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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튀기지만 장면 장면 그림이 환상적인
[박변의 영화 내멋대로 보기] 19. The Warrior's Way
2014년 07월 24일 (목) 12:43:50 박준창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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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식체와 몸살 두 가지가 동시에 찾아와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내내 잠만 잤다. 그러다 밤늦게 일어나 TV를 켰는데 한국배우 장동건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한국배우가 나오길래 그냥 봤는데, 이 영화 cinematography가 기가 막히고 숨을 막히는 압권! 배경 장면들이 그림보다도 더 예쁘고 화려하고, 밝은 색채와 빛, 내가 좋아하는 색깔들의 절묘한 결합으로 still cut 하나하나가 예술이라 할 만하다. 꼭 배경 장면들만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노란 색감이 많아 밝고 화려하다. 영화의 주조가, 칼과 총에 의한 낭자한 피의 대량 살육인데도, 색감은 따뜻하다.

   

영화는 동양의 무협 (복장으로 보아 일본인듯) 과 서양의 서부시대 건 파이팅(gun fighting)의 결합인데 이러한 시도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70년대에 미 서부 배경으로 도시로 미후네, 알랑 들롱, 찰스 브론슨 주연의 ‘레드 선(Red Sun)’ 이란 영화가 있었고, 2000년대엔 일본을 배경으로 탐 크루즈 주연의 ‘마지막 사무라이(The Last Samurai)’란 영화가 이미 있었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단순하다. 아시아의 어떤 곳(위 말한 대로 일본 같다), 공허한 눈매의 주인공 ‘양(장동건 분)’의 삶의 목적은 하나, 최고의 무사가 되는 것. 그러기 위해 500년이나 싸워 온 라이벌 무림 최고의 무사를 물리치고 진정 그가 최고의 무사가 된다. 하지만 착한 심성의 그는 마지막 남은 숙적의 2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 아기를 죽이지 못한다. 그 때문에 그는 자신이 속한 조직 Sad Flute의 배신자로 전락하고 그 조직의 제거 대상 1호가 된다. 그는 미국 서부로 친구를 찾아 그 아기와 함께 떠난다.

그가 도달한 곳은 알려지지 않은 서커스 공연이 주업인 작은 마을. 그런데 친구는 그곳에 없다. 그는 그곳에 사는 백인 여자 Lynne(Kate Bosworth 분)의 제의를 받아 들여 그녀가 운영하는 세탁소에 노동을 제공하고 이익을 나눠 가지기로 한다. Lynne은 몸과 마음에 다 아픈 상처가 있는 불행한 여인. 악당의 손에 부모와 동생을 잃은 그리고 복수의 날을 기다리며 희망 없는 삶을 살아가는 여자. Lynne은 복수를 위한 검술을 양에게서 배우는데 별이 밤을 삼켜 버릴 정도로 총총한 밤하늘 모래 언덕위에서 두 남녀의 검술 교습은 사랑놀음이기도 하다. 이 별밤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 중의 하나.

마음씨가 선한 양은 꽃도 가꾸는데 이 꽃밭도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넓지 않은 정원에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해 있는데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End credit에 보면 정원 담당자의 이름이 나오는데 제작비 중 얼마가 이 화단 가꾸는데 들어갔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나 그의 배신의 과거는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그를 그냥 버려두지 않는다.  Sad Flute 조직 일본 무사들은 검의 냄새 하나 만으로 그를 찾아 태평양을 건넌다.

또 한편 이 마을에는 .과거 Lynne에게서 부모와 동생을 앗아갔던 악당의 무리가 다시 들어온다. 악당의 우두머리는 현직 군인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그는 대령으로 불리운다. 이 자가 Lynne을 겁탈하려다 Lynne이 끼얹은 뜨거운 물에 얼굴에 화상을 입고 실패한다. 그래서 그는 일가족을 다 죽였지만 죽은 줄 알았던 Lynne은 살아난 것. 대령은 일그러진 얼굴을 감추려 그때부터 가면를 쓰고 다닌다. Lynne은 대령을 죽이려 하지만 실패하고, 그녀를 알아 본 대령에 의해 도리어 능욕의 위기에 처한다. 이때 오랜만에 빼어 든 칼로, 양은 그녀를 구해준다.

하지만 진정한 위기는 이제부터. 도망가는 대령을, 그동안 수련한 칼 던지는 기술로 죽이고 보니 죽은 자는 대령의 가면을 쓴 그의 심복 부하. 대령이 가만있을 리가 없고 마을은 공포에 빠진다. 하지만 별명이 당구공 ‘8 bal’인 용기 있는 난장이의 설득으로 악의 무리와 맞서 싸우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술주정뱅이인 줄 알았던 Ron이란 자가 과거 대단한 무법자 총잡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과거 사랑했던 여인이 총을 맞고 죽어가며 한 부탁 때문에 총과는 인연을 끊었지만 결국 그는 총을 잡게 된다. 마을 사람들은 Ron의 지휘로 폭약 다루는 법과 총쏘는 법 훈련을 받고 결전의 날을 기다리는데…

양은 그를 죽이러 오는 일본 무사들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까봐 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지 갈등한다. 하지만 8 Ball의 설득으로 마을에 남아 마을 사람들을 돕기로 한다. 마침내 그 날은 다가와 대령은 엄청난 숫자의 총잡이들을 데리고 마을을 침공한다. 양이 빼어든 칼 냄새를 맡은 Sad Flute 조직 일본 무사들도 마치 하늘에서 공수부대 내려오듯 사뿐사뿐 건물들 위로 하나씩 포진한다. 일본 무사들의 건물 착지 장면도 압권이다. 뾰족한 검은 삼각 삿갓, 검은 복면, 검은 옷, 온통 검은 색의 검객들이 skyline을 배경으로 날아 내려 서있는 장면은 지구를 침공하는 외계인 같기도 하고, 로봇 같기도 하고, 박쥐 같기도 하고, 곤충 같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 눈과 얼음의 백색 땅에서 닌자들이 얼음을 깨고 물 위로 치솟는 장면도 기억될 명장면.)

   
Skyline을 배경으로 착지해 있는 닌자들. 내가 못 그려서 그렇지 영화 장면은 훨씬 멋있다.

다음부터의 스토리 전개는 말 안 해도 뻔하다. 피비린내 나는 1대 다(多) 닌자들과의 칼싸움. 우두머리 Saddest Flute와의 1대1 대결. 그리고 밝혀지는 그를 죽이러 온 Saddest Flute과 양과의 관계와 정체.

이 영화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은 앞서 말한 대로 그림보다 아름다운 장면 장면들이다. 첫 장면 결투 장면부터 몽환적인데 마치 머리가 없는 듯한 닌자들이 물속에서 튀어 나와 양과 결투를 벌이는 장면, 대나무 숲에서의 결투, Saddest Flute가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오는 장면, 서부 마을에서의 닌자들과 양의 결투 장면, 석양 속에서 나누는 Lynne과 양의 대화 장면.  밤을 배경으로 한 검술 지도 장면, 양과 Saddest Flute와의 빗속에서 밤으로 이어지는 결투 장면 등 거의 모든 장면이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다. 이런 장면들은 아름답고 몽환적이며 science fiction 같기도 하다. 몇 초간 그냥 보고 지나가기에 아까워 slow video 로 보고 싶은 장면들이다. 도대체 누가 촬영을 했나 싶은데 뜻밖에도 end credit에 나오는 이름을 보니 한국 사람이다. Oscar의 Cinematography상은 당연히 이 친구가 받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족 두어 가지. 주연을 한 장동건 영어 발음 별로 나쁘지 않다. 대사가 얼마 안 되는데 의도적이든 아니든 사실적이어서 좋다. 그 시대 갓 일본에서 온 동양인이 무슨 영어를 그렇게 잘 했겠는가? (그만큼 알아듣고 말한다는 것 자체가 과장이겠지만 말이다.)

한국, 뉴질랜드 합작 영화인데 감독도 한국인이다. 다만 제작비의 4분의 1 정도만 건질 만큼 흥행에는 참패했단다. 안타깝다.

스토리나 연기나 그런 것을 추구하는 분들에겐 재미없다. 하지만 아름다운 장면 장면을 즐기고 싶다면 강추한다.

박준창 (영문 79,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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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3)
  제가 꼽는 영화 기준 Shin 2014-07-26 17:36:24
첫번 째가 그건데요. 글로나마 즐거이 감상하였네요.
추천0 반대0
(129.XXX.XXX.109)
  대나무 숲에서의 결투라... pch 2014-07-25 16:18:53
일본의 시퍼러둥둥한 대나무숲을 배경으로 한 결투장면은 상상만 해도 시원한 그림이 그려질 듯...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들...80년대에 Little Tokyo Yaohan Plaza 꼭대기에 일본영화 ( 특히 문화영화 )만을 상영하는 상영관이 있었는데, 그때 보았던 일본의 문화영화들이 생각나는군요
추천0 반대0
(104.XXX.XXX.179)
  그림보러 가야겠네요. 오달 2014-07-25 13:30:39
옛날 아끼로 구로자와의 "몽"이라는 영화가 있었는데
정말 그림이 환상적이었습니다.
벛꽃이 우수수 우수수 떨어지는 장면,
거기서 가마타고 시집가던 여자 얼굴이 생각나네요.
근데 그여자가 나중에 구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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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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