.123)
  “치명적인” 허당 2014-09-09 09:11:44
이런 형용사 유난히 좋아합니다. 표정관리 쉽지않군요^^
추천0 반대0
(108.XXX.XXX.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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