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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방치된 ‘깨진 창’들 정비돼야
[공총의 e-세상] 챌린저호와 세월호 참사
2014년 05월 01일 (목) 16:18:56 공성식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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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1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염원을 가득 싣고 쏘아올려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불과 73초만에 공중에서 폭발하고 말았다. 그 사고로 7명의 승무원 전원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TV로 생중계되어 많은 사람들이 그 비극적인 모습을 라이브로 지켜봤다.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나에게도 그 모습은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아직도 당시의 두려웠던 느낌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최근 얼마 간 우리는 챌린저호 폭발 때보다 몇 십 배나 더 고통스러운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이번에도 라이브다.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것도 고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이 물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광경을 일주일 이상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으니 이처럼 괴로운 일이 또 있을까?

거의 30년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챌린저호 사건과 세월호 사건이 자꾸 오버랩된다. 'O링'이라는 작은 부품의 문제로 폭발한 챌린저호의 경우 인재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기술 결함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것은 로켓 사이언스 아닌가? 몇 년 전, 한국도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다가 실패를 거듭했을 때, 안타까워할지언정 고난도 기술의 장벽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인간적으로 최대한 노력했으나 기술적으로 안 되는 것은 동정의 대상이지 비난의 대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세월호 사건은 백번 양보해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재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눈속임 운영, 부실한 관리 등 어느 것 하나 인재가 아닌 것이 없다는 사실에 분개하고 만다. 게다가 사건이 발생하고 난 후의 대처방식은 더욱더 가관이다. 마치 처음 당한 일인 양, 우리는 또 한 번 놀란다.

범죄학 분야에서 나온 '깨진 창(Broken Window) 이론'이란 게 있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사소한 문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나는 이번 세월호도 이런 깨진 창 현상이 극에 달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막으려면 평소에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절대 방치하면 안 된다. 구명조끼가 제대로 구비되었는지, 안전수칙들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등을 철저히 확인하고 감독해야만 한다. 만약 그랬다면 아무리 불운해도 이렇게까지 어이없는 사고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명정 하나쯤 작동 안 해도 별일 없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이 점점 자라 결국엔 46개 중 제대로 작동하는 구명정이 1개밖에 없는 최악의 상황에 치달은 것이다.

내 직업인 프로그래밍의 세계에도 깨진 창 이론은 똑같이 적용된다. 프로그램에 있는 사소한 '버그'들을 한 번 방치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도저히 구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오고야 만다. 코드의 작명법이나 띄어쓰기 스타일 등 사소하게 보이는 원칙들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대개 실패로 끝난다. 그래서 이 분야에 경험이 많은 전문가라면 코드의 일부만 훑어보고도 실패를 감지할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뛰어난 프로그래머일수록 그런 사소해 보이는 원칙들을 사수하기 위해 거의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집착한다.

비행기는 그 속성상 꽤나 위험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데는 아무리 사소한 항공사고라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는 마인드가 큰 몫을 했다. 일단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이를 아주 심각한 상황으로 인식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 팀이 만들어진다. 이 팀에 의해 철저하게 규명된 문제점은 전 세계 항공사에 바로 알려져 똑같은 사고의 재발을 방지한다.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면 항공 산업에서는 어떻게 대처했을까?

한국 곳곳에 방치된 깨진 창들이 하루 빨리 정비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맘 놓고 즐거운 수학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2의 딸을 둔 아빠로서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이다. 아직 30년쯤 더 기다려야만 가능한 것일까?

공성식 (경영 89, 관악연대 전 총무, 디자인 프레미스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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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9)
  cutting corners 오달 2014-05-02 06:54:31
코너를 제대로 돌지 않고 자꾸 깍아먹다 모면 모서리가 없어져 버리죠. 그 부서진 모서리들이 많다보면 원형이 없어지고. 원형이 없어지면 제 역할을 못하고... 그래서 크게 터진거죠. 깨진 유리창이 많다 보면 벽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하늘이... 공총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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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XXX.XXX.123)
  역시 Kong 2014-05-02 08:25:04
오달님으로부터 또 영어 표현 하나 배우네요. 감사합니다.
추천0 반대0
(162.XXX.XXX.19)
  그들만의 안전신화 ㅇㄱㅋ 2014-05-01 15:35:42
경제규모 무려 세계 탑텐의 한국이 부패한 후진국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돈의 가치가 사람을 앞서고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총체적인 주먹구구가 민주주의를 대신할 때,
얼마든지 되풀이될 수 있는 일... 상식으로는,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해해줄 수 없는 일이네요. 세월호가 한국형 후쿠시마로 수천 배 증폭될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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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228)
  한국형 후쿠시마라... Kong 2014-05-01 17:18:29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시나리오입니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리고 정비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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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XXX.XXX.19)
  창문 한두개가 아니라 전부 깨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어디부터 손을 봐야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러나 개개인이 주어진 일을 성실히 하다보면 깨진 창 없는 날도 결국은 오겠지요. 변변 2014-05-01 12:26:37
지도자를 키우자면, [사랑] 과 [신뢰] 가 필요합니다. 가족과 동료들이 선장을 위해서 생일에 조그만 케익이라도 사서 그의 삶을 축복해주고 그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주었다면 상황이 달랐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랑과, 관심과, 축복과, 신뢰가 있었다면 선장은 평소에 happy 한 사람이고 다른 사람들 (자식들, 손주들, 친구들) 의 목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시킬 줄 알게 됩니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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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145)
  아,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군요 Kong 2014-05-01 12:45:20
저로서는 처음 접하는 생각입니다.
듣고보니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자신이 행복해야 남을 위한 희생도 할 수 있겠군요.
추천0 반대0
(99.XXX.XXX.185)
  전문 분야가 있으면... 이종호 2014-05-01 09:24:33
글도 훨씬 설득력이 있지요. 그것을 바탕으로 풀어내는 것이니까. 일반인들이 몰랐던 얘기도 나오고...반면 책상에 앉아 머리만 굴려 써 내는 글은 한계가 있습니다. 현장 냄새 없는 공허한 글이 되기 쉽고....신문에 실리는 많은 정치인, 교수, 언론인들의 글이 그럴 위험이 항상 있지요. 저부터 고민해야 할 화두가 아닌가 합니다. 공총의 글은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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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XXX.XXX.3)
  부끄럽습니다 Kong 2014-05-01 12:46:18
허접한 글을 좋았다고 해주시니 어쩔 줄 모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0 반대0
(99.XXX.XXX.185)
  알맹이 없이 변죽만 울리는 글 Kong 2014-05-01 07:58:35
저는 주로 신변잡기류의 가벼운 글만 쓸 줄 압니다.
이런 우울한 때에 그런 글을 쓰는 것은 마땅치 않다고 생각되어 망설였는데
중앙일보와의 약속 때문에 마지못해 글을 쓰다보니 어줍잖은 글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런 무거운 내용의 글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랍니다.
추천0 반대0
(162.XXX.XXX.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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