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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군대, 로마 군대, 신라 군대
[이종호의 풍향계] 병영 문제, 모병제가 답일까?
2014년 08월 14일 (목) 16:20:20 이종호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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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모병제다. 원하는 사람만 군대에 간다. 1973년부터 그렇게 됐다.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바뀐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첨단 무기의 발달로 군사작전의 인력 의존 비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징병제의 숨은 비용, 즉 강제 징집된 군인들의 스트레스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반발도 큰 요인이었다.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월남전 이후 급격히 확산된 반전사상의 영향이 컸다.

그런데 모병제에도 문제가 생겼다. 당장 적정 수의 병력을 조달하고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군대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곳이다. 언제 어느 전선에 투입될지 모른다. 한번 입대하면 4년 이상 복무해야 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중도에 포기할 수도 없다. 누가 선뜻 나서겠는가. 그러다보니 모병은 미군의 가장 중요한 작전 중의 하나가 됐다. 당연히 많은 당근도 마련됐다. 적지 않은 급여, 전역 후 취업이나 융자 등의 혜택, 심지어 영주권과 시민권까지.

이게 또 문제다. 불평등의 고착화라는 점에서다. 모병제 실시 이후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집안의 자녀들의 군 입대 비중은 현저히 줄었다. 과거 미군의 주축이던 백인 WASP(White, Anglo Saxon, Protestant)의 비중은 급감하고 그 자리를 흑인, 히스패닉, 인디언 그리고 신규 이민자들이 채우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도 이를 비판한다. "모병제는 사회 정의에 위배된다,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군대가 어떻게 정의로울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한다. 샌델 교수는 연방의회 의원 가운데 자녀가 군에 입대한 경우는 2%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 예로 든다. 뉴욕시의 경우 2004년 군 지원자 70%가 흑인과 히스패닉 저소득층 출신이었다는 조사도 제시한다.

부국강병은 유사 이래 모든 왕조 혹은 국가의 꿈이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룬 나라는 많지 않다. 오직 지도자의 애민정신과 국가로부터 '사랑받는' 백성들의 자발적 애국심이 합쳐졌을 때만 가능했다. 고대 로마는 그랬다. 로마에서 군인이 된다는 것은 자유 시민만의 특권이자 긍지였다. 변방의 작은 도시국가였던 로마가 세계를 호령하는 대제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성장 동력의 핵심도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모병제가 되고 용병제가 되면서부터 로마는 쇠락했다.

똑같은 교훈이 우리 역사에도 있다. 가장 인구가 적고 국력이 미약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일이다. 그 배경엔 국민개병제라는 총동원 시스템이 있었다. 지도층 자제들은 화랑으로 솔선수범했다. 화랑은 요즘으로 치면 군 장교다. 반면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력도 뛰어났던 백제는 그러지 못했다. 중앙군과 지방 호족의 사병으로 이원화되어 있어 유사시 효율적 대응이 불가능했다. 나당연합군의 기습 앞에 맥없이 무너진 이유다.

요즘 한국 군대 내 폭력과 관련해 병영문화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대안으로 미국식 모병제를 거론하는 사람도 슬슬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당장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방위력 유지는 필수불가결이라고 보는 여론부터 워낙 굳건하다. 차별과 불평등에 민감한 사회분위기도 장벽이다. 다른 것은 참아도 병역비리만은 못 참는 것이 한국인이다. 돈 있다고 빠지고 힘 있다고 빠지고, 징병제인 지금도 그렇거늘 모병제는 아예 드러내 놓고 그렇게 하자는 말이 된다. 국민정서가 용납할 리 없다.

부끄러운 병영문화는 개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병제는 시기상조다. 더 급한 것은 군의 명예회복이고 위상복구이다. 군 복무가 2~3년 썩다 오는 시간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 앞에 자랑스러운 특권이자 긍지로 여겨지도록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고대 로마 군대처럼, 통일을 이룬 신라 군대처럼 우리 군은 정녕 그렇게 될 수는 없을까.

이종호 (동양사 81, 언론인) *LA 중앙일보 칼럼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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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4)
  신라를 내내 약소국으로만 취급하는건 좀 그렇네요. 잠깐만 2014-12-01 22:09:09
신라는 출발이 늦었지만 끝내 백제나 고구려에 완전히 먹히지 않고 결국 일어나게 된걸 보면 기본적 영토가 넓고 비옥하며 그렇기에 많은인구를 부양할수 있었다는 잠재력이 있었다는걸 말합니다.
훗날 북방과 남방으로부터 들어온 두 김씨의 등장이후 신라는 그 잠재력이 현실화되어 연개소문때는 이미 인구나 경제력에서 고구려와 한판 붙어도 될만한 정도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북한과 남한의 상태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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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XXX.XXX.242)
  통일이 답이라는 말씀에 공감입니다. 애국심으로 군대를 가는 사람은 오늘 현재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변변 2014-08-14 06:36:41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서는 젊은 사람은 무조건 군대 갑니다. 그리고 입대 당일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군대를 피하는 사람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패널리스트들이 [가고싶은 군대를 만들면 된다] 고 이야기하자 전원책 변호사가 [세상에 가고싶은 군대가 어디 있느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고 호통을 쳤습니다. 통일이 답이라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추천1 반대1
(75.XXX.XXX.245)
  통일후에나... 이종호 2014-08-14 06:10:14
모병제는 일단 돈이 더 들겠지요.하지만 모병제 지지자들 견해로는 현재 60만 병력을 35만 정도로 줄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하네요. 그렇지만 먼저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비용대비 효용도 의논이 되겠지요. 그저께 어떤 장군이 TV에 나와 현재로서는 모병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남북통일이 되면 그 때는 모병제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장교는 일부 모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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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53)
  이상적으로는 김종하 2014-08-13 23:32:12
통일이 답이겠지요. 근데 현실적으로는......
추천1 반대1
(107.XXX.XX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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