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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할 거냐구? 당근이지요”
철벅지 대사부, 2014 산악자전거 50마일 라이딩 참가기
2014년 04월 28일 (월) 16:31:46 송정우 기자 acroedi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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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4/26), OC에서 열리는 50마일 라이딩에 참가했다. 올해로 8회째... 이제껏 네 번 참가했나? 근데 제대로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첫번짼 산악잔차 시작한지 일년 쯤 후 뭣 모르고 참가했다가 고생고생하면서 겨우 겨우 마쳤다. 그땐 50마일 탔다는 뿌듯한 자부심은 있었지만 몇 시간 내에 들어 왔는지 기억도 확실치 않다. 나머지는 철벅지 멤버들과 함께 했는데, 모두 중간에 탈진해 cutoff time내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종착점에 돌아와 보면 행사 요원들은 다 철수해 있고, 언제 그런 게 있었냐는 듯이 행사장은 조용하기만 했었다.

가끔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그냥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나의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진다. 올해로 산악잔차 시작한 지 8년째... 그동안 많이 튼튼해진 걸 느낀다. 오히려 20대 때보다 더 튼튼해졌다고 하면 어불성설일까? 그 당시에 나는 건강검진 할 때 피를 뽑고 나서 졸도했던 악몽 같은 기억이 있다. 세상이 다 끝나 버린 것 같던 그 악몽… 그때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었다. 그러다 나중에 발견한 산악자전거… 이것을 하면서 내가 예전의 내가 아니게 되어 있는 걸 느낀다.

산악자전거는 지금 나의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산악잔차는 내게 건강을 주었다. 그리고 자유도 주었다. 산에서 하이킹할 때 마다 느끼는 궁금증 내지는 답답함, 이 길의 끝은 어딘가, 이 길은 어디로 이어질까. 산악잔차가 이런 데서 벗어 날 수 있게 해 주었다. 하이킹으로 50마일을 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나도 이런 미친 짓 같은 산악잔차를 즐기게 되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 어쩌다 들렸던 산길에서 상상도 못했던 힐을 잔차로 올라가는 라이더를 보고는 ‘세상에,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감탄했었다. 그때부터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익히게 된 테크닉, 그것과 더불어 체력도 점점 늘어갔다. 지금은 예전에 비해 얼마나 늘었나, 어디까지가 나의 체력의 한계인가 궁금해진다.

올해도 찾아 온 50마일 라이딩 행사… 참가할까 말까 좀 망설였다. 사실 요새는 체력적인 면보다 테크닉 쪽으로 관심이 많이 기울어서 체력에 치우친 크로스컨트리는 별로다. 그래도 체력이 궁금해진다. 망설이다 마감 이틀 전에야 등록을 마쳤다. 다음은 준비… 뭐 잘 쉬는 것 말고 따로 할 게 있나?

당일 아침 일찍 서둘러서 출발지로 향한다. 전날 비가 와서 좀 걱정이 된다. 산길이 엉망일 텐데… 행사가 열리기는 하는 걸까? 도착해보니 모여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 번호표 받아드니 789, 음, 나쁜 번호는 아니군... 근데 생각보다 뒷 번호네? 800명 정도 참가했다는 건가? 둘러보니 800번 넘는 번호들도 보인다.

드디어 출발.

그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와 함께 미끄러져 간다. 시작하자마자 만나는, 전날 비로 인한 물 웅덩이… 그냥 건너는 사람, 내려서 걷는 사람, 행렬이 아주 느려진다. 예전 경험으로 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산길에선 언제 있었냐는 듯이 드문드문 흩어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나지막한 업힐이 시작된다. 다들 쌩쌩 잘들 달린다. 추월하고픈 유혹을 느끼지만 참는다. ‘50 마일이야… 갈 길이 멀어... 체력을 아껴야 돼. 게다가 이른 아침이라 웜업도 덜 되었잖아.’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드니 이제 다들 진면목을 보이기 시작한다. 초반 업힐인데도 태반이 걸어서 올라가고 있다. 나는 보란 듯이 그냥 잔차 타고 오르면서 다 제낀다. 범상치 않아 보이는 한 아줌씨가 보인다. 나랑 타는 페이스도 비슷하고... 이 아주머니를 페이스메이커로 삼고 가야지. 어, 근데 옆에서 타는 좀 허접해 보이는 한 아저씨가 보인다. 아 커플이었어? 아줌씨가 아저씨를 리드하고 있다. 그냥 제끼고 달린다.

또 다른 긴 업힐. 이 길은 말이 아니다. 어제 내린 비로 온통 진흙탕. 모두 걷고 있다. 난 그냥 타고 오른다, 보란 듯이 내 능력을 과시하면서… 사진사가 연속 셔터를 눌러 댄다. 렌즈가 내게만 향해 있는 걸 느낀다.

   
대회 사진사의 연속 셔터가 잡아낸 대사부의 멋진 라이딩. 길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업힐에서 제끼고, 다운힐에서 제끼고, 쉬는 곳도 쉬지 않고 통과… 무지막지하게 달린다. 이 페이스면 한 5시간 반이면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계기판엔 2시간 만에 19마일. 별로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앞에 가는 한 처자도 고속 패스 하고 바로 업힐에 돌입. 아뿔싸 페달이 헛돈다. 불길한 생각이 들어 밑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체인이 끊어져 있다. 제길… 체인 수리하고 있는 데 수없이 묻는 ‘Are you OK?’, 지나쳐 가는 수많은 라이더들…

체인 망가진 부분 떼어내고 이어 붙이려는 데 함성소리가 들린다. 오 마이 갓... 이게 사람이더냐 짐승이더냐? 반대 방향으로부터 오고 있는 한 라이더… 벌써 반환점을 돌아오는 사람이 있단 말이냐? 그럼 뭐야? 저 사람은 한 30마일을 2시간 만에 탔다는 거야? 어떤 처자가 ‘Animal!’ 이라고 소리치는 게 들린다. 그때서야 깨달았다, 한국에서 짐승돌 어쩌고저쩌고 하는 게 영어에서 유래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을.

저런 페이스면 3시간 반!!! 난 몇 시간에 끊을 수 있을까? 고개를 넘고 또 넘고, 달리고 또 달리고… 한 35마일 왔는데 4시간, 이런 페이스면 5시간 반 정도면 될 것도 같다. 이어지고 이어지는 고개, 고개들... 이제 내 다리에도 피로감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기어를 최대한 낮추고 버텨본다. 나지막한 오르막. 약간의 통증이 허벅지 안쪽으로 오는가 싶더니 다리가 뻣뻣해진다. 쥐가 방문하셨구나. 젠장, 아직 10마일이나 남았는데… 멈추고 스트레칭 후 출발… 다시 업힐... 또 몰려오는 다리 통증... 다시 스트레칭… 출발… 점점 통증 부위도 넓어져 간다. 허벅지 안쪽에서, 무릎 안쪽, 종아리. 오른쪽 다리에서 왼쪽으로… 예전에 이렇게 심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좌우간 스트레칭, 출발…. 쉬는 곳에 도착한다. 이제 한 4마일만 가면 되겠지.

테이블에 있는 바나나 집으면서 옆을 보니 절망감이 밀려온다. 4마일만 버티면 될 줄 알았는데, 거기 붙여 있은 마일리지 표시판에 의하면 무려 7마일이나 남아 있는 게 아닌가? 이런 씨X. 이 넘들 마일리지 표시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나중에 안 일이지만 주최 측의 전체 마일리지 발표에 오차가 있었다.)

앞으로 넘어야 할 고개들, 생각하기도 싫다. 평소 같으면 업힐을 즐겼을 고개들이지만 이제 제발 누가 트럭에 태워줬음 좋겠다. 마누님보고 차 갖고 실으러오라고 할까, 별별 생각을 다 해본다. 또 다시 출발. 고개 막에 도착하니 한 무리가 쉬고 있다. 다들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쥐, 제발 찾아오지 말라고 스트레칭 후 업힐… 고개 중간에서 다시 몰려오는 통증. 걸으면 좀 나아질까? 그래 그냥 걷자. 다리가 풀려서인지 오히려 걷기가 더 힘들다. 차라리 타고 가자..., 페달링 또 페달링…, 스트레칭 또 스트레칭. 전진 또 전진….

   
대자연을 달려가는 대사부. 멋진 한 폭의 그림.

드디어 종착점에 도착했다. Food Section에 들려 맥주부터 찾았다. 맥주가 탈진한 몸에 원기를 불어 넣을 것 같다. 50마일 마치고 음미하는, 햄버거와 함께 하는 시원한 맥주맛!... 이제 좀 살 것 같다. Cutoff Time 보다는 훨씬 여유롭게 들어 왔지만, 올해는 혼자 맥주를 마신다. 예전에 같이 헸던 멤버들이 그립다.

그렇게 올해의 50마일을 마쳤다. 7시에 출발해서 2시에 들어 왔으니 총 7시간. 35마일까지는 4시간 남짓, 나머지 시간은 나머지 16.5마일을 버티느라(?) 쓴 셈이다. 모두 51.5 마일에 Elevation Gain 6,030feet. 주최 측 숫자는 49마일에 5,200 feet. 다들 의아해 했다, 너무 차이가 난다고.

내년에 또 할 거냐구? 아마 하게 될 것 같다. 고생했지만 재밌다. 의미가 있다. 이걸 계기로 내 능력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안다. 우물 안을 벗어나 겸손을 배운다. 더 정진하기 위한 계기로 삼는다.

딴 사람에게 권할 거냐구? 아니다. 50마일은 너무 멀다. 충분한 장거리 라이딩 경험과 준비가 없이 섣불리 달려들지 말라.

송정우 (물리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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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기사의견(17)
  역시 대단 박변 2014-05-01 16:16:05
난 왜 더 실력이 저하되고 있죠? 50 마일은 커녕 5 마일도... 대사부 홧팅!!
추천0 반대0
(108.XXX.XXX.241)
  이제 잔차 고칠 줄도 아시는 박변님! 송정우 2014-05-02 22:10:35
기계치도 기적같이 벗어나셨는 데 이제 잔차도 다시 늘기 시작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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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XXX.XXX.72)
  역쉬~ 울 대사부님 짱!!! 이권병 2014-04-29 17:06:48
대사부님의 도전정신은 정말 끝내줘~~^^ 대단혀~!!! 내 혀가 입밖으로 쭉 나온 거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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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XXX.XXX.142)
  그런꿈 버려라, 더살고 싶음! 허갱년 2014-04-29 16:52:35
그랫었는데, 내년까지만살자.도전해보자,내년에!! 도와주세여,대사부님.부럽고 자랑스럽고 축하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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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XXX.XXX.195)
  저도 조만간.. 김영주 2014-04-28 21:03:04
언젠가 저도 꼭 도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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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XXX.XXX.78)
  축하해 이병철 2014-04-28 17:03:13
그저 존경한다는 말 밖에. 완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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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XXX.XXX.14)
  마라토너가 더 잘 아실 테지만 송정우 2014-04-28 19:41:40
장거리는 가볍게 볼게 아니더라구요. 단거리에서 깝죽대는 것과의 차이를 확실히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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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11)
  존경합니다. 양민 2014-04-28 10:33:02
다음에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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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XXX.XXX.8)
  다음엔 같이 송정우 2014-04-28 19:34:25
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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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11)
  선배님, 고생많으셨습니다. 정세욱 2014-04-28 09:42:42
비온 다음날이면 코스가 안봐도 안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데, 고생 많으셨네요.
Animal 이라는 표현은 회사 라이딩에서 한 백인이 자주 쓰더라고요. 맴버들 반 이상이 이민 1세들이라 저도 그 표현을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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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11)
  weekly 100 miler 에게는 강추. 송정우 2014-04-28 19:29:09
아마 시작하자 마자 Animal 소리 들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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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11)
  송50 대사부님! 이상대 2014-04-28 08:39:30
고통을 이긴 고독한 질주의 완성, 도전하는 인생은 아름답습니다. 축하!
추천0 반대0
(96.XXX.XXX.31)
  예전 Sweeper 만났던 곳 송정우 2014-04-28 19:24:19
그 자갈길 기억 하시는 지요. 거기에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쥐 풀려고... 탈진 상태에선 쉬운 데가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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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XXX.XXX.11)
  Animal !! JB 2014-04-28 08:09:58
16마일을 쥐와 사투를 벌이며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뿐. 그런 대사부야말로 Anima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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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XXX.XXX.22)
  잔짜 Animal 들은 송정우 2014-04-28 13:22:08
그 현장에 있었으면 보고도 믿기지 않았을 거예요. 저거 Short Cut으로 돌아 오는 거 아냐? 하는 의심이 드는 데,,, 그런데 그 뒤를 이어 한 무더기. 그 체력, 그 스피드.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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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XXX.XXX.230)
  허걱, 벌써? 송정우 2014-04-28 00:20:21
빠르기도 하셔라. 보내자 마자 째깍 게재하는 신공을 발휘하시네. 사진 없이 보내서 찝찝했는 데, 예전 사진 찾아 내는 기술 또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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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XXX.XXX.72)
  산악으로 50마일? 김종하 2014-04-27 23:37:36
엄청나네요. 말하자면 산악자전거의 마라톤이군요. 대단 대단...
그리고 참가기 보내주셔서 더욱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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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XXX.XXX.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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