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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벌식 애용자를 존경하는 이유는
[공총의 e-세상] 변하지 않는 게 없는 e-세상
2014년 07월 28일 (월) 14:42:13 공성식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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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아이폰에서 세벌식 한글이 지원되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을 하는 선배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글 자판 배열을 자음과 모음의 두 벌로 나눈 것에 비해 초성, 중성, 종성의 세 벌로 나눠 과학적으로 배치해 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세벌식 자판을 애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실적으로 소수인 세벌식을 고집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남의 컴퓨터를 잠깐이라도 사용하려면 키보드 환경 설정부터 바꿔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벌식 사용자들은 '올바른 방식'을 고집하는 일종의 원칙주의자들이다. 그래서 나는 세벌식 자판을 사용하는 분들은 처음 만나는 사람일지라도 무한한 신뢰와 호감을 갖는다. 비록 현실주의자인 나는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러니 더더욱 그런 분들을 존경할 수밖에...

   
세벌식 자판.

컴퓨터 산업은 20세기 내내 꾸준히 발전해 오다가 21세기를 맞이하기 직전에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이에는 통신 산업과의 결합이 큰 몫을 했다. PC와 Mac 등 중구난방으로 난립해 있던 컴퓨터 산업과 달리 통신 산업에는 '표준 규약(프로토콜)'이란 게 있다. 이 규약을 따르지 않으면 참여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모든 참여자가 규약을 따르다보니 수가 늘어날수록 유용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전화기를 혼자 갖고 있으면 유용성이 0이다. 두 사람이 갖고 있으면 1개의 채널이 생겨 유용성이 1이 된다. 세 명이 갖고 있으면 유용성은 3이 된다. 다섯 명이 갖고 있으면 채널은 10개로, 열두 명이면 채널은 66개로 급상승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Metcalfe의 법칙이다. Metcalfe는 네트워킹의 근간이 되는 이더넷을 만든 사람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통신 산업이 20세기의 총아인 컴퓨터에 날개를 달아주었으니 불과 20년 만에 세상이 하나로 연결되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그 이전의 것과 완전히 달라진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나와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이런 엄청난 변화를 몸소 겪은 역사적인 세대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이다.

인터넷 초기인 1990년대에 브라우저 전쟁에서 넷스케이프를 물리친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점 체제를 이용해 HTML 표준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방식으로 나갔다. 그러나 넷스케이프의 상속자라 할 수 있는 파이어폭스와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강자인 구글이 만든 크롬이 득세를 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결국 자체노선을 버리고 표준을 따르는 쪽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나 같은 웹 개발자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많은 사용자들이 아직도 예전 방식의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표준과 함께 비표준도 지원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은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유튜브 등 영향력 있는 사이트에서 비표준 브라우저의 지원을 끊는 등 퇴출 운동을 벌이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적극적으로 브라우저의 업데이트에 동참해 표준이 대세로 자리 잡아 한시름 놓은 상태다. 마이크로소프트 편중 현상으로 아직 방향을 못 정해 갈팡대는 한국의 인터넷 정책이 시대에 잘 적응해 나가길 바란다.

이런 혼란을 겪어본 탓인지, 브라우저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HTML 표준을 정함에 있어서 기존의 HTML4와 달리 HTML5는 좀더 안전하면서도 실용적인 방식을 택했다. 확정된 표준안을 미리 정하는 대신 임시 방안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그것을 현실에서 적용해 본 후 새롭게 수정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이미 HTML5가 현실에서 사용되고 있으나 표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제대로 된 표준을 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면서도 어려운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을 지켜보며 내 스스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미 한번 자리 잡은 것을 바꾸기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세벌식 애용자 분들, 포기하지 말고 더욱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은 결국 바뀌는 거니까요."

공성식 (경영 89, 관악연대 전 총무, 디자인 프레미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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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4)
  존경받고싶은 1인 추가요 김기택 2015-01-28 23:28:01
늙은이가 지나다가 눈이 번쩍 뜨여서 들어왔습니다. 저도 세벌식 쓰거든요. 공박사님의 글에 공감하여 그분 생존시 한글문화원에 직접 찾아갔지만 감기로 안 나오셔서 못 만나고, 당시 연구원으로 계시던 박흥호 선생(나모 웹 개발자)에게서 공박사님 자서전과 기타 참고자료만 받아왔는데, 다다음해에 돌아가셔서 영영 못 만나고 말았지요. 그분 덕에 평생 세벌식 사용자랍니다. 공박사님을 존경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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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XXX.XXX.41)
  공총의 명언을 기대하며 pch 2014-07-29 16:49:03
공총님의 e세상 시리즈는 독특한 재미가 있읍니다. 이과 하신 분이 이렇게 글을 잘 쓰면 문과 나온 사람은 어떡하라구...계속 호기심가는 Topic으로 들고 나오실 것을 기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명언중에 Einstein의 " Science without religion is lame, religion without science is blind" 그리고 Steve Jobbs의 " Stay hungry, stay foolish " 가 있읍니다. 공총도 언젠가 멋진 명언을 남기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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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XXX.XXX.179)
  칭찬 감사합니다. Kong 2014-07-30 05:18:42
그런데 저 이과 아니고 문과 출신이예요.^^
경영학 전공하고 졸업후 제가 좋아하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었어요.
순전히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습득했죠.

제가 그다지 글을 잘 쓴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만 이렇게 격려를 해주시니 힘이 솟습니다.
명언은 말 자체도 중요하지만 누가 했느냐에 따라 힘이 실리는 것 같아요.
우선은 아인슈타인이나 스티브잡스 같은 사람이 먼저 돼야 하는데, 갈 길이 머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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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XXX.XXX.19)
  나도 세벌식 좋아하니 박변 2014-07-28 16:54:34
공 총 나도 존경해줘요...(하도 존경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존경받아야 ㅋㅋ). 나도 누구 얘기하는지 알았슴. 그건 그렇고 공병우 박사님은 그
공 자 란 말이죠? 처음 알았습니다. 많이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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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41)
  존경합니다.^^ Kong 2014-07-28 21:13:53
공병우 박사님을 그냥 우리 집안 어른이신 걸로 착각하게끔 놔둘 걸 그랬나봐요.ㅎㅎ
'공안과'가 워낙 유명해서 그런지 이 분 모르는 분은 별로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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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XXX.XXX.19)
  다이노사우루스 도달 2014-07-28 15:35:35
세사에 다이노사우루스도 키워야 되는데 돈이 안되네요.

도달은 오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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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41)
  또 틀렸네 또 도달 2014-07-28 15:36:29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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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41)
  혹시 Kong 2014-07-28 16:10:20
세벌식 한글자판 연습중이신가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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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XXX.XXX.82)
  공병우 박사님 olf 2014-07-28 07:53:10
세벌식 자판 만드신, 우리나라 10대 고집쟁이 6위 공병우 박사님,
공총님 집안 어르신이시군요! "자판이 훈민정음과 사맛디 아니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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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228)
  저도 Kong 2014-07-28 10:40:00
한때는 공병우 선생님이 저희 집안 어른이신 줄 알고 자부심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공병우 선생님의 성함은 한자로 公炳禹입니다.
'공'씨가 희귀한 편인데 그 중에서도 '公'을 쓰는 사람은 더더욱 희귀합니다.
저는 孔子의 후손이구요.
저희 집안은 그다지 고집이 세지는 않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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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XXX.XXX.19)
  한글 세대의 굴욕 olf 2014-07-28 11:33:21
아, 그런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군요!
한문을 제대로 안 배운 저의 오해였습니다.ㅠㅠ
공자님께서는 인의예지신을 고집하셨던 걸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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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228)
  15~16년전 김종하 2014-07-27 22:07:51
처음 HTML를 배울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상이 이렇게 바뀔 줄이야...
저도 세벌식 애용하시는 그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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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XXX.XXX.123)
  그 세벌식 애용자분 Kong 2014-07-28 10:40:38
누구인지 금방 아시나봐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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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XXX.XXX.19)
  주위에 2014-07-28 13:06:28
세벌씩 쓰시는 분 딱 한 분 밖에 없어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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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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